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48)
회귀해서 건물주-248화(248/740)
248
“나를 잊은 건 아니지?”
“당신이 여길 왜?”
현성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조금 전 복덕방의 박인수 사장이 말했던 민두식이 누구인지 말이다. 민두식은 전생에 이 자리에서 라면 가게로 대박 났던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민두식이 왜 나타나느냐 하는 것이다.
민두식을 처음 본 것은 라면 가게를 오픈하기 위해서 준비 중일 때였다. 물론 그때도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었다.
다짜고짜 가게를 자기한테 넘기라고 떼를 쓰던 민두식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거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요구를 했었다. 결국, 마지막엔 경찰의 도움으로 간신히 떼어낼 수가 있었다.
당연히 그걸로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나타났다는 얘기는 새로운 어떤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더군다나 박인수 사장의 말대로라면 오늘 낮에 상가까지도 이미 답사를 했다고 했다. 그 말은 전생과 마찬가지로 민두식이 장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 현성이 운영하는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로 장소만 바뀔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전생의 흐름은 그대로 진행이 된다는 얘기가 된다.
민두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는가?”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뭐 좀 확인할 게 있어서, 그나저나 가게 안으로 좀 들어가서 얘기하면 안 되겠는가? 밖이 꽤 추운데.”
“그러죠.”
어차피 현성도 민두식이 찾아온 이유가 궁금했기에 흔쾌히 가게 안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민두식은 이곳저곳 다니며 가게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안채까지 확인하고서야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고2라고 했나? 아니지,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곧 3학년이 되겠군?”
민두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일상적인 질문을 던졌지만 현성의 귀에는 그 말이 들어올 리가 없었다.
현성의 관심사는 민두식이 여기에 왜 왔는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었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질문은 빤할 수밖에 없었다.
“용건이 뭡니까?”
“무슨 성격이 그리 급한가? 어차피 앞으로 자주 볼지도 모르는데 천천히 얘기하세.”
현성과는 다르게 민두식은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글쎄요, 우리가 그럴 일이 있을까요?”
“사람 일이란 모르는 거네. 그나저나 자네 정말 대단하군.”
“그건 또 무슨…….”
“안채를 이렇게 개조할 생각을 어찌했는가? 밖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군. 보면 볼수록 대단하단 말이야.”
민두식은 여전히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현성이 특별히 말이 없자 민두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채를 개조하는 대신 주방을 이렇게 넓게 꾸몄구먼.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하여간 자네는 타고난 장사꾼임에는 틀림이 없는 거 같네.”
“그만하시고 저를 찾아온 이유나 말씀하시죠.”
어차피 처음 만날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민두식이다. 몇 개월이 지났다고 그 감정이 변할 리도 없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길게 얘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민두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얼마면 되겠는가?”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얼마면 여기를 넘기겠냐고 묻고 있는 거네.”
“아니, 무슨…….”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멀쩡히 장사하고 있는 가게에 와서 갑자기 가게를 넘기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처음 오픈할 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던 민두식이다. 그런데 이제는 또 멀쩡히 운영하고 있는 가게를 넘기라고 헛소리를 하는 민두식이다.
현성의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민두식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제 고3이면 공부도 해야 할 거 아닌가? 내가 값은 섭섭하지 않게 쳐줄 테니 나한테 넘기게.”
“이게 무슨 경우입니까?”
“다 자네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네. 나중에 괜히 후회하지 말고.”
“후회요? 지금 저를 협박하는 겁니까?”
“그렇게 들리는가?”
“말이 그렇지 않습니까? 멀쩡히 장사하고 있는 사람한테 찾아와서는 후회하지 말고 가게를 넘기라니, 그게 협박이 아니고 뭡니까?”
현성으로선 황당 그 자체였다.
이런 경우는 없다.
가게를 내놓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찾아와서는 가게를 넘기라고 한다. 그것도 앞으로 후회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누가 봐도 경고성 압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저씨, 누굽니까?”
“몇 달 전에도 얘기했지만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야. 그러니까 이제라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나한테 넘기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애들도 그런 장난은 안 칠 겁니다. 다 큰 어른이 이건 아니죠.”
현성의 목소리에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그러자 민두식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텐데…….”
“그럴까요, 그럼.”
피식.
현성도 웃었다.
어차피 민두식의 지금 행동은 비정상이다. 비정상적인 행동에 정상적으로 대응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그에 걸맞게 응해주면 되는 것이다.
현성은 민두식을 보며 물었다.
“아저씨, 그럼 우리 흥정을 해볼까요?”
“진즉 그럴 것이지. 그래, 얼마면 되겠는가?”
“두 장이요. 그 정도면 저도 생각해 보죠.”
두 장이란 말에 민두식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두 장이라……, 혹시 그 두 장이 2백을 얘기하는 건가?”
“2백이요? 아저씨, 지금 장난합니까?”
“뭐 장난?”
“아저씨 눈에는 지금 이 가게가 그 정도로밖에 안 보여요? 공사비만 해도 들어간 게 얼만데.”
“그럼, 설마 2천……?”
