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2)
회귀해서 건물주-242화(242/740)
242
“간경화?”
“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초기라는 겁니다.”
“초기란 얘기는 벌써 간이 굳어지기 시작했다는 거잖아?”
“네, 맞습니다. 저 정도면 전조 증상이 있었을 텐데 장사를 하다 보니까 그냥 넘어갔나 봅니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정상 기능을 할 수 있는 간세포의 수가 과도하게 적어지면서 단백질 합성, 해독작용 등의 간 기능 장애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게 될 겁니다. 물론 더 방치했다가는 간암의 발병률도 크게 증가할 거고요.”
현성의 설명에 박희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쨌건 자네가 또 큰일을 해냈구먼.”
“권 사장님이 운이 좋았던 거죠.”
“그러게 말일세. 그나저나 올 때가 됐는데…….”
박희철은 시계를 보며 문 쪽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아까부터 시계는 왜 자꾸 보십니까? 혹시 누가 또 오시기로 한 겁니까?”
“그렇다네, 자네도 잘 아는 사람일세.”
“제가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박희철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정식으로 자네한테 인사를 시키고 싶어서 오라고 했네.”
“누군지 궁금하네요.”
그때였다.
드르륵.
방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어? 어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정우의 어머니 신명순이었다.
신명순이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제가 좀 늦었지요?”
“아니 괜찮아요. 명순 씨 이쪽으로 앉아요.”
박희철이 자리를 안내하자 신명순은 박희철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인사시켜 주신다는 분이 어머니였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몰라도 자네한테는 정식으로 인사를 해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네.”
“그 말씀은…….”
“우리 두 사람 올 5월에 약혼식 먼저 올리기로 했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이게 다 자네 덕분이네. 자네 아니었으면 우리 두 사람 만나지도 못했을 거고 이렇게 함께하지도 못했을 거네.”
박희철의 말이 끝나자 신명순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건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사장님 덕분에 저도 회장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리고 이런 사석에서는 말씀 좀 편하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많이 불편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습관이 되다 보니 이게 편해서…….”
“그러지 마세요. 제가 그건 불편해서 안 되겠어요.”
“그럼, 알았네.”
신명순은 빙긋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정말 축하드립니다. 약혼식이 5월이면 결혼식도 곧 잡으시겠네요?”
“글쎄, 사실은 나이 먹고 결혼식을 한다는 게 쑥스러워서…….”
“그래서 안 하시려고요?”
“생각 중이야. 그건 회장님 생각도 비슷하고…….”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좀…….”
“아저씨, 이건 말이 안 되죠. 약혼식이란 게 결혼식을 전제로 하는 건데 정작 결혼식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건 그런데……,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내년이면 환갑이네. 이 나이 먹고 결혼식을 한다는 것도 영 어색해서 말이야.”
현성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나이와 결혼식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결혼식을 안 하겠다는 것인가.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제가 저번에 뭐라고 했는지 벌써 잊으신 겁니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제가 저번에 분명히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나이 때문에 결혼식을 못 하시겠다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그게 말은 쉬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좀…….”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희철이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저씨, 잠깐만 저하고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하죠?”
“밖에서?”
“네, 어머니 앞에서 드릴 말씀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잠깐만 밖에서 얘기 좀 나누고 들어오겠습니다.”
“어? 어, 그래 알았어.”
신명순은 현성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잠깐 놀라는 듯했지만 바로 안정을 찾았다.
밖으로 나온 두 사람.
현성이 먼저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우선 이렇게 밖으로 모셔서 죄송합니다. 혹시라도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리겠습니다.”“기분 상할 일이 뭐 있는가? 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그래 무슨 말인지 말해보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거 같습니다.”
“물론 자네 말이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는데 그게 나로서는 말처럼 쉽지가 않네.”
여전히 생각에 변화가 없는 박희철이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그럼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뭔가?”
“혹시 어머니도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사실은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리네. 말은 본인도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꼭 그런 거 같지는 않아서 말이야. 아무래도 나 때문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박희철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혹시 어머니 연세는 알고 계십니까?”
“물론이지. 올해로 마흔여덟이네.”
“어린 제가 이런 말씀 드리기는 죄송하지만, 여자 나이 마흔여덟이면 한창때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 그래서 내가 망설이는 거네.”
