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33)
회귀해서 건물주-233화(233/740)
233
한 달 후.
가게를 나온 현성은 복덕방으로 향했다.
조금 전 복덕방 박인수 사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르륵.
현성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박인수 사장이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게, 김 사장.”
현성은 꾸벅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오 사장님이 건물 가격을 내렸다는 게 사실입니까?”
“자네 예상대로 200을 내렸네.”
“의외군요. 저는 최소한 내년 봄이나 돼야 가격을 내릴 줄 알았는데요.”
현성의 예상은 내년 봄이었다. 최소한 3, 4개월은 더 버틸 줄 알았다. 그런데 한 달 만에 200을 내렸단 얘기는 그만큼 빨리 이 동네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일 것이다.
물론 그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어차피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일 테니 말이다.
박인수 사장이 말했다.
“그건 내 생각도 마찬가지네. 그 형님이 자존심이 세서 웬만하면 그렇게 쉽게 건물값을 안 내렸을 텐데 좀 의외라는 생각은 드네.”
“그만큼 이 동네를 빨리 떠나고 싶다는 얘기 아닐까요?”
“하긴 그럴 수도 있겠지. 어차피 동네에서 인심을 잃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한 달 만에 200을 내린다는 건 너무 심했어. 자네도 알다시피 그 자리가 상권이 안 좋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건 그래요. 혹시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이미 처음에 건물을 내놓을 때부터 시세보다 150은 싸게 내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또다시 200을 내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이다.
박인수 사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 속사정이야 우리가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중요한 건 가격이 내려갔다는 것일세.”
“그렇죠.”
“그리고 참, 거기 상가가 두 개인 거는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하나는 미장원이고 또 하나는 오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던 식당 아닙니까?”
“그래서 말인데, 혹시 건물을 사게 되면 월세를 올릴 생각이 있는가?”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건물을 사기도 전에 월세를 논한다는 자체가 조금은 이상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갑자기 이 시점에서 월세는 왜?”
“물론 건물을 사기도 전에 이런 말 한다는 게 우습지만, 거기 미장원의 윤 사장님이 하도 걱정을 많이 하기에 물어본 거네. 오늘도 아까 낮에 왔다 갔거든.”
“혹시 거기 월세가 어떻게 되는데요?”
“지금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0만 원이야.”
“10만 원이요? 그렇게나 비싸요?”
현성은 깜짝 놀랐다. 그 정도로 비쌀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박인수 사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다른 데에 비하면 비싼 편이지.”
“거기 윤 사장님도 그 자리서 오래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월세를 내고 지금까지 어떻게 장사를 하셨대요?”
“그러니까 윤 사장님이 지금 예민한 거야. 건물주가 바뀌면 또 월세를 올려달라고 할까 봐 말이야. 사실 그동안 상철이 형님은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거기 월세를 올렸거든.”
“아니, 시골에서 무슨 장사가 얼마나 된다고 갱신할 때마다 월세를 올립니까? 하여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오 사장님도 참 대단하시네요.”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러다 보니 결국 끝이 이렇게 되는 거 아니겠는가?”
쩝.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평생 살던 고향에서 인심을 잃고 떠날 정도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말이다.
박인수 사장이 다시 말했다.
“그래서 이 조건이면 건물을 살 텐가?”
“물론입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지요. 지금이라도 오 사장님 부르세요.”
“알았네. 그럼 내가 상철이 형님 부를 테니까 오늘 계약서라도 쓰자고.”
“알겠습니다. 오늘은 계약서만 쓰고 내일 잔금 다 치르고 계약 완료하는 거로 하지요. 어차피 저는 아버지가 오셔야 계약을 할 수 있으니까 내일 오후에 다시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박인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걸었다.
얼마 후.
복덕방에 도착한 오상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결국, 자넨가?”
“그렇게 됐네요.”
“건물값이야 여기 박 사장으로부터 들었을 테고, 남은 문제는 내가 운영하던 그 식당이 문젠데…….”
“식당이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차피 지금 영업도 안 하는 가게다. 권리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식당을 가지고는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오상철이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거기서 두 달밖에 장사를 못했지 않은가?”
“그런데요?”
“사실 내가 그거 준비하느라고 100만 원이 들어갔거든.”
“새것으로 샀다면 그 정도는 들어갔겠죠.”
“그래서 말인데, 그 값을 다는 아니더라도 반 정도만이라도 계산해 줄 수는 없겠는가?”
“네?”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물론 오상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오상철의 개인 사정이다.
그걸 현성이 부담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상철이 다시 말했다.
“어떻게 안 되겠는가?”
“물론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요. 그리고 혹시 지난번에 사장님이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했는지 잊으신 건 아니죠?”
“뭘 말인가?”
“먼저 신명순 아주머니가 가게 나갈 때 단 한 푼이라도 건지겠다고 집기를 싸게라도 사달라고 했을 때 사장님이 어떻게 하셨나요?”
“그거는…….”
할 말이 없는 오상철이었다.
그때 분명히 신명순이 사정을 했었다. 어차피 식당을 할 거면 집기들을 싼 값에라도 사달라고 말이다. 그때 모른척하고 거절했던 것이 바로 오상철 자신이었다.
