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5)
회귀해서 건물주-225화(225/740)
225
“10억!”
현성은 제대로 숨도 쉴 수가 없었다.
몇 번을 확인했지만 동그라미는 분명히 아홉 개였다.
처음에 봉투를 받았을 때만 해도 솔직히 백만 원까지는 예상했었다. 신춘오 회장의 위치가 있기에 그 정도는 되리라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많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10억이라니.
현성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잠시 후.
“후!”
현성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때였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날세.
“어? 회장님…….”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신춘오 회장이었다. 가게에서 나간 지 10분이 지났다. 지금 전화를 한다는 얘기는 아직 이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카폰이 있는 시대도 아니고 전화를 걸 수 있는 방법은 공중전화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지금 어디십니까?”
– 터미널 근처에 있는 공중전화네.
“지금 잠시 뵙고 싶은데, 제가 그쪽으로 갈까요?”
– 그럴 필요 없네. 어차피 몇 마디 얘기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전화한 거니까 잠시면 되네.
“그러지 말고 잠시 뵙고 싶습니다. 이렇게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현성으로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10억이란 거액을 받고 제대로 말 한마디 못 하고 신춘오 회장을 보낸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 만나면 괜히 말만 길어질 걸세. 그냥 전화로 몇 마디만 하겠네. 지금쯤이면 봉투를 확인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화한 거네.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회장님을 뵙겠다고 하는 겁니다. 무슨 돈을…….”
– 아까도 말했지만 내 목숨값일세. 물론 어찌 그걸로 목숨을 대신할 수 있겠는가마는 내 나름의 성의 표시네.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돈입니다.”
– 난 자네의 눈빛을 믿네. 그리고 그 나이에 그 정도의 사업장을 꾸릴 정도면 그 돈도 알아서 잘 쓰리라 믿네.
“회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겠네.
“……네, 회장님.”
– 돈의 노예는 되지 말게. 내 말 무슨 말인지 명심하게. 내가 할 말은 그게 다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보태자면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네.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네.
“네, 회장님 알겠습니다.”
– 내가 치료 끝나고 나면 그때 한 번 보세.
“네, 부디 완치하시길 빕니다.”
뚝.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은 미련 없이 전화를 끊었다.
“허……!”
전화를 끊은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현성은 그저 천장만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수업을 마친 현성은 김일수에게 가게를 맡긴 후 농협으로 향했다.
수표를 입금하기 위함이었다.
솔직히 밤새 한잠도 못 잤다. 하지만 신기한 건 그런데도 전혀 피곤한 줄 모른다는 것이다. 하긴 피곤하다면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현성이 농협 문을 열고 막 들어가려 할 때였다.
“어? 현성 군이 이 시간에 웬일인가?”
조합장인 이수혁의 아버지 이만수가 현성을 반겼다.
“볼 일이 있어서요.”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보고 할 말이 있었는데 마침 잘됐구먼. 나랑 잠깐 얘기 좀 나눌 수 있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우선 이거 입금부터 하고요.”
“알았네. 그럼 입금하고 내 방으로 잠깐 들어오게. 아니, 그러지 말고 이리 주게. 내가 도와줌세.”
이만수는 현성이 내민 통장과 수표를 받아 창구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것 좀 처리해주고 통장은 내 방으로 부탁할게.”
“네, 조합장님.”
잠시 후.
“조합장님!”
창구 직원이 급하게 이만수를 불렀다.
“무슨 일인가?”
“이, 이거…….”
창구 직원은 제대로 말도 못 하며 조금 전에 받았던 수표를 이만수 앞으로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이만수는 무슨 일이냐는 듯 그 수표를 받아 들었다.
“아니 무슨 일인데…….”
수표를 확인하던 이만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이 딱 벌어졌다.
그리곤 현성을 바라봤다.
잠시 후.
조합장실로 들어온 두 사람.
이만수가 먼저 물었다.
“현성 군, 이게 어떻게 된 건가?”
“그렇게 됐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만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1, 2백도 아니고 10억이라니.
이만수는 혹시나 싶어 다시 한번 수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때 현성이 물었다.
“아까 저한테 하실 말씀 있다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 그거 다음에 얘기하지 뭐. 지금은 그럴 정신이 …….”
이만수는 여전히 정신이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날 저녁.
영업을 마친 현성은 집으로 향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께 모든 사정을 알리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성은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는 현성의 목소리에 얼른 밖으로 나왔다.
“어, 현성아. 오늘은 또 웬일이야?”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그건 그렇고 오늘 병원은 잘 다녀오셨어요?”
“응, 다음 주 수요일로 예약하고 왔어.”
“잘하셨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아니다. 방에 계실 거야. 아무래도 병원에 갔다 오시더니 신경이 쓰이는지 힘이 없더구나.”
현성은 부엌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
“현성이 왔구나. 밖이 쌀쌀하지? 이쪽 아랫목으로 앉아라.”