박희철은 고민스러운 듯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솔직히 어느 여자가 결혼식도 안 하는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정말 그런 건가…….”
“제 생각엔 이건 최소한의 여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의 예의?”
“네, 그렇습니다. 만약 이대로 그냥 넘어간다면 아저씨는 어머니한테 평생 잊지 못할 죄를 짓는 겁니다.”
“허허……, 그 정도인가?”
박희철은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그렇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셨다면 그런 생각은 안 하셨을 겁니다.”
“음…….”
박희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박희철이 입을 열었다.
“형식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혹시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얼핏 들어본 거 같기는 하네만…….”
“물론 사람이 너무 형식에 얽매일 필요는 없겠지만, 때로는 그 형식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볼 땐 지금 아저씨의 경우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음…….”
박희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다시 열었다.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거 같은 게 아니고 그런 겁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결정을 하십시오.”
“그럼 내가 앞으로 어찌하면 되겠는가?”
“고민할 게 뭐 있습니까? 보란 듯이 결혼식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저씨의 그 나이는 아무 상관 없다는 거 꼭 명심하시고요.”
“……알았네, 내가 그 문제는 명순 씨와 다시 한번 심각하게 논의를 해보겠네.”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논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논의할 게 뭐 있습니까? 그건 어머니를 두 번 힘들게 하는 겁니다.”
“그래도 논의하는 게 우선이지 않겠는가?”
“물론 모든 일에 논의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이번 일은 예외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아저씨가 남자로서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 주실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명순 씨를 위하는 길이란 말이지?”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물론입니다. 세상천지에 결혼식을 원하지 않는 신부는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약혼식 대신에 결혼식은 어떤가?”
“저는 개인적으로 찬성입니다.”
“음……, 그렇다면 이왕 하는 거 화려하게 하는 게 낫겠지?”
박희철의 표정은 조금 전과는 확실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런 박희철을 보며 현성이 말을 이었다.
“물론 화려한 것도 좋겠지만 더 중요한 건 아저씨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네, 어머니가 원하는 건 아저씨의 마음, 즉 믿음일 겁니다. ‘이 사람이 나를 진짜 평생 반려자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는 그런 확신 말입니다.”
“자네 말은 그게 부족했다는 거지?”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 결혼식 문제만 봐도 어머니 입장에서는 비록 말씀은 안 하시지만 불안한 면이 있었을 겁니다.”
“음……, 어쩐지 결혼식 얘기만 나오면 좀 예민하긴 했었네.”
“그 문제는 어머니가 불안하지 않게 이제라도 아저씨가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알았네. 그 문제는 내가 오늘 매듭을 짓겠네.”
“그럼 됐습니다. 이제 들어가시죠, 어머니가 많이 기다리시겠네요.”
“하여튼 고맙네. 오늘 또 자네한테 도움을 받았구먼.”
두 사람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
박희철이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명순 씨, 미안합니다.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좀 늦었습니다.”
“저야 괜찮아요. 그래, 말씀은 잘 나누셨어요?”
“네, 김 사장 덕분에 제가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생각이 바뀌다니요?”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하며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말을 이었다.
“먼저, 명순 씨한테 할 말이 있습니다.”
“저한테요?”
“네, 우리 약혼식은 없던 걸로 합시다.”
“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신명순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대신 결혼식을 바로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신명순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박희철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도 약혼식을 하겠다는 말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 와서 약혼식은 취소하고 결혼식을 하자고 하니 신명순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생각해보니까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던 거 같습니다. 명순 씨를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데 제가 그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니, 밖에서 무슨 말씀을 나누셨기에 이렇게 갑자기 변하신 거예요?”
“김 사장한테 제 생각만 한다고 많이 혼났습니다.”
“네?”
신명순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머니는 고우셔서 웨딩드레스 입으시면 진짜 예쁘실 겁니다.”
“웨딩드레스?”
“네, 당연히 입으셔야죠. 5월의 신부가 되시는 겁니다.”
“어머…….”
신명순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희철이 입을 열었다.
“명순 씨, 미안합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제가 그것도 모르고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습니다.”
“…….”
신명순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신명순의 손을 잡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명순 씨, 제가 앞으로는 이런 실수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저기 회장님…….”
“네, 명순 씨 말씀하세요.”
“사실…….”
뚝.
신명순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