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53)
회귀해서 건물주-253화(253/740)
253
“맞아,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야. 그럴 바에야 지금의 네 모습을 차라리 인정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네 자리를 찾는 게 중요할 거야.”
“내 자리?”
“그래, 네가 바로 서는 게 제일 중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너 자신에게 투자해야 할 거야.”
“응, 알았어. 지금까지는 숨기 급급했다면 이제부턴 그러지 않을게. 그리고 네 말처럼 더 열심히 공부할게.”
이정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이 말을 이었다.
“운동도 마찬가지야. 한쪽 다리가 불편한 만큼 다른 한쪽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할 거야.”
“알고는 있는데 그게 잘 안 돼.”
“물론 쉽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돼. 육체가 무너지면 정신도 무너지게 돼 있거든.”
“알았어. 그렇지 않아도 요즘 춥다고 게으름을 피웠는데 오늘부터 다시 또 운동을 시작하도록 할게.”
이정우는 다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그리고 참 언제 시간 내서 원주 좀 다녀오자.”
“원주? 원주는 왜?”
“서점에 책 좀 사러 가게.”
“무슨 책인데 원주까지 가야 해?”
이정우는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이제 너도 3학년이니까 본격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해야 할 거 아니야.”
“아, 이제야 무슨 소린지 알겠다. 공무원 시험에 필요한 책을 사려는 거지?”
“응, 기출문제집도 사고 이것저것 살 게 꽤 될 거야.”
“그렇게 얘기하니까 이제 진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기분이 든다.”
이정우는 기분 좋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도 빙긋 웃었다.
잠시 후.
현성이 말했다.
“정우야, 오늘 박카스 고맙다.”
“고마운 걸로 따지자면 내가 훨씬 더 고맙지. 오늘 진짜 좋은 말 많이 들었다. 덕분에 꿀꿀했던 기분까지도 싹 정리가 됐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건 그렇고 이제 어디로 갈 거야?”
“3월이라 그런지 날씨도 안 추우니까 모처럼 산에 좀 가볼까 하고. 방학 동안 춥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했거든. 이제부터 다시 운동 좀 시작하려고.”
“그래, 잘 생각했다. 나도 어디 좀 나가야 하니까 같이 나가자.”
두 사람은 나란히 가게를 나왔다.
그 시각.
민두식은 초조한 눈빛으로 최민성을 바라보았다.
“형님, 라면 맛이 어때요?”
“글쎄, 아직은 그 맛이 안 나는데. 자네 10년 동안이나 음식점에 있었다면서 그 맛을 못 찾아내면 어쩌나?”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상철이 형님도 끝까지 그 꼬맹이 라면 맛을 못 찾아내고 그만둔 거죠?”
“그렇지. 그 형님도 그렇게 찾아내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도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지. 아마도 그 맛을 찾아냈더라면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는 않았을 거야.”
최민성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상철이 형님 건물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 문제는 나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 어떻게 그 꼬맹이가 그 건물을 샀는지 말이야.”
“그 꼬맹이 집이 그렇게 부잡니까?”
“내가 알기로는 그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하단 말이야. 분명히 그 라면 가게를 차릴 때만 해도 희철이 형님이 도와준 걸로 아는데,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 큰돈을 벌었는지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박희철의 도움으로 라면 가게를 오픈했던 꼬맹이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건물을 살 정도로 큰돈을 벌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때 민두식이 다시 물었다.
“형님, 혹시 그 얘기 들으셨습니까?”
“무슨 얘기?”
“우리 건물주가 그러는데 글쎄 그 꼬맹이가 이 건물도 사겠다고 했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이 건물이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그 꼬맹이는 그만한 돈이 어디서 갑자기 났단 말인가?”
최민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두식을 바라봤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며칠 전에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상한 얘기? 그게 뭔가?”
“근데 그 말이 너무 황당해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이라…….”
민두식은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그러자 최민성이 갑갑하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허허, 이 사람이 무슨 말인데 말을 하다가 마는가?”
“그게……, 미소식당 권 사장님이 그러시는데, 글쎄 그 꼬맹이가 사람의 병을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저도 믿어지지 않는데 권 사장님이 직접 경험을 하셨더라고요.”
“그 말이 사실인가?”
“네, 그 꼬맹이 말을 듣고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보니까 진짜 간경화가 진행이 됐다는 겁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최민성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두식을 바라봤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 꼬맹이가 치료능력도 있다는 겁니다.”
“치료능력? 그 꼬맹이가?”
“네, 저도 처음엔 믿지 못했는데 권 사장님이 직접 겪었다면서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꼬맹이한테 일주일 치료받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까 간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는 겁니다.”
“지금 그게 말이 돼?”
최민성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도 아닌 어린 꼬맹이가 사람의 병을 알아낸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이젠 거기서 한술 더 떠 치료를 한다고 하니 최민성으로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민두식이 다시 말했다.
