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18)
회귀해서 건물주-218화(218/740)
218
일주일 후.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늘이 드디어 방송하는 날이지요?”
“네, 오늘 8시에 나올 겁니다.”
“TV에 우리 가게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궁금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사실 많이 궁금합니다.”
그때 주방에서 청소를 마친 김지숙이 나오며 말했다.
“사장님, 오늘은 다들 모여서 TV를 시청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가실 분들은 가시고 남아서 TV를 보실 분들은 같이 보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갈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거 같은데요.”
“그런가요. 그럼 다 같이 보죠, 뭐.”
현성은 TV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청소를 마친 신명순과 김지숙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때 안채 정리를 마친 김일수와 이민우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현성이 이민우를 보며 말했다.
“일주일 해보니까 어때?”
“괜찮습니다. 여기 일수가 있어서 많이 도와주고 가르쳐줘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나 일하면서 애로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바로바로 얘기해 주고.”
“네, 사장님.”
이민우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동생은 요즘 공부 열심히 하냐?”
“말도 마십시오. 그날 이후로 내년에는 꼭 잔디파에 들어가겠다고 집에만 오면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하하, 잘됐네.”
“그러게 말입니다. 평상시엔 그렇게 공부를 하라고 해도 안 하던 녀석이 요즘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그때 옆에 있던 김일수가 이민우를 보며 물었다.
“동생이 잔디파에 들어간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이민우는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을 김일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민우의 설명이 끝나자 김일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장님이 한 건 하셨네.”
“그러니까 말이야. 사장님 덕분에 우리 진우가 잘하면 우등생이 되게 생겼다니까, 하하…….”
이민우는 큰 소리로 웃으며 좋아했다.
현성은 그런 이민우를 보며 빙긋 웃었다.
그때 김지숙이 말했다.
“사장님, 방송 시작하네요.”
“네, 이제 봅시다.”
시계는 어느새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방송은 아나운서 두 명의 멘트로 시작했다.
– 요즘같이 쌀쌀한 날씨에는 뜨거운 국물이 더욱 생각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국물 요리로 유명한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 국물 요리요?
– 네, 요즘 날씨와 딱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 그게 뭔가요?
– 궁금하시죠? 그럼 직접 화면으로 볼까요? 김정현 리포터 나와 주세요.
화면은 금방 바뀌었다.
– 네, 김정현입니다. 저는 오늘 강원도 서명면이란 곳에 나와 있는데요, 여기 보시면 지금 이렇게 줄이 길게 서 있는데, 손님과 잠깐 얘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카메라는 어느새 골목길에 늘어선 긴 줄을 찍고 있었다.
김정현 리포터가 손님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 지금 이 줄이 무슨 줄인가요?
– 라면을 먹기 위해서 선 줄입니다.
– 라면이요?
– 네, 여기 라면이 특이하거든요.
–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라면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 네, 그렇습니다. 씬라면에 콩나물을 넣은 해장 라면인데 그 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 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직접 그 맛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현 리포터를 따라 카메라도 식당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TV를 보던 김지숙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 사장님 얼굴이 TV에 나오네요. 와! 우리 사장님 카메라 잘 받으시네요.”
“그러게요. 평상시에도 인물이 좋은데 화면에 나오니까 더 잘생겼는데요.”
신명순이 옆에서 거들었다.
화면엔 어느새 김정현 리포터가 현성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 사장님이 정말 젊으신데 혹시 학생입니까?
– 네, 서명고 2학년입니다.
– 아니, 어떻게 학교 다니면서 식당을 운영할 생각을 하신 거예요?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 호호,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군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얘기라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네요.
– 자리가 너무 아까웠습니다. 이 골목으로 은근히 학생들이 많이 다니거든요.
– 아, 역시 상권을 보는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 거군요.
– 운이 좋았습니다.
– 젊은 분이 겸손하시기까지 하시고, 그럼 이제 그 유명한 라면 맛 좀 볼 수 있을까요?
– 네, 그러시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현성이 사라지자 카메라는 주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신명순의 얼굴이 TV에 나왔다.
“어머! 언니 나오네.”
김지숙이 신기하다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 시각.
신대방동 농씸 본사 7층.
한 사람이 TV를 흥미롭다는 듯 보고 있었다.
신춘오.
농심의 창업자이자 현재 농심그룹의 회장이다.
“허허.”
신춘오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자 뒤에 있던 김영우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장님, 무슨 재미난 거라도 있으십니까?”
“김 실장, 저 친구 좀 보게.”
김영우는 신춘오가 가리키는 TV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어린 학생이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이 학생 말입니까?”
“그래, 글쎄 그 친구가 거기 사장이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네? 이 어린 친구가 여기 라면 가게 사장이란 말입니까?”
“그렇다는구먼. 그런데 저 친구가 지금 무엇을 팔고 있는지 아는가?”
“라면 아닙니까?”
김영우의 대답에 신춘오는 빙긋 웃었다.