“네, 아버지.”
현성이 자리에 앉자 아버지가 말했다.
“병원엔 오늘 갔다 왔다.”
“네, 조금 전에 어머니한테 들었어요. 다음 주 수요일로 예약을 하셨다고요?”
“응, 근데 그게 뭐라고 또 신경이 쓰이는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검사하면서 간단하게 끝날 거니까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거짓말이다.
사람이 어찌 신경이 안 쓰이겠는가 말이다. 아무리 작은 병이라도 걱정이 앞서는 건 인지상정, 현성 또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어디 다른 데는 아프신 데 없지요?”
“다 괜찮긴 한데, 여기 어깨가 조금…….”
“왜, 많이 아프세요?”
“그냥 좀 근육이 뭉친 거 같기도 하고, 하여간 요 며칠 뻐근해.”
현성은 얼른 일어나 아버지의 어깨를 만져봤다. 얼핏 만져봐도 근육이 뭉친 듯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현성이 말했다.
“아버지, 똑바로 허리 펴고 앉아 보세요. 제가 주물러 드릴게요.”
“괜찮은데…….”
“어서요.”
현성은 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어깨는 생각보다 많이 뭉쳐 있었다.
“혹시 요즘 무리하셨어요?”
“며칠 전에 지게질을 좀 무리했더니 아무래도 그런가 보구나.”
“혹시 겨울철 땔감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해마다 하는 일이니까 괜찮다.”
시골에서는 겨울만 되면 땔감 준비하는 게 가장 큰 일이다. 그렇다 보니 아버지도 어쩔 수 없이 무리를 했던 듯싶다.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물었다.
“아버지, 혹시 말인데요, 만약에 1억이 생기면 아버지는 뭘 하고 싶으세요?”
“얼마?”
“1억이요.”
“허허, 1억이라…….”
아버지는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말씀해 보세요. 만약 그렇게 되면 뭘 가장 하고 싶으신지?”
“1억까지도 필요 없고 천만 원만 있었으면 좋겠다. 그거면 번듯하게 집을 지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집이요?”
“그게 내 꿈이거든. 물론 다 부질없는 말이지만…….”
그제야 현성은 생각이 났다. 전생에서 아버지가 언젠가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신의 꿈은 이곳에다 집을 짓고 기름보일러 깔고 겨울에 나무 안 하고 살고 싶었다고.
현성은 다시 물었다.
“또 다른 거는요?”
“당연히 땅이지. 농사지으면서 내 땅에 농사짓는 것만큼 복이 어디 있겠냐?”
“그러니까 아버지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집 짓는 것과 땅을 사는 거라는 거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현성이 이번엔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에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아버지하고 만약 1억이 생기면 뭐 할 건지 얘기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어머니도 말씀해 보세요. 혹시 뭘 가장 하고 싶은지.”
“당신은 뭐라고 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힐긋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대신 대답했다.
“아버지는 집을 새로 짓는 것과 농사지을 땅을 사고 싶다고 하셨어요.”
“혹시 그 집에 수도는 달려있니?”
“집을 새로 짓게 되면 그건 기본이죠. 근데 수도는 왜요?”
“수도가 없으면 내가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거든.”
“그게 뭔데요?”
“세탁기.”
현성은 그제야 어머니가 뭘 원하는지 알았다. 어머니는 한겨울에 빨래하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선 한겨울에도 어머니는 빨래를 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또 다른 건 없어요?”
“글쎄다, 지금 당장은 생각나는 게 그거밖에 없는데…….”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자 어머니가 물었다.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묻고 그래? 어차피 가능성도 없는 얘기잖아.”
“혹시 알아요? 하늘에서 1억이 뚝 떨어질지.”
“호호, 하여간 싱겁기는…….”
어머니는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도 빙긋 웃었다. 그리곤 물었다.
“근데 지연이는 어디 갔어요?”
“친구네 집에서 저녁 먹고 늦게 온다고 그랬어.”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와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리곤 가방에서 통장을 꺼내 아버지와 어머니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확인해보세요.”
“이건 통장 아니니?”
어머니가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확인해 보시고 놀라시면 안 됩니다.”
“뭐를 확인하라는 건지…….”
어머니는 통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 여보!”
어머니는 놀라며 아버지를 불렀다.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왜 그러는데?”
“이, 이것 좀 보세요. 통장이 이상해요.”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 건네받은 통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이게 뭐야?”
아버지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보시는 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사실은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신춘오 회장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표정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아버지가 물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그 회장이란 사람이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줬다는 거지?”
“네.”
“근데 그게 병원에서 사실로 밝혀진 거고?”
“물론 정확한 건 더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1차 소견은 종양으로 나왔답니다.”
“허, 참…….”
아버지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때 어머니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회장이란 사람이 이 돈을 너한테 준 거고?”
“저도 처음엔 이렇게 큰돈인지 몰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머니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멍하니 천장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10억이 가져다 준 충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