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55)
회귀해서 건물주-255화(255/740)
255
민두식은 최민성이 내민 양념장을 받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그 양념장입니까?”
“그렇다네. 어렵게 구한 거네.”
“이게 10만 원어치라는 거죠?”
“나도 어이가 없네만 어쩌겠는가? 우리가 아쉬우니 그렇게라도 구하는 수밖에.”
민두식은 작은 반찬통을 들고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후.
딸깍.
반찬통을 열고 눈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이거 확실한 거겠죠?”
“100%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믿어야지. 왜 이상한가?”
“아니, 그건 아니고 혹시나 그 여자가 장난치지나 않았을까 해서요.”
“설마 10만 원이나 받으면서 장난을 쳤겠는가?”
민두식은 고개를 끄덕인 후 양념장을 맛보기 시작했다.
최민성이 물었다.
“어떤가? 양념장에 뭐가 들어갔는지 알겠는가?”
“글쎄요, 몇 가지는 알겠는데 다는 모르겠는데요.”
“허허, 그럼 어쩌는가?”
“이상한 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끓여서 다시 맛을 봐야겠습니다.”
민두식은 주방으로 들어가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민두식은 최민성을 보며 말했다.
“드셔 보세요. 그 맛이 나는지.”
“알았네.”
최민성은 국물부터 맛보기 시작했다.
후릅.
“어때요?”
“글쎄, 비슷하긴 한데 어딘가 모르게 뭔가 빠진 듯한 맛인데.”
“저는 그 꼬맹이 라면을 안 먹어봐서 모르겠는데 형님 입맛에는 그렇다는 거죠?”
“응, 예전에 먹었던 맛과는 다른 거 같은데.”
최민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민두식이 바로 물었다.
“많이 차이 나요?”
“많이는 아니고 약간 뭐가 다르단 말이야. 그런데 그걸 정확히 얘기할 수가 없네.”
“혹시 양념장이 덜 들어간 건 아닐까요?”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다시 한번 양념장을 더 넣고 끓여볼 텐가?”
“알았어요. 어차피 한두 번에 그 맛을 찾아내기는 힘들 겁니다. 오늘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그 맛을 꼭 찾아내고 말 겁니다.”
민두식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다.
두 시간 후.
민두식은 초조한 마음으로 다시 물었다.
“이번엔 어떻습니까?”
“…….”
최민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민두식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도 아니라는 얘깁니까?”
“그렇다네. 아무리 먹어봐도 그 맛이 아니야.”
“아니, 열 번을 끓였는데도 그 맛이 안 나오면 저보고 어쩌라는 말입니까?”
“갑갑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일세. 이 일을 어쩌는가?”
휴우!
최민성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민두식이 물었다.
“뭐가 문제일까요?”
“둘 중의 하나겠지.”
“둘 중의 하나요?”
“그렇지. 자네가 문제이거나 아니면 양념장이 문제겠지. 안 그런가?”
민두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열 번을 끓였다. 그런데도 그 맛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다면 최민성의 말처럼 둘 중의 하나가 문제일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 아니면 양념?
민두식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때 최민성이 말했다.
“양념은 얼마나 남았는가?”
“이제 두 번 정도 끓일 양만 남았습니다.”
“결국은 못 찾아내는 건가?”
“지금으로선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형님 말씀처럼 제가 문제이거나 아니면 양념이 문제이겠지요. 그런데 진짜 그 여자가 장난을 친 건 아닐까요?”
“음……, 글쎄 그건 나도 장담을 할 수가 없네.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는 내일부터 장사를 해야 한다는 거네.”
최민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민두식을 바라봤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결국, 마지막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 방법? 그게 뭔가?”
“가격입니다.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내리는 거죠.”
“맛을 못 찾았으니 가격을 내리자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가격만큼 손님을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민두식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최민성은 생각이 다른지 고개를 갸웃했다.
“과연 그럴까?”
“물론이죠. 가격 앞에서 손님들은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특히 학생들의 경우에는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다 보니 가격에 더 민감할 겁니다.”
“난 생각이 다르네. 자네 말처럼 학생들이 가격에 민감한 거는 사실이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일한 맛일 경우에 해당되는 거라고 생각하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돈 몇 푼 때문에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 안 하네.”
“물론 형님 말씀도 맞는 말인데, 문제는 그 금액의 차이가 얼마냐가 중요하겠지요.”
최민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민두식을 바라봤다.
민두식의 말대로라면 라면의 가격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차이가 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민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라면 가격을 얼마로 생각하고 있는가?”
“200원이요. 100원 차이라면 학생들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일 겁니다.”
“그 말은 씬라면을 안 쓰겠다는 얘기네?”
“물론입니다. 씬라면으로는 그 금액에 팔 수가 없습니다. 대신 삼영라면을 쓸 겁니다. 어차피 원가에서 100원 차이가 나니까 200원에 팔아도 남는 장사일 테니까요.”
최민성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씬라면의 맛에 길들여진 손님들이 값이 싸다는 이유로 삼영라면을 먹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100원 싸다는 이유로 과연 삼영라면을 먹을까?”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100원이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거든요. 두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 예상이 맞을 겁니다.”
“허허, 글쎄……,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나는 내일 무얼 하면 되나?”
