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09)
회귀해서 건물주-209화(209/740)
209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허허, 나도 이런 내 마음을 모르겠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내년이면 환갑일세. 그런데 막상 신 여사를 개인적으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여기가 이상하다니까.”
박희철은 여전히 가슴을 두드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씩 웃었다.
“아저씨, 축하드립니다.”
“축하? 축하는 무슨 …….”
“아무래도 사랑이 찾아오려나 봅니다.”
“에이 이 사람아, 사람 놀리지 말게. 이 나이에 무슨 사랑 타령인가?”
박희철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아니, 아저씨 나이가 어때서요?”
“몰라서 물어, 내년이면 환갑이라니까. 육십갑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환갑이란 말일세. 한 바퀴를 돌았다는 얘기야.”
“그러니까요, 그게 뭐가 문제가 되느냐 말입니다.”
“허허, 이 사람이…….”
박희철은 어이가 없는지 말을 하다 말았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차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 아닌가요? 60이면 어떻고 80이면 어떻습니까? 사람의 생명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아저씨답지 않게 왜 이러십니까? 어차피 사람이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매일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사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미리 겁먹지는 말자는 거지?”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보며 확인하듯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죠. 더군다나 아저씨는 지금 건강하지 않으십니까? 그런데 뭐가 두려운 겁니까?”
“자네 말은 그러니까 ‘나이는 의미가 없다’ 이 말인 거지?”
“말 그대로 숫자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는 겁니다. 괜히 그 숫자에 얽매어서 하고 싶은 일도 못 하는 그런 바보짓은 하지 말자는 거죠.”
“허허, 바보짓이라…….”
박희철은 잠시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일단 자신감을 갖고 만나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적어도 나이 때문에 만남 자체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알았네. 어찌 됐건 자네 얘기를 들으니까 용기가 나는구먼.”
박희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이 물었다.
“그래서 내일은 어디를 가실 겁니까?”
“글쎄, 일단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까 식당을 가기는 가야 하는데 어디로 갈지는 아직 모르겠네.”
“혹시 가끔 가시던 미소식당에 가실 생각은 아니죠?”
“왜 거기는 안 되는가?”
박희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어이없다는 듯 박희철을 바라봤다.
“아저씨, 그건 아니죠. 그래도 명색이 첫 데이트인데 일반 식당은 좀 그렇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
“당연하지요, 그리고 아주머니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지요.”
“입장?”
박희철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리 밥 한 끼 먹는다고 하지만 동네에서 그것도 가끔 밥 먹으러 가던 곳인데 가고 싶겠습니까? 더군다나 거기 가면 다 아는 사람들인데 그건 아니죠.”
“그게 또 그렇게 되는가?”
“그럼요, 그건 예의가 아니죠.”
“그럼 어쩌누?”
박희철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저씨, 혹시 이런 데이트 처음이신가요?”
“당연하지. 내가 그럴 기회가 언제 있었겠는가? 마누라 하늘나라에 보내고 자식들한테 배신당해서 오로지 돈만 바라보고 살아왔는데, 그거야 이미 내가 얘기했으니 자네가 더 잘 알지 않는가?”
“아, 네.”
현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자네 아니었으면 어차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걸세. 사실 신 여사를 이렇게 만난 것도 따지고 보면 다 자네 덕분일세.”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그러니까 자네가 데이트 방법 좀 잘 가르쳐 주게.”
“아니, 그렇다고 결론이 갑자기 왜 그쪽으로 갑니까?”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는 속담처럼 박희철의 행동이 딱 그 짝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웃자 박희철도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래서 내가 어찌하면 되겠는가?”
“일단 이 동네를 떠나십시오.”
“떠나?”
“네, 이 좋은 가을날 갑갑하게 동네에서 데이트하실 생각하지 마시고 산이든 바다든 어디를 가시든 멀리 떠나십시오.”
“멀리 떠나라, 이 말이지?”
“아주머니도 아마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지쳤을 겁니다. 이번 기회에 바람도 좀 쐬고 맛있는 것도 좀 드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십시오.”
박희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럼, 내일 데이트 잘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세요.”
“아무튼, 고맙네. 자네 아니었으면 데이트도 제대로 못 할 뻔했구먼. 그리고 이 내복도 정말 고맙고.”
“네, 그럼 저는 이만…….”
현성은 인사를 한 후 박희철의 집을 나왔다.
현성이 떠나고 혼자 남은 박희철.
“고 녀석 참…….”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마운 녀석이다.
내복까지 사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 어린 것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신기할 뿐이다.
박희철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히 퍼지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현성.
자신의 방에 들어와 막 누우려 할 때였다.
똑똑.
문을 열자 동생 김지연이 문밖에 서 있었다.
“새삼스럽게 노크는 무슨…….”
“그건 아니지, 엄연히 오빠의 사생활이 있는데……, 나 잠깐 들어갈게.”
“응, 그래, 얼른 들어와.”
방으로 들어온 김지연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어디 갔다 왔어?”
“박 씨 아저씨한테. 뭐 좀 전해드릴 게 있어서.”
“혹시 내복이야?”
“응, 사실 따지고 보면 내가 그 아저씨 덕분에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거든. 그래서 인사차 갔다 왔어.”
김지연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오빠 예의는 참 바른 거 같아. 그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쉽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뭐? 그 나이에?”
