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0)
회귀해서 건물주-220화(220/740)
220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얼마나 남았는가?”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그나저나 시간이 너무 늦어서 어떡합니까?”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어쩌겠는가, 일단은 여기까지 왔으니 어서 가보세. 정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고.”
“네, 알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은 시계를 확인했다.
9시를 막 넘기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지는 몰랐다. 이렇게까지 늦었던 이유는 횡성에서 서명까지는 도로가 비포장이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을 태운 승용차는 어느 골목길 앞에서 멈췄다.
김영우 실장이 말했다.
“여깁니다.”
“저 골목 안쪽에 있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TV에서 보니까 여기서 100미터 정도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야 식당이 나오더라고요.”
“알았네, 일단 내리세.”
딸깍.
뒷문이 열리고 신춘오 회장이 차에서 내렸다.
“많이 어둡군.”
“시골이라 가로등이 아직 설치가 안 됐나 봅니다.”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 건데, 그 어린 친구를 만나더라도 나를 회장이라고 부르지는 말게.”
“네? 아, 네.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있는 일이다. 남들은 신분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반면에 신춘오 회장 같은 경우는 가끔 이런 식으로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고 한다.
골목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가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영업이 끝났음에도 간판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골목 안쪽은 다른 데와는 다르게 어둡지 않고 밝았다. 마치 가로등 역할을 하는 듯했다.
김영우 실장이 말했다.
“회장님, 저 간판 좀 보십시오.”
“허허, 간판이 완전히 씬라면이구먼.”
신춘오 회장이 웃는 이유는 간판의 이미지 때문이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누가 봐도 씬라면임을 알 수 있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간판에 적힌 상호는 또 어떻고요?”
“그러게 말일세. 간판 이름을 어떻게 저렇게 지었을까?”
두 사람은 잠시 간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간판 이미지도 이미지지만 간판에 적힌 상호 때문이었다.
간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사나이 울리는 씬라면!]김영우 실장이 말했다.
“노크를 해볼까요?”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실례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겠구먼.”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두드려 보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김영우 실장은 가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똑똑.
그 시각.
안채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뭐야?”
시계를 확인해보니 9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현성은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어 그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똑똑.
“이 시간에 누구야?”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누군가 분명히 가게 문을 두드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현성은 가게로 향했다.
딸랑.
가게 문을 열자 밖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영업은 이미…….”
현성은 말을 중간에서 멈췄다.
영업이 끝났다는 이유로 돌려보낼 사람들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또한 영업이 끝났음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문을 두드렸다는 얘기는 단순하게 라면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복장에서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현성은 바로 말을 바꿨다.
“일단 들어오시죠.”
신춘오 회장은 빙긋 웃었다.
당연히 영업이 끝났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자신들을 반겨주니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신춘오 회장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영업이 끝났을 텐데 이렇게 반겨주시니 감사합니다.”
“단순히 라면 손님은 아니신 거 같아서 말입니다.”
“허허, 그렇습니까?”
신춘오 회장은 여유롭게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단박에 상황을 판단하는 현성의 판단력에 놀라울 뿐이었다.
그때 현성이 물었다.
“이 동네 분들은 아니신 거 같고 어디 멀리서 오신 겁니까?”
“서울에서 왔습니다.”
서울이란 말에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울에서 여기까지 자신을 찾아올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앉으시죠.”
“네, 감사합니다. 역시 TV에서 보던 대로 인물이 좋으십니다.”
“네? TV요?”
“어제 TV에서 봤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오늘 찾아온 것이고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이들이 찾아온 이유를 알 듯싶었기 때문이다.
“TV를 보셨다면 라면을 드시러 오셨을 텐데 시간이 많이 늦으셨습니다.”
“그게 오다가 마성터널에서 2시간이나 잡혀있는 바람에 이렇게 늦었습니다. 터널 안에서 큰 사고가 있었나 봅니다.”
현성도 알고 있는 얘기였다.
그렇지 않아도 7시 뉴스에서 사고 소식은 들었다. 마성터널 하행선에서 20중 추돌 사고였다. 그렇다 보니 두 시간 정도 터널이 막혀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네, 큰 사고였습니다. 아까 뉴스에도 나왔었습니다.”
“어쩐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싶었습니다.”
“그럼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못 드셨다는 말씀이네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아니, 왜 갑자기…….”
“라면 끓이려고요. 이 시간까지 안 드셨다면 얼마나 시장하시겠습니까?”
