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0)
회귀해서 건물주-200화(200/740)
200
현성의 가게를 나온 세 사람.
최희철이 이춘식을 보며 말했다.
“이게 웬 횡재야?”
“그러게 말이다. 난 혹시나 해서 찔러 본 건데 그 꼬맹이의 주머니에서 그렇게 순순히 돈이 나올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버텨볼 걸 그랬나.”
“이제야 어차피 지난 일이고 다음에 오면 그땐 좀 더 받아내야지. 오늘 보니까 저 자식 완전히 호구야. 다음번엔 2만 원씩 챙겨가자고.”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두 사람이었다.
그때 뒤따라오던 안용수가 이춘식을 향해 물었다.
“야, 아까 그 머리카락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뭐가 어떻게 돼? 어차피 내 머리카락 뽑은 거지.”
“그러다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자식, 순진하기는 그게 왜 들키냐? 어차피 신고할 것도 아닌데, 하여간 너는 순진해서 탈이야. 그리고 이런 일 하려면 그 정도 깡다구는 있어야 되는 거야.”
이춘식은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안용수가 다시 물었다.
“너는 그럴 때 안 떨려?”
“그 정도에 떨리면 천하의 이춘식이 아니지, 그리고 이런 일 하려면 그 정도는 기본이야. 그러니까 너도 정신 차려.”
“아무래도 난 이 일이 적성에 안 맞나 봐. 아까도 나는 떨려서 혼났어.”
“야, 어차피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뭐든 자꾸 하다 보면 느는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열심히 따라다녀.”
누가 보면 대단한 일이라도 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이춘식이었다.
그때 최희철이 이춘식을 보며 다시 말했다.
“춘식아, 저 새끼 지금 우리 따라오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아도 나도 신경 쓰고 있었어.”
“저 새끼 아까 그 꼬맹이 맞지.”
“모자를 쓰긴 했는데 얼핏 봐도 그 자식 맞아. 근데 진짜 우리를 따라오는 건지 아니면 다른 볼일을 보러 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조금 전이었다.
식당 골목을 빠져나와 5분쯤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한 녀석이 자신들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거리 때문이었다.
일정한 거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따라오는 그의 태도였다.
일반적으로 미행을 한다면 자신을 감추는 게 맞다. 그런데 이 꼬맹이는 그런 게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따라온다는 사실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대놓고 따라오고 있었다.
‘뭐지?’
만약 진짜 따라오는 것이라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도 저 꼬맹이가 자신들을 따라올 이유는 없다.
더군다나 자신들은 셋이고 저 꼬맹이는 혼자다.
수적으로도 상대가 안 된다.
그때 최희철이 이춘식을 보며 다시 말했다.
“아무리 봐도 저 새끼 우리 따라오는 게 맞는 거 같은데.”
“확인해볼까?”
“어떻게?”
미행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방향을 바꾸면 된다.
이춘식이 말했다.
“저 앞에 골목 보이지? 그쪽으로 틀어.”
“오케이 접수.”
최희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형님들 여기 계셨네요?”
현성은 골목으로 사라진 이춘식 일당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그러자 황당한 표정으로 이춘식이 말했다.
“야, 너 설마 우리 따라온 거야?”
“볼일이 남아서요.”
“볼일?”
이춘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생각해도 이 꼬맹이가 자신들한테 볼일은 더 이상 없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이춘식이 바로 물었다.
“설마 우리한테 아까 얘기했던 술 사주러 온 건 아니지? 혹시라도 그럴 생각이라면 오늘은 사양한다. 우리가 조금 바쁘거든.”
“지랄을 해요.”
“뭐?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지랄도 풍년이라고.”
이춘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너 지금 나한테 지랄이라고 했냐?”
“뭐야? 벌써 가는 귀라도 먹은 거야? 왜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이 자식이, 너 미쳤어?”
이춘식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처음 ‘지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말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했다.
“시끄럽고, 내 돈이나 내놔. 그 돈 주면 그냥 조용히 보내줄 테니까.”
“뭐가 어째?”
“나 지금 빨리 가서 라면 팔아야 하거든. 그러니까 얼른 내 돈 3만 원이나 돌려줘.”
그때였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희철이 나섰다.
“야, 꼬맹이.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내 돈 찾으러 왔잖아. 그 돈 벌려면 라면을 자그마치 100그릇을 팔아야 한다는 거 알지? 그런 돈을 내가 너희들한테 줄 이유는 없지 않겠냐?”
“이 어린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어디서 형님들 앞에서 반말이나 찍찍해대고, 너 우리가 누군지 알아?”
“당연히 모르지. 난 그저 내 돈만 찾으면 돼. 그러니 난 너희들이 누군지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 그러니까 조용히 내 돈이나 주고 꺼져.”
“허! 꺼져?”
최희철은 어이가 없었다.
“너 이 새끼 아무래도 말로는 안 되겠구나.”
현성은 피식 웃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말로 끝날 것이라곤 생각도 안 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너 지금 혼자서 우리랑 한판 붙기라도 하자는 거야?”
“왜 무섭냐?”
“미친 새끼. 어린 새끼가 뭘 믿고 이리 까부는지 모르겠다마는 후회하지 마라.”
“됐고, 시간 없으니까 빨리 끝내자. 누구부터 시작할까?”
현성은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러자 최희철이 이춘식을 보며 말했다.
“야, 이 새끼 뒈지려고 환장했나 본데 내 손에서 끝내도 되겠냐?”
“걔 바쁘다잖아. 그러니까 얼른 끝내드려라.”
이춘식은 빈정거리듯 말했다.
그러자 최희철이 알았다는 듯 현성을 향해 마주 섰다.
“야, 꼬맹이, 이 형님이 한 수 가르쳐줄 테니까 잘 보고 배워.”
