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34)
회귀해서 건물주-234화(234/740)
234
“월세를 깎아드리면 되겠습니까?”
“사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윤지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실 한 달 전부터 오상철이 건물을 내놨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한 마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월세 때문이다.
건물주가 바뀌게 되면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고, 그렇게 되면 혹시 새로운 건물주가 보증금이나 아니면 월세를 또다시 올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전 건물주인 오상철이 지금까지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월세를 올리는 바람에 지금도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
만약, 이번에 또다시 월세를 올리게 된다면 이전까지도 심각하게 고민 중이었다. 도저히 이 월세로는 여기서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하면 좀 도움이 되시겠습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야 더 이상 바랄 게 없지요. 사실 얼마 전부터 건물을 내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혹시나 새로운 건물주가 또 월세를 올려달라고 하면 어쩌나 하고 말입니다.”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보통, 건물주가 바뀌게 되면 계약서를 다시 쓰면서 월세를 인상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지영이 다시 말했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월세가 만만치 않거든요.”
“저도 처음에 복덕방에서 그 얘기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터미널 근처라 유동인구가 다른 데 보다 많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로 비쌀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누가 아니랍니까? 그게 다 먼저 건물주인 오 사장의 횡포였지요. 사실 옆 가게에 있던 명순이 언니가 10년을 장사하고도 그렇게 쫓겨날 때 옆에서 뭐라고 말도 못 하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아, 네, 그러셨군요.”
현성은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윤지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명순이 언니가 그나마 운이 좋아서 사장님을 만나 그렇게라도 장사를 하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습니까?”
“그때만 생각하면 저도 아찔합니다.”
사실이다.
현성 또한 그 순간에는 앞이 캄캄했었다. 그나마 다행히 지금의 라면 가게 자리가 생각이 났기 때문에 그 위기를 넘길 수가 있었다.
윤지영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월세는 얼마나…….”
“사장님이 원하시는 금액이 얼맙니까?”
“저야 물론 많이 내려주시면 좋은데 양심상 그럴 수는 없고, 10만 원에서 5천 원이라도 빼주시면 감사하지요. 사실은 올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지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현성은 윤지영의 대답에 빙긋 웃었다.
윤지영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기 때문이다. 보통은 이렇게 얘기하면 최소한 만 원 이상은 얘기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현성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말했다.
“2만 원 빼 드리겠습니다.”
“2만 원씩이나요?”
“네, 제가 생각할 때 이 상권에서는 그 정도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윤지영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어느 건물주가 월세를 알아서 내려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2만 원씩이나 말이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윤지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생각해도 현성이 조건을 내세울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앞으로 10년 이상 장사를 하는 조건입니다.”
“지금 그 말씀은…….”
“네,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세입자가 자주 바뀌는 거 싫거든요.”
“호호, 그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요. 더군다나 사장님이 이렇게 좋은 분인데 제가 떠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윤지영은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뭔가 생각난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제가 사장님 앞에서 약속 하나 하겠습니다.”
“갑자기 웬 약속이요?”
“사실은 지금까지 마음속으로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인데, 이번 기회에 실천으로 옮기려고요.”
“그게 뭡니까?”
“한 달에 한 번씩 노인정에 가서 이발 봉사를 하려고요.”
“그게 정말입니까?”
현성의 표정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현성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유난히 좋아하자 윤지영이 물었다.
“그런데 사장님은 왜 그렇게 좋아하세요?”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제가 처음 라면 장사를 시작하면서 노인정에 계시는 어르신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분들한테요?”
“네, 그분들이 라면 맛있다고 광고를 많이 해주시는 덕분에 어른 손님들이 많이 늘었거든요.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봉사 활동을 하신다고 하니 저도 같이 갈까 하고요. 물론 저는 라면을 들고 갈 겁니다. 어르신들이 의외로 해장라면을 좋아하시거든요.”
“잘됐네요. 오전에 이발해드리고 점심때 라면을 끓여드리면 딱 맞겠네요.”
윤지영은 자신의 일처럼 좋아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작은 봉사라도 실제로 한다는 건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윤지영을 보며 현성이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사장님 때문에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윤지영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은 오늘 제가 기도하면서 하느님과 약속을 했었거든요.”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만약 새로운 건물주가 월세를 안 올릴 경우 그동안 미뤄왔던 봉사 활동을 하겠다고 말입니다.”
“하하, 아니 무슨…….”
현성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그러자 윤지영은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은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 순간에는 정말 절박했거든요. 솔직히 사장님이 월세를 올린다고 하면 가게를 이전할 생각까지도 했었답니다. 그만큼 저에겐 진짜 절박한 순간이었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심정을 왜 모르겠는가. 20년을 넘게 장사를 하면서 월세를 살았던 현성이다.
