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50)
회귀해서 건물주-250화(250/740)
250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민두식이었다.
민두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홀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자 김일수가 현성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
“누구야?”
“그 사람.”
“그 사람? 그게 누군데?”
“내가 조금 전에 얘기했잖아. 삼거리에 라면 가게 들어온다고, 그 사람이 저 사람이야.”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일수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민두식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현성을 보며 말했다.
“저 사람한테 라면 팔 거야?”
“그럴 수야 없지. 어차피 여기 온 목적이 뻔한데.”
“그럼 어떡할 거야?”
“쫓아내야지.”
현성이 막 움직이려 할 때였다.
턱.
김일수가 현성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할게. 사장이 이런 일에 직접 나설 수는 없지.”
“괜찮겠어?”
“밥값은 해야지.”
짧게 말을 끝낸 김일수는 민두식 앞으로 걸어갔다.
김일수가 다가가자 민두식이 말했다.
“지금 라면 되지?”
“되지? 처음 뵙는 거 같은데 바로 반말이시네요?”
“어? 그게……, 학생 아닌가?”
“학생 맞는데요. 그렇다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그렇게 무조건 반말하시면 안 되죠. 격 떨어지게.”
김일수는 작정한 듯 민두식에게 말했다.
그러자 민두식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격 떨어지게? 너 지금 나한테 시비거는 거야?”
“시비가 아니라 사실이 그렇잖아요. 아무리 어른이라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행동하시면 안 되죠.”
“내가 어이가 없어서…… 됐고, 가서 라면이나 가져와.”
“라면이요? 그런 거 없습니다.”
“뭐? 너 지금 나랑 장난하냐?”
민두식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가 말했다.
“아저씨한테 팔 라면 없습니다. 그러니까 조용히 여기서 나가주세요.”
“뭐가 어째?”
“혹시 귀가 포경입니까? 왜 말귀를 못 알아듣고 그러십니까? 아저씨한테 라면 안 팔겠다고요.”
“지금 손님을 거부하겠다는 거야?”
“네, 아저씨 같은 사람한테는 라면 안 팝니다.”
김일수의 말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현성이 민두식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민두식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더 심한 꼴 당하지 말고 조용히 여기서 나가세요. 사람을 아무리 무시해도 유분수가 있지, 여기가 어디라고 막 들어옵니까?”
“라면집에 라면 먹으러 들어왔는데 그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지금 민두식이 여기에 들어온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다. 그건 바로 라면 맛을 보기 위함일 것이다.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라면 맛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도둑질이다.
그런데 그것을 뻔히 알면서 라면을 판다는 건 현성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민두식이 말했다.
“라면을 못 팔겠다는 이유가 뭐야?”
“그걸 진짜 몰라서 묻는 겁니까?”
“내 돈 내고 내가 먹겠다는데 왜 라면을 못 팔겠다는 거야?”
“뻔뻔한 겁니까? 아니면 생각이 없는 겁니까?”
현성은 민두식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사람이 뻔뻔해도 그렇지 어떻게 이 정도로 무례하게 굴 수 있단 말인가.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서는 절대 저지를 수 없는 행동이다.
그때 옆에 있던 김일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저씨, 우리가 그렇게 우스워요?”
“뭐?”
“아저씨가 저기 삼거리에 라면 가게를 차린다면서요?”
“어? 알고 있었어? 오늘 계약했는데 벌써 소문이 퍼진 거야?”
민두식은 당황스러운지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말했다.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 아무리 우리가 어린 학생들이지만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무시를 합니까?”
“누가 무시를 했다고 그래? 난 단지 라면 맛이 궁금했던 건데.”
“그게 그 말 아닙니까? 결국 아저씨의 장사를 위해서 경쟁 상대의 라면 맛을 보려고 했던 거 아닙니까?”
“경쟁 상대?”
민두식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과 김일수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경쟁 상대라고 했냐?”
“그 말의 의미는 뭡니까? 마치 우리는 경쟁 상대조차 안 된다는 의미 같은데 맞습니까?”
“알긴 아는구나. 경쟁? 어떻게 그런 깜찍한 생각을 할 수가 있지? 내가 식당 밥을 먹은 게 10년이 넘었는데 너희들이 경쟁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허…….”
김일수는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만 짓고 있었다.
어이가 없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민두식이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지금 내가 경쟁 상대로 보인다는 거지?”
“지금 그 말은…….”
“착각하지 마. 난 지금 너희들 경쟁 상대로 여기에 온 게 아니라 호기심으로 온 거뿐이니까.”
“허……, 호기심이요?”
현성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어찌 이리도 거만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민두식이었다.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말 그대로 호기심. 소문에 장사가 잘된다고 하기에 라면 맛이 어떤지 궁금했던 것뿐이야. 그래봤자 콩나물 몇 개 넣고 장난이나 쳤겠지만…….”
“장난이요?”
“빤하잖아. 라면에 콩나물 몇 개 넣고 해장라면이라고 그랬겠지. 내 말이 틀렸어?”
