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35)
회귀해서 건물주-235화(235/740)
235
“일자리 때문에 그러는 거야?”
“…….”
“말 안 하는 거 보니까 맞는구나?”
“어……, 사실은 며칠 전부터 생각하던 건데 더 이상 혼자 고민해봤자 소용없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방학이 되면 학생 손님이 없을 거니까 그 동안은 일자리를 잃을 거란 말이지?”
김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손님도 없는데 굳이 나까지 나올 필요가 없을 거 같아서.”
“왜 손님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거야 당연히 방학이니까…….”
“물론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을 거야. 그 문제는 가게를 오픈하면서부터 이미 알고 있던 문제고. 그래서 그동안 일반 손님들을 늘리려고 그렇게 노력했던 거잖아. 해장라면도 그 일환이고.”
“물론 그거야 알지. 하지만 일반 손님들만 가지고는 부족할 거 같아서…….”
여전히 불안해하는 김일수였다.
그런 김일수를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물론 차이는 많이 나겠지만 기본 유지는 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나도 방학 때는 큰 욕심 없어.”
“그럼 방학 때도 계속 나와도 된다는 거야?”
“물론이지. 너 나중에 요리학원 가려면 방학 때도 부지런히 일해야 되잖아? 누구보다도 그걸 내가 잘 알고 있는데 설마 손님 없다고 너를 못 나오게 하겠냐?”
“손님도 없는데 너한테 부담될까 봐 그러지.”
김일수는 미안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식, 우리 사이에 그런 생각을 왜 해?”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었어. 내 욕심 때문에 친구를 곤란하게 하면 안 되니까 말이야.”
“그래서 요즘 얼굴빛이 안 좋았던 거구나?”
어쩐지 김일수의 표정이 요즘 들어 좀 어둡다는 생각은 들었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줄은 몰랐다.
김일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현성으로서도 오히려 그 마음을 미리 챙기지 못한 자신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이 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김일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나로서는 걱정이 많았거든.”
“내가 미리 챙겼어야 했는데 요즘 내가 다른 데 신경 쓰다 보니까 깜빡했다. 미안하다.”
“네가 미안할 거까지야 없지. 내가 아쉬워서 그런 건데…….”
“그건 아니야. 나도 너 때문에 마음 편하게 장사하고 있잖아. 그건 그렇고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저녁이야 집에 가서 먹어야지.”
“그러지 말고 오늘은 저녁 같이 먹자. 너한테 할 말도 있고.”
“나한테? 무슨 …….”
“그건 저녁 먹으면서 얘기하자고.”
김일수는 현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가게를 나와 미소식당으로 향했다.
드르륵.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자 권오영 사장이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게, 김 사장.”
“네, 안녕하셨어요? 장사는 여전하시죠?”
“나야 늘 그렇지. 그나저나 지난번에 TV에 나오고 일반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하던데 요즘도 꾸준한가?”
“네, 다행히 아직까지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역시 방송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방송이 나간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꾸준한 걸 보면 방송이 무섭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끼곤 한다.
권오영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겨울 방학은 무사히 넘어가겠구먼?”
“글쎄요, 저도 처음엔 많이 걱정했었는데 요즘 같아선 무난히 넘어갈 거 같습니다. 그리고 방학 동안에는 큰 욕심 없습니다. 인건비만 나와 주면 좋겠습니다.”
“하긴, 평상시에 워낙 잘 되니까 방학 동안에는 현상 유지만 돼도 성공하는 걸세. 하여간 어린 친구가 참 대단하네.”
“헤헤, 다 동네 사람들이 도와줘서 그렇지요.”
현성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권오영 사장이 다시 물었다.
“그래, 오늘은 뭘 먹을 텐가?”
“삼겹살로 주세요. 저녁으로 억을 거니까 밥도 같이 주시고요.”
“알았네, 잠깐만 기다리게.”
권오영 사장이 주문을 받은 후 물러가자 김일수가 바로 물었다.
“진짜 방학 동안에도 어른들이 지금처럼 찾아올까?”
“물론 지나 봐야 알겠지만 내 생각엔 별 차이는 없을 거 같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았어, 어쨌건 그동안 걱정이 많았었는데 오늘 네 얘기를 듣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거 같다. 그건 그렇고 나한테 할 얘기라는 게 뭐야?”
“다름이 아니고 사실은…….”
현성은 조금 전 미용실에서 윤지영 사장과 나눴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바로 봉사 활동에 관한 얘기였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김일수가 말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노인정으로 봉사 활동을 나가자는 거지?”
“응, 네 생각은 어때?”
“나야 물론 좋지. 그렇지 않아도 그 어르신들 때문에 라면 가게 손님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렇게라도 감사 인사를 전하면 좋지.”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물었다.
“우리는 라면만 가지고 가면 되는 거야?”
“그건 기본이고 막걸리하고 떡도 좀 준비하려고. 가능하면 돼지고기도 좀 삶고.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하려고.”
“일이 점점 커지는데…….”
“어차피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낫지 않겠냐? 라면만 하나 달랑 끓이기엔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김일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정우랑 민우 그리고 수혁이까지 같이 데리고 가면 사람은 충분할 거 같은데, 내 생각은 어때?”
