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6)
회귀해서 건물주-206화(206/740)
206
이틀 후.
가게는 유독 활기가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로 오픈한 지 한 달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즉, 월급날이라는 얘기다.
주방 청소를 마친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벌써 오늘이 한 달이 되는 날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엊그제 오픈한 거 같은데 벌써 한 달이라니, 시간이 참 빠른 거 같습니다. 그리고 어쨌건 이렇게 무사히 한 달을 맞을 수 있는 것도 어머니가 그만큼 중심을 잘 잡아 주신 덕분입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야 뭐 그저 주방에서 라면만 열심히 끓였는데요, 뭐.”
“아닙니다. 제가 학교에 다니면서도 가게를 꾸려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가 계셨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사장님도 참……,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저야 감사하지요.”
신명순은 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보면 볼수록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무리 봐도 겉모습은 고등학생이 맞다. 더군다나 아들의 친구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마음 씀씀이 하며 하는 행동을 봐서는 어리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 아니, 오히려 웬만한 어른보다도 더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 이 상황만 해도 그렇다.
누가 뭐라 해도 가게를 실질적으로 유지하고 키워온 사람은 본인 당사자다. 그런데도 그 공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신명순은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수혁이는 어떻게 됐어?”
“아까 시간 맞춰 온다고 했으니까 금방 올 겁니다.”
김일수는 존댓말로 대답했다.
아무리 가게 안에서는 존댓말을 쓰기로 했다지만, 현성의 입장에서는 어색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때였다.
딸랑.
이수혁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
“제가 늦었나요?”
그러자 김일수가 웃으며 이수혁을 맞았다.
“아니야, 우리도 지금 막 끝나고 이제 앉은 거니까 얼른 이쪽으로 앉아.”
이수혁까지 자리를 잡고 앉자 현성이 말했다.
“이제 다 모인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드디어 이제 첫 월급을 받는 건가요?”
김지숙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우선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첫 달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장사도 잘됐고요.”
“이게 다 사장님 덕분입니다.”
김지숙이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제 덕분은 아니고 여기에 계신 한분 한분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하여간 우리 사장님 겸손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요.”
김지숙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아주머니도 참……, 그건 그렇고 자, 여기 봉투들 받으십시오.”
현성은 신명순부터 봉투를 한 명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봉투를 확인하던 김지숙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돈이 왜 이렇게 많아요?”
“월급 외에 보너스도 같이 넣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장사 잘되면 분명히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겠다고요.”
“그래서 5만 원씩이나 더 주신 겁니까?”
“네, 다음 달에 장사 잘되면 이번 달보다 더 드릴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혼자 수익을 독차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많이 벌면 버는 만큼 여러분한테 돌아가는 보너스도 그만큼 늘어나게 될 겁니다.”
“어머, 이러다 월급보다 보너스가 많아지는 거 아니에요?”
김지숙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했다. 물론 김지숙뿐만이 아니었다. 신명순도 마찬가지고 김일수와 이수혁의 얼굴에도 좋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아마도 제 생각엔 방송을 타게 되면 매출은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갈 겁니다. 그렇게 될 경우 여러분의 보너스도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갈 겁니다.”
“참, 그 방송 촬영은 언제 한다는 거예요?”
“정확한 일정은 아직 안 나왔고요, 다음 주 내로 조감독님이 자세한 일정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그런데 궁금한 건 방송국에서 우리가 장사 잘된다는 걸 어떻게 알았대요?”
“그게 누군가 일부러 연락을 해서 가르쳐 줬답니다.”
“그게 누구예요?”
“농씸 본사에 있는 기획실장님이요.”
현성의 설명에 김지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엔 신명순이 물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방송에 나오는 건가요?”
“네, 물론입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시면 안 됩니다. 평상시처럼 똑같이 행동하시면 됩니다.”
“호호, 그렇다면 머리 파마라도…….”
신명순은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지숙이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언니, 우리 내일이 일요일이니까 같이 파마하러 갈까?”
“내일은 안 돼. 약속이 있거든.”
“약속? 무슨 약속? 아……, 맞다. 언니 내일 회장님하고 데이트한다고 그랬지?”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 그냥 밥 한 끼 먹는 거지.”
신명순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성이 물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회장님이 자꾸 밥 한 끼 먹자고 해서…….”
“그러니까 내일 아저씨하고 식사하시기로 하셨다는 말씀이죠?”
“아, 사장님 자꾸 왜 이러십니까? 부끄럽게…….”
신명순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언제 이렇게 친해지신 겁니까?”
“친해진 건 아니고 그냥…….”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저도 보는 눈이 있는데……, 어머니가 아무하고나 식사를 하실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난번에 영양 크림도 사 주시고, 자꾸 오시는데…….”
“자꾸요?”
현성이 묻자 이번엔 옆에 있던 김지숙이 말했다.
“사장님은 모르실 겁니다. 사장님이 아침에 학교에 가고 나면 박 회장님이 가끔 오셔서 라면도 드시고 말씀도 나누시고 노시다 가셨거든요.”
“그게 정말입니까?”
“히히, 근데 웃긴 건 뭔지 아세요?”
“뭐가 또 있습니까?”
“그게 언니가…….”
“어머니가 왜요?”
현성이 자꾸 묻자 이번엔 신명순이 나섰다.
“사장님, 뭐가 그렇게 자꾸 궁금하세요?”
“당연히 궁금하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머니가 데이트를 하신다는데 안 궁금할 수가 있겠습니까?”
