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6)
회귀해서 건물주-26화(26/740)
빚 정리를 깔끔하게 마치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현성.
부엌에서 뭔가를 만드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타다닥. 타다닥.
현성의 일정한 칼질 소리가 부엌 안을 가득 채웠다.
박희철의 빚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칼질 소리가 더욱 경쾌하게 들리는 듯했다.
어쩌면 단순히 빚 정리라기보다는 과거 가난의 고리를 끊어버린 것에 대한 마음이 더 컸으리라.
현성은 배 채 썰기가 끝나자 이번엔 홍두깨살을 썰기 시작했다.
너무 얇아도 식감이 떨어지기에 적당한 크기로 썰기 시작했다.
현성은 지금 아까 정육점에서 사 온 소고기를 요리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 자신조차도 요리에 관심이 있는지는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결혼하고 나서야 하나씩 하다 보니까 요리에 재미가 붙었다. 그래서 휴일이면 아내 윤지수 대신 요리를 곧잘 하곤 했었다.
그럴 때면 아내는 맛있다고 지나칠 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 모습에 힘이 난 현성은 요리하는 횟수가 자꾸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양푼에 채 썬 배를 깔고 그 위에 홍두깨살을 살포시 올렸다. 그리고 그 위에 약간의 간장, 소금, 다진 마늘, 참기름, 설탕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추를 약간 뿌린 후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리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현성은 손으로 육회를 짚어 어머니에게 간을 보게 했다.
“어머니, 아~”
“어머!”
어머니의 동그란 눈이 더 커졌다.
놀람도 잠시, 어머니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네가 언제부터 요리를 이렇게 잘했어?”
“헤헤…, 그냥 해봤어요. 어때 맛이 괜찮아요?”
“괜찮다뿐이니? 너무 맛있어.”
어머니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어머니의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충분히 알지만 현성은 모르는 척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자, 이제 마무립니다.”
현성은 마지막으로 커다란 접시에 양념 된 고기를 소복하게 예쁜 모양으로 담았다. 그리곤 가운데에 움푹하게 모양을 만들었다.
톡.
달걀을 깨서 노른자만 그 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리고 마무리로 통깨를 솔솔 뿌리자 근사한 육회 한 접시가 만들어졌다.
“자, 다 됐습니다.”
“뭐냐? 김현성?”
현성의 칼질 소리에 끌려 들어왔다가 육회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던 아버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현성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냥 느낌대로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그게 또 되네요. 히히…….”
“허! 할 말이 없구나.”
느낌대로 해봤는데, 그게 또 된단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아버지는 할 말을 잊은 채 현성의 얼굴만 빤히 바라봤다.
마루에 앉은 세 사람.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드셔보세요.”
“그래, 먹기는 먹는다마는 그 칼질은 또 뭐냐?”
현성도 난감한 질문이다. 맛이야 대충 둘러댔지만, 칼질은 또 다른 문제다. 어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명할 방법은 없다.
이럴 때 방법은 하나.
“글쎄요, 저도 모르게 저절로 그냥 되네요.”
모르쇠가 답이다.
그리고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더 이상 아버지의 곤란한 질문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칼질이 중요한 게 아니고, 맛이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얼른 드셔보시고 평가 좀 해주세요.”
현성은 맛이야 자신 있었다.
왜냐하면, 아버지의 입맛이 나중에 현성의 입맛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놀랐던 것이 어쩜 그렇게 입맛까지 따라가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오물오물.
아버지는 육회를 입에 넣고는 음미하듯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허! 좋네!”
그때 현성이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러자 어머니가 물었다.
“왜? 또 무슨 말을 하려고?”
“뭐 빠진 거 없어요?”
“뭐가 빠져? 다 있는데…….”
탁.
그때 아버지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그렇지! 안주가 이렇게 좋은데.”
그 모습을 본 어머니가 알았다는 듯 일어나며 아버지를 흘겨봤다.
“하여간, 누구 아들 아니랄까 봐.”
“이 사람이, 그렇다고 왜 죄 없는 나를 째려보고 그래?”
“죄가 있는지 없는지는 하늘에 물어보시구려.”
“뭐? 하늘에? 하하, 하하하…….”
아버지는 대답을 하다말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현성도 따라 웃었다. 이유를 알기나하면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시각.
후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한 사람, 박희철이다.
“별 미친놈이…….”
5년 만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었다. 마누라와 마지막으로 한 약속이었다. 그런데 그걸 오늘 어기고 만 것이다.
처음엔 미친놈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무시했다.
아니 어쩌면 무시하기 위해 미친놈으로 치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머리를 조여 오는 압박감에 미칠 지경이었다.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 이미 머릿속에는 집을 짓고 있었다.
죽는다?
그것도 관광을 갔을 경우에.
그 얘기는 관광 중에 사고라도 난다는 얘긴데…….
이게 말이 되는가?
제까짓 게 무슨 점쟁이도 아니고,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다.
역시 미친놈이 틀림없다.
“잠깐!”
그나저나 어떻게 알았을까? 누구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다. 떳떳한 관광이 아니었기에 대놓고 자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 동네에선 자신 혼자뿐이다. 자신이 얘기하지 않으면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김현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어찌 알았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박희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마당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향했다.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밤이 되니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백열등 아래 마루에 앉은 세 사람.
