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1)
회귀해서 건물주-221화(221/740)
221
“비밀입니다.”
“네?”
“영업비밀이란 말씀입니다.”
현성으로선 당연히 대답할 수 없는 말이었다. 비록 전생의 기억으로 얻은 양념장이지만 엄연히 현성이 가진 영업상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대답을 거부하자 신춘오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실수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그렇죠. 당연히 비밀이겠죠. 제가 또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군요.”
신춘오 회장은 그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당연히 요구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식당이라 할지라도 그 식당만의 고유한 양념 레시피는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순간적인 궁금증에 자신도 모르게 그 비밀을 물었던 것이다.
신춘오 회장이 다시 말했다.
“라면이 너무 맛있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양념장에 대한 욕심이 있었나 봅니다. 다시 한번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젊은 분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씬라면으로 그런 맛을 낼 수 있는지 참으로 놀랍습니다.”
“씬라면 이니까 가능한 겁니다. 다른 라면으로는 이 맛이 나올 수 없습니다.”
“허허,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신춘오 회장은 현성의 말에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로서는 농씸의 씬라면 덕분에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는 겁니다.”
“참,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말씀하십시오.”
“우리 이 실장한테 들었는데, 처음 주문서를 넣을 때 씬라면 광고가 나오기도 전에 주문을 해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사실입니까?”
현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신춘오 회장이 지금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예전에 자신이 유성일 소장한테 얘기했던 예지몽에 관한 것일 것이다.
현성은 여유롭게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게 꿈을 꾸고 주문을 넣은 것도 사실이고요?”
“네, 회장님은 이해하시기 좀 힘드시겠지만 제가 좀 엉뚱한 데가 있습니다. 간혹 그렇게 미리 꿈을 꾸곤 합니다.”
“아니, 어떻게…….”
신춘오 회장은 황당할 뿐이었다.
처음 이일우 실장한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도 황당했지만 막상 본인 당사자한테 직접 그 내용을 들으니 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지금 이 어린 친구의 말대로라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꿈에서 본다는 얘기가 된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거다.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밖에 있는 간판도 마찬가지고요?”
“네, 그렇습니다. 씬라면 광고가 나오기 전에 이미 제가 제작을 마친 것들입니다.”
“아, 네…….”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눈으로 보이는 현실이 그것을 부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믿기 어려우시죠?”
“솔직히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안 믿을 수도 없고…….”
“저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혹시 다른 미래도 꿈에서 미리 볼 수 있는 겁니까?”
신춘오 회장은 질문을 하면서도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궁금하기에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현성이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저도 극히 일부분만 꿈에 나타납니다. 이번엔 그게 농씸의 씬라면이었고요.”
대답을 하면서도 현성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은 하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확인하겠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씬라면이 대박 날 거라고 하셨다는 데 그게 사실입니까?”
현성은 빙긋 웃었다.
아마도 신춘오 회장이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일 것이다.
씬라면의 미래.
이 시골까지 직접 내려온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단순히 라면 맛을 보기 위해 오지는 않았을 것이란 거다.
현성이 말했다.
“여기 오신 이유가 그것 때문인 거죠?”
“솔직히 인정하겠습니다. 처음에 이 실장한테 그 얘기를 들었을 땐 반신반의 했지만 이렇게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2년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2년이라니…….”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지금도 라면 업계에서는 1위지만 2년 후부터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가 될 겁니다.”
“혹시 그 말은…….”
“네, 상상하는 것이 맞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씬라면이 그 주인공이 될 겁니다. 그리고 2년 후에는 큰 사건이 터지게 될 겁니다.”
그 유명한 우지 파동이다.
1989년 11월 3일, ‘공업용 우지(소 기름)’로 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서울지방검찰청에 날아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비식용 우지를 수입한 삼영식품, 오뛰기식품, 써울하인즈, 쌈립유지, 뿌산유지 등 5개 업체를 적발하고 대표 및 실무 책임자 등 10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 입건하게 된다.
물론, 이 사건은 8년만인 1997년에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로 결론이 나게 된다. 하지만 그땐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후였다.
결국, 우지 파동은 수십 년 전통의 라면 명가인 삼영을 순식간에 몰락시키게 된다.
신춘오 회장이 물었다.
“큰 사건이라니?”
“그런 게 있습니다. 농씸으로서는 오히려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니 그저 초심만 잃지 않고 지금처럼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우리는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물론 궁금하시겠지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허허, 참…….”
