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7)
회귀해서 건물주-227화(227/740)
227
“10만 평입니다.”
“허허…….”
박인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왜요? 제 말이 안 믿어지십니까?”
“아니, 어느 정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아무리 요즘 잘 나간다고 해도 젊은 친구가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박인수는 불쾌한 듯 목소리에 짜증이 묻어났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장난이요?”
“장난이 아니면,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무슨 마음으로 그런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는 거 아니네.”
“사장님, 저 장난 아닙니다.”
“어허, 이 친구가 그래도…….”
여전히 현성의 말을 믿지 못하는 박인수였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어느 누가 열여덟 살짜리가 갑자기 찾아와서 땅을 사겠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군다나 한두 평도 아니고 10만 평을 말이다.
잠깐 생각하던 현성이 다시 말했다.
“사장님, 저 장난하는 거 아니라고요. 제가 어떻게 감히 사장님 앞에서 장난을 치겠습니까? 물론 사장님이 왜 이러시는지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자꾸 이러시면 저도 서운합니다.”
“……장난이 아니라고?”
박인수의 말투가 조금 변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당연하지요. 제가 어떻게 사장님 앞에서 장난을 치겠습니까?”
“장난이 아니면 진짜로 그 땅이 필요하다는 거야?”
“네, 그렇습니다.”
“10만 평씩이나…….”
박인수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그 정도인데 가능하겠습니까?”
“자네 혹시 10만 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고 이러는 건가?”
여전히 불안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는 박인수였다.
그러자 현성은 한쪽 벽에 붙어있는 지도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자신이 원하는 땅을 그리기 시작했다.
“제가 원하는 곳은 여기를 중심으로 해서 여기서부터 여기까지입니다.”
“허허, 참…….”
“아직도 못 믿으시는군요?”
“그게…….”
현성이 지도를 가리키며 확인을 시켜줬음에도 여전히 못 믿겠다는 박인수였다.
잠깐 고민하던 현성은 주머니에서 통장을 꺼냈다. 박인수를 믿게 할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거면 믿으시겠습니까?”
“이게 뭔가?”
“돈입니다. 설마 이래도 저를 믿지 못하는 거는 아니겠지요?”
현성은 통장을 박인수에게 건넸다.
샤락.
박인수는 현성으로부터 건네받은 통장을 한 장 넘겼다.
“어!”
통장을 확인하던 박인수의 입에서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현성이 내민 통장에는 자그마치 9억이란 돈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박인수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거까지는 말씀드릴 수 없고, 이제는 제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이렇게까지 하는데 안 믿을 수가 없지. 그나저나 그렇게 많은 땅을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가?”
“나중에 귀하게 쓸 땅입니다.”
현성은 대충 둘러댔다. 어차피 박인수에게 지금 자신의 계획을 말해봤자 이해를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긴 내가 그거까지 묻기에는 실례겠지?”
“그건 아닙니다만, 그냥 제가 말씀드리기가…….”
“알았네. 신경 쓰지 말게. 나야 중간에서 땅 거래만 성사시키면 되는 거니까. 굳이 그거까지는 알고 싶지 않네.”
“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박인수가 말했다.
“고개를 숙일 사람은 나일세. 말이 10만 평이지 이게 수수료가 얼마인가 말일세.”
“서로 돕고 사는 거죠.”
“어쨌거나 정말 고맙네.”
박인수는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글쎄, 지금으로선 뭐라고 단정할 수가 없을 거 같네. 10만 평이면 그 땅의 주인도 다 다르고 그중에는 안 팔겠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아마도 그 사람들 설득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네.”
“급한 건 아니니까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최대한 땅만 많이 확보해 주십시오.”
“알았네. 그건 걱정하지 말게.”
박인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현성은 그냥 나오려다 며칠 전에 신명순이 한 얘기가 생각났다. 그건 바로 오상철이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건물 같았으면 별로 신경도 안 썼겠지만 오상철이기 때문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신명순한테는 물론이고 현성 자신한테까지도 몇 번에 걸쳐 나쁜 짓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현성이 물었다.
“혹시 오 사장님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일주일 전에 나왔지. 왜, 관심 있는가?”
조금 전만 같았어도 현성이 관심을 보여도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통장의 잔고를 확인한 박인수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얼마에 나왔어요?”
“2천5백, 시세보다 150 정도 싸게 나온 셈이지. 빨리 정리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
“물론 장사도 안됐지만, 그 형님이 동네에서 인심을 잃다 보니 아무래도 그게 결정적인 거 같더라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것을.
