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3)
회귀해서 건물주-203화(203/740)
203
며칠 후.
윤세영 조감독은 김시현 작가를 보며 말했다.
“작가님은 상상이 가요?”
“뭐가 말이에요?”
“그 학생 말입니다. 진짜 고등학생이 장사를 한다는 게 저는 믿어지지 않아서요.”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솔직히 직접 보기 전에는 못 믿겠어요. 그나저나 아직 멀었어요?”
“거의 다 왔습니다. 저기 골목 보이죠? 저 안쪽에 그 라면 가게가 있답니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골목을 향해 걸어갔다.
김시현이 먼저 말했다.
“아니, 무슨 가게가 이런 곳에 있어요?”
“그러게요, 대로변도 아니고 너무 골목인데요.”
“이런 데서 장사가 된다는 게 신기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가보면 알겠죠. 어서 갑시다.”
두 사람이 막 골목 입구에 다다랐을 때였다.
김시현이 놀란 목소리로 윤세영을 불렀다.
“조감독님, 설마 아니겠죠?”
“글쎄요, 제 생각엔 그 설마가 맞는 거 같은데요.”
놀라운 일이 두 사람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건 다름 아닌 줄이었다. 최소 50명은 되고도 남을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시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말했다.
“이 정도였어요?”
“저도 예상 밖인데요, 물론 조카 녀석한테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네요.”
“그나저나 우리도 줄은 서야겠지요?”
“어차피 손님으로 가장해서 들어가야 하니까 우선은 그래야겠지요.”
두 사람이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진짜 이 가게가 맛집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그렇다 보니 일반인과 같이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1시간 후.
김시현이 말했다.
“드디어 이제 우리 차례인가요?”
“후후, 그러게요. 난 지금까지 살면서 라면 줄을 서보기는 처음이네요.”
“누가 아니래요? 그나저나 라면 맛은 어떨지 진짜 궁금하네요.”
“자, 들어갑시다.”
딸랑.
두 사람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현성이 그들을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시죠?”
“네.”
“이쪽으로 앉으시죠.”
윤세영과 김시현은 현성이 권하는 자리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곤 김시현이 현성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사장님 되세요?”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 동네 분들 아니신가 봐요?”
“호호, 왜 티 나요?”
김시현은 웃으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서요. 그리고 여기 분들은 이 시간에 잘 안 오시거든요.”
“왜요?”
“학생들 하교 시간에는 아무래도 줄 서는 시간이 길다 보니까 그 시간대는 피해서 오시더라고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우리도 한 시간이나 기다렸거든요.”
“기다린 보람이 있어야 할 텐데 라면 맛이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성은 웃음을 잃지 않고 응대했다.
그러자 김시현이 웃으며 말했다.
“호호, 맛없으면 사장님이 책임지셔야죠.”
“알겠습니다. 맛없으면 돈 안 받죠. 그러면 되겠습니까?”
“자신감인가요?”
“자신감이라기보다는 자부심입니다. 비록 남들은 라면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저희로서는 최고의 라면 맛을 내고자 항상 노력하니까요.”
“역시 대박집 사장님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김시현과 윤세영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라면은 어떻게 드릴까요?”
현성의 질문에 잠깐 메뉴판을 보던 윤세영이 물었다.
“저기 신메뉴라고 쓰여 있는 해장 라면은 어떤 라면입니까?”
“저희 가게에서 새로 만든 신메뉴인데 콩나물을 넣고 끓인 라면입니다. 요즘 어른들뿐만이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라면입니다. 특히 여학생들이 좋아합니다.”
“여학생들이 해장 라면을 먹는다고요?”
신기하다는 듯 윤세영이 다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웃으며 말했다.
“콩나물이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최곱니다.”
“아, 그래요? 콩나물에 그런 성분이 있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네요.”“저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라면은 어떻게?”
“호호, 저는 무조건 해장 라면이요.”
김시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윤세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같은 거로 두 개 주세요.”
“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현성이 주방 쪽으로 사라지자 윤세영이 김시현을 보며 물었다.
“느낌 괜찮죠?”
“그러게요, 사장이 나이는 어린데도 어린 티가 안 나네요. 난 솔직히 가게가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네요. 손님 응대하는 것도 너무 자연스럽고 거기다 친절하기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시현은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윤세영이 바로 물었다.
“왜 말을 하다 말아요?”
“그게 내 입으로 얘기하기는 부끄러워서요.”
“아니, 무슨 말인데 우리 시현 작가님이 부끄러워할까요?”
“호호, 그게 인물이…….”
그제야 윤세영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김시현을 바라보며 웃었다.
“하하, 하여간 이럴 때 보면 작가님도 참…….”
“참 뭐요? 사람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아요. 난 그저 그렇다는 거지 다른 의미는 없어요.”
“누가 뭐래요? 하하…….”
윤세영은 재미있다는 듯 김시현을 보며 웃었다. 그러자 김시현은 눈을 흘기며 윤세영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라면 나왔습니다.”
현성이 라면을 가지고 두 사람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윤세영이 현성의 얼굴을 한번 스윽 훑었다. 그리곤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은 좋으시겠습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인물이 또 한 인물 하시네요. 여기 여학생들이 많은 이유를 알겠네요. 역시 사람은 뭘 하든 잘생기고 봐야 한다니까요.”
“하하, 손님도 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러시는 손님은 이렇게 예쁜 누나랑 다니셔서 좋으시겠습니다.”