“그렇잖아, 오빠 어차피 고2잖아?”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회귀한 현성으로선 김지연의 말이 곱게만 들리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걸 가지고 뭐라 할 현성도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오빠한테 무슨 할 말 있어?”
“사실은 인혜 때문에…….”
“인혜가 왜, 무슨 일 있어?”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바쁜 관계로 며칠 못 보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봤을 때만 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지연의 말이 이어졌다.
“걔가 요즘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은데 내가 물어도 대답을 안 해.”
“너한테까지도 말을 안 한단 말이야?”
“응, 그래서 말인데, 내일 시간 되면 인혜 한 번 만나서 무슨 일인지 확인 좀 해달라고.”
“너한테도 말을 안 하는데 나한테 얘기를 할까?”
“그건 확실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인혜가 오빠를 많이 좋아하니까 혹시 모르잖아. 그냥 넘어가기엔 내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
김지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내일 낮에 가게 가기 전에 한 번 만나보지 뭐.”
“고마워. 역시 오빠밖에 없어.”
“그건 그렇고 너는 요즘 어때?”
“그게……, 사실은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어.”
“고민?”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런 말은 없었다. 그저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어서 좋다고만 했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무슨 고민이 생겼단 말인가.
현성이 바라보자 김지연이 입을 열었다.
“이제 집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거 같아서 말이야.”“그러니까 지금 내년을 얘기하는 거지?”
“응, 올겨울만 지나면 집을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기분이 이상해.”
현성은 김지연을 슬쩍 바라봤다.
약간은 의외였다. 그 나이 때면 오히려 혼자 독립한다고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반대로 집을 떠난다는 자체에 대해 아쉬움을 갖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혹시 부모님 때문이야?”
“응, 오빠도 집에 없고 나마저 떠나면 엄마 아빠가 너무 외롭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게 그렇게 마음에 걸려?”
김지연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부모님 때문이었다. 나이에 비해 조숙할 정도로 생각이 깊은 녀석임은 익히 알았지만, 이 정도로 마음을 쓰고 있는지는 몰랐다.
현성은 김지연을 나직하게 불렀다.
“지연아!”
“응, 오빠.”
“고마워.”
“뭐가?”
“그런 마음을 갖는다는 자체가 너무 고마워. 오빠는 사실 우리 지연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곤 생각을 못 했었어.”
“나도 처음엔 이런 생각이 안 들었어. 근데 며칠 전에 달력을 보니까 올해도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더라고. 그러고 나니까 마음 한구석에 자꾸 아쉬운 생각이 드는 거야.”
김지연의 눈은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김지연의 손을 잡았다.
“지연아, 너무 신경 쓰지 마. 이 오빠가 집에 자주 오도록 노력할 테니까.”
“물론 오빠가 잘할 거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도 괜히 이러는 거지 뭐. 그렇다고 특별히 엄마 아빠한테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말이야.”
“아니야,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리고 아직 내년 1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동안 어머니 아버지한테 좀 더 신경 쓰고.”
“응, 알았어.”
김지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현성이 말했다.
“그리고 참, 춘천에 가게 되면 자취할 생각은 하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가 하숙집 구해줄 테니까.”
“그건 안 돼.”
“왜?”
“비싸서 안 돼. 더군다나 오빠가 아침 일찍부터 고생하는 거 뻔히 알면서 나 혼자 편하게 하숙을 할 수는 없지.”
김지연은 고개까지 좌우로 흔들며 완강히 거절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지연아, 그건 아니야. 어차피 이 오빠는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괜찮아. 그러니까 오빠 말 들어.”
“아니! 오빠 그건 아니야. 내가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 정도는 알아. 대신 오빠 그 마음만은 진짜 고맙게 받을게.”
“진짜 오빠는 괜찮다니까.”
“오빠, 아닌 건 아닌 거야. 오빠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이것만큼은 양보 못 해. 내가 무슨 공주과로 큰 것도 아니고 내가 먹는 것만큼은 내 손으로 충분히 할 수 있어.”
“도저히 안 되겠어?”
“응, 오빠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나도 양심이 있지 그거까지 받을 수는 없어. 그렇지 않아도 지금 내가 춘천으로 갈 수 있는 것도 오빠 덕분인데 여기서 더 이상 오빠한테 도움을 받을 수는 없어.”
김지연은 여전히 완강했다.
그런 김지연을 보며 현성은 빙긋 웃었다.
현성 자신의 생각이 짧았다.
하숙을 시켜주겠다고 하면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자신의 착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기분이 오히려 좋다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마음인 건지…….
잠시 후.
김지연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오빠, 이거.”
“이게 뭐야?”
“나 나간 다음에 읽어 봐. 아까 간단하게 몇 자 적었어. 말로 하려니 너무 닭살이라 차마 말이 안 나올 거 같아서 말이야.”
“오오, 궁금하네. 어디 볼까?”
“좀 있다가 읽어. 그럼 난 이만…….”
김지연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문을 열고 사라졌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메모지를 펼쳤다.
– 오빠!
오빠가 있어서 나는 너무 좋아.
오빠 덕분에 나는 내 꿈을 찾았어.
이젠 오빠 덕분에 하늘에 별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
항상 고맙고 그리고…… 사랑해!!!
– 오빠 동생 지연이가.
<추신> 오빠가 내 오빠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고마워!
현성은 메모지를 고이 접어 책상 서랍에 넣으며 미소를 지었다.
“지연아, 나도 고맙고,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