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56)
회귀해서 건물주-256화(256/740)
256
“왜 그러는가?”
“이거 씬라면 아니죠?”
“씬라면은 아니고 삼영라면인데…….”
“삼영라면이요? 그러면 그렇다고 메뉴판에 표시를 해놔야 할 거 아닙니까? 우리는 아무 표시도 없으니까 당연히 씬라면이라고 생각했던 거 아닙니까?”
“그게…….”
민두식은 할 말이 없었다. 사실은 어젯밤에 메뉴판을 급하게 새로 만들면서 그거까지는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어쩔 겁니까?”
“원하는 게 뭔가?”
“어차피 라면 안 먹을 거니까 환불해 주세요. 잘못은 분명히 아저씨가 한 거잖아요.”
“도저히 못 먹겠는가?”
“네, 저쪽 집 라면하고 너무 차이가 나서 도저히 못 먹겠어요. 100원 더 주고 저쪽 집으로 씬라면 먹으러 갈 겁니다.”
한명수는 일부러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때였다.
한명수 옆에 있던 아이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불을 요구했다.
“저희도 환불해 주세요.”
“저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환불을 요구한 사람은 한명수까지 포함해서 총 10명이었다. 환불은 요구한 이들은 다름 아닌 잔디파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민두식은 순간적으로 황당할 뿐이었다.
“아……, 알았네.”
“그리고 메뉴판에 꼭 삼영라면이라고 적어 놓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테니까요.”
“…… 알았네. 그렇게 하지.”
민두식은 기분이 상했지만 어쩔 수 없이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영업을 마친 현성은 김일수와 나란히 마주 앉았다.
김일수가 먼저 물었다.
“많이 차이 나냐?”
“50%. 어차피 이 정도는 예상했던 거라 괜찮아. 문제는 내일부터야. 오늘 빠져나갔던 학생들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돌아올지가 관건일 거야.”
“그나마 다행이다. 난 솔직히 오늘 손님이 없을 줄 알았어.”
“나도 마찬가지야. 다행히도 오늘은 어른 손님이 꽤 많이 왔었어. 그리고 노인정에서도 오셨고.”
김일수는 노인정이란 말에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요즘 노인정에서 자주 오시네?”
“삼거리에 라면 가게가 들어서니까 나를 돕겠다고 일부러 여기서 점심을 드신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고마운 분들이네.”
“맞아. 이틀에 한 번씩 꼬박 와주시니까 우리로서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야. 그것도 한두 명도 아니고 한 번에 오실 때 기본 스무 명은 오시니까 감사하지.”
“그게 다 네가 노인정에 봉사도 하고 하니까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네가 그랬잖아,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사는 거라고.”
“어쨌든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현성은 빙긋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도 현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난 이만 갈 테니까 쉬어라.”
“그래, 너도 오늘 고생 많았다. 집에 가서 쉬어.”
“응, 내일 봐.”
김일수는 그 말을 끝으로 가게를 나갔다.
김일수가 가게를 나가고 30분쯤 지났을까.
딸랑.
누군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바로 박희철이었다.
“어? 아저씨가 이 시간에 웬일이세요?”
“홍천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들어오는 길이야. 그나저나 오늘 저쪽 가게 오픈하는 날이었지?”
“네, 오늘 오픈했어요. 혹시 그것 때문에 일부러 오신 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네 일인데 당연히 신경을 써야지.”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신경을 쓴다는 것.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박희철은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이 고개를 숙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주시니 말입니다.”
“별소릴 다하는구먼. 벌써 잊었는가, 자네는 나의 하늘이라고 했던 말을.”
“부끄럽습니다.”
“허허, 자네도 참……, 그건 그렇고 오늘 장사는 어땠는가?”
“반 정도 줄었습니다. 아무래도 저쪽 가게 때문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박희철은 약간 놀랍다는 듯 다시 물었다.
“반절이나 줄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저쪽에서 가격을 치고 나왔습니다.”
“아니, 300원에서 더 내려갔다는 말인가?”
“네, 200원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학생들이 움직인 거 같습니다.”
박희철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근데 200원이 가능한가?”
“네, 씬라면은 불가능하지만 삼영라면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 말은 그쪽에서는 삼영라면을 판다는 얘기네?”
“네 맞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낮에 한명수로부터 직접 확인한 사안이었다.
박희철이 다시 물었다.
“중요한 건 앞으로가 문제일 텐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 그리 나쁘지는 않을 거로 예상합니다.”
“이유는?”
“학생들의 입맛 때문입니다. 오늘은 비록 첫날이라 학생들이 호기심에 움직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말은 저쪽 가게가 자네의 라면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얘긴데, 그렇게 자신이 있다는 얘긴가?”
박희철로서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듣기로는 민두식이라는 사람이 음식점 경력이 10년이 넘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라면을 팔겠다고 시작했을 때는 어느 정도 기본 이상의 맛은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현성은 하루 전에 있었던 양념장에 관한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희철은 관심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그쪽에서 자네의 양념장을 몰래 빼가려 했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지금 현재로서는 라면 맛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결국은 라면의 맛보다는 가격으로 승부수를 걸은 거고?”
