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4)
회귀해서 건물주-204화(204/740)
204
– 싫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저도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옵니다.”
– 그러니까 그 황당한 이유가 도대체 뭐냐고?
“그게…….”
윤세영이 쉽게 말을 잇지 못하자 조민식 피디의 목소리가 커졌다.
– 뭔데? 말을 못 해?
“글쎄……, 손님들한테 미안해서 싫답니다.”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촬영하다 보면 몇 시간 동안 영업을 제대로 못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시간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제대로 식사를 못 한다는 겁니다.”
– 그거야 당연한 거지.
조민식은 어이가 없었다.
촬영하다 보면 네다섯 시간은 기본적으로 소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게다가 방송을 위해서는 전문 배우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숙달된 배우들을 손님으로 가장해서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그 시간만큼은 당연히 정상 영업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촬영을 못 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때 윤세영의 말이 이어졌다.
“저로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 그러니까 지금 그 친구 말로는 촬영하는 시간 동안 장사를 못 해서 안 된다는 거야?
“근데 그게 꼭 단순히 장사를 못 해서 그런 것은 아니랍니다.”
– 뭐야? 그 말은 돈이 목적이 아니고 다른 뭐라도 있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이 친구 말로는 단 한 사람이라도 촬영 때문에 식사를 못 하고 돌아가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거야?
“그런 셈이죠.”
허……!
조민식은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촬영을 한다고 해도 반나절이면 끝날 것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그 시간이 좀 더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제대로 식사를 못 한다고 해서 촬영을 못 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조민식이 말했다.
– 혹시 그 친구 어디가 모자라는 거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이유로 방송 촬영을 거부해? 방송의 광고효과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얘기했습니다.”
– 그런데도 거부를 했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대답이 또 걸작이었습니다.”
– 뭐라고 했길래?
“자기는 맛으로 승부하겠답니다.”
– 뭐……, 맛?
조민식은 어이가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맛이라니…….
어차피 라면이다. 라면으로 무슨 맛을 어떻게 낸단 말인가?
은근 화까지 치미는 조민식이었다.
그때 윤세영의 말이 이어졌다.
“감독님, 근데 그 맛이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야?
“저도 아까 먹어봤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라면 맛은 처음이었습니다. 라면에 콩나물을 넣고 끓인 해장 라면이라고 하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 그 정도란 말이야?
“네, 감독님도 나중에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최고였습니다. 김 작가도 맛있다고 했고요.”
조민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직히 처음부터 라면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아무리 맛이 뛰어나다고 해도 어차피 라면은 라면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윤세영의 말대로라면 그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윤세영의 맛에 대한 평가는 거의 정확하다. 프로그램 자체가 맛집 기행이다 보니 맛에 대한 평가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조민식은 다시 물었다.
– 맛은 확실하다는 거지?
“감독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 그렇게 저렴한 입맛 아닙니다.”
– 조감독 미각이야 내가 인정하지. 그래서 어쩌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고 영업 끝나고 다시 한번 가보려고요. 아까는 더 얘기하고 싶어도 손님이 많아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 참, 손님은 많던가?
“저희도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가 먹었습니다. 하여간 어린 친구가 보통이 아닙니다. 제가 볼 때는 맛집으로 선정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이 친구 인물이 또 장난이 아닙니다. 화면발도 아마 잘 받을 겁니다. 어떡하든 섭외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 알았네. 조감독이 그 정도로 욕심을 댄다니 알아서 잘 마무리 해. 그리고 올라올 때 밤길이니까 운전 조심하고…….
“네, 그럼 올라가서 뵙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자 김시현이 윤세영을 보며 물었다.
“감독님이 뭐래요?”
“알아서 하라는데요.”
“그래서 어떡하려고요?”
“아무래도 영업 끝나고 다시 한번 가보려고요. 가서 다시 설득을 해봐야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네요. 그런데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작가님도 아까 라면 드셔봤잖아요? 제가 볼 땐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어린 사장도 맘에 들고요.”
“의외네요. 전 시건방지다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김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보통은 어떡하든 방송에 나오려고 안달이다. 그렇다 보니 심지어는 주위에 지인을 통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번 같은 경우엔 그 반대로 촬영을 하겠다고 하는데도 스스로 거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윤세영이 말했다.
“처음에 그 어린 친구가 한 말 생각나요?”
“무슨 말이요?”
“자기는 자부심으로 일한다고 하던 말.”
“아, 기억나요. 전 처음에 그 말 듣고 조금은 황당했었어요. 무슨 라면 하나 끓이는데 자부심까지 팔고 있나 하고 말이에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근데 라면을 먹고 나니까 그 마음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오히려 어린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김시현이 윤세영을 힐끗 바라봤다. 그 이유를 물은 것이다.
그러자 윤세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학창 시절에 저는 그렇게 당당하게 살지 못했거든요.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조용히 학교만 다녔거든요.”
“지금 봐서는 안 그럴 거 같은데요.”
“그나마 군대 가서 많이 바뀐 겁니다.”
“아, 그래요? 혹시 그래서 그 어린 친구한테 더욱 신경이 쓰이는 건가요?”
