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1)
회귀해서 건물주-241화(241/740)
241
다음 날.
현성은 복덕방으로 향했다.
드르륵.
현성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박인수 사장이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게. 그렇지 않아도 기다리고 있었네.”
“땅은 얼마나 확보가 됐나요?”
“열심히 쫓아다니기는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 사람들이 아무래도 농사를 짓다 보니 땅을 팔겠다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네. 오늘까지 확보한 땅이 2만 평이 조금 안 되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부분이다. 앞으로 2, 30년 뒤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지만 아직까지는 고향을 떠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어차피 하루 이틀에 끝날 일 아니니까요.”
“알았네. 나도 처음엔 욕심을 냈는데 일을 진행하다 보니까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걸 알았네.”
“맞습니다. 물론 저의 목적이 땅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내쫓는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사람들과 나중에는 그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게 최종 목적이니까요.”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박인수 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지난번엔 제가 자세한 말씀은 안 드렸는데, 사실은 그곳에 마을을 만들 겁니다.”
“지금 마을이라고 그랬는가?”
“네, 그렇습니다.”
“나로서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는구먼. 미안하지만 좀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겠는가?”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박인수 사장의 표정은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인수 사장이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앞으로 2, 30년 뒤에는 이 마을에 사람이 별로 없을 거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 이유가 농사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거고?”
“맞습니다. 그러니 결국 젊은 사람들은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후!
박인수 사장은 짧게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산 중턱에 식당을 열겠다는 거고?”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식당의 규모도 장난이 아닐 텐데, 어느 정도나 생각하고 있는가?”
“지금으로선 우선 150평짜리 3층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나중엔 더 늘릴 생각도 있고요.”
“허허, 150평짜리 3층이라…….”
박인수 사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처음엔 그 정도 규모로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 말은 나중엔 더 키울 수도 있다는 말인가?”
“네, 나중엔 카페도 만들 겁니다.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그곳이 경관 하나만큼은 이 마을에서 최고 아닙니까?”
“물론 그렇기야 하지. 어디 가도 그만한 곳은 없을 거야. 그런데 난 궁금한 게 하나 있네.”
“네, 말씀하세요.”
현성은 박인수 사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인수 사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러는 이유가 뭔가?”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나 같으면 굳이 그 고생은 안 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냥 그 돈이면 한평생 잘 먹고 잘살 수 있을 텐데 그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 살 필요가 있냐는 거지.”
“제 소명(召命)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명?”
“네, 제가 살아가는 이유 말입니다.”
회귀를 하면서 생각했던 삶의 방향이다.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건 쉬운 일이다. 어차피 미래를 아는데 무엇을 못 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엔 회귀한 삶이 너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많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었다.
박인수 사장이 다시 물었다.
“그 소명이 바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란 건가?”
“네,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면 고향을 지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우리의 고향은 사라지고 말 겁니다.”
“결국은 고향을 지키겠다는 거구만.”
박인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니 사장님도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하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네. 내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날까지 열심히 해보겠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현성은 그 후로 잠깐 얘기를 더 나눈 다음 복덕방을 나왔다.
복덕방을 나온 현성이 향한 곳은 미소식당이었다.
박희철과 미리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드르륵.
식당에 들어서자 권오영 사장이 현성을 반갑게 맞았다.
“김 사장, 어서 오게.”
“안녕하세요. 장사는 여전하시죠?”
“겨울이라 그런지 요즘은 손님들이 뜸하네. 보다시피 이 시간에 손님 없는 거 보게. 거기는 좀 어떤가?”
“저희도 비슷합니다. 어차피 방학이라 현상 유지만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거기는 꾸준한 거 같던데 뭐.”
“원래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아닙니까? 그건 그렇고 박 씨 아저씨 아직 안 오셨어요?”
현성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권오영 사장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저 방에서 조금 전부터 기다리고 계시네.”
“아, 그래요? 그럼 저는 이만…….”
현성은 얼른 권오영 사장이 말한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드르륵.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박희철이 손짓을 하며 현성을 맞았다.
“김 사장, 여기.”
“일찍 오셨어요?”
“아니, 나도 10분 전에 도착했네.”
“무슨 일이 있어 부른 건 아니죠?”
“이틀 후엔 새해 아닌가, 그래서 올해 가기 전에 자네와 저녁이나 한 끼 할까 하고 불렀네.”
“제가 먼저 연락을 드린다는 게 그만…….”
