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8)
회귀해서 건물주-228화(228/740)
228
“내 선택은 변함이 없을 걸세.”
“하아!”
현성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래도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들려온 말은 자신의 선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아무리 사람이 쉽게 변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어찌 이렇게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모른다는 말인가.
현성으로선 실망을 넘어 허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상철의 말이 이어졌다.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약서대로 이행했을 뿐이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분의 10년 세월은 뭐가 되는 건가요?”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사정이지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네.”
“지금 상관이 없다고 하셨습니까?”
현성은 오상철의 얼굴을 바라봤다.
사람이 어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리 건물주와 세입자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단 말인가.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혹시나 하고 기대했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상철이 다시 말했다.
“그건 그렇고 건물은 어떤가?”
이 와중에도 건물을 팔 욕심밖에 없는 오상철이었다.
현성은 그런 오상철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오상철이 물었다.
“그 웃음은 뭔가?”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쩌면 이렇게 끝까지 모르는 척 무시할 수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그렇게 사시는 분도 계시는군요.”
“자네가 아직 어려서 이해를 못 할 걸세. 세상은 말이야 감정으로 사는 게 아니네.”
“…….”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굳이 여기에 더 있다는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성은 박인수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 그만 가죠?”
“어? 왜 건물이 맘에 안 드는가?”
“너무 비쌉니다.”
물론 건물이 비싼 건 아니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그 값에 건물을 사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 이유는 오상철 때문이다.
10년 동안 장사한 사람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쫓고도 세상은 감정으로 사는 게 아니라고 떠들어대는 오상철이다. 그런 사람의 건물을 부르는 값 그대로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설사 산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깎아서 사겠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 시골에서 건물을 매매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쉽다면 오상철이 아쉽지 현성이 아쉬울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상철이 말했다.
“시세보다도 150이나 싸게 내놨는데 그게 비싸다는 건가?”
“네, 제 생각엔 비쌉니다.”
“그럼, 얼마면 되겠는가?”
“2천이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약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는 빠지겠습니다.”
“지금 5백을 더 깎자는 건가?”
“제 생각은 그렇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혹시 다른 임자가 나타나면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그게 제가 거래할 수 있는 적정선입니다.”
현성도 알고 있다. 이 말이 얼마나 말도 안 된다는 것임을 말이다. 하지만 인간 같지 않은 오상철에게 그나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화를 못 참을 거 같기에 그렇게 한 것이다.
오상철이 다시 말했다.
“자네 지금 신 여사 문제 때문에 일부러 나한테 이러는 것인가?”
“그건 사장님이 알아서 판단해 주시고요, 저는 제 입장을 말씀드렸으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더 있다가는 아무래도 제가 큰 실수를 저지를 것만 같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박인수와 함께 건물을 빠져나왔다.
복덕방으로 다시 돌아온 두 사람.
박인수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렇다고 5백은 너무하지 않았는가?”
“사장님도 그 아저씨가 말하는 거 들으셨잖아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요? 10년을 넘게 장사하던 사람을 내쫓고도 한다는 말이 그게 할 소리입니까?”
“그 말은 자네 말이 맞네. 설사 지난날에는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는 좀 뭔가 반성하는 기미가 있어야지 사람이 어찌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알 수가 없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이제라도 반성하는 기미가 보였다면 저도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겁니다.”
사람이 잘못을 할 수는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면 나중에라도 반성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상철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지금도 똑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행동을 하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화가 났던 것이다.
박인수가 다시 말했다.
“그런데 오 사장이 건물값을 내릴까?”
“물론 제가 말한 대로 5백까지는 안 내릴 겁니다. 하지만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건물값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더군다나 이 시골에서 그만한 돈이 있는 사람도 없을 테고.”
“물론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는 시간이 지날수록 건물값은 떨어질 겁니다. 문제는 그 금액이 얼마나 떨어질지가 관건인데, 제 생각으로는 앞으로 2백 정도만 더 떨어지면 그 물건을 잡으면 될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박인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은 2백만 더 떨어지면 김 사장이 살 의향이 있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그 정도면 싸게 사는 거니까요. 사실은 아까 오 사장이 거기서 자신의 잘못만 인정했어도 바로 계약했을 겁니다.”
“결국은 오 사장의 말 한마디가 자네의 마을을 바꿔놓은 셈이군?”
“그런 셈이죠. 말 한마디에 2백이 날아간 거죠.”
“그러고 보면 자네 성격도 보통은 아니군.”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건물주가 갑질하는 거거든요.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건 못 참습니다.”
현성의 말에 박인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갑질? 그게 뭔가?”
