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2)
회귀해서 건물주-202화(202/740)
202
그 시각.
오상철은 최민성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됐어?”
“조금 전에 수고비 줘서 보냈습니다.”
“별문제는 없는 거지?”
“그럼요, 문제 있을 게 뭐 있습니까? 아무 이상 없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최민성은 자신 있게 얘기했다.
그러자 오상철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안정을 찾은 듯 편안해 보였다.
사실 조금 전까지도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던 오상철이었다. 그 모습을 놓칠 리 없는 최민성이 오상철을 보며 물었다.
“조금 전보다는 안색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리도 티가 났는가?”
“솔직히 말씀은 안 드렸지만 아까부터 표정이 왠지 불안해 보였습니다. 왜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오상철은 최민성의 질문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그게……, 어젯밤에 꿈을 꾸었거든. 꿈을 꼭 믿는 건 아니지만 왠지 찝찝해서 말이야.”
“무슨 꿈을 꾸셨기에…….”
“뱀한테 물리는 꿈이었네. 그렇다 보니 오늘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고.”
“형님도 참…….”
최민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오상철도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래서 나이는 못 속이는가 봐.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가 않아.”
“형님이 저번에 쓰레기 건으로 그 꼬맹이한테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럴 겁니다. 오늘 일은 아무 문제없이 잘 마무리됐다고 하니 이제 마음 편하게 가지십시오.”
“알았네. 난 자네만 믿지.”
오상철이 알았다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때였다.
드르륵.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씩이나.
“뭐야? 너희가 여기를 왜 와?”
오상철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황당한 이유는 단 하나, 이들은 이곳에 나타나서는 안 되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춘식과 최희철 그리고 안용수였다.
“어떻게 된 거야?”
오상철이 이춘식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이춘식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일이 생겼습니다.”
“일? 그게 무슨 소리야?”
오상철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순간이었다.
스윽.
그때 열린 문으로 또 누군가 들어왔다.
“어? 자, 자네가 여기를 어떻게…….”
오상철은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막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현성이었기 때문이다.
오상철은 현성이 나타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는 느낌이었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다른 말은 할 수는 없었다.
오상철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렸다.
“어……, 어떻게 자네가 여기를?”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평상시답지 않게 목소리까지 떠시고?”
“그게 무슨 소린가? 내가 죄지을 게 뭐가 있다고…….”
오상철은 일단 모르쇠로 나갔다.
그러자 현성은 오상철의 면전 가까이 얼굴을 바짝 디밀며 물었다.
“그 말 정말입니까?”
그러자 오상철은 한발 뒤로 물러나며 말을 이었다.
“이게 어른한테 무슨 짓인가?”
“어른이요? 말씀 한번 잘하셨네요. 어른은 이런 식으로 행동해도 되는 겁니까?”
“이런 식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은 하는지 나는 모르겠네.”
“그러세요? 잘못한 게 없단 말이죠?”
“그럼, 당연하지.”
오상철은 끝까지 모르쇠로 밀고 나갔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밀리면 모든 게 끝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피식.
현성은 그런 오상철을 보며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어차피 기대도 없었다. 10년을 넘게 장사하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한테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현성은 돌아서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말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저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뭐, 경찰?”
경찰이란 말에 오상철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약 이대로 경찰에 신고할 경우 결과는 뻔할 것이다. 어차피 저 세 놈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는 얘기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얘긴데…….
‘어쩐다?’
오상철은 어찌해야 할지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현성이 먼저 움직였다.
“그럼, 좀 있다 지서(支署)에서 뵙겠습니다.”
이곳은 시골이라 경찰서나 파출소가 없는 대신에 지서에서 경찰 업무를 대신한다.
현성이 막 가게를 나가려 하자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최민성이었다.
“김 사장, 이거 왜 이러나?”
“몰라서 묻습니까? 사람 시켜서 남의 장사 망친 사람들이 누군데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지난번 쓰레기로 모자라서 이번엔 사람을 직접 보내서 장사를 못 하게 합니까? 저는 이번엔 못 참습니다. 아니, 안 참습니다.”
“미, 미안하게 됐네.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서 찬찬히…….”
최민성은 현성의 팔을 잡고 늘어졌다.
툭.
현성은 최민성의 팔을 뿌리쳤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쿵!
최민성이 현성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김 사장, 내가 잘못했네. 내가 이렇게 빌 테니 그만 노여움을 푸시게.”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내가 잘못했네. 그러니 이번 일은…….”
“아저씨가 왜요, 이건 아니죠. 진짜 죄인은 따로 있는데…….”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어차피 최민성은 오상철의 하수인밖에 안 된다. 오상철이라면 모를까 이 사람이 무릎까지 꿇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최민성은 막무가내였다.
비굴할 정도로 현성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만해!”
마지막 양심은 있었던 것일까.
오상철의 목소리가 작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현성은 오상철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상철은 입술을 굳게 나문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깐.
오상철이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내가 어찌하면 되겠는가?”
“죄를 인정하는 겁니까?”
“이 상황에 내가 더 무엇을 숨기겠는가? 모든 게 내 탓일세.”