그때였다.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 있던 신명순이 민두식 앞으로 다가왔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도저히 못 참겠네요. 지금 뭐라고 그랬습니까? 우리 라면이 뭐가 어쨌다고요?”
“아줌마는 또 뭡니까?”
“내가 여기 주방을 맡은 사람인데, 우리 라면을 보고 지금 장난친다고 했습니까?”
“제 말이 틀렸습니까? 어차피 라면이면 그냥 라면이지 해장라면은 또 무슨 해장라면입니까? 그게 다 말장난 아니냐고요?”
“아니 무슨…….”
신명순은 어이가 없는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현성이 큰 소리로 민두식을 불렀다.
“이봐요, 아저씨!”
“뭐야?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좋은 말로 할 때 여기서 당장 나가요. 보자보자 하니까 진짜 형편없는 사람이군요. 이젠 위아래도 없습니까?”
“알았다, 이젠 더 있으라고 해도 내가 싫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는데 난 안 봐줄 거다.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두고 봅시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그런 식으로 세상살지 마세요.”
“후후, 어린 자식이…….”
그때였다.
덥석.
옆에서 지켜보던 김일수가 민두식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곤 일으켜 세웠다.
“성격 테스트하지 말고 어서 가쇼.”
“너 이거 안 놔?”
“분명히 경고하는데 앞으로 밖에선 내 눈에 띄지 마쇼. 그땐 나도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툭.
김일수는 그 말을 끝으로 민두식을 슬쩍 밀었다.
그러자 민두식은 힘없이 문 앞으로 밀려 나갔다.
“너 깡패야?”
“나도 착하게 살고 싶으니까 더 이상 건들지 말고 어서 가쇼. 나도 가끔은 내 통제가 안 되거든.”
“너, 나중에…….”
민두식은 김일수가 다가가자 하던 말도 멈추고 문을 열고 도망치듯 가게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잠시 후.
다시 모인 다섯 사람.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으로선 저 인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아무래도 장사에 지장은 있을 거란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신명순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김지숙이 말을 이었다.
“사장님,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어느 정도는 지장이 있겠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손님이 줄지는 않을 겁니다. 우리는 그저 지금처럼만 하면 됩니다.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시고 음식 청결 유지해 주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장사가 좀 덜 된다고 해서 여러분의 임금이나 보너스가 줄 일도 없을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지숙이 말했다.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당분간이라도 보너스는 안 주셔도 됩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힘들어질 테니 말입니다.”
“그건 아닙니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힘드실 텐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새로운 가게가 들어온다고 해서 너무 마음 쓰지 말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그저 평상시대로 자신의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면 됩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명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사장님이 이렇게 중심을 딱 잡으시고 흔들리지 않으니 저희로서는 마음이 든든합니다. 솔직히 아까 같아서는 좀 불안한 건 사실이었거든요.”“저는 어머니의 실력을 믿으니까요.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매일 한두 개도 아니고 그 많은 라면을 끓인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 갖고 있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어찌 됐건 이번이 위기라면 위기일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같이 일하는 사람끼리 서로 믿고 의지하며 현명하게 이겨 냅시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 민두식의 등장으로 어수선했던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김일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큰 소리로 손님을 맞았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
다음 날 아침.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회장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노인회장인 서민규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뭐가 말입니까?”
“삼거리에 라면 가게가 들어온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네, 오늘부터 주방 공사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혹시 그것 때문에 일부러 오신 겁니까?”
서민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노인정에선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자네를 걱정하는 마음이지. 다들 나보고 빨리 가보라고 얼마나 성화를 하던지 더 이상 못 견디고 이렇게 찾아왔네.”
“그래서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오신 겁니까?”
“물론이네. 그나저나 괜찮겠는가? 말을 들어보니까 삼거리에 있는 그 상가가 꽤 크다고 하던데?”
서민규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걱정해 주시는데 제가 무슨 걱정이겠습니까? 저는 동네 어르신들 믿고 열심히 장사하겠습니다. 그게 제가 할 일이니까요.”
“우리가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는가? 그냥 걱정하는 마음뿐이지.”
“그게 어딥니까? 저는 어르신들의 걱정해주시는 그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서민규가 검은 봉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받게.”
“이게 뭡니까?”
“점심값일세. 우리 늙은이들이 해줄 건 없고, 오늘 점심때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네.”
“그래서 돈을 미리 가져오신 겁니까?”
서민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저 때문에 일부러 여기서 점심을 드시는 거죠?”
“나 혼자 결정한 게 아니고 다들 그렇게 하자고 하더라고. 그리고 오늘뿐만이 아니고 앞으로는 삼 일에 한 번씩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네.”
“아니, 그렇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네. 그러니 자네도 힘내서 꼭 이겨내게. 그럼 난 이만…….”
톡톡.
서민규는 현성의 어깨를 가볍게 몇 번 두드리고는 가게를 나갔다.
현성의 손에는 검은 봉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서민규가 사라진 문 쪽을 바라보는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