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54)
회귀해서 건물주-254화(254/740)
254
– 지금 돈이라고 했습니까?
“그려, 어차피 지숙 씨도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닌가?”
– 지금 사장님 말씀은 제가 돈 때문에 이렇게 망설인다는 거죠?
“선수끼리 그걸 꼭 말을 해야 아는가……. 척이면 척이지. 그러지 말고 어서 편하게 말하게. 얼마면 되겠는가?”
피식.
김지숙은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안 나왔다.
– 사장님은 여전히 돈이 최고이군요?
“새삼스럽게 왜 이러나? 알 만한 사람끼리…….”
– 알았어요.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잘 생각했네. 어서 말해보게.”
– 큰 거로 한 장만 주세요.
“큰 거 한 장이면……, 얼마를 말하는 건가? 만원은 아닐 테고…….”
– 만원이요? 그렇게 돈돈 하시는 분이 만원이 뭡니까? 지금 장난해요?
“그럼, 설마…… 십만 원?”
– 왜 너무 많은가요? 그 정도는 돼야 도둑질할 맛이 나는 거 아닌가요?
김지숙은 일부러 세게 불렀다. 어차피 최민성이 그 금액을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민성은 손바닥으로 수화기를 막은 후 민두식을 보며 말했다.
“십만 원을 달라는데?”
“네? 십만 원이요? 아니, 무슨 양념장 하나에…….”
“나도 어이가 없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년이 아무래도 돈독이 올랐나 보네. 그나저나 어쩔 텐가?”
“글쎄요, 저도 너무 황당해서…….”
민두식은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그러자 최민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반만이라도 깎아볼까?”
“그게 될까요?”
“잠깐만…….”
최민성은 손으로 막았던 수화기를 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지숙 씨, 인간적으로 십만 원은 너무 세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지 말고 그 반절만 하세.”
– 그렇게 돈밖에 모르시는 분이 왜 이러세요?
“양념장 하나에 십만 원이면 너무 한 거 아닌가? 어느 정도라야 우리도 생각을 해볼 거 아닌가 말일세.”
– 그건 사장님 사정이고, 저는 그 돈 아니면 안 움직입니다. 그러니 결정은 그쪽에서 알아서 하세요.
“허허, 참…… 잠깐만 기다려보게.”
최민성은 다시 수화기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그리곤 민두식을 보며 다시 말했다.
“안 된다는데, 어쩔 텐가?”
“도저히 안 된답니까?”
“내가 볼 땐 양념장을 빼돌리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 같네.”
“음……, 어쩌지요?”
민두식은 난감하다는 듯 머리를 감쌌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민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장사는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닌가?”
“물론 그렇기야 하지만, 양념장 하나에 십만 원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렇지요.”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 생각엔 어쩔 수 없이 그렇게라도 해서 라면 맛을 제대로 낼 수만 있다면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네.”
“결국은 그 값에 양념장을 얻을 수밖에 없다는 건가요?”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양념장 하나에 십만 원이라는 얘기는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그 양념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잠깐 고민하던 민두식은 최민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념장을 그 값에 구하겠다는 얘기다.
최민성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수화기에서 손을 떼며 말했다.
“알았네, 자네 말대로 그렇게 하겠네.”
– 정말인가요?
“대신 오늘 중으로 꼭 그 양념장을 나한테 넘겨야 하네.”
–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영업 끝나는 대로 틀림없이 넘겨드릴 테니.
“알았네. 그럼 8시에 거기서 봄세. 그럼 이만…….”
뚝.
전화를 끊은 최민성은 민두식을 바라보며 말했다.
“양념장은 오늘 저녁 8시에 받기로 했네.”
“그 여자 믿을 수는 있는 거죠?”
“걱정 말게. 그 여자도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바람에 돈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거든. 돈이 아까워서라도 꼭 가져올 걸세. 그나저나 양념장만 있으면 그 맛을 찾아낼 수는 있는 거지?”
“당연하지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 봬도 음식점 경력 10년이라니까요.”
민두식은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전화를 끊은 김지숙은 입에서 절로 흥이 흘러나왔다.
양념장?
어차피 관심 없다. 예전처럼 도둑질을 할 것도 아니다. 그저 사장한테 얘기해서 가져다주면 된다. 그리고 돈만 받으면 된다.
물론 그 양념장은 가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양념장이 가짜라는 사실을 모른다.
어차피 돈밖에 모르는 인간들이다.
그런 인간들한테는 그에 알맞게 응대해주면 된다.
집을 나선 김지숙은 라면 가게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하자 현성이 김지숙을 맞았다.
“오늘은 좀 일찍 나오셨네요?”
“네, 사장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조금 일찍 나왔어요.”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좋아 보이는데.”
“호호, 그렇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돈벼락을 맞았거든요.”
김지숙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은 오늘 아침에…….”
김지숙은 아침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지숙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말았다.
“하하……,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양념장이 필요하다고 전화를 했다는 거죠?”
“네, 그래서 제가 어쩌나 보려고 10만 원을 불렀거든요. 그런데 그걸 또 받아들이더라고요. 저는 진짜 그 금액을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만큼 지금 절박하다는 얘기네요.”
맞는 말이다.
절박하지 않다면 양념장 하나에 10만 원씩이나 지불하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말은 지금 내일 오픈할 준비가 제대로 안 됐다는 얘기다.
