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
회귀해서 건물주-20화(20/740)
‘도대체 뭐냐고?’
현성은 여전히 해답 찾기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그때 김진용 사장이 현성을 보며 눈짓을 보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
배낭 속에서 산삼을 꺼내라는 거였다.
‘어쩐다?’
꺼내자니 왠지 완전히 밀리는 기분이고, 그렇다고 안 꺼내자니 명분도 없다. 여태 고개까지 주억거리며 김진용 사장의 일장 연설에 동의하였으니 말이다.
부당하다면 이미 말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둘 중에 하나밖에 없다. 여기 아니면 다른 곳이라는 얘긴데…….
다른 약재상으로?
아서라!
현성의 고개가 저절로 저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또 아니었다.
‘잠깐!’
그때, 현성의 머릿속에 또다시 김동수가 예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강 대 강에서 김진용 사장을 이기는 방법.
초강수!
물건에 100% 자신이 있을 때 쓰는 방법이다.
정면으로 들이박아라.
정면 돌파!
중요한 건 섣불리 했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당한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다.
사즉생(死卽生)이라 했다.
‘그래! 김동수, 너만 믿는다.’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사장님과는 인연이 아닌 가 봅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래도 길 건너 경동약재상으로 가 봐야겠습니다.”
“아니 왜?”
김진용 사장은 진짜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30년 신념도 버리고 아버지가 가르쳐 준 대로 거래를 시도했다.
물건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상대의 마음부터 흔들라고 해서, 나름 그렇게 했다. 그리고 거의 자신의 분위기로 넘어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배낭에 산삼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눈치껏 후려치면 될 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간단다.
그것도 경동약재상으로. 차라리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거기만은…….
입에서 쌍욕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아!
입에서 단내가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현성은 김진용 사장의 눈치를 살짝 살폈다.
먹혔다!
현성은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한 번만 더, 액션을 취하면 된다.
현성은 김진용 사장을 보며 마지막 인사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해 아쉬움을 표했다.
“아쉽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저벅.
현성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발걸음을 옮겼다.
보폭?
당연히 갈 마음이 없으니 좁을 수밖에.
그 순간!
김진용 사장은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여기서 놓치면 끝이다. 이젠 산삼이 문제가 아니다. 가문의 자존심 문제였다.
죽어도 경동약재상에 대물을 뺏길 수는 없었다.
아버지의 유지(遺志)를 저버릴 수는 더더욱 없었다. 아니 안 된다. 무조건 저건 잡아야 한다.
체면?
장사꾼한테 그런 건 사치다.
척.
김진용 사장은 팔을 뻗어 현성을 잡았다.
“어? 사장님 이게 무슨…….”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김진용 사장을 보며 현성은 이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만에 하나라도 그냥 보내면 갈 때도 없는데 어쩌나 싶었기 때문이다.
‘고맙다, 동수야!’
눈물이 날 정도로 김동수가 고마웠다.
김진용 사장의 용기(?)로 인해 거래는 순조롭게 진행이 됐다.
이제 마지막으로 김진용 사장이 제시한 금액에 현성의 동의만 더해지면 거래는 끝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김진용 사장의 판단인 거고.
음…….
현성은 입을 오물거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지금 김진용 사장이 언급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다름 아닌 산삼의 특성 중 하나인 휴면기(休眠期)에 관한 것이다.
산삼은 외부 환경이나 조건이 좋지 않을 때는 그 성장이나 활동을 멈춘다. 쉽게 얘기하면 잠을 잔다. 짧게는 2년에서 3년, 길게는 10~20년 까지도 휴면을 한다고 한다.
지금 김진용 사장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가격은 300만 원이다.
문제는 그 계산 안에 휴면기간은 빠졌다는 것이다. 만약에 휴면기를 포함시킨다면 심령은 늘어나게 되는 거고, 당연히 가격도 올라가는 게 맞는다.
그런데 모른 척한다?
역시, 장사꾼의 본성이라 이건가.
현성의 마지막 결정이 늦어지자 김진용 사장은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섣불리 재촉할 수도 없다. 조금 전처럼 또 가겠다고 하면 진짜,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모든 조건은 상대가 원하는 대로 다 맞춰줬다.
하나만 빼고, 설마 그것을 고민하는 건 아닐 텐데…….
그때 현성이 김진용 사장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혹시 뭐 잊은 거 없으십니까?”
일단은 기회를 주기로 했다.
김진용 사장을 위해서?
글쎄다.
그 정도로 현성이 또 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성의 질문에 김진용 사장은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정말 그것을 알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도 아니고 고작 고등학생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그것을 얘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최종가격도 다 제시했는데, 지금 언급한다면 자신은 사기꾼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버티기!
“잊은 거? 난 다 얘기한 거 같은데…….”
“그래요?”
“그럼! 당연하지!”
김진용 사장은 거래를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고 싶음 마음에 목소리가 커졌다.
피식.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런데 웃고 있는 현성의 표정이 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기회를 줬는데도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
“네, 만약에 저에게 숨기는 게 있다면 어찌 하시겠습니까?”
“아니 내가 뭘 숨긴다고 그러나?”
김진용 사장은 피가 마르는 느낌이었다. 이제 와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라 더 미칠 노릇이었다.
다시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제가 만약이라 그러지 않았습니까? 떳떳하시다면 걱정할 게 뭐 있겠습니까?”