월세에 대한 압박감.
그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월세를 내는 날은 왜 그렇게도 빨리 돌아오는지.
그나마도 월세가 준비된 날은 괜찮다.
어쩌다 무슨 일이 생겨 월세를 미처 준비 못 하는 날에는 죄인이 따로 없다. 결국 전화로 양해라도 구할 경우에 들려오는 그 냉랭한 목소리.
그리고 가장 두려웠던 건 계약 만료일.
그냥 조용히 지나가면 자동갱신으로 넘어갈 텐데, 그날은 어찌도 그렇게 기억을 잘하는지 계약서 두 장을 들고 찾아온다.
결국,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건 월세 인상.
그나마도 거기까지는 억울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계약 연장 불가다.
전생에서 현성의 경우가 그랬다. 기껏 투자해서 가게를 키워놓으니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건 건물주의 횡포.
아무리 법으로 보호를 한다지만, 결국 당하는 건 세입자다.
현성이 말했다.
“그래서 그런 기도를 했다는 겁니까?”
“네, 제가 교회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절박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런 기도를 하게 되더라고요.”
현성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사람이 급하면 종교와 상관없이 우선 찾는 게 하느님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상 그 고비를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윤지영은 다른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 순간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이고.
현성이 윤지영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 약속을 지키겠다는 거지요?”
“네, 그렇지 않아도 10년 넘게 장사를 해오면서 이제는 동네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그럼 날짜는 언제가 좋겠습니까?”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 어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노인정에 찾아뵙는 거로 하지요.”
“잘됐네요. 이렇게 사장님하고 같이 봉사 활동을 하게 돼서.”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이제 계약서를 작성해 볼까요?”
두 사람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계약서 한 장을 내밀며 말했다.
“자, 다됐습니다. 확인해 보시죠.”
“그런데 사장님 계약서 많이 써보셨나 봐요?”
“네?”
“너무 능숙해서요. 한두 번 써본 솜씨가 아닌데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게 어쩌다 보니…….”
현성은 특별히 할 말이 없어 웃고 말았다.
전생에서의 경험이 자신도 모르게 계약서를 쓰면서 나왔던 것이다.
윤지영이 계약서를 보더니 말했다.
“사장님 그런데 여기 특이사항은 뭔가요?”
“아, 그거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월세를 안 올리겠다는 저의 약속입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지금까지 월세 때문에 고생하셨잖아요. 앞으로는 마음 편하게 장사하시라고요.”
전생에서 현성이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다. 하지만 어느 건물주로부터도 듣지 못했던 말이다.
월세를 살면서 계약 만기가 되더러도 월세 걱정 없이 장사를 하고 싶었던 게 소원이었다. 비록 전생에서는 그 소원을 못 이뤘지만 이번엔 다르다.
그 입장이 바뀌었기에 세입자에게 그 정도의 호의는 베풀고 싶은 게 현성의 마음이었다.
윤지영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호호, 이런 날이 저에게도 오다니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렇게 좋으세요?”
“좋고말고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그래도 이렇게 사장님 같은 분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너무나 좋아하는 윤지영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마음을 이해하고도 남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참, 내일부터 2층 공사 관계로 조금 시끄러울 겁니다. 미리 양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 정도야 당연히 괜찮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도 미리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전에 오 사장님은 그런 배려라곤 전혀 없었거든요.”
“아, 네…….”
특별히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오상철이 건물주로서 그동안 얼마나 갑질을 했는지 알 수 있는 한 단면이었다.
간단히 인사를 마친 현성은 미용실을 나와 라면 가게로 향했다.
현성이 라면 가게에 도착하자 김일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퇴근 안 했어?”
“응, 얼굴 좀 보고 가려고.”
“무슨 할 말 있어?”
“그게…….”
김일수는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야, 우리 사이에 이제 얘기 못 할 게 뭐가 있냐? 부담 갖지 말고 말해 봐.”
“다른 게 아니라 이제 2주 후면 방학이잖아?”
“그런데?”
“방학 때는 여기 장사도 덜 되겠지?”
“그거야 당연하지. 앞으로 봄방학까지는 어차피 학생들이 없을 테니까 그건 어쩔 수 없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여전히 바로 말을 못 하는 김일수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뭐가 문제야?”
“그렇게 되면 방학 때는 여기 사람이 필요 없을 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야?”
“장사가 덜 되니까 아주머니 두 사람으로 충분할 거 같아서.”
“너 혹시?”
현성은 그제야 김일수가 뭐를 걱정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바로 물었다.
“야, 너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