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4)
회귀해서 건물주-224화(224/740)
224
마주 앉은 두 사람.
“하아!”
신춘오 회장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승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장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니 너무…….”
오승우는 중간에서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의사 생활 30년이다. 물론 정확한 건 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게 종양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위로랍시고 더 이상 다른 말을 한다는 건 의사의 양심상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춘오 회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박사님,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이 상황에서 제가 회장님께 무슨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물론 정확한 건 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제 경험상 초음파 결과로만 봐서는 그 친구 말이 맞습니다.”
“종양이 맞는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크기가 아주 작다는 겁니다. 그 말은 설사 종양이 악성이라 하더라도 생긴 지 얼마 안 됐다는 얘깁니다. 그만큼 치료하기 수월하다는 얘기죠. 어찌 됐건 그 친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장님께는 생명의 은인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신춘오 회장은 할 말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신체 접촉만으로 상대방의 질병을 안 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사실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때 오승우가 물었다.
“그 친구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저도 이번에 처음 만났습니다. 얼마 전에 그 친구가 TV에 나오는 바람에 회사에 큰 도움이 돼서 인사차 내려갔다가 이렇게 인연이 닿았습니다.”
“TV에 나오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그러니까…….”
신춘오 회장은 현성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의 설명이 끝나자 오승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하여간 이유야 어찌 됐든 회장님으로선 귀한 인연을 만나셨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 검사도 안 받았을 테고, 그랬다면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살았겠지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하늘이 도우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 최종 결과는 언제쯤 나오게 되는 건가요?”
“보통 사람들은 10일 이상 걸리는데 그렇게까지 할 수는 없고 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 늦어도 3일 안에는 알아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결과 나오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그럼 박사님만 믿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은 인사를 한 후 진료실을 나왔다.
신춘오 회장이 진료실을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김영우 실장이 다가왔다.
“회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그 친구 말이 맞았네.”
“네? 그게 사실입니까?”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영우 실장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회장님…….”
“이 사람아, 나 아직 멀쩡하네. 그렇게 인상 쓸 거 없네.”
“하지만…….”
“나도 처음엔 너무 놀라 말도 안 나왔지만, 그나마 그 친구 덕분에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이다. 조금 전에 오 박사로부터 종양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나마 그 크기가 작다는 얘기를 듣고 위안을 삼을 수가 있었다.
김영우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 어린 친구는 진짜 어떻게 알았을까요?”
“나도 신기하기만 하네. 어떻게 그런 능력을 가졌는지 말일세. 이건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니 뭐라고 할 말이 없네.”
“어쨌거나 회장님한테는 그 친구를 만난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김영우 실장은 상상하기도 싫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신춘오 회장이 말했다.
“그렇게 끔찍한가?”“상상하기조차 싫습니다. 회장님이 잘못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준다니 고맙군. 그나저나 김 실장이 나와 얼마나 같이 있었지?”
“내년이면 10년입니다.”
“10년이라…….”
신춘오 회장은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신춘오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김 실장.”
“네, 회장님.”
“그동안 고마웠네.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무탈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김 실장 덕분이었던 거 같네.”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김영우 실장은 신춘오 회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피식 웃었다.
“왜 나는 이런 말 하면 안 되는가?”
“그게 좀…….”
“이번에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달리 보이더라고. 특히 김 실장 같은 경우엔 항상 내 곁에 그림자처럼 있지 않았는가. 그동안은 그저 그게 당연하다 싶었는데 오늘은 그게 좀 특별하게 느껴지는구먼.”
“왜 그런 약한 말씀을…….”
“고마웠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하고.”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의 어깨를 가볍게 몇 번 두드렸다.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한 두 사람.
“타시죠.”
김영우 실장이 뒷문을 열며 말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고맙네, 김 실장.”
“……회장님.”
김영우 실장으로선 평상시와 너무나 다른 신춘오 회장의 모습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김영우 실장은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은 은행으로 가세.”
“네? 은행으로 말입니까?”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까지 신춘오 회장이 직접 은행에 간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영우 실장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신춘오 회장이 바로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네.”
“아,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기에 쉽게 이해는 안 가는 부분이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확인할 수는 없었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오후에는 강원도 한 번 더 다녀오세.”
“혹시 그 친구한테 가시려는 겁니까?”
“그 친구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몸속에서 혹 덩어리만 키웠을 걸세. 그렇게 됐다면 결과야 안 봐도 뻔했을 테고. 목숨을 빚졌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김영우 실장을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이번에 그 친구로부터 그런 얘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다. 자각증상조차 느끼지 못하니 그만큼 발견은 더 늦어졌을 것이다.