현성이 말했다.
“그때 그 일을 기억하고 계시다면 저한테 이런 부탁은 못 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땐 왜 그렇게 모질게 거절하셨나요?”
“…….”
아무 말도 못 하는 오상철이었다.
그런 오상철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그만하지.”
“저도 더는 할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람 관계에서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
여전히 말이 없는 오상철이었다.
그때 박인수 사장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자, 그만 하시고 두 분 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계약서 작성합시다.”
계약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잠시 후.
현성이 오상철을 보며 말했다.
“이사는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동정인가?”
“그렇게 보이십니까?”
“내 눈에는…….”
“사람의 호의마저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현성은 씁쓸했지만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이런 상황에서 그거까지 풀고 싶지는 않았다.
오상철이 떠나자 박인수 사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그저 너무 딱해서 그렇습니다. 조금 전에도 보십시오. 기껏 생각해서 천천히 이사해도 된다고 했더니 한다는 말이 그게 뭡니까?”
“그러게 말일세. 어차피 떠나는 마당에 왜 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네.”
“그건 그렇고 땅은 계속 알아보고 계시는 거죠?”
“당연하지. 시간만 나면 요즘은 그쪽에 가서 사네.”
“알겠습니다. 계속 수고해 주십시오. 그럼 저는 이만…….”
복덕방을 나온 현성은 가게로 향했다.
***
며칠 후.
현성이 향한 곳은 이번에 매입한 건물이 있는 곳이었다.
“후후!”
건물 앞에 서자 기분이 묘했다.
건물주!
비록 2층짜리 건물이지만 그토록 꿈꾸던 건물주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1층은 미장원과 식당이고 2층은 가정집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이다.
현성의 발걸음은 2층으로 향했다.
철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거실이 나왔다.
“좋네.”
막상 내 건물이라고 생각하니 한 달 전에 건물을 구경하러 왔을 때 하고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거실을 지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이건 아니네.”
주방은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싱크대는 물론이고 벽에 붙어있는 선반도 많이 낡아있었다.
어차피 저번에 왔을 때 이미 예상했던 거였다. 오상철의 말로는 처음 건물을 지을 때 그대로라고 했다. 그 말은 결국 전체적으로 다시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현성이 다시 거실로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설비업자인 유민철이 밖에 서 있었다. 라면 가게에서 출발하면서 유민철에게 전화를 미리 했었다. 어차피 건물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하려면 유민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성이 반갑게 유민철을 맞았다.
“형님, 어서 오세요.”
“어, 그래. 그런데 남의 건물에서 뭐해?”
“이젠 제 건물입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현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유민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여기 상철이 형님 건물이었잖아?”
“며칠 전에 제가 인수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돼? 자네가 어떻게?”
유민철은 여전히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고2 학생이 건물을 샀다는데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믿고 안 믿고는 형님 자유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시고, 내일부터 여기 공사 좀 해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어? 진짠가 보네?”
“형님도, 참 제가 그런 농담이나 하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그나저나 공사는 가능한 거죠?”
“그거야 당연하지. 근데 무슨 공사를 하려고?”
“전체적으로 수리를 하려고요. 천장부터 시작해서 바닥까지 전부 다요. 그리고 주방도 싱크대랑 선반까지 다 교체하려고요.”
“완전히 싹 수리를 하겠다는 얘기네?”
이제야 현성의 말을 믿는 유민철이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건물이 오래되다 보니까 이대로는 못 써요. 내부 공사 끝나면 외벽에 도색까지 다 하려고요. 그 정도 공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그 정도면 사람 한 명 더 쓰고 2주 정도면 끝나지.”
“알았어요. 그럼 내일부터 공사 들어가 주세요.”
“알았네. 내일 아침부터 시작하도록 하지.”
유민철은 대답을 한 후에도 몇 번씩이나 더 건물의 소유주를 확인하고서야 돌아갔다.
현성은 유민철이 나가자 2층에서 내려와 1층 미용실로 향했다.
현성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윤지영 사장이 현성을 반겼다.
“어머! 어서 오세요, 김 사장님.”
“말씀 편하게 놓으세요. 제가 불편합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아무리 어리다고 하지만 엄연히 새로운 건물주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그럼 편하신 대로 하시고, 그나저나 요즘 장사는 어떠세요?”
“겨울철엔 원래 비수기라 요즘 많이 힘들어요.”
윤지영의 얼굴빛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어두워졌다. 아무래도 겨울이라 장사가 덜 되기 때문일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일이 뭐가 있을까요?”
“딱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윤지영은 입을 달싹일 뿐 다음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은 피식 웃었다.
전생에서 20년을 넘게 장사를 하던 현성이다. 세입자가 어려울 때 건물주에게 원하는 건 한 가지밖에 없다.
그건 바로 월세다. 단 얼마라도 좋으니 조금이라도 줄여준다면 그것처럼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 현실에선 항상 그 반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가 아닌가 말이다.
전생에서 그토록 바라던 일이다.
현성은 윤지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