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19)
회귀해서 건물주-219화(219/740)
219
다음 날.
똑똑.
기획실 이일우 실장은 회장실을 찾았다.
“부르셨습니까?”
“어서 오게. 다름이 아니고 이번 TV 방송 건으로 불렀네. 이번 방송을 기획한 사람이 이 실장이라고 하던데, 맞는가?”
“네, 그렇습니다.”
“허허, 간단하게라도 설명해줄 수 있겠는가?”
신춘오 회장은 얼굴에 웃음을 띤 채로 이일우 실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일우 실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네, 회장님. 그게 사실은…….”
이일우 실장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춘오 회장은 흥미롭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보였다.
마침내 이일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처음엔 광고 목적이 아니라 젊은 친구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젊은 친구의 열정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그래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방송국에 있는 후배한테 연락을 했던 겁니다.”
“그랬었구먼. 그런데 이 실장은 그 친구를 어떻게 알게 됐는가?”
“아, 그건 원주 대리점에 있는 유성일 소장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처음 라면을 주문할 때 특이한 일이 있었거든요.”
“특이한 일?”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이일우 실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씬라면 광고가 TV로 나가기도 전에 주문서가 들어온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광고가 나가기도 전에 주문서가 들어오다니…….”
“저도 처음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 친구의 답변이었습니다.”
“뭐라고 그랬는데?”
신춘오 회장은 꼬았던 다리를 풀며 물었다.
그러자 이일우 실장의 답변이 이어졌다.
“꿈을 꿨답니다.”
“꿈?”
“네, 씬라면이 출시되는 꿈을 꿨다는 겁니다.”
“허…….”
신춘오 회장은 황당한 나머지 헛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러자 이일우 실장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 꿈이 정확하다는 겁니다. 글쎄 씬라면 출시일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저는 아직까지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사실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또 있습니다.”
“또 뭐가 있다는 말인가?”
“간판입니다. 물론 확인은 나중에 했지만, 간판 이미지를 씬라면으로 이미 다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것도 씬라면하고 똑같은 이미지로 말입니다.”
신춘오 회장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데 중요한 건 그 모든 게 사실이라는 겁니다.”
“허허, 참…….”
신춘오 회장은 할 말이 없는 듯 헛웃음으로 대신했다.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제품이 출시되기도 전에 꿈을 꿨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주문서를 넣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게다가 간판 이미지까지…….
이건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때 이일우 실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친구가 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건 또 뭔가?”
“씬라면이 대박이 날 거라는 거였습니다.”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허허, 대박이라…….”
이제 씬라면을 출시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기대 이상의 반응을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그 친구의 입에서 대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하지 않는가.
씬라면이 출시되기도 전에 꿈에서 봤다는 친구다. 그런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래서인지 신춘오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이 말했다.
“그 친구 이름이 뭐라고 했지?”
“김현성입니다.”
“김현성이라……, 이 실장의 얘기를 듣고 나니 그 친구가 더욱 궁금해지는군.”
“특이한 친구인 건 분명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친구의 말처럼 지금 씬라면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는 겁니다. 특히 어제 방송이 나가고 오늘 아침에 주문량이 전국적으로 5% 이상 늘었다는 겁니다.”
“그 정도인가?”
신춘오 회장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나 하루아침에 그 정도로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일우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저도 아침에 보고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방송의 효과가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기대 이상이군.”
“네, 그렇습니다. 저도 이렇게까지 빠른 시간에 반응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이런 식이라면 오늘 오후에는 10% 이상 주문이 늘어날 거로 예상합니다.”
“허허, 그 친구의 효과를 단단히 보게 생겼구먼.”
신춘오 회장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만연해 있었다.
그때 이일우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습니다. 이번 방송을 돈으로 환산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일 겁니다.”
“허허, 그래서 내가 이 실장을 부른 거네. 자, 이거 받게.”
신춘오 회장은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그러자 이일우 실장은 놀라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 뭡니까?”
“이유야 어찌 됐든 이 실장의 작품 아닌가? 특별히 내가 주는 선물일세. 직원들하고 좋은 데 가서 회식이라도 하게.”
“저는 그저…….”
“사양은 마시게. 처음 목적은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결국 회사에는 큰 도움이 되었네. 회사를 대신해서 주는 거니까 기분 좋게 받아주게.”
“네, 회장님. 그럼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이일우 실장은 일어나 신춘오 회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은 미소를 지으며 다음 말을 이었다.
“그 친구한테는 내가 직접 인사를 전할 셈이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오늘 오후에 강원도에 다녀올 셈이네.”
“회장님이 직접 강원도에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오전에 회의 끝나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 김 실장과 함께 다녀올 생각이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바깥 공기가 그리웠던 참인데 이번 기회에 바람도 좀 쐴 겸 다녀오려고 하네.”
