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5)
회귀해서 건물주-245화(245/740)
245
잠시 후.
훌쩍.
현성이 물었다.
“울어?”
“으응? 아, 아니 울긴 누가…….”
김지연은 애써 눈물을 감춘 채 현성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괜찮아?”
“응,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만…….”
톡톡.
현성은 그런 김지연의 어깨를 다독여줬다.
그러자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배시시 웃었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고마워 오빠.”
“별소릴 다하네.”
“아니야,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이렇게 전적으로 얘기해준 적은 없었거든, 그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그건 그렇고 진짜 내일 춘천 갈 거야?”
“네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현성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김지연이 다시 물었다.
“가게는 어떡하고?”
“지금 가게가 문제야? 우리 지연이 일이 먼저지.”
“오빠도 참……, 진짜 괜찮겠어?”
“괜찮아. 그리고 요즘은 방학이라 나 없어도 일수랑 민우 두 사람만 있어도 충분해.”
“맞다, 일수 오빠가 그런 얘기 하더라. 사실 방학 동안에는 사람을 안 써도 되는데 오빠가 자기들을 위해서 일부러 쓰는 거라고. 그게 사실이야?”
김지연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수가 그런 얘기를 했어?”
“응, 그래서 오빠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다고 하더라고.”
“두 녀석 다 사정이 딱하잖아. 그리고 나도 걔들 덕분에 편하게 밖에서 일을 볼 수가 있으니까 따지고 보면 서로 돕고 사는 거지.”
“그건 오빠 생각이고 일수 오빠는 그렇게 생각 안 하더라고. 어쨌건 우리 오빠 대단한 것만은 사실이야. 그 나이에 가게를 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친구들까지 책임지느라고.”
“책임은 무슨…….”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김지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일수 오빠 잘 부탁해.”
“부탁할 게 뭐 있어? 혼자서도 잘하는데.”
“아니야, 오빠가 몰라서 그래. 그 오빠가 덩치만 컸지, 마음은 얼마나 여린데. 누군가 신경 써주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이야.”
큭큭.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김지연이 바로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은?”
“일수가 여리다고 하니까 그렇지. 내가 볼 땐 그 녀석 그런 놈 아니야. 그리고 사내새끼가 여려서 어디다 써먹게? 진짜 네 말대로 여리다면 그것도 문제야.”
“오빠가 보기엔 그렇지 않다는 거지?”
“물론이지. 그러니까 그 녀석 걱정하지 말고 너나 학교생활 잘해야 돼. 특히 밥 챙겨 먹고. 참, 밥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아직도 하숙할 생각 없어?”
현성의 질문에 김지연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을 이었다.
“그 얘기는 이미 끝난 얘기잖아. 오빠가 힘들게 벌어서 방까지 얻어 준다는데 내가 편하게 남이 해주는 밥이나 먹을 철부지로 보여?”
“오빠는 상관없는데…….”
“아니, 내가 상관있어. 그러니까 그 얘기는 다시 꺼내지 마.”
“그래, 알았어. 그럼 내일 가서 방 구하고 살림살이도 사고 그러자고.”
“살림살이?”
김지연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응, 아무래도 이것저것 필요할 테니까 말이야.”
“그건 내가 나중에 천천히 살게. 그거까지 오빠한테 신세 질 수야 없지. 같이 가서 방만 얻어주는 것도 감지덕진데.”
“괜찮겠어?”
“당연하지. 오빠가 알다시피 내가 공주과는 아니거든. 웬만한 건 나 혼자도 할 수 있어.”
“알았어. 그럼 내일은 올라가서 방만 잡아줄 테니까 나머지는 알아서 사.”
“응, 걱정하지 마. 어쨌든 오빠가 이렇게 신경 써주니까 나는 너무 좋다. 오빠 정말 고마워.”
“고맙긴 뭘, 그럼 쉬어. 오빤 이만…….”
현성은 김지연의 방을 나왔다.
현성이 나가고 혼자 남은 김지연.
예전 앨범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아주 어렸을 적 오빠와 함께 소풍을 가서 찍은 사진이었다.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는 오빠.
스윽.
사진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어쩔 수 없이 남양주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려고 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학비가 무료고 기숙사까지 제공되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름 방학이 끝나고 며칠 후 변화가 찾아왔다.
그 시작은 오빠였다. 100만 원이 찍힌 통장을 내밀면서 꿈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그 돈이 산삼을 판 돈이란 걸 알게 됐다. 물론 그 산삼은 오빠가 산속에서 거의 20일 동안을 헤매면서 찾은 것이었다.
변화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토록 원하던 선생이 되기 위한 교대에 갈 수 있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그건 바로 춘천여고에 갈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첫걸음을 떼기 위해 방을 구하는 일, 그런데 그걸 또 책임지고 얻어주겠다는 오빠다.
그것도 월세도 아니고 전세로 말이다.
김지연은 사진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사진 속에는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오빠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그 오빠가 있기에 희망을 찾았고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스윽.
김지연은 그 사진을 한 번 더 쓰다듬었다.
다음 날.
“뭐라고?”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늘 지연이랑 춘천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방을 구하러 간다는 말이지?”
“네, 그리고 이왕 얻는 거 전세로 구하려고요.”
“구할 수만 있으면 월세보다는 전세가 편하지. 그런데 왜 이렇게 갑자기 가기로 한 거야?”