“라면은 라면인데 그냥 라면이 아니고 바로 우리 씬라면을 팔고 있다네. 그것도 그냥 파는 게 아니라 콩나물을 넣어서 해장국으로 말일세.”
“네? 씬라면을 해장국으로 말입니까?”
“그렇다네. 놀랍지 않은가? 아니, 어떻게 저 어린 친구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맛집 프로그램에 우리 라면이 나왔으니 광고 효과도 만만치 않겠는데요.”
보통 광고 방송도 15초다. 그런데 지금 이 프로그램은 자그마치 20분이다. 20분 동안 씬라면을 광고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될 것이다.
신춘오가 웃으며 말했다.
“혹시 말일세…….”
“네, 말씀하십시오.”
“만약 저 방송이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획된 작품이라면 어떻게 생각하는가?”
“네? 그럴 수가 있는 건가요? 저건 그냥 방송국에서 맛집으로 선정하기 위한 프로그램인데요.”
신춘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전 TV에서 오픈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조금 지났다고 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맛집으로 선정된다는 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수도권도 아니고 지방이다.
그 말은 누군가의 제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거다.
문제는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가 관건이다.
신춘오는 김영우를 보며 말했다.
“혹시 모르니까 알아봐.”
“네?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볼 때 이건 그냥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우연이 아니라면…… 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 내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신춘오의 거듭된 요구에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 결국, 이번 방송은 우연이 맛집으로 선정된 게 아니라 누군가의 기획된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때 신춘오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말이야, 저 해장라면 말인데…….”
“네…….”
“혹시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니, 저걸 어떻게…….”
김영우로서는 난감할 뿐이었다.
그때 신춘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김 실장, 아무래도 강원도 좀 가야겠어.”
“설마 지금 저 라면을 드시러 가시겠다는 건 아니죠?”
“왜,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저 꼬맹이를 이리로 데려올 수도 없지 않겠는가?”
“물론 그거야 힘들지만, 그렇다고 라면 한 그릇 드시겠다고 강원도까지 가시겠다는 건 좀 …….”
물론 신춘오가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면 한 그릇 때문에 강원도까지 간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신춘오가 다시 말했다.
“무린가?”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차라리 식당에 얘기해서 얼큰하게 해장 라면을 끓이라고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건 의미 없지. 내가 먹고 싶은 건 저 친구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고 싶은 건데. 더군다나 저 친구 양념장이 특별한 맛을 내는 비결일 테고.”
“아, 그러십니까? 그럼 어떻게…….”
김영우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도 신춘오를 잘 안다.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어떡하든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련을 못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물론, 무리긴 하지만 어린 친구를 서울로 부르거나 그게 아니라면 직접 내려가는 것이다.
김영우는 신춘오를 보며 말했다.
“저 친구 부를까요?”
“부른다고?”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회장님은 절대 포기하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강원도까지 내려가실 수도 없고.”
“음……, 아무리 그래도 어린 친구를 부를 수는 없는 일이고,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는 신춘오였다.
그 모습을 본 김영우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제가 다녀올까요?”
“가서 양념장이라도 가져오려고?”
“네, 회장님이 직접 가시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거 같아서 말입니다.”
“아무리 내가 음식에 욕심이 있기는 하지만 내 입에 넣겠다고 김 실장은 거기까지 혼자 보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저는 괜찮습니다만…….”
“아닐세. 그건 아니야.”
신춘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역시나 난처한 건 여전히 김영우의 몫이었다.
그때 신춘오가 다시 말했다.
“내가 단지 해장 라면이 먹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네.”
“네? 그럼 다른 목적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사실은 저 어린 친구를 직접 보고 싶어서 그러네. 아무리 봐도 신기해서 말이야. 그 나이에 장사를 시작했다는 것도 그렇고, 우리 씬라면으로 해장 라면을 생각했다는 자체가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거든.”
“아, 네…….”
김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에 대한 욕심이다. 신춘오의 특징 중 하나다.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귀하게 여기는 마음.
신춘오가 다시 말했다.
“그리고 우리 씬라면 광고에 대한 고마움도 직접 전하고 싶고. 모르긴 몰라도 이번 광고 효과가 내일부터 당장 나타날 거야. 안 그런가?”
“그건 그렇습니다. 1, 2분도 아니고 20분씩이나 광고를 해준 셈이니 그 효과는 아마도 대단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다녀와야 할 거 같네.”
“……네, 알겠습니다. 날짜만 말씀하시면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신춘오가 바로 말을 이었다.
“내일 스케줄이 어떻게 되는가?”
“네? 내일 바로 말입니까?”
“굳이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시간 끌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는 회의가 있어서 안 되고 점심 식사하신 후 조금 쉬셨다가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알았네, 모처럼 김 실장과 가을 여행이 되겠구먼.”
“네, 회장님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강원도 바람 좀 쐴 거 같습니다.”
신춘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모르는 게 있었다. 여행이라는 건 항상 변수가 따른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