“허허, 지금 저희를 위해서 이 시간에 라면을 끓이겠다는 겁니까?”
“자세한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여기까지 일부러 내려오셨는데 이건 아니죠. 잠깐만 기다리시면 금방 끓여오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사라졌다.
현성이 사라지자 신춘오 회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운이 좋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 시간에 라면을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게 다 젊은 사장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저희를 맞이하는 자세부터가 남다르긴 했습니다. 하여간 어린 친구가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잠시 후.
현성이 쟁반에 라면을 들고나왔다.
“해장 라면으로 준비했는데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아, 이게 그 유명한 해장 라면입니까?”“네, 드셔보십시오.”
“그럼…….”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해장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후릅.
“어?”
반응을 먼저 보인 건 신춘오 회장이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물었다.
“왜, 맛이 이상합니까?”
“그게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라면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 있는지 놀랍군요. 이게 진짜 우리 라면으로 끓인 게 맞습니까?”
“네? 우리 라면이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신춘오는 순간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씬라면을 우리 라면이라고 말한 것이다.
“아니, 그게 아니고 씬라면이라고 말한다는 게 그만……,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이상하긴 했었다. 세 사람이 양복을 입고 나타난 것도 그렇고 더 중요한 건 그중 한 사람이 유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봤더라…….’
현성은 기억에서 한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그래!’
현성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TV에서 본 적이 있다.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회장님 아니십니까?”
“네? 아니, 어떻게…….”
“맞으시죠? 제 눈이 틀림없을 겁니다. 언젠가 TV에서 뵌 적이 있습니다.”
“허허, 참 이거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신춘오 회장은 난감하다는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김영우 실장을 바라보며 눈짓을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영우 실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여기 계신 분은 농씸의 회장님입니다. 혹시라도 사장님이 불편할까 봐 숨겼던 건데 우리 회장님이 순간적으로 말실수를 하시는 바람에…….”
김영우 실장도 조금은 무안했던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숙이며 다시 말했다.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일부러 찾아주시고,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회장님.”
“허허, 김 사장님 저는 그저 라면 먹으러 온 건데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놓으십시오. 제가 많이 불편합니다.”
“그럴 수야 없지요. 아무리 어리다고 하더라도 한 사업장의 대표님인데 제가 그런 무례를 범할 수는 없지요.”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영우 실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김 사장님, 우리 회장님이 이런 분이십니다. 그냥 회장님 편하신 데로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회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현성은 고개를 숙인 후 뒤돌아 자리를 피했다.
현성이 자리를 피해 주자 세 사람은 라면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회장님, 라면 맛이 정말 좋습니다.”
김영우 실장이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라면 맛은 처음이네. 도대체 무슨 양념장을 썼기에 라면에서 이런 맛이 난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얼큰하면서도 깊은 맛이 참으로 좋습니다.”
두 사람은 라면을 먹으면서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라면을 다 먹은 김영우 실장이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저희는 이만 나가 있을 테니 말씀 나누십시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닙니다. 저희는 나가 있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김영우 실장은 최진영을 데리고 가게를 나갔다.
두 사람이 가게를 나가자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라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혹시 이 양념장은 누가 만든 겁니까?”
“제가 만들었습니다만…….”
“네?”
신춘오 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당연히 어머니가 아니면 다른 제삼자가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니 어떻게…….”
신춘오 회장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왜, 못 믿으시겠습니까?”
“김 사장님한테는 죄송한 얘기지만 솔직히 믿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 나이에 어떻게…….”
“그 부분은 저도 더 이상은…….”
현성으로서도 더 이상은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현성도 알고 있다. 이게 상식적으로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얘기인지 말이다. 사실 회귀하지 않았다면 현성으로서도 얻을 수 없었던 양념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현성은 회귀를 했고 백종운 덕분에 양념장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때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걸 어쩝니까. 생각해 보니 제가 큰 실례를 저질렀군요.”
“…….”
“양념장이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이렇게 믿지를 못하고 무례한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
틀린 말도 아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양념장을 만들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그런 상황이 아니었기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혹시 서운해서 말씀을 안 하시는 건 아니죠?”
“네?”
“아무 말이 없으시기에.”
“하하, 회장님도 참…….”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말했다.
“웃으시니 다행입니다. 그건 그렇고 그 양념장 말입니다.”
“네, 양념장이 왜요?”
“혹시 어떻게 만드는지 가르쳐 줄 수는 있는지요?”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리곤 다음 말을 이었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