“권 사장님이 그런 걸로 거짓말할 사람도 아니고, 하여간 그 꼬맹이가 이상한 건 분명합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상한 얘기를 들었네.”
“이상한 얘기요?”
“응, 얼마 전에 그 꼬맹이 가게에서 농씸의 신 회장이란 사람이 열흘 동안 머물다 갔다는 얘기를 들었네.”
민두식은 고개를 갸웃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회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열흘씩이나 라면 가게에 머문다는 게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농씸의 회장님이 무엇 때문에 거기서 열흘씩이나 있었다는 말입니까?”
“그러니까 그게 이상하다고…….”
“혹시 그분도 몸이 아파서 치료라도 받았다는 말인가요?”
“그거까지는 모르겠는데 자네 말처럼 그 꼬맹이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거 같아서 말이야.”
민두식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만약 권 사장이 말한 것처럼 그 꼬맹이한테 그런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얘기다.
그때 최민성이 다시 말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꼬맹이가 어떻게 건물을 샀는지 그 돈의 출처도 어느 정도는 유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 말씀은…….”
“내가 볼 땐 그 회장이란 사람밖에 없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났겠는가?”
“그건 그런데, 설마 그 많은 돈을 회장이란 사람이 그 꼬맹이한테 줬을까요?”
“회장이니까 가능한 거 아니겠는가?”
“아, 네…….”
민두식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만약 그 회장이란 사람이 중병에 걸렸는데 그걸 그 꼬맹이가 낫게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최민성이 민두식을 보며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형님 말씀이 맞는 거 같습니다. 만약 그 회장이란 사람이 중병에 걸렸는데 그걸 낫게 했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깁니다.”
“바로 그걸세.”
“허허, 참 이게 말이 됩니까?”
“나도 황당한데 그림이 그렇게 그려지니 어쩌겠는가? 그건 그렇고 라면 맛은 어쩔 텐가? 내일이 당장 오픈 날인데 이대로 팔 텐가?”
민두식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혹시 맛이 많이 차이 납니까?”
“많이는 아닌데 다 먹고 나면 그 끝 맛이 확실히 다르네. 그 꼬맹이 라면은 끝 맛이 개운하면서도 깔끔하거든.”
“결국은 그 양념장의 차이라는 얘기 아닙니까?”
“그렇지. 내가 상철이 형님하고도 그 양념장을 못 만들어서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거든.”
“음…….”
민두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민두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혹시 그 양념장 말인데요,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형님이 저를 이곳으로 불렀으니 그 정도는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거야 자네가 라면 맛에는 자신이 있다고 해서 그랬던 거지. 누가 이렇게 그 맛을 못 찾아낼지 알았는가? 더군다나 경력도 10년이나 된다고 하니 나는 자네를 믿었던 거지.”
최민성은 실망스럽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민두식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저는 그저 라면 맛이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지, 누가 이렇게 까다로운 줄 알았습니까? 그리고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하긴,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그래서 도와달라고 이렇게 형님을 고용한 거 아닙니까? 어떻게 양념장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그게…….”
최민성은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물었다.
“뭐가 문젭니까?”
“그게 그 김지숙이란 여자가 지금도 내 말을 들을지 모르겠네.”
“예전에 형님한테 양념장을 넘겨줬다는 그 여자 말이죠?”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그 여자가 원하는 게 돈 아닙니까?”
“그건 옛날얘기고 지금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네.”
“돈으로 안 되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지금 바로 연락해 보죠.”
“지금 말인가?”
“네, 어차피 시간 끌 필요 있겠습니까?”
민두식은 바로 눈짓으로 전화기를 가리켰다.
그러자 최민성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수화기를 들고는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디디딕.
신호가 몇 번 울리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지숙 씨, 나야.”
– 어? 최 사장님이 어쩐 일이세요?
“그동안 잘 있었는가?”
– 호호, 사장님이 제 안부를 그냥 물을 일은 없을 테고 무슨 일이에요?
“그게…….”
최민식은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자 김지숙이 바로 물었다.
– 무슨 일인데 사장님이 이렇게 뜸을 들이실까?
“……그게 다름 아니고 양념장 때문에 그러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을 해도 되겠는가?”
– 양념장이요?
“그렇다네. 내가 그 양념장이 필요해서 말이야.”
– 사장님 혹시 새로 생긴 라면집에 취직했어요?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 나도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닌가. 그러니 한 번만 더 도와주게.”
– 그게 좀…….
김지숙은 곤란하다는 듯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그러자 최민성이 바로 말했다.
“김지숙 씨, 내가 이렇게 부탁하네.”
– 곤란합니다. 우리 사장님이 저한테 얼마나 잘해주시는데요.
“혹시 돈 필요하지 않는가?”
– 네?
“돈을 줌세. 그러니 한 번만 도와주게. 얼마면 되겠는가?”
김지숙은 어이가 없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오상철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변함없는 최민성의 태도가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어차피 이런 인간한테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
그렇다면…….
히죽.
김지숙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