황당한 건 신춘오 회장이었다.
물론 회사에 영향이 없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런 얘기를 듣고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다면 그건 사람이 아닐 것이다.
“이 얘기를 듣고도 저보고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
“더 이상은 저도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말씀을 드린 것도 멀리서 일부러 내려오셨으니 말씀드린 겁니다.”
“도저히 안 되겠습니까?”
“네, 저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앉아있는 건 오히려 상대에게 미련만 남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성이 일어나자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아직 궁금한 게 남으셨습니까?”
“사업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정치라 염치 불구하고 여쭙겠습니다.”
“다음이 궁금하신 거군요?”
현성은 신춘오 회장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알 수 있을 듯싶었다.
아마도 다음 대선이 궁금할 것이다.
속된 말로 어느 쪽에 줄을 설 것인지 판가름하기 위한 정보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신춘오 회장이 말했다.
“혹시 그것도 알 수 있겠습니까?”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최소한 양 김은 아닙니다.”
“아니, 그게 사실입니까?”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 여론을 보더라도 둘 중 누가 나와도 당선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전제조건이다. 당연히 대다수 국민은 두 사람 중 한 사람만이 후보로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양 김이 아니라는 얘기는 결국 두 사람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신춘오 회장은 다시 물었다.
“설마 단일화가 안 된다는 말인가요?”
“권력이니까요.”
“그 말씀은…….”
“권력은 나누는 법이 없거든요.”
그 당시엔 현성으로서도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그게 권력의 특성임을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됐었다.
현성의 말에 할 말이 없는 건 신춘오 회장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니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잠시 후.
정신을 가다듬은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입니까?”
“왜요?”
“미래를 아는 분이 가진 꿈은 어떤 건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말하면 도움을 주시겠습니까?”
현성은 씩 웃었다.
과연 신춘오 회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늘 워낙 귀한 말씀을 들어서 어떤 식으로든 답례를 하고 싶은데, 저 같은 장사꾼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세상 돌아가는 거 뻔한 거 아니겠습니까?”
“허허, 어린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신춘오 회장은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분명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이 틀림없다. 그런데 말하는 것을 봐서는 어디서도 어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건물주입니다.”
“네? 지금 뭐라고 하셨는지요?”
“제 꿈은 앞으로 건물주가 되는 겁니다.”
“허…….”
신춘호 회장은 어이가 없는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왜, 어이가 없으십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너무 황당해서 그렇습니다. 보통은 그 나이에 의사가 된다거나 아니면 변호사나 검사 뭐 그런 거를 말하는데 갑자기 건물주라고 하시니…….”
신춘오 회장은 여전히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그런 말도 있습니까?”
물론 나중에 유행했던 말이라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생소할 것이다.
“저는 건물주만큼 매력 있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허허,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해봐서…….”
“건물주가 되기만 한다면 의사나 검사가 뭐가 부럽겠습니까? 기껏해야 그 사람들 월급쟁이밖에 더 됩니까?”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건가요?”
“의사는 병원 눈치 보고 검사는 정권 눈치 보고 그 짓도 할 짓은 못 될 겁니다.”
“허허,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습니다.”
신춘오 회장은 웃고 말았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기엔 아무리 봐도 나이가 너무 어리기에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웃던 신춘오 회장이 현성 앞으로 메모지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이게 뭡니까?”
“건물주 되신다는 데 벽돌값이라도 보태려면 계좌번호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이십니까?”
“오늘 농씸의 미래까지 확인했는데 인간적인 도리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라면 팔아서 언제 건물을 올리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물론, 라면을 팔아서 건물을 올릴 생각은 없다. 믿는 구석은 따로 있다. 바로 얼마 전에 박희철과 함께 사 놓았던 일산의 땅이다.
3년만 지나면 50억의 돈이 생긴다. 박희철이 얘기한 대로 8할이 현성 자신의 몫이라면 40억이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그때부터 건물은 천천히 알아보면 된다.
조금 전 현성이 웃었던 이유는 믿는 구석이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현성이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제가 벽돌이 좀 많이 필요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얼마나 건물이 높이 올라갑니까?”
“그게 좀 높습니다.”
“얼마나 높기에…….”
현성은 씩 웃으며 말했다.
“50층입니다.”
“…….”
갑자기 할 말이 없는지 신춘오 회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