현성의 말에 눈이 커진 건 김시현이었다.
“어머! 사장님, 예쁜 누나요?”
“저는 아까 처음 들어오실 때 신데렐라 공주님이 들어오는 줄 알았다니까요.”
“호호, 사장님도 참…….”
김시현의 얼굴엔 어느새 웃음이 만연했다. 그러자 반대편에 앉아있던 윤세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현성이 다시 주방 쪽으로 사라지자 윤세영이 말했다.
“공주님, 라면 드시죠?”
“호호, 지금 저 놀리시는 거죠?”
“그래서 싫어요?”
“호호, 아니요. 놀리는 거 아는데도 기분이 좋아요. 여기 사장님 은근 매력 있지 않아요?”
“작가님, 이거 왜 이러시나, 미성년자한테……. 그만하고 라면이나 먹읍시다.”
“네, 네…….”
두 사람은 킥킥거리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어머!”
먼저 반응을 보인 건 김시현이었다.
그 모습을 본 윤세영이 물었다.
“어때요?”
“라면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어요?”
“저도 먹으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웬만한 해장국하고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역시 기다린 보람이 있었네요.”
“이 정도면 방송에 나가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저도 처음엔 라면이라 조금은 꺼림칙했는데 막상 직접 맛을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두 사람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고 있을 때 현성이 다가왔다.
“라면 맛이 입에 맞으십니까?”
“사장님, 최곱니다.”
김시현이 엄지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
“혹시 어떤 맛이 좋았는지 여쭤도 되겠습니까?”“일단은 콩나물이 들어가서 그런지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웬만한 해장국보다 그 맛이 훌륭했습니다. 그리고 끝 맛이 얼큰하면서도 뭐랄까 감칠맛이라고나 할까 하여간 지금까지 수없이 라면을 먹어봤지만, 라면에서 이런 맛이 난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최고였습니다.”
“그렇게까지 맛을 평가해주시니 저로서는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멀리서 오신 거 같은데 입맛에 맞으신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현성은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이번엔 윤세영이 물었다.
“혹시 라면 스프 말고 다른 양념을 사용하는 겁니까?”
“네, 당연합니다. 라면 스프 하나만으로는 이 맛을 낼 수가 없습니다.”“아, 어쩐지 그럴 거 같았습니다. 깊은 맛이 남다르다 싶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군요. 근데 혹시 그 양념장은 누가 만들었는지…….”
“접니다.”
“네?”
윤세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이제 고작 고2다. 그런데 어떻게 양념장을 만든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윤세영은 다시 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왜 이상합니까?”
“솔직히 이해가 안 가서 말입니다. 저는 당연히 주방 아주머니가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었거든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현성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전생에서 백종운 씨의 레시피를 따라 했기 때문이다.
그때 김시현이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
“혹시 그 양념장에 특별한 재료라도 들어가는 겁니까?”
“그게 없으면 양념장이라고 할 수 없겠지요? 근데 제가 한 가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 서울이요. 근데 그건 왜요?”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곤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그것을 여쭌 게 아닌데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무슨 일로 오신 거냐고 여쭌 겁니다. 그냥 라면 드시러 오신 건 아닌 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윤세영과 김시현은 서로 눈을 마주했다. 이 상황에서 어찌 말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함이었다.
잠깐 눈을 마주하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윤세영이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사장님이 눈치가 빠르시군요?”
“네? 그 말씀은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윤세영은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현성에게 내밀었다.
명함을 확인한 현성이 물었다.
“혹시 KBC 방송국에서 나오신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혹시 ‘전국 맛집 기행’이라고 아시는지요?”
“물론입니다. 매주 목요일 8시에 하는 거 아닙니까? 저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 매주 시청하고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저는 그 프로 조연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작가님이시고요.”
윤세영은 손으로 김시현을 가리켰다.
그러자 김시현이 현성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김시현 작갑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아, 네. 그런데 방송국에서 여기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사실은 제보를 받았어요.”
“제보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오픈한지 채 한 달도 안 됐다. 물론 장사가 어느 정도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송에 나올 정도는 아니다.
그때 윤세영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일우 실장님이라고 아십니까?”
“글쎄요, 이름만 들어서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요.”
“농씸 본사 기획실에 계시는 분인데, 그분께서 우리 감독님한테 특별히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아……, 그분이요?”
현성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예전에 유성일 소장과 함께 가게에 한 번 온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때가 라면을 공급받고 그다음 날이었을 것이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세영이 다시 말했다.
“이제 기억이 나십니까?”
“오픈하기 전에 한 번 뵌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어떻게 알고 제보를 한 겁니까?”
“그거까지는 전 모르고 저는 단지 감독님이 먼저 검증 차원에서 갔다 오라고 해서 이렇게 내려온 겁니다.”
“검증이요?”
“네, 물론입니다. 가끔은 지인을 통해서 광고를 목적으로 제보를 주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였다.
심지어는 중간에서 광고비 목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람들까지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현성은 윤세영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 가게는 검증이 끝난 건가요?”
현성의 질문에 김시현과 윤세영은 잠깐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리곤 윤세영이 입을 열었다.
“물론, 통과입니다.”
“…….”
현성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자 김시현이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보며 물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어쩌지요, 멀리서 오셨는데……, 제가 싫습니다.”
“네? 그게 무슨…….”
김시현과 윤세영은 할 말을 잊은 채 서로를 마주 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