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
회귀해서 건물주-22화(22/740)
성심약재상과 왕산과의 고리는 김동수한테 일임했다.
왜냐하면, 앞으로 12년 뒤에는 김동수가 약재상을 경영할 테니 말이다. 길게 봐서도 그 악의 고리는 끊어내는 게 맞을 것이다.
약재상의 종업원은 3명, 남자 둘, 여자 하나.
누굴까?
범인을 찾으면 연락주기로 했다.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김동수와는 완벽하게 재회하는 시간을 가지게 됐다.
군대 가기 전에 볼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언제 만나든 어색하지 않을 테니, 그러면 됐다.
김동수와 그의 친구들의 보호(?)하에 농협에 입금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농협을 나온 현성이 김동수를 보며 말했다.
“고맙다.”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어떤 놈인지 잡기만 해봐라.”
“네 사업장이니 알아서 하고, 다음에 또 보자.”
“내 사업장?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김동수는 현성의 말에 의문이 생겼다. 나중에야 모르겠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가 없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너 늦둥이잖아. 아버지 연세도 한 번쯤 생각해봐라.”
현성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현성이 서른이 되던 해, 마찬가지로 김동수가 서른이 되던 해에 김동수 아버지는 노환으로 명을 달리한다.
“저 자식 도대체 뭐야?”
택시를 타고 사라지는 현성을 보며 김동수는 혼자 중얼거렸다.
***
청량리를 벗어난 현성은 곧장 상봉터미널로 향했다. 다행히도 원주행 마지막 고속버스를 탈 수 있었다.
중국집에서 김동수한테 핀잔을 얻어먹으면서까지 서둘렀던 이유다.
늦으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가 있긴 하지만 서울서 홍천 서명까지 가기엔 너무 먼 거리다. 문제는 돈이겠지만 말이다.
이럴 땐 전생에서 타고 다녔던 1톤 포토가 아쉬울 뿐이다.
부릉부릉.
버스는 현성이 타고 잠시 후 바로 출발했다.
왕산판가 쪽판가 그놈들 때문에 긴장했던 탓인지 피곤이 바로 몰려왔다.
현성은 한강을 지나면서 바로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고속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원주 시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때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아!”
아직 원주 터미널에 도착하려면 최소한 10분 이상은 더 가야 한다.
아무래도 중국집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은 게 분명 탈이 났을 것이다.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는 아마도 다 먹어본 거 같다.
먹을 땐 좋았는데…….
“으으…, 좀만 참자.”
10분이 무슨 한 시간 가는 듯했다.
끼이익.
버스가 정차하기가 무섭게 현성은 터미널 안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타다닥.
잠시 후.
휴우….
이제야 편하게 호흡이 돌아온 듯했다. 역시 기름진 음식은 많이 먹는 게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그때 화장실 문밖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 기다린 보람이 있네.
– 그러게 말이야, 내가 먼저 밖에 나가서 망보고 있을 테니까 조금 있다 나와.
– 오케이.
‘뭐야?’
왠지 대화 내용이 영 건설적이지 못했다.
문틈으로 보니 위아래로 추리닝을 입은 사람이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기에 나이는 구분할 수가 없었다.
‘혹시?’
틀림없다.
조금 전 대화내용, 그리고 한여름에 마스크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볼 때, 이놈들 왠지 구린내가 진동을 했다.
스윽.
현성은 조용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없네.”
조금 전까지도 서성이던 파란 추리닝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이 그놈들을 찾을 생각은 없다. 보아하니 오늘 일진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조심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손을 씻고 현성이 화장실을 막 나설 때였다.
대합실 입구에 추리닝을 입은 녀석이 서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봤던 파란색이 아닌 자주색이었다.
이때만 해도 추리닝 하나면 외출복으로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누군가와 계속 대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입이 아닌 손으로.
그렇다고 수화는 아니다.
현성은 시선을 돌려 반대쪽을 바라봤다.
있다.
조금 전 화장실에서 문틈사이로 봤던 그 파란 추리닝이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한 여자에게로 접근하는 게 보였다.
“어?”
그 여자는 현성도 아는 사람이었다. 다름 아닌 수학 선생. 아무리 긴 세월을 돌아왔지만 보자마자 바로 기억이 났다.
현성에겐 특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최미연 선생님!”
그때였다.
툭.
후다닥.
순식간이었다.
파란 추리닝이 최미연이 들고 있던 장지갑을 낚아채서는 순식간에 대합실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최미연이 소리를 질렀다.
“소, 소매치기야!”
최미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대합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소리에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도와주세요!”
최미연이 한 번 더 소리쳤지만, 역시나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후다닥.
그때 누군가 대합실을 가로질러 조금 전 소매치기가 사라진 방향으로 쫒아가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조금 전까지도 몸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최미연 선생임을 안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최미연, 그 이름 하나로 쫓아갈 이유는 충분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터미널을 나와 오른쪽으로 뛰었다.
휙휙.
산삼을 찾아 헤맸던 그 시간이 여기서 빛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야!”
현성의 속도가 빨라서인지 놈들을 따라잡는 데는 채 3분도 안 걸렸다.
놈들은 현성이 따라붙자 골목으로 방향을 잽싸게 틀었다.
홱!
현성도 바로 방향을 틀었다.
“어?”
알고 들어온 건지 모르겠지만 막다른 골목이었다. 게다가 한 놈이 늘었다. 2명이 아니라 3명이었다.