“혹시라도 나중에 갔다가 방이라도 없으면 골치 아프잖아요. 그래서 미리 구해 놓으려고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 근데 이 아비가 안 가도 되겠냐?”
“네, 저랑 지연이랑 같이 가서 얻으면 됩니다. 아버지는 오늘 경운기 사러 가신다면서요?”
“경운기야 급한 건 아니니까.”
“제가 그냥 다녀올게요. 아버지는 그냥 경운기 사러 가세요.”
아버지가 이번엔 김지연을 보며 말했다.
“괜찮겠어?”
“네, 아빠. 오빠가 알아서 한다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그럼 가서 잘하고 와.”
아버지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집을 나와 터미널로 향했다.
몇 시간 후.
버스에서 내린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빠, 여기가 어디야?”
“후평동이야. 여기서 그나마 학교가 제일 가깝다고 하니까 이 근처에 방을 구하자고. 그나저나 복덕방이 어디 있나…….”
그때였다.
현성의 눈에 복덕방을 들어왔다.
“지연아, 저쪽에 복덕방 있다. 저기에 가서 물어보자.”
두 사람은 나란히 복덕방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가자 복덕방 사장 박상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두 사람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네, 방 좀 구하러 왔습니다.”
“방이요?”
박상민 사장은 이상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뭐가 잘못됐습니까?”
“그게 아니고 혹시 어른들은 안 오고 학생들만 온 겁니까?”
“네, 제 동생이 쓸 방이라 부모님 대신 제가 왔습니다. 학생이라고 해서 계약이 안 되는 건 아니지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혹시…….”
박상민 사장은 현성을 유심히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혹시 얼마 전에 TV에 나온 적 없어요?”
“TV요?”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 맛집 기행 프로에 나온 거 맞죠?”
현성은 피식 웃었다.
“잠깐 나왔었는데 그걸 또 기억하십니까?”
“나한테는 특별한 기억이었거든요.”
“특별한 기억이요? 혹시 무슨 사연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제 고향이거든요. 제 고향이 바로 홍천 서명면이거든요. 여기서 이렇게 고향 사람을 만나게 되는군요.”
박상민 사장은 웃으며 현성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현성도 반갑게 악수를 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셨습니까? 여기서 고향 분을 만나니까 더 반갑네요. 그리고 같은 고향 분이신데 이젠 말씀 편하게 놓으십시오.”
“허허, 그럴까 그럼…….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 나이에 장사를 할 생각을 했는가?”
“그게 사연이 좀 깁니다. 지금 여기서 다 말씀드리기엔…….”
“허허, 그렇지. 내가 반갑다 보니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었구먼. 그나저나 점심은 먹었는가?”
“방 얻은 다음에 먹으려고요.”
박상민 사장은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지 말고 여기서 나랑 먹음세. 내가 고향 사람한테 특별히 해줄 건 없고 점심 한 끼는 대접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고향 분이 사주시는 점심을 한번 먹어볼까요?”
현성은 바로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지연이 뭐 먹을래?”
“응? 난 짜장면.”
“사장님 우리는 짜장면 두 개요.”
“알았네, 탕수육도 시켜줄 테니까 같이 먹게.”
“감사합니다.”
현성은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곧이어 박상민 사장은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고 음식이 오기 전까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얼마 후.
점심을 다 먹은 현성은 박상민 사장을 보며 말했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아닐세, 모처럼 고향 사람과 함께 점심을 먹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즐거웠네. 자, 그럼 이제 점심도 먹었으니 방 얘기 좀 해볼까?”
“네, 제 동생이 쓸 방인데 괜찮은 곳이 있겠습니까? 이왕이면 전세로요.”
“월세가 아니고 전세로 말인가?”
“네, 아무래도 3년 정도 있을 건데 월세보다는 전세가 나을 거 같아서요.”
박상민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하긴 그렇겠지. 금액은 어느 정도 예상하는가?”
“금액은 비싸도 상관없습니다. 동생이 생활하기에 쾌적한 공간이면 됩니다. 아무래도 신축이면 더 좋겠지요.”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지연이 말했다.
“오빠, 너무 비싼 건…….”
“괜찮아 지연아. 그 정도는 오빠가 충분하니까 신경 안 써도 돼. 하루 이틀 있을 것도 아니고 3년은 있어야 하는데 처음에 제대로 골라야 해.”
“응, 알았어.”
김지연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상민 사장이 김지연을 보며 말했다.
“학생은 좋겠어?”
“네?”
“오빠가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라서 말이야.”
“아, 네. 물론입니다. 우리 오빠가 저한테는 최고거든요. 오빠가 없었으면 저는 여기 춘천까지도 못 왔을 겁니다.”
김지연은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현성도 그런 김지연을 보며 웃어 보였다.
그때 박상민 사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금액은 상관없다는 말이지?”
“네, 환경만 좋으면 됩니다.”
“일단 따라오게. 여기서 10분 거리니까 보고 결정하세.”
박상민 사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문을 나섰다.
현성과 김지연도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10분 후.
박상민 사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여길세.”
박상민 사장이 안내한 곳은 사거리 귀퉁이에 있는 10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었다.
현성이 물었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나 봅니다.”
“3개월 전에 완공된 곳인데 이 근처에서 주거공간으로는 최고일걸세. 돈은 상관없다고 해서 데리고 오긴 했는데 어떨는지 모르겠네.”
“가격이 얼마나 되는데요?”
박상민 사장은 잠깐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