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3)

회귀해서 건물주-243화(243/740)

243

눈물을 흘리던 신명순은 박희철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회장님.”

“네, 명순 씨 말씀하세요.”

“고마워요.”

“아닙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렇게 좋아하시는 줄 모르고 그동안 제가 결혼식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저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박희철은 괴로운 듯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자 신명순이 그런 박희철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괴로워하지 마세요. 회장님도 나름 힘드셨잖아요.”

“아닙니다. 저는 그저 저 자신만 생각한 못난 놈입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제가 회장님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솔직히 인정하겠습니다. 사실은 아들 녀석들 때문에 많이 망설였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으론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박희철에게도 사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아들 녀석들에게 전화를 했었다. 물론 결혼식 때문이었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이 자신들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환영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식으로 반대할 줄은 몰랐다.

그렇다 보니 마음의 갈등을 느꼈던 건 사실이다.

신명순이 말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명순 씨한테는 창피한 얘긴데 이제부턴 그 녀석들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솔직히 그나마 자식이라고 그 녀석들의 축복을 받고 싶었는데 그게 또 저만의 욕심이었나 봅니다. 이제부터는 명순 씨만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박희철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물었다.

“아저씨 아까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사실은 창피한 일이라 숨기고 싶었네.”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자제분들은 왜 반대를 한다는 겁니까?”

“내 입으로 말하기조차 창피한 얘긴데, 그 나이에 무슨 결혼이냐고 하더군.”

“네? 그게 정말입니까?”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말했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다 내가 잘못 가르친 내 탓인걸.”

“아니 어떻게…….”

현성으로선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삼자의 입장에서 더 이상 뭐라 할 수는 없었다.

그때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고 고기나 먹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 전에 축하 건배부터 하죠?”

“축하?”

“네, 우리 5월의 신부님을 위해서 말입니다.”

“하하, 그거 좋지. 우리 명순 씨가 드레스 입으면 정말 예쁠 거야.”

“호호, 회장님도 참…….”

신명순은 부끄럽다는 듯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며 말했다.

“김 사장, 한 잔 따라보게.”

“네. 그러죠.”

쪼르륵.

현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희철의 술잔에 맥주를 가득 따랐다.

그러자 박희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김 사장, 자네가 곁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네. 이리 좋은 날 함께 축하도 해주고 말이야.”

“저도 아저씨가 계셔서 항상 든든합니다. 아무쪼록 두 분 앞으로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그려, 나도 많이 노력할 걸세.”

현성이 이번엔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어머니도 한잔하셔야죠?”

“그럼 그럴까…….”

현성은 신명순의 술잔에도 맥주를 가득 따랐다.

그러자 이번엔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자네도 한잔해야지?”

“축하하는 자리에서 술이 빠질 수야 없겠죠. 한잔 주십시오.”

잠시 후.

현성이 먼저 술잔을 앞으로 내밀었다.

“두 분의 결혼을 미리 축하드리고, 특히 5월의 신부님이 되실 어머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호호, 부끄럽게…….”

“명순 씨, 우리 행복하게 삽시다.”

“네, 회장님!”

챙.

세 사람의 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

다음 날.

영업을 마친 현성이 가게를 막 나가려 할 때였다.

누군가 가게로 쑥 들어왔다.

“어? 사장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현성을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미소식당 권오영 사장이었다.

“어디 가려고?”

“네, 내일이 신정이라 집에 좀 다녀오려고요. 그런데 지금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원주 기독교 병원에서 검사 끝내고 오는 길이네. 참, 이거 먼저 받게.”

권오영 사장은 보자기에 싼 상자를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별건 아니고 한우 세트네.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정육점에 들러서 샀네.”

“이걸 왜 갑자기…….”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권오영 사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자네 말이 맞았네.”

“그 말씀은…….”

“검사 결과 간경화가 이미 진행되었더군. 그런데 그게 천만다행으로 초기라 6개월만 꾸준히 치료하면 된다고 하더라고. 물론 치료 경과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고 하더군.”

현성은 그제야 권오영 사장이 왜 한우 세트를 들고 왔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지금 이걸 사 오신 겁니까?”

“나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이렇게라도 보답을 해야지.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가?”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모든 사람을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중에 내가 해당이 됐다는 사실일세. 의사 선생이 두 달만 늦게 왔어도 병이 상당히 진행됐을 거라고 하더군. 그렇다 보니 나로서는 자네가 하느님처럼 느껴진다네.”

권오영 사장은 현성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사장님이 운이 좋으셨습니다.”

“운으로 돌리기엔 내가 너무 큰 은혜를 입었네. 그리고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이왕 손을 댄 김에 치료는 안 되겠는가?”

“치료요?”

“그렇다네. 어제 희철이 형님 말씀으로는 치료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미안하지만 어찌 안 되겠는가?”

“그게 장담할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냉정하게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그때 권오영 사장이 말했다.