김지숙이 물었다.
“그 사람들은 내일이 오픈인데 지금 와서 양념장을 찾으면 어쩌겠다는 건가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 말입니다.”
“그 사장이란 사람 10년 넘게 음식점 경력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맞아요. 자기 말로 분명히 그랬어요.”
김지숙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준비를 한단 말입니까?”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음식점 경력이 10년인데 이런 식으로밖에 준비를 못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혹시 그거 거짓말 아닐까요?”
“설마요. 거짓말을 할 게 따로 있지, 그런 걸로 거짓말을 할까요?”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민두식이 설마 그런 일로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지숙이 다시 말했다.
“그거야 두고 보면 알 것이고, 그나저나 양념장은 어떡할 겁니까?”
“제가 알아서 만들어 드릴게요. 이따 퇴근하실 때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돈은 아저씨 병원비에 보태시고요.”
“그래도 되겠어요?”
“오히려 잘됐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병원비 때문에 힘드신데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면 좋지요. 아무 적정하지 마시고 마음 편하게 쓰세요.”
“제가 아쉬워서 쓰긴 쓰겠지만 기분이 개운한 거는 아니네요. 이유야 어찌 됐든 그 사람들한테는 거짓말을 하고 받는 돈이라…….”
김지숙은 찝찝하다는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그런 생각 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시작은 저쪽에서 먼저 하지 않았습니까? 아주머니는 그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줬을 뿐입니다.”
“그럼 저는 사장님 말씀만 믿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괜히 마음의 부담 같은 거 느끼실 필요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시작은 분명히 저 사람들이 먼저 시작한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지숙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리곤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날 저녁.
영업을 마친 김지숙은 가게를 나와 장미다방으로 향했다.
장미다방에 도착하자 최민성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가져왔는가?”
“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알았네, 우리도 더 쓰고 싶어도 비싸서 못 쓰네. 물건부터 넘기게.”
김지숙은 고개를 저었다.
싫다는 얘기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최민성이 씩 웃으며 안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냈다.
“봉투를 주기 전에 하나만 먼저 물어도 되겠는가?”
“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금액이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비싸도 너무 비싸지 않은가?”
“그럼 관두죠.”
김지숙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최민성은 놀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 아닐세. 내가 잘못했네. 여기 있네.”
최민성은 김지숙 앞으로 봉투를 얼른 내밀었다.
그러자 김지숙이 말했다.
“최 사장님, 이거 하나만은 분명히 알아 두세요. 이 거래를 먼저 원한 건 그쪽이지 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아, 알았네. 그러니 어서 그 양념장이나 주게.”
“그리고 그 금액도 그쪽에서 좋다고 하니까 진행한 거지 제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 분명히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알았네. 내가 괜한 말로 자네의 심기를 건드렸나 보군. 미안하네.”
최민성은 김지숙을 향해 머리를 살짝 숙였다.
그러자 김지숙이 가방에서 양념장을 꺼내 최민성에게 내밀었다.
툭.
최민성은 기다렸다는 듯 김지숙의 손에서 양념장을 낚아챘다.
그리곤 김지숙을 보며 말했다.
“김지숙 씨, 많이 컸네.”
“뭐라고요?”
“사람이 그러는 거 아니야. 어떻게 이 양념장 하나에 10만 원이나 부를 수가 있지? 해도 해도 너무하는 거 아닌가?”
“뭡니까? 치사하게. 이제 양념장을 챙겼다 이겁니까?”
김지숙은 치사해서 더 이상 말하기도 싫었다. 좀 전에만 해도 양념장을 받기 위해 쩔쩔매다가 양념장을 받은 후 최민성의 태도가 너무나 급변했기 때문이다.
최민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이 양심껏 살자고.”
“이런 분이셨군요? 지난번만 하더라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그동안 왜 이렇게 변한 거예요?”
“몰라서 물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제가 뭘 어쨌다고…….”
김지숙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최민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상철이 형님이 누구 때문에 이 동네를 떠났는데?”
“지금 오 사장님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김지숙은 어이가 없었다.
오상철이야 동네에서 인심을 잃고 쫓겨나다시피 해서 이 동네를 떠난 사람이다.
그런데 그게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김지숙은 바로 물었다.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저에게 이러는 겁니까?”
“그 가게에 있는 인간들은 다 똑같네.”
“그 가게요?”
“그래, 그 꼬맹이와 신 사장 그리고 자네, 어느 누구도 우리 형님을 쫓아낸 책임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그 말은 결국 우리 가게 때문에 오 사장님이 그렇게 됐다는 거죠? 하! 어이가 없네요. 어떻게 그런 억지를…….”
김지숙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그때 최민성이 말했다.
“이번엔 꼭 이길 걸세.”
“이겨요? 아, 그래서 다시 그 새로운 라면 가게에 취직을 한 겁니까?”
“두고 보라고, 이번만큼은…….”
“휴우! 마음대로 하세요. 더 이상 저도 할 말이 없네요. 그럼 저는 이만…….”
김지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미다방을 나왔다.
혼자 남은 최민성.
“두고 봐. 이번엔 이 꼬맹이 새끼 확실히 밟아줄 테니까.”
최민성은 조금 점 김지숙으로부터 건네받은 양념장을 들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민성이 모르는 게 있었다. 그 양념장은 현성이 특별히 최민성 본인을 위해서 만들어줬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