오상철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너무 갑작스러운 오상철의 행동에 오히려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이런 식으로 이렇게 빨리 인정할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현성이 이 가게에 처음 들어오는 순간부터 오상철은 이 상황을 예상했는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지도…….
현성은 오상철을 보며 말했다.
“사과하십시오.”
“사과?”
“네, 저는 정식으로 사과부터 받아야겠습니다.”
“사과부터…….”
오상철은 현성의 말을 듣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분명 ‘부터’라는 단서가 붙었다. 그 말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정식으로’라는 말도 덧붙었다.
‘정식으로 사과라…….’
무릎이라도 꿇으라는 얘긴가.
어떡하든 여기서 끝내야 한다. 혹시라도 꼬맹이 말처럼 경찰에 신고라도 하게 되면 골치 아픈 게 한둘이 아니다.
다른 건 다 차치하고라도 동네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번 쓰레기 사건과는 또 다른 문제다. 그때는 그저 동네 몇 사람에게 조롱당하는 게 전부였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지서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마을 반장이나 이장은 기본이고 동네 유지(有志)들 사이에서도 소문은 금방 퍼지고 말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조금 전에도 빨리 죄를 인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과를 어찌한다?’
잠깐 고민하던 오상철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
“미안하네. 내가 잘못했네. 한 번만 너그럽게 봐주게.”
“아니, 무슨…….”
허!
현성은 오상철을 보며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설마 무릎까지 꿇을 줄은 몰랐다. 그저 진심이 담긴 사과를 원했을 뿐이다.
‘진심?’
하긴 진심이란 말이 이 인간한테 어울리기나 할까 싶었다. 어차피 지금의 행동도 그저 면피용일 것이다. 어떡하든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쩝.
현성은 씁쓸한 기분이었지만 더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그만 일어나십시오.”
“그럼 용서해 주는 건가?”
“어른이 무릎까지 꿇었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앞으로 아니겠습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죠.”
오상철의 모습이 가증스러웠지만 현성은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굳이 자꾸 물고 늘어져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오상철의 얼굴빛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당연하지, 앞으로는 이런 실수는 절대 없을 걸세.”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사과는 이걸로 끝내도록 하지요.”
“일단?”
오상철은 또다시 긴장했다. 그냥 넘어가나 싶었는데 현성이 ‘일단’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오상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 또 남았는가?”
“보상이요.”
“보상?”
“네, 저 자식들 때문에 오늘 영업을 못 했거든요. 그리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요.”
오상철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처음부터 우려했던 것이 이것이다. 결국, 돈을 달라는 얘기다.
오상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 얼마쯤이나…….”
현성은 말 대신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그러자 오상철은 다행이라는 듯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
“너무 적은가요?”
“무슨 그런 소리를, 아주 적당한 금액이네. 그 돈은 내가 당장 주지.”
오상철은 지갑에서 3만 원을 꺼내 현성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오상철을 바라봤다.
“지금 뭐 하십니까?”
“자네가 얘기한 3만 원일세. 왜 그러는가?”
“지금 장난하십니까?”
“장난? 자네 설마…….”
오상철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혹시 자네가 생각한 금액이 이 금액이 아니라……, 30만 원을 말하는 건가?”
“마음 같아선 300만 원을 부르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습니다.”
“아니, 무슨 …….”
오상철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두 시간 영업 못 하게 했다고 30만 원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심하다고요?”
“그렇지 않은가? 두 시간 영업 못 했다고 30만 원이라니…….”
오상철은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그때 현성이 물었다.
“그래서 지금 못 주시겠다는 거죠?”
“김 사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경위(涇渭)가 아니지.”
“지금 경위라 하셨습니까?”
“그래, 사람이 살면서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 말일세.”
오상철은 기세라도 잡은 듯 큰 소리로 말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라면 오상철의 말이 맞다. 두 시간 영업을 못 했다고 해서 30만 원을 요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오상철이 누구인가. 10년을 넘게 장사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쫓아낸 인간이 바로 오상철이다. 적어도 오상철만큼은 경위를 논할 자격이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말이 거칠어졌다.
“터진 입이라고 말은 잘하시네요?”
“뭐? 터진 입? 이 사람이 듣자 듣자 하니까 이젠 못 하는 말이 없네.”
오상철은 얼굴까지 벌게지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그렇게 경위를 잘 아는 사람이 10년 넘게 장사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쫓습니까?”
“뭐?”
“그게 당신이 얘기하는 경위 있는 사람이 할 짓이냐 이 말입니다.”
“그, 그거야…….”
“왜 말을 못 합니까? 이게 당신이 얘기하는 사람이 살면서 보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라는 거냐고요?”
“…….”
오상철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가게로 돌아온 현성은 신명순을 불렀다.
“어머니, 이거 받으세요.”
“어? 이게 웬 수표야?”
“부족하긴 하지만 그동안 못 받으셨던 권리금이라고 생각하세요.”
“권리금? 설마 이걸 그 인간이 순순히 준 것은 아닐 테고 어떻게 된 거야?”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신명순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지 신명순은 웃으며 말했다.
“지금쯤 그 인간 울고 있는 거 아니야?”
“아마도 그럴 겁니다.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