김영우 실장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오후에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을 태운 승용차는 병원을 빠져나와 시내로 향했다.
***
그날 저녁.
“후!”
마지막 손님이 나가자 현성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역시 방송 효과가 대단한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마감시간까지도 손님이 있는 걸 보면 방송의 힘이 역시 대단하긴 하네요.”
“특히 어른 손님들이 많아진 거 같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음 달이면 학생들이 방학이라 은근히 걱정을 했었는데 이 정도로 손님이 와준다면 큰 걱정은 없을 거 같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방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특히 학생들이 없는 점심시간에 찾아준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지금까지 등교시간과 하교시간에는 학생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바람에 별 걱정은 없었다.
문제는 점심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일단 등교하고 나면 교문을 나올 수 없었기에 낮에는 학생 손님들이 없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방송이 나가면서 어른 손님들이 그 시간대에 오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오늘 같이 장날이면 그 손님이 만만치 않게 몰려온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에 방송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은 사실이다.
그때 신명순이 다시 말했다.
“참, 얘기 들으셨어요?”
“무슨 얘기요?”
“오 사장 얘긴데요, 글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가게를 그만둔다고 하더라고요.”
“아니, 가게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두 달밖에 안 됐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현성으로선 이해가 안 가는 얘기였다. 신명순을 쫓아내고 가게를 오픈한 지 이제 겨우 두 달밖에 안 지났다.
더군다나 거기는 월세를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가게를 그만둔다는 말인가?
신명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저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동네 사람들이 저를 쫓아낸 걸 다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집에 안 간다는 겁니다. 동네가 좁다 보니 모두가 알 게 된 거죠.”
“아, 그러니까 결국은 동네에서 인심을 잃었다는 말씀이군요.”
현성은 그제야 이해가 갔다.
사실 처음부터 오상철이 무리수를 둔 건 사실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자그마치 10년을 넘게 장사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내쫓고 자기 동생을 앞세워 같은 업종으로 오픈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경우였다.
그러니 좁은 동네에서 그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신명순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건물도 내놨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은 결국 이 동네를 떠난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런 셈이죠.”
물론,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래도 내 건물이니까 당연히 버틸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장사가 문제가 아니었다.
좁은 동네에서 인심을 잃고 나니 더 이상은 삶 자체를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금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말이다.
모두들 퇴근하고 현성이 혼자 있을 때였다.
딸랑.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현성은 큰 소리로 말했다.
“아니, 회장님!”
“허허, 뭘 그렇게 놀라는가?”
신춘오 회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현성을 보며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회장님이 이 시간에 어떻게 오신 겁니까?”
“은혜는 갚아야 할 거 아닌가?”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런 게 있다네. 그건 조금 있다 얘기하기로 하고, 일단 라면 한 그릇 부탁해도 되겠는가? 여기까지 왔는데 자네의 라면 맛을 안 보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현성은 일단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회장님, 라면 나왔습니다.”
“어, 그래 고맙군. 음…… 역시 냄새부터가 다르군.”
후릅.
신춘오 회장은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물었다.
“혹시 다른 분들은?”
“어, 그 친구들은 오다가 휴게소에서 저녁 먹었네. 나만 이 라면을 먹고 싶어서 그냥 왔다네.”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후.
라면을 다 먹은 신춘오 회장이 말했다.
“역시 라면 맛은 최고야.”
“감사합니다. 그런데 진짜 무슨 이유로 그 먼 거리를 이렇게 달려오신 겁니까?”
현성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번에 자네한테 큰 은혜를 입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말이 맞았네.”
“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오늘 검사하고 내려오는 길이네.”
“그 말씀은?”
“물론 정확한 건 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종양은 맞는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다행히도 그 크기가 아주 작다고 하더군.”
“그게 정말입니까?”
현성 자신조차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물론 종양이 느껴졌기에 말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정말 사실로 확인됐다고 하니 신기할 뿐이었다.
그때 신춘오 회장이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받게.”
“이게 뭡니까?”
“어제 벽돌 값은 자네가 거부해서 못 줬지만 이건 내 목숨 값일세. 그러니 이건 거부하지 말게. 나도 내 방식이 있으니까 말일세.”
신춘오 회장의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잠시 후.
신춘오 회장이 나가자 현성은 손에 든 봉투를 바라봤다.
그리곤 천천히 봉투를 확인했다.
팔랑.
봉투 안에는 수표 한 장이 들어있었다.
수표를 확인하던 현성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게 얼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