“아무리 그래도…….”
이일우 실장으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물론, 신춘오 회장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알지만 이번엔 경우가 다르다. 회사와 직접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방송을 했을 뿐이다.
처음부터 씬라면의 광고가 목적이었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방송 프로그램의 필요 때문에 맛집으로 선정됐을 뿐이다.
더군다나 지역이 강원도가 아닌가. 도로가 다 포장된 것도 아니다. 아무리 서두른다고 하더라도 거리가 거리인 만큼 왕복 10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다.
굳이 그 먼 거리를 직접 움직인다는 게 이일우 실장으로서는 이해가 안 갔던 것이다.
그때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직접 한번 보고 싶네. 더군다나 좀 전에 이 실장이 한 말을 듣고 나니 더욱 가보고 싶네.”
“씬라면이 대박 날 거라는 거 말입니까?”
“그렇네. 우리 회사의 미래를 얘기한 사람이 아닌가 말일세.”
“그거야 어디까지나 그냥 한 말이 아니겠습니까?”
“글쎄,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왠지 그 친구가 보고 싶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이일우 실장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더 이상 말한다는 건 오히려 신춘오 회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일우 실장은 인사를 한 후 회장실을 빠져나왔다.
그날 오후.
신춘오 회장을 태운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비서를 불렀다.
“김 실장.”
“네, 회장님.”
“그 친구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단 말이야.”
“뭐가 말입니까?”
김영우 실장은 조수석에서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은 팔짱을 낀 채 대답했다.
“우리 씬라면이 대박이 날 거라는 걸 어찌 알았을까?”
“저도 아까 이일우 실장으로부터 그 소리를 듣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말입니다.”
“내 말이 그 말일세. 무슨 재주로 그렇게 확신을 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네. 어디 그뿐인가? 씬라면 출시일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걸 꿈에서 미리 꿨다는 자체가 믿어지지 않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말했다.
“혹시 그 친구 예지몽을 꾸는 건 아닐까?”
“진짜 그런 게 있습니까?”
“간혹 TV에 보면 나오지 않던가?”
“그렇기야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곤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데 이 실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친구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것만은 틀림없을 거 같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신기할 뿐이었다.
어쩌다 TV에서 예지몽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그런 일을 겪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 실장이 말한 얘기가 사실이라면 그렇게밖에 설명이 안 된다.
그때였다.
운전을 하던 최진영이 김영우 실장을 보며 말했다.
“실장님, 아무래도 앞에서 사고가 난 거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조금 전부터 달리던 차량의 속도가 줄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간에 고속도로가 막힐 것도 아니고 이럴 경우는 틀림없이 앞에서 사고 났을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여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김영우 실장으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앞으로 정상적으로 달린다고 하더라도 서명면에 도착하면 6시쯤이 된다. 거리가 워낙 먼 이유이기도 하지만 아직 횡성에서 서명면까지는 비포장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최소한 그 시간까지는 가야 라면을 먹을 수 있다.
왜냐하면, 라면 가게가 7시면 문을 닫기 때문이다.
10분쯤 달렸을까.
끼이익.
천천히 속도를 줄이던 차가 서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야?”
신춘오가 물었다.
그러자 최진영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앞쪽에서 사고가 난 거 같습니다.”
“사고?”
“네, 아까부터 속도가 점점 줄더니 아예 차가 움직이질 못하네요. 아무래도 마성터널 안에서 사고가 난 거 같습니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구급차 소리였다.
갓길로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달려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급차 뒤로는 소방차도 세 대나 달려오고 있었다.
“저기 보십시오.”
최진영이 소리쳤다.
마성터널 입구 쪽에서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사고가 크게 났나 봅니다.”
김영우 실장이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게 인명 피해는 없어야 할 텐데…….”
신춘오 회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두 시간 후.
막혔던 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김영우 실장이 말했다.
“회장님 어쩌지요?”
“너무 늦었다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하더라도 저녁 8시는 넘을 거 같습니다.”
“몇 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했지?”
“7시입니다.”
신춘오 회장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 말은 지금 오늘 가봤자 라면도 못 먹는다는 얘기가 아닌가?”
“물론 가봐야 알겠지만 영업시간이 끝나는 건 확실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음…….”
신춘오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이대로 가봤자 라면 먹기는 틀렸다. 어쩌면 가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린 친구는 만나보지도 못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고…….
‘어쩐다?’
잠시 고민하던 신춘오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냥 가세.”
“괜찮으시겠습니까?”
“이 또한 인연이라면 만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어쩔 수 없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빨리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부웅!
신춘오를 태운 승용차는 빠른 속도로 서명면을 향해 달려 나갔다.
사람의 인연, 만날 사람은 어떡하는 만날 거라는 게 신춘오 회장의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