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
회귀해서 건물주-2화(2/740)
***
바닷가 한 곳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모인 사람들은 손가락으로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모두가 가리키는 손끝에는 검은 물체 하나가 파도에 휩싸여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아아······악!”
지켜보던 사람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검은 물체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해상구조대 구명보트 한 척이 빠른 속도로 검은 물체가 사라진 곳에 막 도착했다.
잠시 후.
구조대원 중 한 명이 물속에서 양팔로 뭔가를 끄집어 올렸다.
그러자 검은 물체가 물 위로 다시 올라왔다.
하아!
그때야 모여 있던 사람들은 죽였던 숨을 약속이라도 한 듯 한꺼번에 토해냈다.
검은 물체를 실은 구명보트는 순식간에 바다를 빠져나왔고, 구조대원들에 의해 그 검은 물체는 모래사장으로 옮겨졌다.
검은 물체는 다름 아닌 어린 소년이었다.
해상구조대 대원은 바로 응급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쉼 없는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물만 몇 번 토할 뿐 좀처럼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제발 좀······.”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하나같이 안타까워만 하고 있었다.
삐뽀 삐뽀.
그때, 사이렌 소리와 함께 119구급차가 백사장 입구에 도착했다.
텅!
뒷문이 열리기 무섭게 구급대원들은 장비를 들고 바닷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소년이 있는 곳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은 잠시 해상구조대 대원들의 응급조치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해상구조대 대원과 119구급대원의 눈빛이 마주쳤다.
해상구조대 대원이 고개를 끄덕이자, 알았다는 듯 119구급대원도 고개를 끄덕이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준비해!”
“넵!”
119구급대원은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훅훅.
가슴을 누르는 구급대원의 손길에는 다급함이 가득했다.
한 번, 두 번······.
구급대원은 잠시도 쉬지 않고 소년의 가슴을 압박했다.
하지만 구급대원의 다급한 손길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 얼굴빛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구급대원이 말했다.
“교대!”
“넵!”
훅! 훅!
교대한 구급대원의 손길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구급대원의 표정은 점점 굳어져 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압박하는 구급대원의 손길엔 절박함이 더욱 묻어났다.
구급대원의 온몸에선 땀이 비 오듯 떨어지고 있었다.
훅! 훅!
지칠 법도 하건만 구급대원의 손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일정했다.
오히려 그의 눈빛은 처음보다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척.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어느 순간 서로의 손을 맞잡기 시작했다.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 구급대원, 그리고 함께하는 주변 모든 이들의 간절함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모두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찌릿!
미세한 기운이 소년의 손끝에 전해졌다.
손끝에 전해진 미세한 기운은 손가락을 타고 조금씩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 소년의 앞에 한 여인이 손을 내밀며 다가왔다.
소년은 그 여인의 손을 잡으려 팔을 천천히 뻗었다.
“어머니?”
소년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소년은 봤다.
흐릿했지만, 분명 돌아가신 어머니의 예전 모습이었다.
어머니임을 확신한 소년은 남아있는 힘을 다해 그 손을 꽉 잡았다.
그때였다.
컥!
백사장에 누워있던 소년의 상반신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더니, 입에서 막혔던 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소년은 다시 곧바로 모랫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학생! 학생!”
구급대원은 ‘학생’을 연신 외치며 소년의 뺨을 때렸다.
소년의 귓가에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렸다.
‘학생?’
소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당연히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학생이라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구급대원은 소년의 미묘한 반응을 감지하자 더 큰소리로 다급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학생! 학생!”
소년의 귀에는 더욱 선명하게 ‘학생’이란 말이 들려왔다.
‘학생? 뭔 소리야?’
소년은 가늘게 눈을 떴다.
흐릿하게 뭔가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가 얼굴을 향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뭐지?’
소년의 그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 구급대원의 손바닥이 누워있는 소년의 뺨을 후려쳤다.
짝!
“으으······.”
통증이 그대로 느껴졌다.
‘어? 왜 아프지?’
소년은 순간 이게 뭔가 싶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반면, 소년이 반응을 보이자 구급대원의 손이 이번엔 더 높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손은 또다시 소년의 얼굴로 향하기 시작했다.
‘안 돼!’
소년은 일단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것만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머리를 옆으로 틀었다.
훽!
퍽!
목표지점을 잃은 구급대원의 손바닥은 소년의 뒤통수에 그대로 꽂히고 말았다. 생각보다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러자 구급대원도 순간적으로 놀랐는지 주위를 한 번 휙 둘러봤다. 주변의 상황을 살핀 것이다.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놀라서는 하나같이 눈이 동그래졌다.
