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4)
회귀해서 건물주-244화(244/740)
244
저녁을 먹은 현성이 자신의 방에서 잠깐 쉬고 있을 때였다.
똑똑.
문을 열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
현성은 반갑게 아버지를 맞았다.
“잠깐 들어가마.”
“네, 들어오세요.”
아버지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현성에게 서류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이것 좀 보거라.”
“이게 뭡니까?”
현성은 서류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서류 봉투 안에는 등기부 등본이 들어있었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이건 땅문서잖아요?”
“이번에 네가 준 돈으로 산 땅이다. 집 앞에 있는 논과 개울 건너에 있는 밭이다.”
“드디어 사셨군요?”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빙긋 웃었다.
전생에서 아버지의 소원은 집 앞에 있는 논과 개울 건너에 있는 밭을 가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안타깝게도 그 땅들을 소유할 수 없었다.
가난.
의지만으로는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현성의 손을 지그시 잡았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현성아, 고맙구나. 내가 네 덕분에 평생의 소원을 이루게 되었구나.”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글쎄다, 이게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다마는 하여간에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오죽하면 자다가도 일어나 이 땅문서를 다시 확인하는 버릇까지 생겼으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니?”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버지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경운기를 살까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경운기를 말입니까?”“그래, 아무래도 농사를 지으려면 경운기가 필요할 거 같아서 말이야. 땅이 없었을 때는 필요 없었는데 이제 땅을 사고 나니까 아무래도 없어서는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렇겠네요. 그 넓은 땅을 남한테 일일이 맡길 수도 없는 일이고, 그런데 위험해서 괜찮으시겠어요?”
“그 정도쯤이야…….”
아버지는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버지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그럼 내일이라도 당장 사러 가야겠구나.”
“내일 바로 말입니까?”
“굳이 시간 끌 필요가 없지 않겠냐? 어차피 사기로 작정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사는 게 득이지. 안 그러냐?”
현성은 씩 웃었다.
항상 무슨 일이든 결정하려면 지나칠 정도로 신중하던 아버지였다. 그래서 때로는 갑갑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랬던 아버지가 지금은 어떤가?
한두 푼도 아니고 거의 100만 원에 가까운 경운기를 사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아버지다.
아버지가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버지를 변하게 했을까?
두 말할 것도 없이 그건 바로 돈이다.
통장의 잔고.
통장의 잔고는 갑갑했던 아버지의 성격까지도 바꾸어 놓은 것이다.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예전하고 많이 달라지신 거 같은데요?”
“내가 말이냐?”
“네, 예전에는 무슨 일이든 한번 결정하려면 쾌나 시간이 걸렸었는데 이번엔 그 비싼 경운기를 사시면서도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허허, 그 부분은 인정하마. 요즘은 내가 봐도 예전의 나하고는 달라진 걸 알겠더구나.”
“보기 좋습니다.”
“그게 다 네 덕분 아니겠느냐? 사람이 돈이 생기고 나니까 솔직히 생각부터 달라지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돈돈 한다는 걸 요즘 들어 새삼 느낀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는 말거라.”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그런 걱정을 왜 합니까? 아버지가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실 텐데요. 저는 그저 아버지의 자신 있는 지금의 모습이 보기 좋다는 얘깁니다.”
“허허, 보기 좋다니 다행이구나. 그런데 사실 이게 다 네 덕분이다 보니 아비로서는 조금 무안하기는 하다.”
“그런 생각을 왜 하세요?”
“아비로서는 어쩔 수 없구나.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기가 죽거나 의기소침해하지는 않을 거다. 대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여 우리 가족을 위해서 살려고 한다.”
“역시 우리 아버지십니다. 저는 아버지를 믿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버지를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현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때 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참, 집은 올 겨울이 끝나고 나면 공사 들어갈 거다.”
“건축업자는 만나 보셨어요?”
“지난주에 만났는데, 3월 20일부터 공사 들어가기로 했다.”
“몇 개월이나 걸린 답니까?”
“5개월은 걸린다고 하더라. 그리고 창고까지 아예 별도로 짓기로 했다. 그렇다 보니 비용이 좀 더 늘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물었다.
“건축 비용이 총 얼마나 든다고 하던가요?”
“물론 정확한 거는 설계도를 뽑아봐야 알겠지만 대략 천오백 정도는 들어갈 거라고 하더구나.”
“만만치 않네요?”
“건평을 좀 넓게 잡았더니 어쩔 수 없이 비용이 올라가더구나. 그리고 창고도 짓는 김에 널찍하게 짓기로 했다. 어차피 처음에 지을 때 제대로 지어야 할 테니까 말이야.”