“알았으니까 주둥이 그만 놀리고 어서 들어와.”
“이 새끼가 끝까지…….”
최희철은 더 이상은 참지 못하겠다는 듯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의 얼굴을 향해 왼손 주먹을 그대로 쭉 내뻗었다.
휙.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먹의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현성의 눈에는 느리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스윽.
현성은 가볍게 얼굴을 틀어 날아오는 주먹을 피했다.
“어? 그걸 피해?”
최희철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주먹 하나 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르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일부러 힘보다는 속도에 치중해서 주먹을 날렸었다. 기선제압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꼬맹이는 마치 그 주먹을 정확히 보고 피하듯이 너무 가볍게 피한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꼬맹이는 눈을 감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은 주먹이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눈을 감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얘기는 평상시에 그만큼 훈련이 돼 있다는 얘기다.
“야, 너 뭐야?”
“겨우 그 정도였어?”
“너 설마 그게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
“그거까지 내가 말할 필요는 없는 거 같고, 겨우 그 정도로 지금 까분 거였어?”
“너 이 새끼…….”
최희철이 이번엔 오른손 주먹을 휘둘렀다. 그런데 그 방향이 넓게 포물선을 그렸다. 그만큼 주먹에 힘이 실렸다는 얘기다.
힘이 들어가면 주먹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 힘이 들어갔다는 얘기는 그만큼 컨트롤이 안 됐다는 얘기다.
즉, 흥분했다는 얘기다.
“어딜.”
현성은 가볍게 이번에도 최희철의 주먹을 피했다.
그러자 최희철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이.”
“야, 네가 무슨 개야? 벌써 흥분하면 어쩌자는 거야?”
“뭐가 어째?”
최희철은 약이 바짝 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어이 형씨, 자기 자신도 통제 못 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그러는 거야?”
“너 이 새끼 비겁하게 계속 피하기만 할 거야?”
“왜? 이제 마무리해 줘?”
“지랄하네.”
최희철이 다시 자세를 잡았다. 딱 봐도 이번엔 주먹이 아니었다.
샤샥.
최희철은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어색해 보였다. 온몸이 하나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발과 손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말했다.
“야, 너 제대로 배워본 적 없지?”
“무슨 개소리야?”
“스텝도 제대로 못 밟으면서 무슨 발을 쓰겠다고? 그나마 너는 조금 전에 보니까 주먹이 낫더라.”
“흥, 미친 새끼. 입만 살아서…….”
그때였다.
최희철의 오른발이 현성의 옆구리를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현성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오른발을 살짝 앞으로 내디디며 몸을 틀어 날아오는 상대의 오른발을 왼손으로 쳐내며 동시에 상대의 옆구리를 향해 오른손 주먹을 내질렀다.
퍽!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짧은 단말마의 비명이 골목 안에 울려 퍼졌다.
“악!”
최희철은 그대로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로 바닥을 뒹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넌 발 쓰지 말라니까.”
최희철이 바닥에서 뒹굴자 놀란 건 이춘식이었다.
“뭐야?”
“뭐긴 뭐야? 오늘 너희들 제삿날이지.”
“어린 새끼가 어디서 …….”
이춘식은 어이가 없었다.
최희철이 다른 건 몰라도 권투를 배웠던 녀석이라 주먹 하나만큼은 누구보다도 빠르다. 그런데 그의 공격을 두 번이나 가볍게 피하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의 공격력이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상대가 움직이자 빈 공간을 파고드는 순발력은 가히 예술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한 한 수였다.
그렇다면 이놈은 보통이 아니란 얘기다.
어쩐지 라면 가게에서 지나칠 정도로 저자세로 나온다 싶었다. 이 자식은 그때부터 이미 이 순간을 노렸을 것이다. 그래서 돈도 쉽게 줄 수 있었던 것이고.
‘처음부터 건드린 게 잘못이라 이건가…….’
그때 현성이 이춘식을 보며 말했다.
“어이, 무슨 생각이 그렇게 길어?”
“너 이 자식, 처음에 돈 줄 때부터 계획적이었던 거지?”
“이제야 알았냐? 너 같으면 라면 100그릇을 팔아야 겨우 벌 수 있는 돈을 그렇게 쉽게 줄 수 있겠냐?”
“…….”
할 말이 없는 이춘식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횡재라며 좋아했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 머리카락도 네놈의 자작극이었지?”
“뭐?”
“내가 몰랐을 거라고 생각했나?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머리카락이 너무 짧았었거든. 하지만 거기서 밝히기에는 너무 시끄러울 거 같아서 장소를 옮긴 것뿐이야.”
“후후, 어린놈이 제법이군.”
그렇게까지 생각이 깊은 줄은 몰랐다. 이놈은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가게가 시끄러워질까 봐 시간을 잠시 미룬 것뿐이었다.
피식.
이춘식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어린놈한테 농락당했다고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이춘식이 말했다.
“그래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과연 그럴까?”
“설마 내가 이 자식하고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춘식은 아직도 바닥에서 신음하고 있는 최희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었다.
“그거야 까보면 알 것이고.”
“자식, 자신 있다는 거네.”
“난 내 눈을 믿거든. 그리고 참, 미리 하나 더 얘기하는데, 난 너희 때문에 장사 못 한 영업보상까지도 다 받아낼 거야.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야 할 거야.”
“미친놈. 어린 새끼가 입만 살아가지고…….”
“그래? 그럼 이제 진짜 입만 살았는지 확인해볼까?”
“얼마든지. 근데 나중에 후회는 하지 마라.”
이춘식은 그 말을 끝으로 현성과 일정 거리를 벌렸다.
그리곤 자세를 잡았다.
‘음, 저 자세는…….’
현성은 이춘식의 자세를 보고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