“바로 그겁니다. 근데 그게 패착이라는 거죠.”
현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박희철이 다시 물었다.
“지금 그 말은 가격으로는 승부가 안 된다는 얘기지?”
“맞습니다. 음식은 가격이 아닌 맛으로 승부가 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민 사장이 라면 맛을 살린 상태에서 가격으로 치고 들어왔다면 저도 쉽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맛은 뒷전이고 가격으로 먼저 치고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그게 패착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민 사장이란 사람 말인데, 음식점 경력이 10년이 됐다고 했지 않았는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나는 그게 궁금하네.”
박희철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저도 그게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웃긴 건 그 10년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는 겁니다.”
“허허, 그 말의 의미는 뭔가?”
“신뢰의 문제겠지요. 지금으로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박희철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결국, 그 사람이 말한 게 다 거짓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지금으로선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 민두식이란 사람이 씬라면의 맛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라면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 라면 맛을 못 찾는다? 이걸 지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구먼.”
“두고 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오지 않겠습니까?”
박희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홍천 시내에는 무엇 때문에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예식장을 예약하고 오는 길이네.”
“아, 그러셨군요? 그렇다면 날짜도 잡았다는 말씀이시네요?”
“둘째 주 일요일인 10일로 잡았네.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자네한테 부탁할 일이 있네.”
“저한테 말입니까?”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생각해도 결혼식에 있어서는 박희철이 자신에게 특별히 부탁할 게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에게 사회를 부탁하고 싶은데, 혹시 가능하겠는가?”
“저한테 사회를 보란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다른 사람보다는 자네가 사회를 봐줬으면 좋겠네.”
“사회를 보기엔 제 나이가 너무 어리지 않겠습니까?”
“물론 나이가 어린 건 사실이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된 것도 다 자네 덕분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이왕이면 다른 사람보다는 의미 있는 사람한테 사회를 부탁하고 싶네.”
박희철의 눈빛에서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난감한 건 현성이었다.
물론 사회를 보라면 못 볼 거야 없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고등학생의 신분에서 사회를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부탁함세!”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희철의 말이 빨랐다. 그런데 그 말에서 진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현성은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나야 자네가 그렇게 해주기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네.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자네가 그때 나를 살려주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이미 끝났을 거네. 그랬다면 이 좋은 세상도 못 봤을 것이고 명순 씨도 만나지 못했을 걸세. 그러니 자네가 축하하는 의미로 그 자리에 서주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현성은 박희철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수락을 하자 박희철은 현성의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고맙네. 난 혹시라도 자네가 끝까지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걱정을 했지 뭔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을 합니까? 그리고 참 한 가지 여쭐 게 있는데,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어머니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식당 말입니다.”
현성으로선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신명순이 식당을 그만두게 된다면 다른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명순 씨와 얘기를 해봤는데 지금과 똑같이 식당에 나오겠다고 하더군.”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그러니 그 문제는 더 이상 신경 안 써도 될 걸세.”
“저는 당연히 그만두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의외군요.”
“나도 처음에는 반대를 했는데 명순 씨가 한사코 식당을 고집하더라고. 그게 누구 때문인지 아는가?”
“글쎄요, 그거까지는…….”
박희철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네 때문에 무조건 식당에 나가겠다는 거야.”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명순 씨 자신이 가장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이 자네라고 하더군.”
“제가 뭐 특별히 해드린 것도 없는데요.”
박희철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말게. 명순 씨 말로는 오상철이한테 쫓겨났을 때 유일하게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자네라고 하더군.”
“그거야 상황이…….”
“상황? 아무리 상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나 그렇게 내 일처럼 나서주는 사람은 없는 법이거든.”
“저는 그저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게 고맙다는 거네. 자네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 순간이 가장 고마운 법이거든. 그리고 원래 호의라는 게 베푸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고 말이야.”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호의라는 게 원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이란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명순 씨를 대신해서 내가 다시 감사한 마음을 전하네. 그땐 정말 고마웠네.”
“별말씀을요.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어머니 덕분에 저도 잘됐잖아요.”
“그게 다 자네가 마음을 곱게 써서 그렇게 된 거네. 그건 그렇고 삼거리 식당은 더 신경 안 써도 되는 거지?”
“네, 일단은 며칠 더 두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알았네, 혹시나 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그럴 필요 없겠구먼. 난 그럼 자네만 믿고 이만 가봄세.”
박희철은 그 말을 끝으로 가게를 나갔다.
현성은 박희철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전생에서는 원수나 다름없었던 박희철이다. 그런 그가 이번 생에서는 그 어는 누구보다도 귀한 인연으로 바뀌었다.
서로를 걱정하고 서로를 위하는 관계가 된 것이다. 현성이 미소 짓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