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2)
회귀해서 건물주-222화(222/740)
222
“김현성 씨!”
현성을 부르는 신춘오 회장의 눈빛에 진중함이 묻어났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지금부터 말을 편하게 할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게 편합니다.”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 50층이라고 그랬나?”
“네, 그 정도는 돼야 건물주 소리 듣지 않겠습니까?”
“물론 장난은 아닐 테고?”
“제가 어찌 회장님 앞에서…….”
현성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그것도 꿈에서 미리 본 것인가?”
“아닙니다. 그건 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가 꿈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적인 것들입니다.”
당연하다. 지금 현성이 꿈에서 봤다고 하는 것들은 전생의 일부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적인 모든 것들을 기억할 수 없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그렇단 말이지…….”
신춘오 회장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일찍 장사를 시작한 것인가?”
“장사를 시작한 건 그거하고는 별개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건물주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물론 라면을 팔아서 건물주가 된다는 건 어렵겠지만 그 시발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라고 말을 하니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그때 현성이 말했다.
“라면 가게를 처음 시작하게 된 동기는…….”
현성은 자신이 처음 장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신춘오 회장의 눈빛은 빛나기 시작했다. 그만큼 관심의 표현이었다.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처음 시작은 친구의 어머니 때문이었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10년을 넘게 장사하다가 하루아침에 건물주로부터 쫓겨난 어머니를 모른 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여기가 싫다고 했던 거고?”
“네, 사람이 죽어 나간 자리라 어머니 입장에서는 무서워서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죽어 나간 자리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자네는 이 자리가 대박 날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기에 그런 거에 신경 안 쓰고 들어왔다는 얘기고?”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건물주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생겨 차라리 자네 스스로가 건물주가 되기로 작정을 했다는 건가?”
“물론 그 이유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또 다른 이유라도 있다는 말인가?”
“네,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걸 다 설명해 드릴 수는 없고 하여간에 저의 목표는 건물을 가지는 겁니다.”
“흠…….”
잠깐 생각하던 신춘오 회장은 더 이상 그 이유를 묻지 않았다.
초면에 자꾸 묻는다는 것도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은 메모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 계좌번호나 적게, 얼마가 될지 지금으로선 나도 모르겠지만 벽돌값은 보태야 할 거 아닌가.”
“진심이십니까?”
“늦은 시간에 내려와서 라면도 먹고 귀한 말도 많이 들었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번에 자네 덕분에 씬라면 매출도 많이 오를 걸세. 최소한 광고비라도 줘야 하지 않겠는가?”
진심이 담긴 신춘오 회장의 모습이었다.
스윽.
현성은 메모지를 신춘오 회장 앞으로 밀었다.
“회장님 이건 됐습니다. 회장님의 그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제 나이 이제 열여덟입니다. 제힘으로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겠습니다.”
“자신감인가?”
“패기라고 생각하여 주십시오.”
“허허, 패기라…….”
신춘오 회장은 웃음밖에 안 나왔다.
그런데 그 웃음은 섭섭하거나 기분 나쁜 웃음이 아니었다. 진짜 젊은 패기가 느껴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춘오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겠네. 그 패기가 부럽군. 혹시라도 벽돌이 필요하거든 언제든지 연락해주게. 그리고 나중에라도 50층이 완성되거든 그 준공식에는 꼭 불러주게. 물론 내가 살아있어야 가능하니 최대한 서둘러 주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난 갈 길이 멀어서 이만…….”
신춘오 회장은 현성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현성도 자연스럽게 신춘오 회장의 손을 잡았다.
그때였다.
‘뭐지?’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신춘오 회장의 손을 통해 느껴지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영업을 끝마치고 막 퇴근하려던 신명순의 손을 잡은 적이 있었다. 수고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신명순의 통증이 현성 자신에게 전해진 것이다.
그래서 바로 신명순에게 물었다.
확인 결과 이틀 전부터 위통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금까지는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런데 지금 신춘오 회장으로부터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위가 어디 안 좋으십니까?”
