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29)
회귀해서 건물주-229화(229/740)
229
다음 날.
영업을 마친 현성은 가게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정우야, 이 시간에 네가 웬일이야?”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정우였다.
“집에 있다가 그냥…….”
“무슨 일 있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부쩍 힘들어 보이는 이정우였다.
현성이 묻자 머리를 긁적이며 이정우가 대답했다.
“그냥…….”
“이 시간에 아무 일도 없는데 네가 여기 올 녀석도 아니고, 무슨 일인지 말해 봐.”
현성이 채근하자 이정우가 그제야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사실은 엄마 때문에…….”
“어머니? 어머니가 왜?”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정우 자신의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머니 때문이라고 하니 현성은 의아했던 것이다.
“엄마가 요즘 남자를 만나는 거 같아서.”
“남자?”
“응, 며칠 전에 내가 봤거든.”
“혹시 박 씨 아저씨 아니야?”
현성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였다. 얼마 전에 박희철로부터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번에 강릉에 다녀온 후 사귀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었다.
현성으로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었다. 어차피 두 사람 다 외로운 입장이고 박희철 또한 예전의 박희철이 아니기에 신명순의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정우가 말했다.
“너는 알고 있었어?”
“응, 얼마 전에 아저씨한테 얼핏 얘기 들었어. 그리고 그전에도 가게에서 자주 봤으니까 대충은 눈치채고 있었지. 그런데 그게 왜?”
“나는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알게 되니까 당황스러워서, 그리고…….”
이정우는 말을 하다 말고 중간에서 끊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게……, 나는 엄마가 다른 사람 만나는 게 싫어.”
“응?”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봤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다. 물론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대놓고 반대할 줄은 몰랐다.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 돌아가시고 평생을 혼자 사셨는데 이제 와서 다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나는 싫어.”
이정우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현성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이정우의 말처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평생을 혼자 살았다면 이제라도 더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산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야,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생각해 봐, 지금까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랑 잘 살았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무슨…….”
“그 반대로 생각할 수는 없는 거야?”
“뭐라고?”
이정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네 말대로 어머니가 아버지 돌아가시고 평생을 혼자 사시면서 네 뒷바라지 했다며? 그럼 이제라도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살면 그게 더 좋은 거 아니야?”
“무슨 그런 말을…….”
“왜 네 생각만 해? 어머니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어? 그리고 네가 앞으로 어머니 곁에 얼마나 같이 있을 건데? 너도 이제 내년이면 고3이잖아?”
“…….”
이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고작 1년만 더 있으면 너도 어머니 곁을 떠나야 한다는 걸 왜 몰라? 그다음은 어쩔 건데?”
“1년…….”
이정우는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현성의 말처럼 이제 곧 고3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 자신은 엄마의 곁을 떠나야 한다.
그러고 나면 엄마는 혼자 남을 수밖에 없다.
너무 철이 없었던 것일까? 그저 엄마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말이다.
이정우는 현성을 바라봤다.
“현성아, 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특별히 네가 할 일은 없어. 그저 어머니를 인정해 드리는 거지.”
“인정?”
“응, 어머니가 아직 너한테 얘기를 안 한 거 같은데 그건 어머니도 나름대로 고민이 많으셔서 그럴 거야.”
“…….”
이정우는 아무 말도 못 하고 현성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어머니 인생이야. 설사 네가 아무리 아들이라고 해도 어머니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엄마 인생?”
“그래, 당연히 어머니한테는 어머니의 인생이 있는 거야. 지금까지는 어려서 네가 몰랐다면 이제부터라도 그건 인정을 해줬으면 좋겠어.”
“…….”
아무 말이 없는 이정우였다.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조금은 당황스러울 텐데 이제는 너도 마냥 어린애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생각을 좀 바꾸는 건 어떨까 싶은데…….”
“음……, 무슨 말인지 알겠어. 사실 그동안 난 그런 생각을 못 했었어. 엄마는 그저 항상 내 곁에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엄마와 따로 떨어져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
“그래, 중요한 건 앞으로니까 앞으로 네가 잘 생각하면 돼.”
“알았어, 어쨌든 혼자 고민하다가 찾아왔는데, 다행히도 해결된 거 같다.”
“그랬다면 다행이고.”
이정우는 현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어떤 사람이야?”
“글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네가 알고 있는 대로 말해 봐. 내가 알기론 그 아저씨 예전에는 별로 소문이 안 좋았던 거로 알고 있거든.”
“예전엔 그랬지. 그런데 요즘은 완전히 딴 사람이야.”
이정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거 아니잖아?”
“물론 그렇지. 그런데 그 아저씨는 그럴 일이 있었어.”
“그럴 일? 그게 뭔데?”
현성으로선 대답하기 난감한 말이었다. 박희철이 바뀐 건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기면서 사람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런데 그걸 이정우에게 설명하기에는 애매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현성은 박희철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게 사실은…….”
현성의 얘기가 길어질수록 이정우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정우는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그 아저씨가 죽을 고비를 한 번 넘기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거지?”