처음부터 욕심이 과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년 넘게 장사하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쫓아냈으니 그 소문이 안 난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업종도 같은 업종을 했으니 공분을 사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결국, 과욕이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만 것이다.
현성이 말했다.
“혹시 건물 볼 수 있어요?”
“당연하지. 자네가 원하기만 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가볼 수 있네. 어찌하겠는가? 지금 당장 나랑 같이 가보겠는가?”
“그러죠. 어차피 그 자리가 나쁜 자리도 아니고…….”
현성으로서도 어차피 건물을 살 거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건물의 첫째 조건은 상권이다. 오상철의 건물이 위치한 곳은 터미널 근처다. 아무리 시골이지만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터미널 근처다.
위치상으로는 최적이라는 얘기다.
복덕방을 나온 두 사람은 오상철의 건물로 향했다.
건물에 도착한 두 사람은 바로 2층으로 향했다. 1층은 상가였고 2층은 오상철이 거주하는 가정집이기 때문이다.
딩동.
박인수가 벨을 누르자 오상철이 나왔다.
“아니, 자네가 여길 어떻게…….”
오상철은 현성을 보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인수와 같이 왔다는 얘기는 건물을 보러 왔다는 얘긴데 얼핏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때 오상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박인수가 입을 열었다.
“형님, 여기 김 사장이 건물에 관심을 보여서 데리고 왔습니다.”
“관심?”
오상철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관심을 보인다는 얘기는 이 건물을 살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안으로 좀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박인수가 물었다.
그러자 오상철이 박인수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잠깐 나하고 먼저 얘기 좀 하세. 저기 김 사장은 미안하지만 잠깐만 여기 그대로 있게.”
오상철은 그 말을 끝으로 박인수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피식 웃었다.
오상철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거 같았기 때문이다.
1층으로 내려온 오상철은 박인수를 보며 물었다.
“자네 지금 뭐 하는 건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야 당연히 형님 건물을 팔아드리려고 그러는 거지요.”
“근데 저 꼬맹이는 뭐야?”
“지금 김 사장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거죠?”
“무시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장난을 쳐도 유분수가 있지, 어떻게 저런 꼬맹일 데리고 와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가?”
오상철은 여전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자 박인수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형님,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 거 아닙니까? 건물은 나이로 사는 게 아니라 돈으로 사는 겁니다.”
“착각이라니? 그럼 진짜 저 꼬맹이가 이 건물을 사기라도 한단 말인가?”
“형님도 참, 제가 그렇지 않으면 김 사장을 왜 이곳까지 데려왔겠습니까? 지금 김 사장한테 얼마가 있는지 아십니까?”
“도대체 얼마가 있기에 이렇게 당당한 건가?”
오상철은 궁금하다는 듯 박인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인수가 씩 웃으며 말했다.
“9억입니다. 됐습니까?”
“9억? 9천도 아니고 9억?”
“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겁니다. 그 출처는 모르겠지만 지금 김 사장의 수중에는 어마어마한 돈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허…….”
할 말이 없는 오상철이었다.
다시 2층으로 올라온 두 사람.
오상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잠깐 확인할 게 있어서.”
“확인은 끝나셨습니까?”
“뭐 대충…….”
“네, 그러세요.”
현성은 피식 웃고 말았다. 어차피 안 봐도 비디오다. 오상철의 입장에서는 현성이 이곳에 왔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건물을 팔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보니 대놓고 싫어할 수는 없었을 테고, 박인수에게 현성을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것이다.
박인수는 조금 전에 현성의 통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니 사실대로 말했을 것이고.
“들어가세.”
“네.”
현성과 박인수는 오상철의 안내에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간 현성은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이 오상철을 보며 물었다.
“건물은 왜 갑자기 처분을 하시려고 하는 겁니까?”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이미 박인수로부터 속사정은 다 들었다. 하지만 오상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그만큼 오상철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남아있다는 얘기였다.
“그건 개인적인 사정이라…….”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신 여사님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성은 일부러 신명순을 언급했다. 어차피 이제 마지막이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오상철 스스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신명순에게 사과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문인 거고.”
“그냥 소문이라는 겁니까?”
“그렇다네.”
역시 사람은 안 바뀌는 것인가. 현성으로선 오상철의 대답에 실망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럼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
“만약 똑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어찌하겠습니까?”
“지금 나한테 듣고 싶은 대답이 뭔가?”
오상철은 현성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사장님의 솔직한 심정을 듣고 싶습니다.”
“혹시 지금 내 대답이 이 건물을 거래하는 데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가?”
“전혀 없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장님의 양심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양심의 소리라…….”
오상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오상철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