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59)
회귀해서 건물주-259화(259/740)
259
“……부러웠다.”
이철승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그리고 이정우와 김일수, 세 사람의 우정이 부러웠다고.”
“아니 무슨…….”
현성으로선 황당 그 자체였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말이다. 물론 이정우와 김일수랑 친하게 지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내자식끼리 부럽다는 말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야, 너 혹시 질투하냐?”
“질투?”
“그래, 인마. 그래서 이정우를 일부러 못살게 괴롭혔던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 너도 그렇고 일수도 그렇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우를 보호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게 눈에 거슬리는 건 사실이었어.”
“그거야 정우가 몸이 불편하니까 특별히 더 신경을 썼던 거지, 그나저나 그게 왜 눈에 거슬려?”
현성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나 김일수가 이정우를 챙긴다고 해서 이철승의 눈에 거슬린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혹시?’
그 순간 현성의 머릿속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이철승을 보며 바로 물었다.
“야, 너 혹시 그거 아니지?”
“그거? 그게 뭐야?”
“왜, 있잖아. 남자가 남자 좋아하는 거.”
풉.
이철승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웃는 거 보니까 그건 아닌가 보네.”
“미친놈, 그렇다고 나를 그런 놈으로 보냐?”
“아니지, 지금 네 행동이 그렇잖아. 나랑 일수가 정우를 특별히 챙긴다고 해서 네가 왜 기분이 나쁘냐 이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데.”
“내가 처음에 얘기했잖아. 부러웠다고.”
“부러워서 정우를 미워했다? 그게 질투잖아. 사내새끼끼리 이게 무슨 경우냐고.”
현성은 여전히 이철승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갔다.
그때 이철승이 바로 말을 이었다.
“내가 친구가 없잖아.”
“친구? 네가 친구가 왜 없어? 너랑 몰려다니는 애들 몇 명 있잖아.”
“그런 애들 말고, 진짜 친구 말이야.”
“진짜 친구?”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생에서의 이철승은 이런 녀석이 아니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고3 졸업할 때까지 그의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김일수와 마찬가지로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고 온갖 나쁜 짓은 다 했던 녀석이다. 그랬던 녀석이 지금 갑자기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현성으로선 이해가 안 갔다.
이철승이 말했다.
“그래, 너희 세 사람처럼, 그런 친구 말이야.”
“우리 세 사람?”
“응, 내가 볼 땐 너희 세 사람은 평생 같이 갈 친구들처럼 보여서 말이야. TV나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런 친구 말이야.”
“그게 부러웠다는 거지?”
이철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래서 오늘 정우를 일부러 괴롭힌 거고?”
“쪽팔리지만 그게 사실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너와 얘기를 하고 싶었거든.”
“나와 얘기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지금 이철승의 말대로라면 현성 자신과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정우를 일부러 괴롭혔다는 얘기가 된다.
“말 그대로야. 너와 어떤 식으로든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 어차피 너희들 세 명 중의 중심은 너니까 말이야.”
“중심? 그런 게 어디 있어? 같은 친구끼리 다 똑같은 거지.”
“그건 네 생각이고, 제삼자가 보는 시각은 그렇지 않아. 누가 뭐라 해도 너희들 셋이 그렇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건 네가 중간에서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좋다, 그건 그렇다 치고 나와 할 얘기라는 게 뭐야?”
피식.
이철승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사실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다는 자체가 어색한 상황이었다.
오늘 점심시간만 해도 두 사람은 싸우던 사이였다. 그것도 단순하게 주먹다짐으로 끝난 게 아니라 칼까지 휘두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도 없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젠 그것도 모자라 천연덕스럽게 웃고 있는 이철승을 보니 현성으로선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지금 뭐 하자는 분위기야?”
“너 바보냐?”
“뭐라고?”
“인마, 내가 너한테 고백하는 거잖아. 내 말 무슨 말인지 모르겠냐?”
“…….”
현성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현성이 말이 없자 이철승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야, 그렇다고 내가 남자 취향은 아니니까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어. 나는 단지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을 했던 거니까.”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이 모든 게 의도적이었다는 거야?”
“그래, 그렇지 않으면 너한테 접근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아니, 무슨…….”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지금까지 현성이 알고 있는 이철승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현성이 말이 없자 이철승이 다시 말을 이었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나는 단지 너와 친해지고 싶었던 거니까.”
“이 미친 새끼야. 그게 말이 돼?”
현성의 입에서 갑자기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이철승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현성을 보며 물었다.
“야, 너도 욕할 줄 아냐?”
“지금 내 입에서 욕이 안 나오게 생겼냐? 무슨 새끼가 정신병자도 아니고 친해지고 싶다고 그런 짓을 하는 놈이 어디 있냐?”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한테 접근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거든. 내 나름대로는 고심 끝에 결정한 거야.”
