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32)
회귀해서 건물주-232화(232/740)
232
얼마 후.
정신을 차린 현성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춘오 회장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잘 잤는가?”
“네? 제가 지금 잤다는 말입니까?”
현성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마지막 기억은 분명히 신춘오 회장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운이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마지막 기운을 불어넣었던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현성은 바로 불었다.
“혹시 제가 기절을 했던 겁니까?”
“그렇다네. 어느 순간 정신을 잃더니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네. 처음엔 놀랐지만 자는 걸 보고 그나마 안심을 했다네.”
“그럼 제가 얼마나 잤던 겁니까?”
“한 시간이 좀 넘었네. 그나저나 이제 좀 괜찮은 건가?”
신춘오 회장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글쎄요, 자고 나서 그런지 머리도 안 아프고 괜찮습니다.”
“다행이구먼. 난 아까 같아서는 얼마나 놀랐는지…….”
“저도 모르게 그만, 참, 손 잠깐 줘보세요.”
현성은 갑자기 신춘오 회장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정신을 집중해 신춘오 회장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은 종양이 남아있는데요.”
“지금 그 말은 처음보다는 종양의 크기가 작아지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네, 물론 아주 작은 변화이지만 처음보다는 크기의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허허, 참…….”
신춘오 회장은 믿을 수가 없었다. 물론 현성의 전화를 받고 기대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이었다.
여기에 내려왔던 이유도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려왔었다.
그리고 더군다나 이제 한 번 치료를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크기에 변화가 있다는 건 앞으로 치료만 더 받으면 완치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신춘오 회장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몇 번 더 치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가? 낫기만 한다면 이 근처에서 숙식을 하면서라도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받아야지.”
“터미널 근처에 작은 여관이 하나 있으니까 거기서 숙식은 해결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여기서 생활하셔도 되긴 하지만 회장님이 많이 불편하셔서 안 될 겁니다.”
“김 사장한테 그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는 없지. 숙식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건 신경 안 써도 되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 문제는 회장님이 알아서 하시고 저는 치료에만 전념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었다.
“이 근처에 혹시 고깃집 있는가?”
“갑자기 이 시간에 고깃집은 왜 찾으십니까?”
“자네 몸보신 좀 시켜주려고 그러네. 아까 치료할 때 보니까 체력 소모가 장난이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현성은 머쓱한 듯 피식 웃었다. 그리곤 말을 이었다.
“저도 처음 겪는 일이라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 제가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일어나시죠.”
“알았네. 어서 가세나.”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식당으로 향했다.
열흘 후.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오늘이 열흘째입니다.”
“벌써 그렇게 됐는가? 그나저나 나야 치료를 받으니까 좋은데 자네가 힘들어서 어쩌누?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치료하고 체력이 버티는 게 용하네.”
“그래도 이틀에 한 번씩 치료하니까 버틸만합니다. 자, 오늘도 치료를 시작해 볼까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은 익숙한 듯 편한 자세로 자리에 누웠다. 그러자 현성은 신춘오 회장의 손을 잡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모습도 처음과는 다르게 안정된 모습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성의 얼굴에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현성은 더욱더 정신을 집중해 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첫날과 같이 정신을 잃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나자 현성은 감았던 눈을 떴다.
“회장님, 끝났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네. 몸은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이제는 첫날처럼 정신을 잃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날은 처도 처음이라 저의 한계를 몰랐지만 이젠 어느 정도 단계가 되면 멈출 줄을 압니다.”
사실이다. 첫날은 경험이 없다 보니 어디서 멈출 줄을 몰랐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잃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 어느 순간이 되면 극에 달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모든 일에 있어 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됐다.
그때 신춘오 회장이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은 본사에 볼일이 있어 서울 좀 다녀오겠네.”
“이젠 오실 필요 없습니다.”
“안 와도 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혹시 그 말은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신춘오 회장은 순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치료한 지 이제 겨우 열흘이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더 이상 치료할 필요가 없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말이다.
‘설마?’
신춘오 회장은 현성을 보며 바로 물었다.
“지금 그 말은 설마 종양이 다 제거라도 됐다는 얘긴가?”
“제가 느끼기에 더 이상 종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물론 상식적으론 설명이 안 됩니다. 저도 믿을 수 없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제가 느낄 수 있는 종양은 더 이상 없다는 겁니다.”