“괜찮네. 누가 먼저 연락하면 어떤가, 이렇게 얼굴 보면 됐지.”
박희철은 미소를 지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좋네. 신기한 건 그때 자네가 치료해준 다음부터는 이상하게 속이 편안하네. 내가 원래 위염을 달고 살았거든.”
“효과가 있다니 다행입니다.”
“효과 정도가 아닐세. 만성이었는데 그 후론 전혀 아프지를 않다니까. 자, 내 손을 다시 한번 잡아보게.”
박희철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손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은 씩 웃으며 박희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지난번처럼 정신을 집중해 박희철의 몸을 진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입을 열었다.
“깨끗한데요.”
“그렇지? 요즘 이상할 정도로 속이 편안하다니까.”
“다행이네요.”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어떻게 자네한테 이런 능력이 있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생각할수록 신기할 뿐입니다.”
“앞으로 자네는 내 주치의네.”
“네?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권오영 사장이 고기를 들고 들어오며 말했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가?”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웃자고.”
현성이 제대로 말을 못 하지 박희철이 대신 나섰다.
“권 사장, 거기 앉아보게.”
“네? 왜 그러십니까?”
“손 좀 내밀어 보게.”
권오영 사장은 박희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왜 그러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희철의 설명이 이어지자 권오영 사장은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마침내 박희철의 설명이 끝나자 권오영 사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형님 말씀이 사실인가?”
“그게…….”
“자, 내 손을 잡아보게.”
윤오영 사장은 자신의 손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윤오영 사장의 손을 잡고 정신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현성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시 약주 많이 드십니까?”
“아무래도 일 끝나고 피곤하니까 매일 먹기는 하는데,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간에 무리가 많이 갔는데요. 아무래도 병원에 한 번 다녀오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혹시 종양이나 그런 건 아니지?”
권오영 사장은 불안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제 판단으로는 그런 건 아닌데 일단 병원엔 가셔야 할 거 같습니다.”
“혹시 자네가 치료할 수는 없는 건가?”
“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아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일단은 오늘부터라도 약주는 끊으시고 빠른 시일 내에 병원에 가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알았네. 내일이라도 당장 병원에 가서 검사해 보겠네.”
권오영 사장의 말이 끝나자 박희철이 말했다.
“어떤가? 내 말이 사실이지?”
“솔직히 신기하기만 합니다. 사실 그렇지 않아도 늘 술을 먹으면서도 불안했었거든요. 아무래도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겠습니다.”
“잘 생각했네. 이제 자네 나이도 50을 넘었으니 신경 좀 써야 될 거야.”
“네, 형님.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고맙습니다.”
권오영 사장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박희철이 말했다.
“나한테 고마울 게 뭐 있는가? 여기 김 사장이 수고는 다 했는데.”
박희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권오영 사장은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김 사장, 정말 고맙네.”
“아직 확인된 것도 아닌데요, 뭐.”
“아닐세. 그렇지 않아도 요즘 몸이 왠지 피곤하더라고. 자네 아니었더라면 병원에 갈 생각도 안 했을 걸세. 그렇게 됐다면 몸은 더 나빠졌을 테고.”
“…….”
현성으로선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권오영 사장이 다시 말했다.
“하여간 자네 덕분에 내가 살았네. 내가 일단 내일 병원에 가서 검사한 후 찾아가겠네.”
“굳이 그러실 필요까지야…….”
“아니지, 사람이 자고로 은혜를 모르면 못 쓰는 법이네.”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치료만 잘 받으십시오.”
“그건 내가 알아서 함세.”
권오영 사장이 이번엔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형님, 그런 의미에서 오늘 고깃값은 안 받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물론 여기 김 사장 덕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형님이 아까 먼저 손을 잡아보라고 하는 바람에 몸에 이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박희철은 뭐라 특별히 할 말이 없는 듯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그러자 권오영 사장이 다시 말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형님 덕분이기도 한 겁니다.”
“그런 공치사 받으려고 한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게.”
“제 마음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허허, 이 사람이……. 김 사장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권오영 사장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이건 아닙니다. 아저씨나 저나 그런 거 바라고 한 거 아니니까 더는 마음 쓰지 마십시오.”
“그래도 그렇지…….”
“사장님 마음만 받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꼭 병원에 가시고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알았네. 그럼 난 나가 볼 테니까 어서 고기 먹게.”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권오영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희철한테 인사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박희철이 현성은 보며 물었다.
“병명이 뭔가?”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