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1)
회귀해서 건물주-201화(201/740)
201
이춘식은 두 발을 동시에 앞뒤로 움직여 중심을 이동시키는 러닝 스텝(running step)을 밟고 있었다.
‘킥복싱?’
이춘식의 스텝을 보면서 현성은 킥복싱을 떠올렸다.
“킥복싱이었어?”
“넌 이제 죽었어.”
“글쎄다, 누가 죽을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고.”
현성도 자세를 바꿨다.
그러자 이춘식이 놀란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뭐야? 너도 킥복싱 배웠어?”
“그냥 기본만 배운 거니까 너무 겁먹지 마.”
“배우긴 배웠다는 얘기네.”
“아주 옛날에.”
사실이었다.
2000년대 중반에 <옹박>이란 영화가 히트하면서 무에타이라는 무술이 유행할 때였다. 그때 잠깐 킥복싱 도장에 다닌 적이 있었다.
“어린 새끼가 헛소리는…….”
“헛소리? 하긴 너한테는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건 그렇고 힘 빼지 말고 어서 덤벼. 얼른 끝내자.”
“나도 어린 애 데리고 길게 시간 끌고 싶지는 않다. 각오해라.”
이춘식의 스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휙!
이춘식의 왼손 주먹이 현성의 앞면을 향해 짧게 날아왔다.
충분히 예상했던 동작이라 가볍게 피했다.
그러자 이번엔 오른손 주먹이 길게 스트레이트로 날아왔다. 처음 공격보다는 두 번째 공격에 중점을 둔 기술이었다.
바로 원 투우 블로우(One two blow) 기술이었다. 앞에 위치한 팔로 잽을 가볍게 쳐서 상대의 밸런스를 무너뜨리고, 이어서 스트레이트로 강하게 타격하는 공격 방법이었다.
킥복싱에서 가장 기본적인 동작이다.
“어딜!”
현성이 두 번째 공격까지도 가볍게 피하자 이춘식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쭈, 제법인데.”
“그래도 기본은 제대로 배웠구나.”
“어린 새끼가 허세는…….”
이춘식이 어느새 현성과 가까워진 상태였다.
휙휙.
순간적으로 이춘식이 주먹을 날렸다.
더블 펀치(Double punch)였다. 같은 손으로 두 번 연거푸 치는 기술이었다. 웬만한 스피드가 동반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현성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현성이 이번에도 피하자 이춘식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이것도 피해?”
“그 정도로는 약하지.”
“이게 약하다고…….”
이춘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특기 중의 하나였다. 그것도 심혈을 기울인 한 수였다. 워낙 빠른 스피드를 요구하는 기술이기에 허투루 쓸 수 없는 기술이었다.
그런데도 상대는 여유롭게 피하고 말았다.
자세를 봐서는 킥복싱을 배운 게 틀림없다.
시골이라 킥복싱 도장도 없다. 그렇다면 기껏해야 방학 동안에 한두 달 배웠다는 얘긴데, 한두 달 배웠다는 실력이 저 정도란 말인가?
현성이 회귀한 줄 모르는 이춘식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춘식은 자세를 다시 고쳐 잡았다.
“이젠 안 봐준다.”
“지금까지 봐준 거였어? 실력이 그거밖에 안 되는 건 아니고?”
현성은 일부러 빈정거렸다.
그러자 이춘식의 몸놀림이 조금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아마도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는 듯했다.
샤샥.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툭.
앞발로 현성의 복부를 가볍게 찼다.
프런트 킥(Front kick)이다. 킥의 기본 기술로 상대의 접근을 막고 다음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발바닥이나 앞 축으로 상대의 복부를 주로 가격하는 기술이다.
‘때가 됐군.’
현성은 순간적으로 이제 마지막 공격이 임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춘식의 오른발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각도로 봐서는 자신의 목덜미를 노리는 듯했다.
전형적인 하이 킥(High kick)이었다.
하이 킥은 상대의 얼굴 및 목덜미를 향해 발차기를 하는 것으로 발차기 공격 중 KO의 확률이 가장 높은 기술이다. 즉 상대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공격법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기술의 동작이 큰 만큼 위험요소가 따른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공격하는 자기 자신도 그 순간에 허점이 가장 많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현성이 그 순간을 놓칠 리가 없었다.
툭.
가볍게 왼손으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곤 동시에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상대의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억!”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앞으로 고꾸라지는 이춘식이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은 이번엔 마지막으로 남은 안용수를 쳐다봤다.
“다음은 너냐?”
“아, 아닙니다. 저는…….”
안용수의 입에선 존댓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그리곤 바로 무릎을 꿇었다.
털썩.
“저는 싸움을 못 합니다. 그러니 저는…….”
휙.
현성은 손바닥으로 안용수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싸움도 못 하는 새끼가 이런 새끼들은 왜 따라다녀?”
“군대 가기 전에 용돈이라도…….”
휙.
퍽.
현성은 안용수의 머리통을 한 번 더 후려쳤다.
“뭐? 용돈……, 이 미친 새끼야 할 짓이 없어서 용돈을 벌겠다고 이 짓을 하냐?”
“…….”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는 안용수였다.
잠시 후.
나란히 무릎을 꿇은 세 사람.
“야, 너.”
현성은 이춘식을 불렀다.
“어.”
“어?”
“아, 네…….”
바로 꼬리를 내리는 이춘식이었다.
그런 이춘식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나한테 뭐 줄 거 없냐?”
“네? 무슨…….”
짝.
현성은 손바닥으로 이춘식의 이마를 후려갈겼다.
“이 자식이 벌써 까먹었어? 내 돈 말이야 이 자식아.”