“데이트 아니고 밥 먹으러 간다니까요. 자꾸 그렇게 놀릴 겁니까?”
“하하, 알겠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명순은 김지숙을 흘겨봤다.
“괜히 쓸데없는 말은 해가지고…….”
“언니, 좋으면 좋다고 해. 괜히 나한테 뭐라고 그러지 말고.”
“얘가 못 하는 소리가 없어. 좋긴 누가 좋다고 그래?”
“언니 이거 왜 이러셔, 얼굴에 다 표시 나거든요.”
“그래도 자꾸…….”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웃고 말았다.
잠시 후.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다 끝난 거죠? 제가 오늘 어디 좀 가야 해서요.”
“네, 끝났습니다. 저도 오늘은 집에 좀 가봐야 해서 오늘은 회식은 못 합니다. 바쁘시면 가보셔도 됩니다.”
“네, 그럼 저는. 지숙이 너는 더 있다가 갈 거야?”
“아니야, 언니. 나도 갈 거야.”
두 사람은 인사를 한 후 가게를 나섰다.
남은 세 사람.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조금 전에는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말은 안 했는데 무슨 보너스를 알바생한테 3만 원씩이나 줬어?”
“그 정도는 줘야지.”
“월급도 10만 원씩이나 주고, 기껏해야 오후에 몇 시간씩만 일하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아니야, 내 나름대로는 시간 계산해서 준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리고 너 때문에 내가 마음 편하게 장사하는 거 생각하면 많은 것도 아니야.”
“하여간 고맙다. 이렇게 졸업할 때까지만 모으면 요리학원비는 충분하겠네.”
김일수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그때 옆에 있던 이수혁이 물었다.
“너 요리학원 다닐 거야?”
“응,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갈 거야.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군대 가기 전에 요리사 자격증 따려고.”
“요리사?”
“응, 내 꿈이 요리사거든.”
이수혁은 처음 듣는 얘기라 고개를 갸웃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
“사실은 내가 생각한 게 아니고 현성이가 그렇게 하라고 그랬어.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어차피 대학도 못 가는 거 그게 훨씬 낫겠더라고. 그래서 학원비를 벌기 위해서 여기서 아르바이트도 하는 거고.”
“결국은 현성이가 모든 방법을 다 가르쳐 준 거네.”
“그런 셈이지. 그래서 내가 현성이를 가끔 형님이라고 부른다는 거 아니냐, 하하…….”
김일수는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나는 의견만 얘기했던 거고, 선택은 결국 네가 한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고 그 길로만 가면 될 거야.”
“네, 형님. 여부가 있겠습니까?”
“자식, 이럴 때 보면 순한 양이라니까. 이런 놈이 어떻게 그렇게 나쁜 짓을 하고 다녔나 몰라.”
“야,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아무리 봐도 신기해서 그런다, 인마.”
“히히, 하긴 내가 봐도 신기해.”
김일수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고개를 긁적였다.
그때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현성아, 하나만 묻자.”
“뭔데?”
“도대체 지난 여름방학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야, 그 질문은 이제 하도 들어서 식상해. 그러니까 그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서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는지 말이야.”
이수혁은 정말 궁금한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그렇다고 회귀했다고 얘기했다가는 미쳤다는 소리밖에 못 들을 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대답할 말이 없었다.
현성이 말을 못 하자 이수혁이 다시 물었다.
“혹시 어떤 깨달음이라도 얻은 거야?”
“깨달음?”
“왜 영화 같은 거 보면 사람이 갑자기 깨달음을 얻어서 변하는 경우가 있잖아. 너도 혹시 그런 거 아니냐고?”
“이 자식이……, 내가 무슨 부처냐?”
“아니 그렇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되니까 그렇지.”
이수혁은 여전히 궁금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때 김일수가 이수혁을 보며 말했다.
“야, 그게 뭐가 중요해? 어찌 됐건 현성이 때문에 몇 사람의 인생이 바뀌었다면 그걸로 된 거지. 안 그래?”
“음……, 하긴 그렇지. 그중에 나도 포함되니까 말이야.”
“너 나 그리고 이정우, 최소한 우리 세 사람은 현성이 때문에 인생이 바뀐 것만큼은 확실해.”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지금 바로 집으로 갈 거야?”
“왜 아쉽냐?”
“솔직히 아쉽긴 한데…….”
김일수는 뭔가 아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김일수와 이수혁을 보며 말했다.
“야, 둘 다 따라와. 나랑 어디 좀 갈 데가 있어.”
“어디?”
김일수의 눈이 어느 때보다도 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옷가게.”
“옷가게? 거기는 왜?”
“너희들 오늘 첫 월급 탔지?”
“물론이지.”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이 말했다.
“첫 월급 탔는데 뭐 생각나는 거 없어?”
“……글쎄.”
“진짜 없어?”
“첫 월급하고 옷가게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이수혁과 김일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갸웃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너희들은 TV 드라마도 안 보냐?”
“드라마에 그런 게 나와?”
“이 자식들이 진짜,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도 모르겠다는 거야?”
“야, 그러지 말고 속 시원하게 말해줘.”
“좋다, 마지막 힌트다. 빨간 거.”
“빨간 거?”
여전히 말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휴우.
현성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때였다.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야, 혹시 그거 내복 아니야? 왜 TV 보면 첫 월급 타서 부모님 내복 사들이잖아.”
“맞다. 그거였구나. 빨간 내복.”
이수혁이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현성이 두 사람을 보며 씩 웃었다.
세 사람은 가게를 나와 옷가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