“아니, 그걸 자네가 어떻게…….”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만성위염이 있기에 늘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다.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게 되면 먹고 난 후 두 시간까지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에 라면을 먹어서 그런지 속이 불편한 건 사실이었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제 느낌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 말은 상대방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인지?”
“네, 저도 몰랐었는데 며칠 전부터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허허, 참 …….”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예지몽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상대방의 아픔까지도 느낄 수 있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황당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다.
며칠 전 신명순의 일은 처음이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다. 그런데 조금 전 신춘오 회장과 악수를 하는 순간 누구보다도 놀란 건 현성 자신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느껴지는 상대방의 고통에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현성이 고민에 빠지려 할 때 신춘오 회장이 밖에 있던 김영우 실장과 최진영을 데리고 들어왔다.
“이 사람들 손도 한 번씩 잡아보게.”
“네?”
“궁금해서 그러네. 그 능력이 모든 사람한테 다 똑같이 적용되나 궁금해서 말이야.”
현성은 얼떨결에 김영우 실장과 악수를 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어떤가? 무슨 느낌이 오는가?”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이번엔 최진영과 악수를 권했다.
“…….”
최진영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두 사람 다 아무 느낌이 없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자, 이번엔 다시 내 손을 잡아보게.”
신춘오 회장이 이번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현성도 적극적으로 신춘오 회장의 손을 잡았다. 궁금하긴 현성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떤가?”
“느껴집니다.”
“허허, 신기하군.”
“저도 신기합니다. 누구는 느껴지고 누구는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물론 손의 접촉만으로 상대방의 아픔을 느낀다는 자체가 황당할 뿐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에게만 해당된다는 거다.
그때 김영우 실장이 궁금하다는 듯 신춘오 회장을 보며 물었다.
“회장님,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 그게 그러니까…….”
신춘오 회장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영우 실장과 그 옆에 있던 최진영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침내 신춘오 회장의 설명이 끝나자 김영우 실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신기합니다.”
“그런데 또 저나 여기 최 기사한테는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고 회장님만 느낄 수 있다는 거고요?”
“네, 그렇습니다. 저도 조금 전에야 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허허,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할 말이 없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말이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김 사장, 그럼 다음에 또 보세.”
“네, 조심해서 올라가십시오.”
신춘오 회장이 가게 밖으로 나가자 현성도 마중을 위해 따라 나갔다.
간판 때문에 가게 앞은 대낮처럼 환했다.
신춘오 회장이 간판을 슬쩍 바라본 후 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 간판은 밤새도록 켜놓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광고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골목에 가로등이 없다 보니까…….”
“허허, 이 또한 자네의 배려라 이거군.”
신춘오 회장은 현성을 보며 씩 웃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닐 수 있겠지만 밤새 이곳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겐 소중한 빛이 될 것이다.
신춘오 회장이 몇 발자국 걸음을 뗐을 때였다.
“저, 회장님…….”
현성이 조심스럽게 신춘오 회장을 불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돌아서며 현성을 바라봤다.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그게,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습니다만…….”
“허허, 이 사람이 무슨 말인데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건가?”
“……내일이라도 간 초음파 한 번 받아보셨으면 해서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은 다시 현성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게 무슨 말인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왠지 느낌이…….”
“느낌이? 그 소리는 지금 간 쪽에 무슨 문제라도 있다는 말인가?”
“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상하다는 얘기는…….”
신춘오 회장으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6개월 전에 검사할 때만 하더라도 분명히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었기 때문이다.
신춘오 회장은 현성 앞으로 양손을 내밀었다.
“김 사장, 다시 한번 만져보게.”
“아, 네.”
현성은 다시 신춘오 회장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지그시 눈을 감았다. 온 정신을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잠시 후.
현성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조용히 물었다.
“어떤가?”
“음……, 역시 뭔가가 있습니다. 아까는 저도 처음이라 당황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아무래도 나쁜 녀석이 자리를 잡은 거 같습니다.”
“호, 혹시 종양인가?”
말까지 더듬는 신춘오 회장이었다.
그런 신춘오 회장을 보며 현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