“아, 돈이요…….”
이춘식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냈다.
“여기 있습니다.”
돈을 받은 현성이 다시 말했다.
“이건 어차피 처음부터 내 돈이었고, 또 줄 거 없어?”
“네?”
짝.
현성은 한 번 더 이춘식의 이마를 후려갈겼다.
“내가 아까 뭐라고 그랬어? 난 장사 못 한 영업 보상까지 받겠다고 그랬지?”
“아, 영업 보상이요…….”
이춘식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옆에 있는 최희철과 안용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최희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혀, 형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희 돈 없습니다.”
“형님? 내가 왜 네 형님이야?”
“그, 그게……, 싸움에서 이겼지 않습니까?”
“뭐?”
유치해서 말도 안 나오는 현성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돈이 왜 없어?”
“돈이 없으니까 없는데 왜 없냐고 물으시면…….”
“지랄을 해요, 야 너희들 오늘 수고비 안 받았어?”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최희철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이번엔 이춘식을 보며 물었다.
“야, 너 내가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 만약 조금의 거짓말이라도 하는 날에는 오늘이 네 제삿날이 되는 줄 알아.”
“네, 말씀하십시오. 형님.”
“너 최 사장 알지?”
“네? 최, 최 사장님 말씀입니까?”
이춘식은 얼떨결에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알고 있다는 얘기네?”
“……네.”
“그 최 사장을 네가 어떻게 알아?”
“그, 그게…….”
이춘식은 금붕어처럼 입만 뻐금거릴 뿐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맞고 대답할래 아니면 그냥 대답할래?”
“저, 그게 사실은…….”
이춘식은 최민성과의 관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춘식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저번에 라면 가게에 와서 헛짓거리한 것도 최 사장이 시킨 거라 이거지?”
“…… 네 그렇습니다.”
“물론 수고비도 받았을 테고?”
이춘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물론 이번에도 최 사장이 시켰을 테고?”
“네.”
“근데 아직 수고비는 못 받았다는 얘기고?”
“이제 받으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모든 게 최민성의 짓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최민성 뒤에는 오상철이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현성은 이춘식을 보며 말했다.
“갔다 와.”
“네?”
“수고비 받으러 갔다 오라고. 여기 친구들은 내가 잘 데리고 있을 테니까. 혹시라도 튈 생각은 하지 말고. 그리고 헛짓거리했다가는 바로 112에 신고할 테니까 알아서 해.”“……네.”
이춘식은 간신히 대답을 한 후 사라졌다.
“왜 혼자야?”
최민성은 이춘식을 보며 물었다.
“친구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슨 바쁜 일 있어?”
“네, 어디 좀 바로 갈 일이 생겨서요.”
“그래? 그건 그렇고 일은 잘 처리했지?”
“……네, 제일 바쁜 시간대에 장사를 못 하게 했습니다.”
이춘식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생각 같아서는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현성의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경찰에 신고라도 하는 날에는 일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최민성이 다시 물었다.
“다른 문제는 없었지?”
“네, 없었습니다.”
“수고했어. 다음에라도 필요하면 또 부를 테니까 그때도 잘 부탁해.”
“아, 아닙니다. 이제 저희는 그만하겠습니다. 얼굴이 너무 알려져서 더 이상은 힘들 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젠 다른 사람을 쓰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이춘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최민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물었다.
“만 원이 적어서 그래?”
“아니,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얼굴이 너무 알려지는 게 싫어서 그렇습니다. 그러다 혹시 신고라고 당할까 봐…….”
“자네 혹시 전과(前科)라도 있는 것인가?”
“그게 집행유예 기간이라…….”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렇다면야 굳이……, 하여간 그동안 수고했네.”
최민성은 이춘식에게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그러자 이춘식은 봉투를 받고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바로 장미다방을 나왔다.
밖으로 나온 이춘식.
‘어쩐다?’
이대로 도망간다면…….
진짜 신고를 할까?
설마…….
아니지, 하는 짓을 봐서는 신고를 하고도 남을 놈이다. 만약에라도 신고를 하는 순간 자신은 바로 구속이다.
‘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잠깐 고민을 하던 이춘식은 터미널 반대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요.”
이춘식은 현성 앞으로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아깝냐?”
“…….”
“아깝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우리가 잘못한 거니까…….”
이춘식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현성이 이번엔 최희철과 안용수를 보며 물었다.
“너희는 어때?”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군기가 바짝 든 두 사람이었다.
현성은 다시 이춘식을 불렀다.
“야.”
“네?”
“가자.”
“어디로 말입니까?”
“오 사장 만나러.”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춘식은 황당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최 사장을 고용한 사람이 오 사장이거든.”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알고 있었어?”
이춘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말했다.
“오 사장이 어떤 인간인지도 알고 있어?”
“그건 잘…….”
“10년을 넘게 장사한 사람을 1원 한 푼 안 주고 쫓아낸 사람이 오 사장이야.”
“네? 그게 정말입니까?”
이춘식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서 말인데 같이 오 사장한테 좀 가야겠다.”
“그거는 좀…….”
“안 가겠다는 거야?”
“저희 사정도 좀 봐주십시오. 우리가 거기까지 어떻게 갑니까? 일당까지 이미 다 받았는데…….”
피식.
현성은 이춘식을 보며 웃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일당 내가 준다면?”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일당 내가 준다니까.”
현성은 조금 전에 이춘식으로부터 받았던 봉투를 흔들었다.
그러자 이춘식의 눈빛이 반짝였다.
“정말입니까?”
“자, 됐지?”
현성은 봉투를 이춘식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이춘식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형님, 가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