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8)
회귀해서 건물주-208화(208/740)
208
어머니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이 한 달 결산한 날이라 이거지?”
“네, 어머니.”
“그래서 이 내복을 사 온 거고?”
“네, 내복은 원래 첫 월급 타면 부모님께 사들이는 거라고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첫 결산 기념으로 아버지 어머니 내복을 샀습니다.”
현성은 아버지 어머니 앞으로 내복을 내밀었다.
그러자 어머니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호, 아들 덕분에 올겨울은 따뜻하게 보내게 생겼네. 그나저나 어떻게 내복을 사 올 생각을 다 했어?”
“TV에서 보면 다들 그렇게 하더라고요.”
현성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선 부모님께 내복 한 벌 사다 드린 적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 동안 고시 공부한답시고 취직을 못 했으니 그럴 기회조차 없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이번엔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여보, 이것 좀 보세요. 내복에 레이스가 달렸어요.”
“어디?”
“여기 보세요. 목 주위에 레이스가 이렇게 예쁘게 달려있네요.”
“그러게, 난 또 내복에 레이스가 달린 건 처음 보네.”
아버지는 신기한 듯 어머니의 내복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거 아무래도 비싼 건가 봐요.”
“그렇겠지. 내복에 레이스까지 달렸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말했다.
“어머니, 그거 올해 새로 나온 신상품이래요. 그러니까 예쁘게 입으세요.”
“어쩐지 예쁘더라. 그런데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아니에요, 다른 거하고 별 차이 없어요.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입으세요.”
“정말이지?”
“그럼요.”
물론 거짓말이다. 다른 거에 비해 세 배 차이 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그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번 생에서만큼은 가장 좋은 걸로 드리고 싶은 게 현성의 마음이었다.
현성이 이번엔 검은 봉지를 하나 더 내밀었다.
“어머니, 이거요.”
“이건 또 뭐야?”
“고기요. 그래도 명색이 한 달 결산인데 고기 정도는 먹어 줘야죠.”
고기를 확인하던 어머니가 큰 소리로 말했다.
“현성아, 이거 소고기 아니니?”
“네, 등심이에요.”
“아니, 이 비싼 걸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돈 많이 써도 되는 거야?”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 어차피 돈이란 게 쓰기 위해서 버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허투루 쓰는 것도 아니고 가족을 위해서 쓰는 건데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돈이란 게 무엇인가?
쓰기 위해서 버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더군다나 가족이 먹은 음식이다. 무엇이 아깝겠는가?
물론 전생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일이다.
그때 옆에 있던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빠, 내 거는 뭐 없어?”
“설마 내가 하나밖에 없는 동생 거를 빼먹었겠니?”
“역시, 우리 오빠라니까. 그래서 내 거는 뭐야?”
“이거.”
현성은 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끄집어냈다.
“이게 뭐야?”
“옷이나 한 벌 사 입어. 이제 올겨울만 지나면 고등학생인데 제대로 된 옷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정말이야?”
김지연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봉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봉투를 확인한 김지연의 입이 쩍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오빠, 이거 10만 원이잖아. 무슨 돈을 이렇게 많이 줘?”
“이왕 사는 거 좋은 걸로 하나 사라고. 그리고 남으면 화장품도 좀 사고.”
“오빠…….”
김지연은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아니, 애한테 무슨 돈을 그렇게 많이 줘?”
“아닙니다. 이제 지연이도 조금만 있으면 고등학생이잖아요. 제대로 된 옷 한 벌은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화장품도 마찬가지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머니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자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빠, 아니야, 이건 엄마 말이 맞아. 나 이렇게 큰돈 필요 없어. 그냥 2만 원만 줘. 그거면 옷이랑 화장품이랑 다 살 수 있어.”
“아니, 지연아 그냥 받아 둬. 이 오빠가 하나밖에 없는 동생한테 해주고 싶어서 그래. 옷도 아무거나 사지 말고 예쁜 거로 골라서 사고, 화장품도 싼 거 사지 말고 이왕이면 좋은 거로 사.”
전생에선 현성을 위해 자신의 미래마저 포기했던 녀석이다. 물론 그 당시엔 그 사실조차도 몰랐었다.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야 알게 됐었다.
그런 동생이다.
무엇인들 못 해주겠는가 말이다.
김지연이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엄마, 나 어떡해?”
“오빠가 그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받아두려무나. 대신 허투루 쓰지 말고.”
“당연하지, 이 돈이 어떤 돈인지 잘 아는데……, 오빠 그럼 나 이거 받는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래, 결산해 보니까 어때?”
“다행히도 신메뉴 반응이 좋아서 매출이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처음 목표대로 어른 손님들도 처음보단 많이 늘었고요. 요즘은 학생들이 등교한 후에도 아저씨 손님들이 곧잘 들어오는 편입니다.”
역시 해장 라면의 효과였다.
더군다나 공깃밥이 공짜다 보니 아침밥을 해결하려는 어른 손님들이 제법 는 상태였다.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어찌 됐건 나날이 좋아진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어른 손님이 는다는 게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학 때 정말 힘들어지거든요.”
“그렇겠지. 그때는 학생들은 안 나올 테니까 말이야.”