“김 사장, 부탁함세.”

“결과는 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 걱정은 하지 말게.”

“이쪽으로 오시죠.”

현성은 권오영 사장을 데리고 안채로 들어갔다.

잠시 후.

“이쪽으로 편하게 누우시죠?”

“고맙네. 잘 부탁함세.”

현성은 권오영 사장이 자리에 눕자 정신을 집중에 치료하기 시작했다.

방식은 지난번 신춘오 회장을 치료할 때와 같은 방식이었다. 정신을 집중해 기를 불어넣자 자신의 손을 통해 빠져나간 기운은 권오영 사장의 몸속으로 들어가 아픈 부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온몸에서 기운이 점차 빠져나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제는 처음처럼 정신을 잃을 정도로 한꺼번에 기운을 다 소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성은 감았던 눈을 떴다.

“다 됐습니다.”

“끝난 건가?”

“네, 여기서 더 진행하면 제가 정신을 잃습니다. 그러기 전에 멈춰야 합니다.”

“허허, 참…….”

권오영 사장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거참 신기하네. 처음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마치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청량감이 가득하더라고. 그러더니 어느 순간 뜨거운 기운이 느껴지더니 지금 은 또 아주 편안해졌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병원엔 언제 또 가시기로 하셨습니까?”

“열흘 뒤에 약을 타러 가야 하네. 그때 경과를 보자고 하더군.”

“매일은 저도 힘들어서 안 되고요, 3일에 한 번만 이 시간에 오세요.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정말인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 신춘오 회장을 치료하면서 몸으로 느꼈던 것이 이틀에 한 번은 체력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흘에 한 번으로 치료 시간을 잡은 것이다.

권오영 사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여튼 나로서는 정말 고마운 일인데 김 사장이 힘들어서 괜찮겠는가?”

“어차피 제가 시작한 일인데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 이왕 하는 거 즐거운 마음으로 하려고요.”

“그렇게 말해주니 나로서는 정말 고맙네. 그건 그렇고 오늘 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괜히 나 때문에 너무 늦어진 건 아닌지 모르겠네.”

“아닙니다. 이제 가도 충분합니다. 그럼 같이 나가실까요?”

두 사람은 안채를 나와 가게를 빠져나왔다.

집에 도착한 현성.

“어머니!”

현성은 큰 소리로 어머니를 불렀다.

그러자 부엌에 있던 어머니가 밖으로 나오며 현성을 맞았다.

“어서 와, 우리 아들. 좀 늦었네.”

“오려고 하는데 누가 좀 찾아오는 바람에 좀 늦었어요.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야?”

“한우 세트인데 누가 줬어요.”

“이 비싼 걸 누가?”

어머니는 한우 세트를 열어보며 현성한테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미소식당 사장님이 조금 전에 사가지고 오셨더라고요.”

“그 양반이 왜?”

“사실은…….”

현성은 권오영 사장과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결국은 진료비네. 그런데 그 양반은 병원에서 뭐래?”

“제 말대로 간경화 초기 증상이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전에도 그 사장님 치료하다가 조금 늦은 거예요.”

“이젠 치료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구나. 그건 그렇고 서울에 있는 그 회장이란 양반은 종양이라고 하더니 이제 괜찮은 거야?”

“신춘오 회장님 말이죠? 며칠 전에 전화 왔었는데 아무 이상 없답니다.”

“그것참 신기하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신기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경험이 쌓일수록 아픈 사람의 환부가 더 정확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치료 또한 요령이 생기다 보니 처음에 치료할 때보다 많이 능숙해졌다는 것이다.

그때였다.

“현성이 왔냐?”

아버지가 안방에서 나오며 현성을 불렀다.

“네, 아버지 저 왔습니다.”

“추운데 어서 방으로 들어오너라.”

“네, 지금 들어갑니다.”

현성이 막 방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오빠 왔어?”

동생 김지연이 자신의 방에서 나오며 현성을 맞이했다.

“어디 아파? 왜 목소리에 힘이 없어?”

“낮에부터 속이 좀 안 좋은 거 같더니 영 힘이 없네.”

“그래? 안방으로 들어와 봐. 오빠가 좀 봐줄게.”

안방으로 들어온 현성은 김지연을 자리에 눕힌 후 손을 잡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혹시 낮에 뭐 먹었어?”

“특별한 건 없었는데, 단지 배가 고파서 급하게 먹긴 했는데…….”

“여기 가슴이 답답하지?”

“응, 왜 뭐가 막힌 거야?”

“내가 볼 땐 체했어.”

윙.

현성은 자연스럽게 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잠깐 시간이 지나자 싸늘했던 손에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지연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오빠 뭐한 거야?”

“이제 좀 괜찮지?”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갑갑했던 가슴이 갑자기 뻥 뚫린 것처럼 시원한 거야?”

“요즘 오빠가 익히고 있는 신기술이야.”

현성은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하다는 듯 피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