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친해지고 싶다는 놈이 친한 친구를 그런 식으로 괴롭히면서 접근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더군다나 싸우면서 칼까지 휘두르던 이철승이었다.
현성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했다.
“좋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고 칼은 뭐야? 어떻게 친구 앞에서 칼을 휘두를 수 있었던 거야? 설마 이것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
“내 마지막 자존심.”
“뭐라고?”
“내 마지막 자존심까지 네 앞에서 버린 거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무슨 자존심을 어떻게 버렸다는 거야?”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칼과 자존심, 이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현성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젓자 이철승이 다시 말을 이었다.
“난 내 모든 걸 버린 거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 칼은 나의 마지막 자존심이야. 아까 그 칼을 떨어뜨리는 순간 나는 네 앞에 무릎을 꿇은 거야. 이렇게 얘기해도 모르겠어?”
“너 혹시 일부러 그 칼을 떨어뜨린 거야?”
이철승은 조용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게 말이 돼?”
“어차피 너한테는 게임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어차피 질 바에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확실히 깨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일부러 칼까지 휘둘렀다는 얘기야?”
“그래, 그게 나로서는 최선이었어. 그렇게 해야 친구들도 너를 확실하게 최고라고 인정할 것이라 생각했거든.”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그렇게 했다는 거네?”
이철승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솔직히 나는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게 왜 나를 위한 행동인지.”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결론적으로 나는 칼까지 썼지만 너한테 깨졌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거고, 너는 누가 뭐라 해도 이제 우리 학교에서는 최고라는 사실, 그게 중요한 거니까.”
“그게 뭐가 중요한데?”
“중요하지. 이제부턴 네가 무조건 우리 학교의 명실공히 짱이니까 말이야.”
“짱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우리가 무슨 애들이냐? 그런 소리를 하게. 그리고 난 그런 거에 관심 없으니까 앞으로는 내 앞에서 짱이니 뭐니 그런 소리 다시는 하지 마.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았어?”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철승은 현성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래도 좋지 않냐?”
“좋긴 뭐가 좋아?”
“우리 학교의 대표선수가 됐다는 게 뿌듯하지 않아?”
“무슨 헛소리야? 그런 거 관심 없다고 내가 좀 전에 얘기했잖아.”
“관심 없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너는 어차피 이젠 싫든 좋든 우리 학교의 대표선수니까.”
이철승은 뭐가 좋은지 현성을 보며 연신 히죽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넌 뭐가 그렇게 좋냐?”
“어쨌거나 목적 달성은 했으니까. 너와 이렇게 나란히 앉아서 얘기를 나눈다는 게 나로서는 꿈같은 일이거든.”
“이 자식이 진짜 징그럽게 왜 자꾸 이래?”
“징그러울 거 없어, 난 그저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 거뿐이니까. 사실 그동안 기회가 없었어. 오죽했으면 오늘 정우한테 그런 심한 욕까지 해가면서 내가 접근을 했겠냐?”
절레절레.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 그건 발로 이철승의 변화다.
전생에서의 이철승과 지금의 이철승,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전생에서는 전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이 이철승을 이런 식으로 변하게 한 걸까?
현성은 이철승을 바라봤다.
“야, 너 원래 이런 놈 아니었잖아?”
“사람은 항상 변하는 거야.”
“변해도 너무 변했으니까 그렇지.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거야?”
“특별한 이유?”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변할 수는 없는 거잖아?”
현성의 질문에 이철승은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변화 때문이야.”
“변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변화 말이야. 너는 못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변하는 걸 나는 봤어.”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철승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정우나 일수만 하더라도 몇 개월 전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잖아. 특히 일수 같은 경우엔 예전하고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변했어. 예전에는 나랑 똑같이 애들이나 못살게 굴고 돈이나 뜯던 녀석이 언젠가부터 공부를 하더라고.”
“그거야 생각이 바뀌니까 그렇게 변한 거지.”
“내 말이 그 말이야. 그 생각이란 걸 누가 바꿔 준 거냐고. 바로 너잖아. 너랑 친하게 지내고부터 일수가 변하기 시작한 거거든.”
“그거야…….”
현성은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철승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뿐이냐? 정우는 또 어떻고, 그 녀석도 마찬가지로 공부는 물론이고 이젠 성격까지도 완전히 변했더라고. 이 모든 걸 네가 그렇게 만들었다는 거지.”
“나름 열심히 노력을 했으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중요한 건 예전엔 안 그랬다는 거지. 이상하게 네 주위에 있는 녀석들은 한결같이 변한다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그걸 보고 나도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지.”
이철승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이철승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어쩔 건데?”
“열심히 네 곁에 붙어서 친하게 지내봐야지. 그러다 보면 나도 다른 애들처럼 변할 수 있겠지. 앞으로 잘 부탁한다.”
“글쎄다, 솔직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고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부담은 웬 부담, 그냥 친구로 안 되겠냐?”
이철승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잠깐 생각하던 현성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라면 먹으러 가자.”
“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