“허허,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신춘오 회장은 할 말이 없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종양을 치료한 지 불과 열흘밖에 안 됐는데 그 종양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얼마 후.
현성의 가게를 나온 신춘오 회장은 대기하고 있던 김영우 실장을 보며 말했다.
“오 박사한테 연락하게. 내일 아침에 간다고.”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그럴 일이 있네.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 줄 테니 우선 전화나 하게.”
“네, 알겠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공중전화부스를 향해 걸어갔다.
다음 날.
한국대 병원.
MRI 검사 결과를 확인한 오승우 박사가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그게…… 없습니다. 종양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신춘오 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음 현성으로부터 더 이상 종양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설마 했었다.
그런데 그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MRI 검사 결과 더 이상 종양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오승우 박사가 다시 물었다.
“회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게 사실은 …….”
신춘오 회장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오승우 박사한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춘오 회장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오승우 박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마침내 신춘오 회장의 설명이 끝나자 오승우 박사가 바로 말했다.
“그 말을 지금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믿을 수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요. 그런데 검사 결과가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의사 생활 30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그 학생이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저도 그건 잘 모릅니다. 중요한 건 그 학생 덕분에 제 몸속에서 종양이 없어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나저나 저는 어디 좀 갈 데가 있어서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료실을 나온 신춘오 회장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영우 실장을 양팔로 꼭 껴안았다.
그러자 깜짝 놀란 김영우 실장이 말했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내 몸에서 종양이 없어졌다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지금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나오는 길이네. 그 학생 말이 사실이었어.”
“결국은 그 학생이 회장님 병을 완치한 거군요?”
신춘오 회장은 기분 좋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실장, 강원도로 다시 가세. 가서 그 학생한테 큰절이라도 올리고 와야겠네.”
“오후 일정은 미룰까요?”
“내일로 일단 미루게.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네. 사람이 은혜를 입었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네, 알겠습니다. 바로 모시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을 태운 승용차는 병원을 나와 다시 강원도로 향했다.
그날 저녁.
영업을 마친 현성이 잠깐 쉬고 있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신춘오 회장이 들어왔다.
“아니, 회장님!”
“뭘 그렇게 놀라는가?”
“오늘 본사에 일이 있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일단 뒤로 미뤘네. 오늘은 자네를 만나는 게 우선이라 이렇게 달려왔네.”
그 말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은 현성을 보며 갑자기 큰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은 깜짝 놀라며 신춘오 회장을 일으켜 세웠다.
“아니, 회장님 왜 이러십니까?”
“지금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내려오는 길이네.”
“그 말씀은…….”
“자네 말이 맞았네. 혹시나 싶어 MRI 검사를 해봤는데 더 이상은 종양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솔직히 100% 자신할 수는 없었다. 물론 느낌상으론 더 이상의 종양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검사 결과 종양이 없다고 하니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보며 말했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이미 많은 것을 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것만으로도 과분합니다.”
“그거야 처음 종양을 찾아낸 대가였고, 이번엔 또 다르지. 몸속에서 종양을 아예 없앴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신춘오 회장은 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현성에게 내밀었다.
“이거 받게.”
“이건 또 뭡니까?”
“자네 혹시 백지 수표라는 말 들어봤는가?”
“들어는 봤습니다만……, 설마 이게 그 백지 수표라는 겁니까?”
현성은 봉투에서 수표를 꺼냈다.
말 그대로 금액란에 아무 표시가 없는 백지 수표였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언제든 자네가 원하는 만큼 적어서 쓰게.”
“…….”
현성은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더 무슨 말을 하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하나 더.”
“네?”
“그 수표는 돈만 해당되는 게 아니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돈 외에 자네가 원하는 것 중에서 무엇이든 적어서 내면 내가 들어주겠네.”
“그런 것도 있습니까?”
“그렇게 되면 물론 이 수표는 시중 은행에서는 통용이 안 될 걸세.”
“그 말씀은…….”
“직접 찾아오게. 앞으로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일이 있을 걸세. 혹시나 살면서 내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 찾아오라는 얘기일세.”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바라봤다.
지금 신춘오 회장은 현성의 후원자를 자청한 것이다. 그게 돈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든 간에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오늘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사람의 목숨만큼 큰 선물이 있겠는가? 하여간 앞으로 자네 뒤에는 내가 서 있을 테니 어디 한번 마음껏 날아보게.”
“네, 알겠습니다.”
현성은 신춘오 회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