“아, 그거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갑질이란 말은 없던 시대다. 훗날에 생겨난 신조어였다는 것을 깜박한 것이다.
현성은 바로 말했다.
“그게 뭐냐면 이번에 오 사장이 신명순 아주머니한테 했던 것처럼 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약자인 사람한테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그런 말이 있었던가?”
“어디서 들은 거 같아서요.”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박인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일단 그럼 건물은 나중으로 미루고 나는 내일부터 땅을 알아보면 되는 거지?”
“네, 건물은 어차피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러니까 먼저 땅부터 알아보시면 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최대한 많이 확보하시면 됩니다.”
“알았네, 내가 만사 제쳐두고 김 사장 땅부터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게.”
“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현성은 인사를 한 후 복덕방을 빠져나왔다.
현성이 가게에 도착하자 다른 사람들은 다 퇴근하고 이민우 혼자서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성이 먼저 물었다.
“혹시 나 기다린 거야?”
“응, 너 오면 보고 가려고 기다렸어.”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무슨 일은 아니고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민우가 특별히 자신한테 물어볼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번에 말이야…….”
“저번? 언제를 얘기하는 거야?”
“내가 영석이 돈 훔쳤던 날…….”
“그 얘기는 이제 와서 왜 꺼내고 그래?”
어차피 지난 일이다. 그리고 더군다나 이민우의 입장에서는 굳이 그 얘기를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뭔가 특별히 할 말이 있다는 것일 터.
현성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어떻게 알았어?”
“뭐라고?”
“어떻게 알았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이민우가 묻길래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고작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해서 물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었다.
현성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야, 그게 뭐가 중요해?”
“물론 중요한 건 아닌데 내 입장에서는 솔직히 궁금해서 말이야. 신발창 밑에 숨긴 걸 네가 어떻게 알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궁금해서.”
“그게 그렇게 궁금해?”
이민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전생의 기억 때문에 이민우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신발창 밑에 돈을 숨겼다는 것도 전생의 기억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걸 지금 이민우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거다.
음…….
잠깐 고민하던 현성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꿈.”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이 방법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뭐라고?”
“꿈을 꿨다고 인마.”
“그게 말이 돼?”
이민우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나도 황당한데 사실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 안 그래?”
“진짜 내 꿈을 꿨다는 말이야?”
“그렇다니까, 처음엔 나도 얼마나 황당했는지 몰라.”
거짓말도 자꾸 하면 는다.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현성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진짜라니까,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냐? 말이 안 되는 거잖아.”
“그렇기는 한데, 진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가?”
이민우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지금 그게 궁금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솔직히 그건 아니고 따로 할 말이 있어서.”
“할 말? 그게 뭔데?”
“그날은 고마웠다고.”
이민우는 현성을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뭐가?”
“친구들한테 비밀로 해줘서. 솔직히 그날 만약 친구들한테 다 얘기했다면 나는 창피해서 학교에 못 다녔을 거야.”
“그거야 네 사정이 있으니까 그랬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어쨌건 그 일은 정말 고마워.”
“그래, 알았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그런 일은 다시는 저지르면 안 되는 거야. 알았지?”
이민우는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참, 저번에 비 오면 천장에서 빗물이 샌다고 그랬지?”
“많이는 안 새는데 비가 많이 오면 조금씩…….”
“올겨울에 눈도 많이 온다고 하던데 어쩌려고?”
“함석지붕이 오래되다 보니 낡아서 그런 거야. 그런데 그거 고치려면 지붕을 다 바꿔야 되는데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나서.”
이민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러자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이 말했다.
“민우야, 우리 이번 주 일요일에 공사하자.”
“공사?”
“응, 아무래도 더 추워지기 전에 집을 전체적으로 손봐야 될 거 같아. 저번에 보니까 부엌도 형편없더라고. 이번 기회에 부엌하고 지붕 완전히 공사 좀 하자.”
“그러면 좋기는 한데, 문제는…….”
이민우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졌다.
돈 때문일 것이다.
현성이 말했다.
“비용은 걱정하지 마,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네가?”
“그렇다고 공짜는 아니야?”
“나 지금은 갚을 수가 없는데…….”
이민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도 지금 받을 생각은 없어.”
“그럼 언제?”
“나중에 취직해서 첫 월급 타면 그때 갚아.”
“첫 월급?”
이민우는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응, 대신 두 배로 받을 거야. 그러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데 취직해.”
“현성아…….”
“혹시나 떼어먹을 생각은 하지 않은 게 좋을 거야. 내가 그런 거는 꼭 받는 사람이거든.”
“고맙다. 두 배가 아니라 열 배로 내가 꼭 갚을게.”
이민우는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