현성은 순간 감이 왔다.
이놈들 상습범이다. 그때야 아까 화장실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분명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그 얘기는 작업 대상을 물색했다는 얘기가 된다.
후!
현성은 호흡부터 챙겼다. 대상을 물색할 정도라면 쉽게 볼 놈들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상대는 3명이다.
싸움?
자신 없다.
어떡하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최미연 선생 때문에 일단 쫓아오기는 했는데, 막상 맞닥뜨리니 몸이 바짝 긴장하고 말았다.
소설에서는 회귀할 경우 싸움은 기본이던데, 그런 복은 없나보다.
그렇다면 일단 말발로라도 버티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분명 최미연 선생이 신고를 했을 테고 조금만 버티면 경찰이 달려 올 것이다.
그때 파란 추리닝을 입고 있던 녀석이 마스크를 벗었다.
갓 스물이나 됐을까? 머리가 장발인 걸 보니 학생은 아닌 듯했다.
파란 추리닝이 어이없다는 듯 현성을 보더니 갑자기 침을 뱉었다.
찍.
이빨 사이에서 나오는 거라 사거리가 꽤 길었다. 전혀 예상 박의 공격에 피할 시간도 없었다.
척.
정확히 머리에 닿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개새끼가!”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머리가 짧은 탓에 타액의 느낌이 그대로 머릿속까지 전달되는 듯했다.
현성은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렇다고 손으로 닦을 수도 없는 문제였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봤지만 휴지 비슷한 것도 없었다.
“어?”
그런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했다.
머리에서 뭔가 자꾸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뭔지는 확인 안 해도 뻔했다.
조금만 있으면 얼굴로 내려올 것만 같았다.
휙!
어쩔 수 없이 현성은 있는 힘껏 머리를 옆으로 제쳤다. 그렇게라도 해서 더러운 타액을 털어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더 넓게 퍼질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현성의 모습이 상대는 재밌나 보다.
히죽.
웃어도 기분 나쁘게 모가지를 옆으로 비틀며 실실 쪼개고 있었다.
파란 추리닝이 말했다.
“그러게 왜 따라와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
“시끄럽고, 우리 선생님 지갑이나 내놔.”
“꼴에 또 선생이었어?”
“말조심해라.”
어떡하든 시간을 끌려면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싸움은 무조건 안 된다. 더군다나 한 명도 아니고 세 명인데, 여차하면 여기서 또 칼침이다.
청량리에서 겨우 피해왔는데 여기서 당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현성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그러자 이번엔 뒤에 있던 자주색 추리닝이 나섰다.
“우리 바쁘니까 길 좀 비켜줄래?”
“싫다면?”
“그래? 알았어.”
자주색 추리닝은 순순히 뒤로 물러났다.
뭔가 이상했다. 저런 놈들이 보면 꼭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직접 나서지는 않을 모양이다.
자주색 추리닝은 나중에 합류한 노란 추리닝을 보며 고개를 까닥거렸다.
아무래도 이놈이 더 기술이 좋은가 보다. 아니면 쫄따구이거나. 둘 중에 하나이겠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현성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경찰이 오든지 아니면 호각 소리라도 들리는 게 맞는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신고를 하긴 한 건가?
그때 노란 추리닝이 현성을 향해 슬슬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느낌이 별로 안 좋았다.
역시나.
휙. 휙.
칼이다.
그 당시 한창 유행하던 맥가이버 칼.
노란 추리닝은 칼날을 뺐다 넣었다 나름대로 기술을 부리고 있었다.
홱.
현성은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조용했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와도 벌써 왔어야 했다.
이게 아닌데……. 현성의 예상과는 너무 빗나가고 있었다.
꿀꺽.
긴장한 탓인지 입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최대한 더 시간을 끌어야 했다.
현성은 노란 추리닝을 보며 말했다.
“야, 너 그거 가짜지?”
“이 새끼가 지금 뭐래?”
“너 그거 가짜잖아.”
“진짜야 새캬.”
먹혔다.
혹시나 해서 던졌는데 날름 받아먹는다. 일단 요걸로 버텨보자. 최소한 1~2분은 버틸 수 있을 거 같았다.
이럴 땐 생각할 시간을 줘서는 안 된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얼마 줬는데?”
“뭐?”
“진짜라며? 그러면 최소한 3천 원은 넘겠네?”
“당연하지, 새캬.”
그래, 그렇게 착실하게 조금만 더 놀자.
현성은 주머니에서 잽싸게 만 원 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만 원 짜리를 끼우곤 살짝 흔들었다.
팔랑 팔랑.
그러자 앞에 있던 노란 추리닝의 시선이 반짝였다.
현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만 원 줄게, 나한테 팔아.”
“만원?”
“아마 세 개는 살 수 있을 걸.”
“잠깐만…….”
‘이 새끼 뭐야?’
그걸 또 넙죽넙죽 받아 처먹고 있다. 잘하면 몇 분은 더 버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성의 바람은 뒤에 있던 자주색 추리닝이 움직이면서 끝나고 말았다.
퍽.
자주색 추리닝이 노란 추리닝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이 새끼가 미쳤나?”
“아씨, 그렇다고…….”
“뭐 아씨? 너 새끼 끝나고 보자.”
역시 대장은 자주색 추리닝인가 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대장이 누구냐가 아니다. 진짜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현성은 정면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