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6)
회귀해서 건물주-246화(246/740)
246
계약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빠, 어떻게 방 하나에 5백만 원을 주고 계약을 할 수가 있어?”
“너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니까 가능한 거라고.”
“그 말은 지금 나 때문에 그 많은 돈을 주고 그 방을 계약했다는 말이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지연이 다시 물었다.
“오빠 하나만 물어도 돼?”
“뭔데?”
“진짜 조금도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김지연,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동생 방 얻는 건데 그게 왜 아까워?”
현성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러자 김지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아니, 나는 너무 큰돈이니까…….”
“큰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돈을 누구를 위해서 쓰느냐가 중요한 거지. 내가 어젯밤에도 말했지만 앞으로 지연이 너만큼은 이 오빠가 확실히 책임질게.”
“오빠, 사실 요즘 난 오빠 때문에 얼마나 좋은지 몰라. 마치 요술 램프를 하나 가진 느낌이야.”
“요술램프?”
“응, 동화책에 보면 나오잖아. 말만하면 무슨 소원이든 다 들어주는 그런 요술램프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짜 더 좋은 건 이렇게 편하게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야. 마치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오빠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아.”
현성은 고개를 돌려 김지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오빠도 네가 있어서 참 좋아.”
“근데 오빠,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데?”
“여름방학 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방학 전과 후가 너무 달라서 말이야.”
피식.
김지연의 질문에 현성은 그저 웃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특별히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회귀한 거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설명할 수가 없으니 현성으로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이 웃자 김지연이 다시 말했다.
“웃지만 말고 대답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 혹시 회귀라는 말 알지?”
“회귀? 그거 다시 돌아간다는 말이잖아.”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네가 과거로 다시 돌아간다면 어떨 거 같아?”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김지연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을 열었다.
“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후회했던 일들을 고치지 않을까?”
“바로 그거야.”
“그거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가 미래에서 회귀한 사람이거든.”
“호호, 이젠 농담까지…….”
김지연은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다.
그러자 현성도 웃었다. 물론 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사실을 말했기에 나름대로 당당할 수 있었다.
“됐지? 이게 내 대답이야.”
“하여간 엉뚱하긴…… 됐고, 아무러면 어때? 오빠가 회귀를 했건 아니건 상관없어. 나에겐 지금의 오빠가 최고니까. 그나저나 아침부터 서둘렀더니 좀 피곤하네.”
“좀 잘래?”
“응, 오빠 나 졸려. 어깨 좀…….”
김지연은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들고 말았다.
현성은 잠이든 김지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는 너무도 부족한 현성이었다. 특히 동생 김지연에게만큼은 미안함이 더욱 크다. 어려서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를 먹은 후에도 제대로 한 번을 챙겨주지 못했던 김지연이다. 그래서 항상 마음의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엔 다를 것이다. 전생처럼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능력도 갖추었다.
전생에서 부족했던 몫까지 이번엔 최선을 다할 것이다.
두 사람을 태운 버스는 어느새 춘천을 벗어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연아.”
현성은 작은 목소리로 김지연을 불렀다.
“뭐야? 벌써 다 온 거야?”
“응, 그런데 무슨 잠을 그렇게 정신없이 자냐?”
“많이 피곤했나 봐. 그리고 오빠 어깨가 이렇게 편한지 몰랐네. 꿈까지 꿔가면서 잤다니까.”
“녀석도…….”
현성은 그런 김지연을 보며 빙긋 웃었다.
터미널에서 내린 두 사람.
김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는 가게 갈 거지?”
“응, 혹시 혼자 집에 가기 뭐하면 오빠가 집에까지 데려다 줄까?”
“됐네요. 오빠도 가게 가서 마무리해야할 거 아니야? 난 여기서 혼자 집에 갈 테니까 오빠는 가게로 가.”
“택시 잡아줄 테니까 택시 타고 가.”
“버스 타고 가면 되는데 뭐하러 굳이…….”
“그러지 말고 오빠 말대로 해.”
현성은 지나가는 택시를 바로 세웠다.
그러자 김지연이 웃으며 말했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알았어, 택시 타고 갈게. 오빠 오늘 정말 고마웠어. 그럼 난 갈게.”
김지연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사라졌다.
택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못 떼는 현성이었다.
가게에 도착하자 김일수가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퇴근 안 했어?”
“응, 오는 거 보고 가려고. 춘천 간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지연이 때문에?”
김일수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바로 물었다.
“지연이 방은 구했어?”
“응, 전세로 얻었어. 아무래도 매달 월세 내는 것보다는 전세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게 했어.”
“네가 수고했구나?”
“어차피 오빠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뭐. 그건 그렇고 오늘 장사는 좀 어땠어?”