역시 아버지도 현성이 고민했던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참, 그리고 방송국에서 다녀갔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매주 목요일 8시에 방송하는 ‘전국 맛집 기행’이라는 프로그램 있잖습니까?”
“KBC방송 말이지?”
“네, 거기 조감독이 왔다 갔어요.”
방송이란 말에 빠른 관심을 보인 건 김지연이었다.
“오빠, 혹시 TV에 나와?”
“아무래도 그렇게 될 거 같아.”
“언제?”
“아직 정확한 일정은 안 나왔고 다음 주 내로 조감독이 연락 주기로 했어.”
“와! 신기하다. 우리 오빠가 TV에 나온다니…….”
김지연은 입을 벌린 채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 어머니가 물었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알고 이 시골까지 찾아왔대?”
“농씸 본사에 있는 이 실장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그 프로 담당 피디하고 친한가 봐요.”
“그래서 연락을 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한다고 하니까 이게 또 뭐라고 은근히 떨리는 거 있죠.”
“호호, 당연하지.”
어머니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버지도 그런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시시콜콜한 얘기까지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회귀를 하고 나니 오히려 가족 간에 이런 소소한 일상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김지연이 말했다.
“오빠, 우리 고기는 언제 먹어?”
“어? 먹어야지.”
“오빠, 근데 등심은 어떤 맛일까?”
“고기 맛.”
“그걸 지금 농담이라고 나한테 하는 거지?”
“왜, 재미없냐?”
“흥! 하나도 재미없거든.”
홱 돌아서는 김지연이었다.
그런 김지연을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전생에서는 농담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젠 보면 볼수록 귀여운 여동생이었다.
잠시 후.
치이익.
화롯불에는 등심이 그림같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현성이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어머니, 안주가 너무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여기…….”
어머니는 웃으며 소주병을 들어 보였다.
현성이 이번엔 아버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 한잔하셔야지요?”
“물론이지, 아들이 고생해서 사 온 고긴데 술이 빠질 수가 없지.”
“자, 받으세요.”
현성은 아버지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그러자 어머니가 웃으며 잔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우리 아들 덕분에 오늘은 소고기를 안주로 하는구나.”
“네, 많이 사 왔으니까 많이 드세요. 자, 여기 한잔 받으세요.”
쪼르륵.
현성이 어머니의 잔에 술을 채우자 이번엔 김지연이 술병을 받아들었다.
“오빠는 내가 따라줄게.”
“왜, 너는 안 마셔?”
“이러지 마셔, 오라버니. 난 아직 아니 거든.”
“지난번엔 한잔 마셨잖아?”
“말도 마. 그렇지 않아도 그날 그거 먹고 죽는 줄 알았으니까. 난 아무래도 술 체질은 아닌가 봐.”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거짓말이다.
나중엔 현성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게 김지연이다.
“자, 우리 가족의 행복과 현성의 가게 대박을 위하여!”
아버지가 잔을 들며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와 현성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잔을 들었다.
“위하여!”
“위하여!”
챙.
세 사람의 잔이 공중에서 부딪치는 순간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현성은 집을 나와 박희철의 집으로 향했다.
박희철의 집에 도착한 현성.
“아저씨.”
“누구여?”
“접니다. 잠깐 들어가겠습니다.”
현성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박희철은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 시간에 자네가 웬일이야?”
“말씀드릴 게 있어서 왔습니다.”
“나한테 말인가?”
“네, 먼저 이것부터 받으세요.”
현성은 종이가방을 박희철한테 건넸다.
그러자 박희철이 물었다.
“이게 뭔가?”
“내복입니다.”
“내복?”
“오늘이 한 달 결산 보는 날이었거든요.”
“벌써 그렇게 됐는가?”
박희철은 벽에 걸린 달력을 쳐다봤다.
“그래서 이렇게 보고도 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내복도 사 온 것이고?”
“네,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저씨한테는 그냥 넘어갈 수 없죠.”
따지고 보면 가게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박희철 때문이었다. 박희철이 300만 원을 선뜻 내주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가게는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허허, 이 친구 하여간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주가 있단 말이야.”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오히려 손이 부끄럽습니다.”
“하여간 말 하나는……, 그건 그렇고 한 달 결산해 보니 어떤가?”
“다행히도 신메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박희철은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람들의 입맛은 비슷하다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낮에 어른 손님들이 제법 들어오고 있습니다.”
“잘됐군. 그렇지 않아도 방학이 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해장 라면을 만든 거고요.”
“하여간 이번 해장 라면은 신의 한 수였네.”
박희철은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참, 듣자니까 방송국에서 다녀갔다며?”
“어떻게 아셨어요?”
“오늘 낮에 가게에 갔었거든. 그런데 신 여사가 그런 소리를 하더라고.”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TV에 한 번 나올 거 같습니다.”
현성은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뭔가”“그게 막상 촬영을 한다니까 좀 설레기도 하고 하여간 기분이 묘합니다.”
“하긴 그럴 거야.”
“참, 그건 그렇고 내일 데이트 하신다면서요?”
“어? 누가 그래?”
박희철은 놀란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오늘 김지숙 아주머니한테 들었어요.”
“허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 근데 말이야 신기한 게 여기가 떨린다네.”
박희철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