낚시를 하다보면 미늘이란 것이 있다.
낚시 바늘에 보면 물고기가 일단 물면 빠지지 않도록 가시처럼 만든 작은 갈고리다.
현성은 지금 미늘을 천천히 만들고 있는 것이다.
걸리면 못 빠져나가도록 말이다.
김진용 사장이 못 이기는 척 말했다.
“허허… 참, 그래서?”
“만약 제가 잘못 알았다면, 제가 가져온 산삼에 대해서는 값을 받지 않겠습니다.”
올인!
현성은 모든 걸 다 걸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자 김진용 사장의 눈은 튀어나오기 일보 직전이었다.
“뭐, 뭐라고?”
“조용히 그냥 빈손으로 가겠다는 말씀입니다.”
“그게, 무슨…….”
물어라! 제발…….
현성은 속으로 주문을 걸었다.
무는 순간 산삼값은 배로 불어난다. 이만한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저 돈으로 빚 갚고 나면 뭘 하기엔 부족한 금액이다.
반면 김진용 사장은 똥줄이 타다 못해 뚫고 올라올 판이었다.
아무래도 어젯밤 꿈에 아버지가 보이더니 오늘 제대로 걸리고 말았다.
그때 다시 현성의 입이 열렸다.
“그 반대라면, 두 배를 받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두두…, 두 배?”
“왜 이리 놀라십니까? 말까지 더듬으시고?”
그만 간 좀 보고 얼른 물어라.
현성은 다시 주문을 외웠다.
반면 김진용 사장은 만신창이가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도박도 이런 도박이 없다. 아니 어쩌면 저 능구렁이 같은 놈은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체했다는 얘기다.
일부러 이 상황이 되도록 기다렸다는 얘기가 된다.
저 눈빛, 저 표정, 저게 어떻게 고등학교 2학년짜리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승낙하는 순간 모든 게 끝난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퇴로가 없다는 것이다.
바짓가랑이가 아니라 이번엔 무릎을 꿇게 생겼다.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으면 두 배로 산삼값을 주든가……. 죽어도 그것만은 안 된다.
꿇어?
말아?
자그마치 3백이다. 고민은 무슨 고민…….
이 게임은 끝났다.
털썩!
“사장님?”
“미안하네. 구차하게 변명은 하지 않겠네. 내가 자식 같은 사람한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네. 그에 합당한 대가는 치루겠네.”
결국, 김진용 사장은 현성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30년 장사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반면 현성은 김진용 사장을 보며 못내 아쉬운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이게 아닌데…….’
결국, 개당 20만 원씩을 더 받았다. 그리고 괘씸죄로 10만 원을 추가해서 총합이 370만 원에 합의했다.
쓰윽.
김진용 사장은 돈 다발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 있네.”
체면, 자존심 그리고 돈까지 모두 잃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찌 알았을까?
산삼의 휴면기 얘기다.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는 얘기다. 더군다나 새파란 고2다.
‘물어봐?’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든 게 다 끝난 이 상황에 말이다.
“저기…….”
결국, 참지 못하고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마는 김진용 사장이다. 나이를 먹어도 궁금증에 대한 감정은 왜 무뎌지지 않는지.
“뭐 물어보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
“어찌 알았는가?”
“아, 그거요?”
현성은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웃음밖에 안 나왔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김진용 사장의 아들인 김동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현성이 휴면기에 대해서 막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저 자식은…….’
2층 입구에 김동수가 들어오고 있었다. 덩치가 커서 그런지 모르고 봤다면 30대 아저씨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외모였다.
군대에서 그것 때문에 고참들한테 놀림도 많이 당했었다.
별명이 ‘아저씨 병사’였다.
실은 산삼의 휴면기도 군대에서 김동수가 알려준 것이다. 일반인들은 보통 거의 다 모르기 때문에 언급 자체를 안 한다고 했다.
눈으로 확인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 보니 아는 사람은 그 만큼 더 챙겨서 가격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김동수야 당연히 아버지인 김진용 사장한테 들었을 테고 말이다. 아무리 인생사가 돌고 도는 거라고는 하지만 참 묘하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가움 때문이었을까.
현성이 걸어오는 김동수를 보며 먼저 말을 건넸다.
“반갑다! 김동수!”
“누, 누구……?”
김동수는 현성이 반갑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잘못 봤나싶어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봤지만, 역시나 모르는 사람이었다.
김동수는 바로 아버지 김진용 사장을 바라보며 현성을 턱으로 가리켰다. 누구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자 김진용 사장이 간단히 현성을 소개해 줬다.
하지만 김동수는 여전히 현성을 낯설어했다.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처음 보는데 반가울 일이 뭐 있겠는가? 그저 손님일 뿐인데…….
그러나 현성은 달랐다.
군대 동기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군대에서 동기만큼 의지가 되고 든든한 버팀목이 없다.
더군다나 김동수 덕분에 산삼도 제대로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현성만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거다.
거기까지다.
마음 같아서야 밤새워 얘기한들 끝이 있겠는가. 하지만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되는 거다. 소중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다.
현성은 혼자 기분에 취해 군대 동기를 더는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또 만날 인연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현성은 아쉬운 마음으로 김동수를 보며 말했다.
“다음에 보자.”
“어? 다음에……?”
“그래, 군대에서.”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김진용 사장한테 인사를 하고 성심약재상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