“신경 쓰이기보다는 그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손님을 생각하는 그 마음도 놀랍기도 했고요. 사실 아까 촬영을 못 하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황당하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오히려 그런 친구이기 때문에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저도 비슷한데요, 특히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마지막 그 말은 진짜 감동이었어요. 단순하게 나이가 어려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여간 보통 녀석이 아닌 건 분명합니다. 방송 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며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긴 했지만 이런 신선한 충격은 또 처음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거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그 당당함에 반한 거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음식에 대한 열정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건 맞아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이 또 된다는 거죠.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잘생기면 좋잖아요. 안 그래요?”
“하하, 맞습니다. 우리 시현 작가님이 그쪽 취향인지는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하여간 어디 가서 영업 끝날 때까지 좀 쉬었다 옵시다.”
두 사람은 웃으며 장미다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날 저녁.
주방 청소를 마친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장님, 후회 안 해요?”
“혹시 낮에 그 방송국 얘깁니까?”
“네, 제 생각엔 방송을 하면 가게에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아서요.”
“물론 도움이야 되겠지요. 하지만 그 방송을 위해 촬영하다 보면 적어도 150명은 라면도 못 먹고 그냥 돌아가야 할 겁니다. 저는 그 손님들한테 미안해서 싫은 겁니다.”
“저는 그게 이해가 안 갑니다. 왜 손님을 못 받는다고 하는지.”
신명순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거의 연출이거든요.”
“연출이요?”
“네, 우리 손님들은 극히 일부분이고 대다수 손님들은 방송국에서 데려온 사람들로 촬영을 하는 거거든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냥 우리 손님들이 먹는 거 촬영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드라마 찍는 거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만 전문으로 연기지도를 받은 사람들이 와서 찍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명순이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거기다 스텝들도 엄청 많이 와요. 카메라만 해도 아마 몇 대는 올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정상적인 영업은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방송인데…….”
“저는 미련 없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어디 가셔야 한다고 하시지 않았어요?”
“아, 참 내 정신 좀 봐.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신명순이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이번엔 김지숙이 다가와 물었다.
“그 사람들 완전히 간 건가요?”
“방송국 사람들이요?”
“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워서요. 이런 기회가 쉽게 오는 것도 아니고요.”
“그 문제는 이제 끝났으니까 그만 말씀하시고, 그나저나 날씨가 추워지는데 아저씨는 요즘 좀 어떠세요?”
“그래도 저번에 맞은 영양제 때문인지 요즘은 좀 괜찮은 거 같아요. 이게 다 사장님 때문입니다.”
김지숙은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게 어디 저 때문인가요? 그 아저씨들이 도와준 거지. 참, 요즘도 그 아저씨들 연락 와요?”
“어제도 통화는 했어요.”
“또 양념장 필요하다고 하지는 않던가요?”
“저번에 3만 원 주고 사더니 너무 비싸다면서 투덜거리더니 요즘은 양념장 얘기는 없어요. 그리고 참, 저번에 준 양념장 혹시 가짜예요?”
“왜, 뭐라고 합디까?”
“먼저 준 양념장하고 다른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현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히 진짜는 못 주지요. 다른 걸 조금 섞어서 줬어요.”
“큭큭……, 잘하셨어요. 그 나쁜 인간들은 그렇게라도 혼을 내줘야 해요.”
“혹시라도 또 연락 오면 말씀만 하세요. 이번엔 색다른 맛으로 줄 테니까요.”
“호호, 알았어요. 근데 사장님 은근 즐기시는 거 같아요.”
“가짜 양념 팔아서 아저씨 영양제 맞는데 당연히 즐겁지요. 이런 장사가 또 어디 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하하…….”
현성이 웃자 김지숙이 따라 웃고는 잠시 후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가게를 빠져나갔다.
그때 김일수가 안채에서 나오며 물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아, 저 아래 상미식당 아저씨들 얘기하느라. 그건 그렇고 요즘 공부는 꾸준히 하고 있는 거지?”
“물론이지. 집에 가서도 새벽 2시까지는 잠 안 자.”
“살도 좀 빠진 거 같은데…….”
“네가 그랬잖아. 요리사 되려면 살부터 빼라고. 그래서 요즘은 저녁 8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안 먹어. 그랬더니 진짜 조금씩 빠지더라고.”
확실히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김일수였다. 특히 중간고사에서 자신감을 얻은 게 중요했다.
“잘했어. 이런 식으로 꾸준히 하다 보면 틀림없이 네가 이루고자 하는 꿈에 다다를 수 있을 거야.”
“진짜 그렇게 될까?”
“당연하지. 지금처럼만 하면 돼.”
“오케이, 난 너만 믿고 갈 테니까 방향만 잘 잡아줘. 그리고 참, 모레가 한 달째인 거 알지?”
“드디어 일수가 첫 월급을 받는 날이로구나.”
“아, 떨린다. 첫 월급이라…….”
김일수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의 입가에도 어느새 미소가 만연하게 피어올랐다.
김일수마저 집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은 현성.
현성이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 할 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아니, 당신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