그때, 소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어떤 새끼가······.”
소년은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중심으로 빙 둘러 에워싸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러자 소년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단체로 다 죽은 거야?”
소년은 본인이 죽었다고 생각했기에,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다 죽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것도 잠시, 소년의 눈에 파도치는 바다의 모습이 들어왔다.
“뭐야? 또 이 바다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주변 상황에 소년은 정신이 없었다.
그때, 구급대원이 소년을 흔들며 다시 소리쳤다.
“학생, 정신이 들어?”
“학생은 무슨······.”
“학생, 정신 차려.”
“아, 좀 그만합시다!”
소년은 학생이란 말에 어이없다는 생각과 함께 짜증이 은근히 밀려왔다.
학생이라니?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소년의 눈에 남들과는 다른 구급대원의 복장이 눈에 띄었다.
구급대원을 유심히 바라보단 소년은 물었다.
“뭐야? 왜 당신만 옷이 달라?”
소년은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구급대원만 제복을 입고 있었기에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설마 구급대원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던 것이다.
그리고는 시야를 돌려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어?”
매끈했다. 나이가 들면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리 쪽에 털이 많았었다.
소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야?”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때 구급대원이 소년을 보며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였다.
“이게 몇 개야?”
소년은 조금 정신이 들자 앞의 청년이 반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순간 반말이 좀 거슬리긴 했지만, 자기와는 다르게 제복을 입고 있었기에 일단은 참기로 했다.
“한 개.”
소년은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에 귀찮은 듯 짧게 대답했다.
그러자 구급대원이 이번엔 손바닥을 쫙 폈다.
“이건 몇 개야?”
순간 소년은 짜증이 확 밀려왔다.
나이 많은 어른한테 젊은 것이 뭐 하는 짓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복 때문에 이번에도 한 번 더 참고 최대한 정중하게 불만을 얘기했다.
“젊은 양반이 아무리 제복을 입었어도 그렇지, 어른을 그렇게 놀리면······.”
소년은 말을 끝까지 다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수상스키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수상스키? 이건 또 뭐야?”
소년은 조금 전 바다까지는 억지로라도 참고 넘어갔는데, 수상스키 타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수상스키라니······.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때 구급대원이 소년을 보며 말했다.
“학생 괜찮아요? 이제 정신이 좀 들어요?”
“그만 좀 합시다!”
소년은 한두 번도 아니고 아까부터 계속 ‘학생’이라고 부르는 말에 은근 신경이 거슬렸다.
아무리 죽었어도 그렇지, 학생이라니?
본인 나이 올해로 51살이다. 그런데 자꾸 학생이라 부르니 은근 짜증이 났던 것이다.
그때 다른 구급대원이 소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학생, 잠깐만요. 혈압 좀 체크할게요.”
“네? 뭐요? 지금 뭐라도 그랬습니까?”
“혈압이요. 금방 끝나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구급대원은 소년의 팔뚝을 잡더니 커프(cuff)를 채웠다.
소년은 이제 뭔가 잘못됐음을 확신했다.
학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죽은 사람한테 혈압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놀리는 것도 어느 정도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구급대원을 보며 짜증난다는 듯 말했다.
“그만 하자니까!”
소년의 말에 구급대원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그렇지, 자신을 구해준 사람한테 이건 경우가 아니었다.
구급대원은 소년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학생! 죽을힘을 다해 살려준 사람한테,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이건 경우가 아니지.”
“뭐? 살려줘? 누구······ 나를?”
소년은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 갔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차 안에서 죽어가는 자신이었는데, 갑자기 바다에, 사람에······.
그리고 자꾸 학생이라 부르더니, 이젠 급기야 살려줬다고 하니 도저히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소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리고 조용히 앞에 있는 청년한테 물었다.
“혹시······, 내가 지금······ 살았는가?”
“어쭈, 반말이 너무 자연스러운데, 네 어르신 분명 살았습니다.”
구급대원은 소년의 말에 놀리듯 대답했다.
살았단다.
대답을 듣고자 던진 질문이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 그냥 혹시나 하고 던졌던 질문이다.
그런데 그 대답은 오히려 소년으로 하여금 더욱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저···저, 젊은 양반, 잠깐만······.”
소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허벅지를 있는 힘껏 꼬집어봤다.
“아으!”
너무 아팠다.
그렇다면 최소한 꿈은 아니라는 얘기다.
꿈이 아니라면?
소년은 두 손으로 얼굴을 더듬더듬 만져보았다.
“어?”
매끈했다.
머리를 만져봤다.
까칠까칠한 짧은 머리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