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16)
회귀해서 건물주-216화(216/740)
216
이민우의 집을 나온 두 사람.
신민호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무리하는 거 아니야?”
“민우 말입니까?”
“그래, 지금도 그 시간대에 일수가 아르바이트하는 걸로 아는데 민우까지 들어갈 자리가 있겠어?”
신민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신민호의 말처럼 그 시간대에는 이미 김일수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이민우의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현성의 답변이 이어졌다.
“충분합니다.”
“충분하다고?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 있기라도 한 거야?”
“조금 있으면 많이 바빠질 거거든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신민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바빠진다는 얘기는 장사가 그만큼 잘된다는 얘기다.
장사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손님이 늘어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조만간에 그럴 일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현성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며칠 전에 촬영이 있었거든요.”
“촬영? 혹시 방송국에서 왔다 가기라도 했단 말이야?”
“네, 혹시 ‘전국 맛집 기행’이라고 아십니까?”
“그거 KBC에서 매주 목요일 8시에 하는 거잖아. 나도 가끔 보기는 하는데, 설마 거기서 촬영을 해갔단 말이야?”
신민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전국 맛집 기행’이 무슨 프로인가. 전국의 유명한 맛집만 골라서 소개해주는 프로가 아닌가 말이다. 그것도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만큼은 인정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현성의 라면 가게를 촬영해 갔다고 하니 신민호로서는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현성의 대답이 이어졌다.
“다음 주 목요일에 방송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전에 앞으로 바빠질 거라고 했던 이유가 그 이유였던 거야?”
“아무래도 방송 효과는 무시 못 할 테니까요.”
“당연하지. 더군다나 그 시간대가 황금시간대가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그 방송을 본 사람들은 궁금해서라도 한 번씩은 찾아올 거야.”
그게 바로 방송의 효과다. 맛은 둘째 치고 일단 호기심이다. 더군다나 내 지역에 있는 상가가 TV에 나왔다면 그 호기심은 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아무래도 어른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실 거 같습니다.”
“그렇겠지. 학생들이야 이미 한 번씩은 웬만큼 왔다 갔을 것이고, 그동안 시골이다 보니 몰라서 못 왔던 사람들이 궁금해서라도 한 번씩은 찾아오겠지.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여기 시골까지 찾아온 거야?”
기껏해야 장사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조금 넘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여기 시골까지 방송국에서 찾아왔는지 신민호는 그것이 궁금한 것이다.
현성이 말했다.
“씬라면 본사에 있는 이 실장님이 제보를 해주셨더라고요.”
“그렇다면 말이 되지. 어쨌건 본사 입장에서도 이번에 큰 건 하나 했네.”
“큰 건이요?”
“생각해 봐. 자기들 상품을 공중파에서 20분씩이나 광고해주는데 그만한 광고효과가 어디 있겠는가. 안 그래?”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생각까지는 미처 못 했었다. 신민호의 말이 맞다. 아무 조건 없이 황금시간대에 자사의 상품을 20분씩이나 광고를 해준다면 그 광고효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물론 제보하면서 그것까지 계산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건 본사 사정이고 중요한 건 현성의 입장에서는 이번이 기회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어른들 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늘려야 하는 것은 현성의 입장에서는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때 신민호가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까 진우가 말하던 그 잔디파는 무슨 얘기야?”
“아, 그거요.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잔디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신민호의 반응은 재밌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민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불량써클을 아이들의 우상으로 만든 게 너란 말이지?”
“저도 처음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하여간 이유야 어찌 됐든 그 아이들에겐 잘된 거잖아. 그렇지 않았다면 매일 말썽이나 피웠을 텐데, 그러고 보니 우리 현성이가 큰일을 한 셈이네.”
신민호는 현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잠시 후.
현성은 신민호를 보며 물었다.
“참, 선생님은 괜찮으시죠?”
“뭐가?”
“어머니 말입니다. 이제 한 달쯤 됐으니 혹시나 싶어서요.”
“사실 요즘 들어 어머니가 더욱더 보고 싶기는 해. 처음엔 정신이 없어 모르겠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나더라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실 겁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약일 겁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네 덕분에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드릴 수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제 다시 말하지만 그땐 정말 고마웠다.”
“선생님도 참…….”
현성은 신민호을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삼거리에 도착한 두 사람.
“가게로 갈 거지?”
“네, 선생님도 댁으로 가실 거죠?”
“그래야지, 오늘은 소주나 한 병 사서 어머니 생각하면서 마셔야겠다.”
“그러세요. 너무 많이 마시지 마시고요.”
“알았어, 들어가. 그리고 오늘 영석이하고 민우 건은 네 덕분에 잘 해결됐다. 매번 이렇게 네 도움을 받는구나.”
“도움은 무슨 ……, 어찌 됐건 잘 해결돼서 다행입니다. 선생님도 수고하셨어요. 그럼 들어가세요.”
현성은 신민호와 헤어진 후 가게로 향했다.