“응, 그렇다니까.”
“그런데 그 죽을 고비를 넘기게 해 준 사람이 바로 너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정우가 다시 물었다.
“그것도 꿈에서 미리 봤기에 가능했다는 얘기지?”
“응, 사실이야.”
현성으로선 회귀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꿈을 팔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정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여간 너도 참 신기한 녀석이야.”
“그건 그렇고 아저씨 한번 만나볼래?”
“싫어. 그냥 엄마가 나중에 소개해주면 모를까, 굳이 먼저 만나고 싶지는 않아.”
“알았어, 그럼 나중에 어머니랑 나중에 식사라도 한번 해.”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이정우가 떠나고 혼자 남은 현성.
박희철한테 전화를 걸었다.
디디딕.
신호가 몇 번 울리자 박희철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아저씨, 접니다.”
– 자네가 이 시간에 웬일인가?
“뭐하고 계셨습니까?”
– 이 시간에 특별히 뭐 할 게 있겠는가? 그냥 TV 좀 보고 있었네. 그런데 무슨 일이야?
“특별한 건 아니고 아주머니 아들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 아, 명순 씨 아들내미 말이지?
“네, 조금 전에 가게에 왔다 갔거든요.”
– 왜, 뭐라고 하던가?
박희철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항상 신경 쓰였던 부분이 신명순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엔 어머니가 누군가를 만난다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하던가?
“그건 아닌 거 같고 그냥 싫다고 하더라고요.”
– 하긴 그 나이엔 예민하다 보니 그렇게 말 할 수도 있을 걸세. 그래서 뭐라고 했는가?
“어머니는 어머니의 인생이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설사 아무리 자식이라 하더라도 그 인생에 함부로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죠.”
– 허허, 그런 말을 했다고?
박희철의 입에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성의 나이 이제 고작 열여덟이다. 그런 그가 한 말치고는 너무나 당돌했기 때문이다.
박희철이 바로 말을 이었다.
– 그래서 그 친구는 뭐라고 하던가?
“처음엔 이해하기 힘든 듯했지만 나중엔 결국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조만간에 그 친구하고 식사라도 한 끼 하셨으면 어떨까 싶어서 이렇게 전화한 겁니다.”
– 그렇지 않아도 명숙 씨하고 그 얘기도 나눴었네. 조만간에 날 잡아서 그렇게 하도록 할 걸세. 하여튼 신경 써줘서 고맙네.
“그리고 내일 저녁때 시간 되시면 가게로 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내일 영업 마치고 말이지?
“네, 상의 드릴 일이 있어서요.”
– 알았네. 내가 자네 영업 마치는 시간에 맞춰 가도록 함세.
“네, 그럼 내일 저녁에 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채로 들어갔다.
그 시각.
이정우가 집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마루에 앉아 있던 신명순이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어디 다녀오니?”
“네, 현성이한테 갔었어요. 뭐 좀 할 얘기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얘기는 잘 됐고?”
“네, 그런데 혹시 저 기다리고 계셨던 거예요?”
“응, 내가 우리 아들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저한테요?”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정우가 말했다.
“일단 추우니까 방으로 들어가요.”
“그래, 그러자꾸나.”
두 사람은 안방으로 들어갔다.
이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신데 이 추운 날씨에 밖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게…….”
신명순은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그러자 이정우가 눈치라도 챈 듯 씩 웃으며 말했다.
“혹시 그 아저씨 때문에 그러는 겁니까?”
“어? 알고 있었어?”
“며칠 전에 집 앞에서 봤어요. 그때 대충 감은 잡았어요.”
신명순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 그 아저씨 정식으로 만나볼까 하는데 우리 아들 생각은 어떤가 하고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사실은 그 문제 때문에 현성이한테 갔던 겁니다.”
“그게 정말이야?”
“네, 저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문제라…….”
신명순은 이정우를 바라봤다.
그동안 어찌 말할 것인지 고민하느라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미리 알고 고민을 했다는 자체가 안쓰러웠다.
자식이 이렇게까지 힘들다면 굳이…….
잠깐 생각하던 신명순이 말했다.
“정우야, 그렇게 힘들면 엄마가 그 아저씨 안 만날게. 그러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엄마.”
“얼마나 힘들었으면 친구한테까지 찾아갔겠니? 우리 아들이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지 몰랐구나.”
“엄마, 사실은 나도 현성이한테 가기 전까지는 엄마가 아저씨 만나는 거 싫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상이랑 얘기하고 나니까 생각이 바뀌었어요.”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저 키워주신 것만도 저는 감사해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좋은 사람 만나서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 말 진심이야?”
“네, 현성이가 그러는데, 엄마 인생은 엄마 인생이라고 그랬어요. 아무리 제가 자식이지만 저 또한 엄마 인생에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현성이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야?”
“네, 저도 듣고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거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엄마만 생각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시면 됩니다.”
이정우는 신명순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신명순도 빙긋 웃으며 이정우의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