“걔들도 아마 좋아할 거야.”
“오케이, 그 문제는 그렇게 정리하는 거로 하자.”
그때 윤오영 사장이 삼겹살을 들고 왔다.
고기와 야채 세팅이 끝나자 두 사람은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현성이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기말고사가 이제 일주일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할까?”
“지난 중간고사 때처럼 식당에 모여서 공부하면 안 될까?”
“글쎄, 그 문제는 우리 둘이 결정할 게 아니라 내일 다른 친구들하고 의논해서 결정하는 거로 하지 뭐.”
“그래, 알았어. 그 문제는 그렇게 하자고. 이제 남은 고기나 마저 먹자고.”
두 사람은 남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다음 날 저녁.
현성의 라면 가게에는 다섯 명이 모여 있었다.
현성이 먼저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다음 주에 기말고사가 시작인데 공부를 어떻게 했으면 좋을까 싶어서 오늘 이렇게 모인 거니까 각자 생각을 말했으면 좋겠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제일 먼저 김일수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엔 중간고사 때처럼 모여서 했으면 좋겠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나도 그게 좋을 거 같은데.”
이정우가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수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나도 찬성이야. 지난번에 해보니까 혼자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여럿이 하는 게 능률이 오르더라고.”
이제 남은 건 현성과 이민우였다.
이민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는 지난번에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다들 그게 좋다고 하니 같이 할게. 그런데 나도 같이해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공부하는데 무슨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친군데 안 될 게 뭐 있어?”
이정우가 웃으며 이민우의 말을 받았다.
그러자 현성이 입을 열었다.
“그건 정우 말이 맞아. 민우야 네가 원하면 얼마든지 같이해도 돼.”
“응, 알았어. 그럼 나도 같이할게.”
이민우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이번에도 누가 더 잘하나 우리 시합하는 거다.”
“좋아, 지난번엔 내가 등수에 밀렸지만 이번엔 꼭 이길 거다.”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자식, 한 번 이겼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이거지? 어디 두고 보자.”
김일수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이정우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전생과는 너무나 다른 김일수와 이정우의 모습에 웃음이 났던 것이다.
모두 돌아가고 혼자 남은 현성.
30분쯤 지났을까.
똑똑.
누군가 가게 문을 두드렸다.
현성이 문을 열자 두 사람이 밖에 서 있었다.
잔디파의 한명수와 김태진이었다.
“너희들이 이 시간에 웬일이야?”
“선배님한테 부탁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부탁? 무슨 부탁?”
“공부할 데가 없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적으로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명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배님도 아시다시피 다음 주가 기말고사 아닙니까?”
“물론이지.”
“그래서 모여서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장소가 없습니다. 학교 교실은 너무 춥습니다.”
“아…….”
현성은 그제야 무슨 소린지 알아들었다.
12월 중순이 넘었으니 추운 건 당연하다. 그러니 해가 넘어간 후 저녁에 교실에서 공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학교 측에서 난로를 피워주는 것도 아닐 테고.
한명수가 다시 말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그러니까 네 말은 지금 저녁에 여기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음…….”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기껏 도움을 요청했는데 이대로 모른 척 내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은 한명수를 보며 물었다.
“몇 명이야?”
“그게 좀 많습니다.”
“설마 잔디파 30명이 다 오겠다는 건 아니지?”
“그건 물론입니다. 집이 멀어서 같이 못 하는 애들 빼고 지금 같이하겠다고 하는 애들이 총 20명입니다.”
“20명?”
“네, 지난번 중간고사 때 결과가 좋아서 그런지 서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나마도 줄이고 줄여서 20명입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되면 홀뿐만이 아니고 안채까지 다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성이 말했다.
“알았어. 내일부터 안채에 연탄 땔 테니까 애들 데리고 들어와.”
“정말입니까?”
“공부하겠다는데 내가 모른 척할 수는 없는 거잖아.”
“역시, 선배님입니다.”
한명수와 김태진은 서로를 마주 보며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도 빙긋 웃었다.
몇 개월 전까지도 말썽만 부리던 녀석들이 이제는 공부를 하겠다고 찾아온다는 자체가 신기할 뿐이었다.
이번엔 옆에 있던 김태진이 물었다.
“혹시 선배님들도 여기서 모여서 공부하십니까?”
“응, 나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이 하기로 했어.”
“그럼 저희까지 총 25명이 여기서 공부를 하는 셈이네요?”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태진이 다시 말했다.
“선배님이 대단하긴 대단한 사람인가 봅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지 않습니까? 선배님이 계시니까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가능한 거 아닙니까? 저희가 공부를 한다는 자체도 따지고 보면 다 선배님 덕분이고요.”
“그거야…….”
현성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잔디파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변할 줄은 현성 자신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번엔 한명수가 현성을 낮게 불렀다.
“선배님!”
“갑자기 왜 분위기는 잡고 그래?”
“나중에 어른이 되더라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선배님 아니었으면 우리는 지금까지도 뒷골목에서 애들한테 삥이나 뜯고 있었을 겁니다.”
“…….”
“고맙습니다. 선배님!”
툭툭.
현성은 한명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