현성이 가게에 도착했을 때였다.
입구에서 누군가 서성이고 있었다.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현성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한명수였다.
“어디 다녀오십니까?”
“친구네 집에 볼일이 있어서 거기 갔다 오는 길이야. 그건 그렇고 네가 이 시간에 혼자서 어쩐 일이야?”
“그냥 선배님하고 얘기 좀 나누고 싶어서요.”
“싱겁기는……, 일단 들어가자.”
현성은 한명수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저녁은 먹었어?”
“네, 아까 먹었습니다. 저녁 먹고 집에 있다가 보니까 갑갑해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우리 명수가 뭐가 또 그렇게 갑갑할까?”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습니다. 우선은 잔디파에 대한 고민입니다. 과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계속 이끌어 가야 할지 그게 고민입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질문이다. 이제 남은 학기도 두 달 정도밖에 안 남았다. 겨울방학을 하고 나면 한명수도 중3 시절도 끝이다.
아마도 그래서 고민이 있을 것이다.
현성이 물었다.
“계속 유지는 하고 싶은 거야?”
“예전 같으면 솔직히 아무 미련이 없었을 겁니다. 어차피 놀자판으로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선배님이 조건을 제시하면서부터 모임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바뀌었는데?”
“예전에는 그저 못된 짓만 골라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정반대입니다. 공부는 물론이고 요즘은 봉사활동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요즘은 애들도 자부심까지 들 정도로 당당해 졌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처음 잔디파의 존재를 알 때만 하더라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분위기가 바뀌면서 그 이미지 또한 바뀌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조금 전 이진우처럼 잔디파에 들어가고 싶은 학생들이 생길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 있는 것이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뭐가 걱정이라는 거야?”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이제 저에겐 두 달밖에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젠 2학년한테 넘겨줘야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습니다.”
“쉽지 않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마음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현성은 그런 한명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미련을 넘어 집착임을 알 수 있었다.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욕심이 났을 것이다. 주변에서 예전과 다른 반응과 호응 그리고 기대감마저 쏟아지니 우쭐한 기분도 들 것이다.
그렇다 보니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현성은 한명수를 보며 말했다.
“시간은 자꾸 갈 텐데…….”
“그러니까 말입니다. 물론 저의 욕심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그것을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놓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더 미치겠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는 얘기네?”
“네, 어차피 다음 달이면 2학년 중 한 사람한테 제 자리를 넘겨줘야 하는데 제 마음이 그것을 놓지 못하니 저 자신만 힘들어지는 거 같습니다.”
한명수는 괴로운 듯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말했다.
“혹시 잔디파 네가 만든 거지?”
“네, 제가 3학년 올라오자마자 만들었습니다.”
“왜 만든 거야?”
“힘이 필요했거든요.”
“힘?”
현성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힘이 필요했다는 얘기는 그에 맞서는 누군가 있었을 것이고 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 조직이 필요했다는 얘기가 된다.
한명수의 대답이 이어졌다.
“그 당시에 저와 적수가 한 명 있었는데 걔를 이기기 위해서…….”
“결국은 혼자서 안 되니까 쪽수로 이겼다는 얘기야?”
“그땐 그렇게라도 이기고 싶었으니까요.”
“그래서 이겼어?”
한명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이기고 나니까 좋았어?”
“처음에는 좋았어요.”
“처음에 좋았다는 얘기는 나중엔 아니란 얘기네?”
“네, 시간이 지날수록 저 자신이 창피하더라고요.”
의외의 대답이 한명수로부터 나왔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뭐야,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낀 거야?”
“양심의 가책은 아니고 나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니까 나중엔 걔만 보면 피하게 되더라고요.”
“결국은 진 거네.”
“네, 그래서 하루는 걔를 만나서 솔직히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그러고 나니까 차라리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나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 자신을 속이기보다는 당당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후회 없지?”
“네, 그 부분은 후회 없습니다.”
한명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한명수를 보며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얘기를 들어보니까 더 이상 잔디파를 유지할 명분도 없는 거 같은데 굳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잔디파에 집착하는 거야?”
“선배님 때문입니다.”
“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사실은 저도 어차피 제가 만들었으니 이번 학기 끝나면 해체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이 나타나면서 그 생각이 바뀐 겁니다.”
현성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설명해 봐.”
“선배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솔직히 잔디파는 불량써클이었습니다. 그런데 선배님이 나타나면서 그 가치가 바뀐 겁니다.”
“내가 뭘 어쨌다고?”
“선배님이 조건을 내세우지 않으셨습니까? 그리고 애들은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요.”
“그거야…….”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그 당시엔 잔디파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현성의 술수였지만 어쨌거나 한명수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명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인정하시죠?”
“그거야 당연히 인정하지.”
“선배님이 내세운 그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잔디파 애들이 어떻게 변한 지 아십니까?”
“어떻게 변했는데?”
현성이 묻자 한명수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