요즘 들어 장사가 좀 덜 되는 듯해서 장사부터 물은 것이다.
김일수가 말했다.
“오늘은 어제보다는 괜찮았어.”
“그래? 그럼 다행이고. 요 며칠 손님이 뜸하기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손님이 왔다니 다행이구나.”
“빨리 개학을 해야 하는데……, 사실 어제 같아서는 가게에 있는데 눈치 보이더라.”
“그러지 말라니까.”
“너는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 손님이 없으면 솔직히 마음이 좀 그래. 민우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 손님이 없으니까 네 눈치가 보인다고.”
“이 자식들이 아주 쌍으로 노는구나.”
“그래서 말인데…….”
김일수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말인데 말을 하다가 말아?”
“사실은 민우랑 의논해서 내린 결론인데, 방학 동안만이라도 우리 월급을 만 원만이라도 줄였으면 해서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현성으로선 인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어떻게 잠깐 힘들다고 월급을 줄인단 말인가. 물론 두 사람이 무엇을 얘기하는지도 잘 안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김일수가 다시 말했다.
“그게 우리 마음이 편해.”
“너 혹시 이 말을 하려고 남아 있었던 거지?”
“…….”
“대답을 못 하는 거 보니까 내 말이 맞구나?”
“그게 서로를 위해서 좋을 거 같아서 말이야. 그래봤자 두 달인데 그렇게 해주면 안 되겠니? 그게 우리로서는 차라리 마음이 편해서 그래.”
월급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 반대로 월급을 내리겠다는 김일수다.
세상에 이런 경우가 또 있을까 싶었다.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말도 안 돼.”
“진짜 안 되는 거야?”
“당연히 안 되지. 세상에 그런 법은 없어. 잠깐 장사가 안 된다고 직원들 월급을 깎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려달라는 건데 그게 안 된다고?”
“차라리 올려달라고 해. 그러면 그 얘기는 들어줄게.”
“…….”
할 말이 없는 김일수였다.
어쩌면 방학 때 가게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하지만 알면서도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것들이 자신만을 위한 이기심이라는 걸 알게 됐다.
김일수는 현성을 보며 말했다.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던 거 같아.”
“그런 소리 하지 마.”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방학 때 일을 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리였던 거 같아. 더군다나 한 사람도 아니고 민우까지 두 사람이 너를 힘들 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야, 김일수, 너 오늘 왜 그래?”
현성으로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물론 방학이라 장사가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일수가 이렇게까지 난리를 칠 정도로 힘든 건 아니다.
그리고 방학 때 김일수와 이민우에게 일을 시킬 때부터 어느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무리를 하면서 얘기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가는 현성이었다.
현성은 김일수를 바라봤다.
‘뭐지?’
평상시의 김일수라면 이 정도로 무리해가면서 얘기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말은 무슨 일이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무슨 일? 그런 거 없었는데…….”
“솔직히 말해 봐. 내가 너를 모르냐? 무슨 일이 있지 않고서는 네가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말할 녀석이 아니잖아.”
“그게…….”
김일수는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말해 봐. 그래야 내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하지. 오늘 나 없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사실은…….”
김일수는 낮에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일수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정우 어머니와 김지숙 아주머니가 가게를 걱정하는 얘기를 들었다는 거지?”
“응. 듣고 싶어 들은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듣게 됐어. 근데 그 얘기가 하나도 틀린 게 없더라고.”
“그래서 너는 또 민우랑 얘기를 했던 거고?”
“응, 솔직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잖아. 더군다나 나랑 민우는 네가 친구라는 이유로 봐주고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현성은 그제야 김일수가 조금 전에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성이 말했다.
“일수야, 이제야 네가 왜 그렇게 민감했는지 알겠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어. 아주머니들이 그렇게까지 걱정한다는 얘기는 가게가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니까 밀이야. 사실은 방학 때 일을 한다는 자체가 너는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눈치 보였던 게 사실이거든.”
“자식, 덩치에 안 맞게 예민하기는…….”
“예민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뇌구조를 가졌다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거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일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앞으로는 그런 생각 하지마라.”
“그러지 말고 내 말대로 하면 안 될까?”
“그건 아니야. 대신, 네가 나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은 내가 고맙게 받을게.”
“너무 미안해서 그러지…….”
김일수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일수야, 고맙다. 그렇게까지 네가 나를 생각하는지 몰랐다.”
“고마운 걸로 따지자면 내가 훨씬 더 고맙지. 앞으로 더 열심히 할게.”
“그래, 같이 열심히 하자.”
“진짜 고맙다, 현성아.”
김일수는 그제야 빙긋 웃었다.
그런 김일수의 모습을 보며 현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