민두식은 어이가 없는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정도면 한 번쯤 생각해 보겠다는 겁니다.”
“라면 가게 하나에 2천이라……, 결국은 팔 생각이 없다는 얘기지?”
“이제 됐습니까?”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민두식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후회할 텐데…….”
“제가요?”
“자네 혹시 나랑 경쟁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경쟁이요? 그 말은 지금 아저씨가 라면 가게를 오픈이라도 하겠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제 생각이 맞습니까?”
“지금 내가 심각하게 고민 중이거든. 근데 그 가게가 여기하고 불과 5분 거리밖에 안 될 텐데 자네 괜찮겠는가?”
“…….”
현성은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는 말본새가 시건방지기 짝이 없었다.
그런 민두식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아저씨 눈에는 제가 만만하게 보이죠?”
“글쎄, 내 입으로 직접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게임이 안 될 텐데.”
“자신만만하시군요?”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설마 내가 고등학생한테 밀리기야 하겠는가?”
“살아온 세월이요?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민두식의 나이 대충 봐도 40대 초반이다. 그런 그가 현성의 앞에서 살아온 세월을 말하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분명히 자네에게 기회를 줬었네. 나중에 딴소리하지 말게.”
“똥인지 된장인지 꼭 맛을 봐야 알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아저씨 마음대로 하시고 다시는 그런 일로 저를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허허, 그런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네.”
“아저씨, 알았으니까 그만하시고 가세요. 그렇게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해보시던가요. 그리고 이거 하나만은 알아두세요. 사람이 장사를 하더라도 기본적인 상도는 지키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가게 문을 열어젖혔다.
축객령이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민두식.
“알았네, 그럼 앞으로 기대하게.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걸세.”
끝까지 자기 할 말은 다 하는 민두식이었다.
그런 민두식을 보며 현성은 혀를 찰 뿐이었다.
현성의 가게를 나온 민두식은 복덕방으로 향했다.
드르륵.
민두식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박인수 사장이 그를 맞았다.
“내일 오신다더니 오늘 오셨네요?”
“확인이 끝났거든요.”
“확인이요?”
“네, 그 꼬맹이한테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했는데 그 자식이 제 발로 차더군요.”
박인수 사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 꼬맹이는 누구를 말하는 건가요?”
“라면 가게 그 녀석 말입니다.”
“아, 네. 근데 마지막 기회라는 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그 가게를 인수하겠다고 했거든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박인수 사장은 민두식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제 오픈한지 겨우 4개월밖에 안 지났다. 그리고 동네에서 그 어느 가게보다도 장사 잘되는 곳이 그곳이다.
그런데 그런 가게를 인수하겠다고 말을 꺼냈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갔다.
그때 민두식의 말이 이어졌다.
“어차피 제가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 둘이서 경쟁해야 하니까 그럴 바에야 그 꼬맹이를 위해서라도 차라리 제가 그 가게를 인수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생각해 보세요. 제가 만약 가게를 오픈하면 저하고 그 꼬맹이하고 경쟁이 되겠습니까? 지금까지야 그 꼬맹이 혼자 있었으니까 손님들이 그쪽으로 몰렸지만 제가 오픈을 하게 되면 그 손님들이 어디로 몰리겠습니까?”
“…… 글쎄요.”
박인수 사장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정신병자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민두식이 다시 말했다.
“제가 음식점만 10년을 넘게 했거든요. 그러니 제가 마음만 먹으면 저 꼬맹이 같은 경우는 3개월 안에 문을 닫게 될 겁니다.”
“허허…….”
“왜 못 믿으시겠어요?”
“글쎄요, 제가 뭐라고 말하기엔 좀 …….”
“두고 보시면 아실 겁니다. 아직 어려서 모르나 본데 이번 기회에 사회 경험을 톡톡히 배우게 될 겁니다.”
후우!
박인수 사장은 짧게 심호흡을 한 후 민두식을 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가게를 인수하겠다고 하니까 김 사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처음엔 반응이 없더니 나중엔 금액을 부르더군요. 근데 그 녀석이 얼마를 불렀는지 압니까?”
“글쎄요, 얼마를 불렀는데요?”
“2천만 원을 부릅디다. 내가 어이가 없어서…….”
어이가 없기는 박인수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현성이 2천만 원을 불렀다는 얘기는 대꾸할 가치가 없기에 일부러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불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의미도 모르고 날뛰는 민두식이 한심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박인수 사장은 모르는 척 다시 물었다.
“그래서 그냥 나온 겁니까?”
“확실히 경고를 하고 나왔죠.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입니다.”
“그 말씀은 결국 가게를 오픈하겠다는 겁니까?”
“네, 물론입니다. 내일 낮에 다시 올 테니까 계약 준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넓은 40평에서 라면을 팔 생각은 아니지요?”
“일단 그건 비밀입니다. 저는 그럼 이만…….”
민두식은 박인수 사장에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갔다.
민두식이 나가자 잠깐 생각하던 박인수 사장은 피식 웃었다.
“당분간 시끄럽겠군.”
박인수 사장은 수화기를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