“형님은 내일 오전 중으로 현수막 4개를 걸어 주세요. 하나는 가게 앞에 걸고, 나머지는 초중고학교 앞에 하나씩 걸어주시면 됩니다. 물론 라면 가격을 200원으로 적어서 말입니다.”
“알았네. 그런데 노인정 앞에는 안 걸어도 되겠는가?”
“거기는 걸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노인네들 와봐야 도움 안 됩니다. 음식 먹으면서 흘리고 더군다나 먹는 속도도 느려서 회전율도 떨어집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겁니다.”
“그건 그래. 알았네. 현수막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되네.”
최민성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형님도 웬만하면 낮에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고 밖에서 움직여 주세요. 필요할 땐 제가 부를 테니까요.”
“응? 나도 말인가?”
“네, 그리고 이왕이면 그렇게 허연 머리로 다니지 마시고 염색이라도 좀 하세요. 옷도 그런 옷 말고 좀 밝은 옷으로 갈아입으시고요.”
“아…, 알았네.”
최민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오후.
수업을 마친 현성이 김일수와 학교 정문을 막 나설 때였다.
“저게 뭐야?”
김일수가 학교 앞에 걸린 현수막을 손으로 가리켰다.
“어디?”
“저기 말이야. 저거 삼거리 라면 가게에서 건 현수막이잖아. 근데 라면이 지금 200원이라고 적은 거야?”
“200원?”
현성은 김일수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현수막에는 김일수가 말한 것처럼 200원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있었다.
김일수가 큰 소리로 물었다.
“저게 무슨 소리야?”
“민두식이 장난을 쳤네. 혹시나 했는데 역시 그냥 넘어가지를 않는군.”
“근데 저 가격이 가능해?”
“물론 씬라면으로는 안 되지. 하지만 삼영라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해. 어차피 원가에서 100원 차이가 나니까 말이야.”
라면을 20% 할인해서 공급받을 경우 삼영라면은 80원이다. 반면 씬라면은 160원이다. 거기에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포함시키면 받을 수 있는 가격이 정해진다.
민두식이 200원을 받겠다는 얘기는 씬라면이 아닌 삼영라면을 팔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김일수가 다시 물었다.
“학생들이 삼영라면을 먹을까? 이미 씬라면 맛에 길들여져 있는데 말이야.”
“그 부분은 민두식이도 생각했을 거야. 그리고 결론을 냈겠지. 100원 차이면 학생들이 움직일 거라고 말이야.”
“네 생각은 어때?”
“글쎄, 더 두고 봐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움직일 거야. 아무래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100원 차이를 무시하지는 못 할 테니까 말이야.”
김일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얼마나 움직일까?”
“물론 확답할 수는 없지만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진짜?”
“응, 처음에는 호기심에 다들 한두 번씩은 가겠지만 결국은 돌아올 거야.”
김일수는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이유는?”
“민두식이 착각하는 게 있어.”
“착각?”
“응, 그 사람은 지금 단순하게 가격만 싸면 된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런데 그 가격보다 더 중요한 게 맛이거든.”
물론 가격이 중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동일한 맛일 때 해당되는 얘기다. 맛에서 차이가 난다면 그 가격은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김일수가 다시 말했다.
“결국은 맛 때문에 우리 가게로 다시 돌아올 거라는 얘기지?”
“맞아. 그 사람이 왜 삼영라면을 선택했겠냐?”
“글쎄 그거야 나는 모르지.”
“씬라면의 맛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었다는 얘기야. 그렇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가격이 싼 라면을 선택한 거지.”
“싼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거지?”
“그렇지. 하지만 그건 학생들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학생들 입이 얼마나 고급인데, 처음에야 싼 맛에 한 번은 가겠지만 두 번은 안 갈걸.”
김일수는 피식 웃었다.
“하긴 그래, 애들이 100원 때문에 맛을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어쨌든 며칠은 손님이 뜸하긴 할 거야.”
“아무래도 처음엔 학생들이 움직일 테니까. 그럴수록 우리가 더 잘해야겠네.”
“바로 그거야. 우리는 흔들리지 말고 손님들한테 더 잘해야 되는 거야. 며칠 지나면 손님들은 다시 돌아올 거야. 어서 가게로 가보자.”
두 사람은 발길을 서둘렀다.
그 시각.
“흐흐.”
민두식의 입에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게 몇 명이야?”
민두식은 가게 밖으로 나와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 있었다. 최소한 50명은 넘는 학생들이 라면을 먹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최민성이 다가와 말했다.
“민 사장, 기분이 어때?”
“형님, 아주 좋습니다. 역시 제 예상이 맞았죠?”
“그러게. 난 혹시나 씬라면 먹던 학생들이라 삼영라면은 안 먹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줄까지 서가면서 먹는 걸 보니 역시 가격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네.”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학생들은 100원 차이가 클 거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민두식의 입은 귀에 걸린 듯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며 최민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내일도 이 친구들이 오겠지?”
“당연하지요. 아직도 제 말을 못 믿는 겁니까?”
“그건 아니고, 혹시나 해서 말이야.”
그때였다.
종업원이 민두식을 불렀다.
“사장님, 5번 테이블에서 어떤 학생들이 사장님을 부르는데요.”
“나를?”
“네, 아무래도 가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알았어. 내가 가볼게.”
민두식은 가게 안으로 들어가 5번 테이블로 다가갔다.
“학생들이 나를 불렀는가?”
“아저씨, 라면 맛이 이게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