“잘 하셨어요. 그리고 지금은 추우니까 힘드실 테고, 봄 되면 어머니랑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세요.”
아버지는 여행이라는 말에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갑자기 웬 여행?”
“지금까지 어머니랑 여행은 한 번도 가신 적 없으시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니까 이제라도 두 분이 여행이라도 함께 다니시라고요. 혹시 어머니가 여행 좋아하는 거 아세요?”
현성도 전생에서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였을 것이다. 어머니가 앨범을 보면서 한 말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젊어서 아버지와 여행을 못 다니는 바람에 추억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버지와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다.
현성의 질문에 아버지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처음 듣는 소린데…….”
“말씀은 안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랑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사람이 나이 먹으면 추억으로 산다고 하잖아요. 그러니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여행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으시고 추억도 많이 만드시라고요.”
“혹시 네 엄마가 너보고 뭐라고 하든?”
“그런 건 아닌데 제 느낌이 그래요. 그리고 아버지도 아시다시피 어머니가 지금까지 여행 한번 제대로 다닌 적 없잖아요. 그건 아버지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두 분이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여행이라도 다니셨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아버지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겠다. 사실 그동안은 여유가 없어서 그럴 시간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네 엄마랑 여행도 다니고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네, 꼭 그렇게 하세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꿈만 같구나. 어떻게 이런 일이 우리 집에 생겼는지…….”
“헤헤, 그건 저도 그래요.”
현성은 그저 웃고 말았다.
믿어지지 않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다.
전생에서는 가난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힘들어하던 기억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가정에 서 웃음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었다.
더군다나 동생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자신이 가고 싶었던 학교는 가지도 못하고 그 어린 것이 타지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유.
아버지와 어머니의 표정에서 여유가 묻어난다.
웃음도 되찾았다.
동생은 또 어떤가.
자기가 가고 싶어 했던 춘천여고도 갈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동생 자신의 꿈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웃음도 되찾았다.
전생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고맙구나.”“그런 말씀 마세요.”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다 네 덕분이란 걸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 간이긴 하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앞으로 이 아비도 열심히 살 테니 지켜봐다오.”
“네, 아버지.”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빙긋 웃었다.
톡톡.
그러자 아버지도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현성의 방을 나섰다.
아버지가 방을 나간 후에도 현성의 시선은 문 쪽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란 존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빈자리가 채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시간이 지난다고 채워지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빈자리는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어느 날은 그 빈자리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홀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아버지의 나이가 돼서야 아버지가 평생 짊어지고 살아온 그 무게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
현성은 낮은 목소리로 아버지를 불렀다.
현성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깜깜한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했다.
동생의 방에 불이 환하게 켜있었다.
저벅.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동생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어? 오빠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잠깐 들어가도 돼?”
“당연하지, 어서 들어와.”
방에 들어간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말했다.
“공부하고 있었어?”
“응, 이제 춘천여고에 가면 시골에서 공부하던 것과는 수준이 다를 거 같아서 미리 준비 좀 하느라고.”
“공부는 네가 워낙 잘 해서 큰 차이는 없을 텐데.”
“아니야, 선생님이 그러는데 차이가 많이 난대. 특히 수학하고 영어 같은 경우엔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하더라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방은 언제 보러 갈 거야?”
“내 생각엔 이번 달 30일쯤에 한번 갈까 싶은데, 오빠 생각은 어때?”
“너무 늦지 않을까?”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럼 어떡하지?”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내일 당장 갈까?”
“내일?”
“응,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잖아. 나중에 갔다가 혹시라도 방 없으면 그것도 골치 아프니까 말이야.”
“그렇긴 한데, 너무 이르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거의 한 달 치 월세도 더 내야 하고.”
월세를 걱정하는 김지연이었다.
그런 김지연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오빠는 월세 얻을 생각 없는데.”
“월세를 안 얻으면 뭘 얻는 다는 거야? 오빠 혹시 전세를 생각하는 거야?”
“응, 매달 월세 내는 것보다는 전세가 편하지.”
“그렇긴 한데 전세는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김지연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동생인데 그 정도는 오빠가 해줘야지.”
“진짜야?”
“그럼 당연하지. 집을 사달라고 하면 집도 사줄 용의가 얼마든지 있어.”
“오빠!”
김지연은 현성의 적극적인 행동에 감격스러운 듯 현성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지연이가 원하는 거 뭐든지 말만 해. 오빠가 다 들어줄 테니까.”
“…….”
“이제부터 지연이는 오빠가 확실히 책임질게.”
“…….”
덥석.
김지연은 현성을 꼭 껴안은 채 아무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