“아버지 한 잔 더 드세요.”
“그래, 우리 아들 덕분에 모처럼 입이 호사를 누리는 구나.”
“맛나게 드시니까 요리한 보람이 있습니다.”
현성은 씩 웃으며 소주를 따랐다.
술잔을 받아든 아버지는 잠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없이 술잔만 요리조리 돌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깐.
톡.
술잔을 슬며시 내려놓으며 아버지의 손이 주머니로 향했다. 그리곤 뭔가를 꺼내 현성 앞에 내려놓았다.
통장이다.
딱 봐도 아까 현성이 아버지한테 건넸던 바로 그것이었다.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거는 네가 관리하거라. 아무리 생각해도 부모 된 도리로서 이것까지는 받을 수 없을 거 같구나.”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순간 현성의 표정도 만만치 않게 변했다.
“절대 안 됩니다.”
현성은 단호히 거절했다.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을 내린 순간 모든 상황을 정리했었다. 자고로 이런 문제는 여지를 둬서는 안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서로가 힘들어 지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그런 현성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고집 피우지 말고, 아비 말 들어라.”
“죄송하지만 이번만은 제 말에 따라주십시오. 많이 부족하겠지만 집 앞에 논이라도 조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평생 꿈이었다. 하지만 끝내 그 꿈은 이루질 못했다.
현성의 말에 아버지는 조금 늦게 반응했다.
“……, 지금 논이라고 했느냐?”
“네.”
그저 혼잣말처럼 했던 말이다.
집 앞에 논을 바라보며 언젠가는 꼭 사고 말겠다고 말이다. 그런데 오늘 아들 녀석이 그 논을 사라고 그런다.
그 어린 가슴에 애비가 했던 말을 품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아!
말문이 막혔다.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두 손으로 화끈거리는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아들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대신 저 밥 많이 먹을 겁니다.”
“뭐라…….”
애써 애비 무안할까봐 농담까지 던지는 녀석이다.
자식이 이렇게까지 애비를 위해서 애쓰는데 자꾸 거절하는 것도 못 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라곤 개뿔도 없으면서 알량한 자존심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여기서 더 고집을 부린다는 건 추할뿐이다.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지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는 있는 법.
아버지는 현성을 지그시 바라봤다.
“현성아!”
“네, 아버지.”
“……, 알았다. 고맙게 받으마. 애비가 더 열심히 일해서 나머지 논은 내 힘으로 꼭 사도록 하마.”
“넵! 알겠습니다.”
현성은 일부러 큰 소리로 대답을 한 후 소주잔을 들어 올렸다.
“아버지, 어머니 우리 건배하죠?”
그러자 어머니의 시선이 아버지를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아버지.
“여보,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대신 앞으로 더 열심히 살 테니까 항상 곁에만 있어 주시게.”
“호호, 걱정하지 말아요. 껌딱지처럼 딱 붙어있을 테니까요.”
일부러 웃음 짓는 어머니다.
그때였다.
누군가 마당으로 급히 들어왔다. 딱 보니 박희철이었다.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박희철을 맞았다.
“형님이 어쩐 일이오? 왜 계산이 잘못됐습니까?”
“그런 거 아닐세.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요? 말씀하세요.”
“아니, 자네 말고.”
박희철의 그 말에 분위기를 파악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입을 딱 다물었다. 무엇이 궁금해서 왔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한 사람, 현성도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었다는 게 문제였다.
끄응!
난감한 박희철이다.
이쯤 되면 김현성, 이 자식이 알아서 물어오는 게 당연한 수순인데 전혀 미동도 없다.
그때 어머니가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이리 오셔서 육회 좀 드세요. 우리 현성이가…….”
“됐습니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싹둑 잘라먹는 박희철이다. 역시나 그 됨됨이는 마지막까지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자 어머니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졌다.
픽.
그 모습을 본 현성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는 전혀 없는 인간이다. 물론 그 기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말이 ‘어’다르고 ‘아’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사람이 살다보면 물론 상대방의 호의를 거절할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식은 아니다.
하긴, 박희철한테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어차피 이제 더는 미련도 없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응해주면 된다.
현성이 박희철을 바라봤다.
‘누가 이기나 보자.’
현성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 드시면 저는 아무 말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 현성이 거짓말 못 하는데…….”
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머니가 멋지게 거들었다. 예전엔 몰랐던 모습이다. 하기야 그때는 별로 말이 없었으니 그럴 기회조차도 없었을 것이다.
현성은 순간 박희철의 꿈틀대는 주름을 봤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더는 상대할 마음이 없었다.
그 자존심에 그런 소리까지 듣고 다가올 박희철이 아니다.
마음속에서 정리를 끝낸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소주병을 들었다.
“아버지 한잔 더 하시죠? 싫다는 사람 신경 쓰지 마시고요.”
현성은 누구 들으라고 일부러 박박 긁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억지로 잔을 들었다.
“그래도……, 그래, 일단 먹자.”
“육회는 오래 놔두면 질겨지니까 빨리 드세요.”
현성이 말하자 어머니가 바로 맞장구를 쳤다.
“호호, 그러자~.”
“이 사람이, 오늘따라 왜 자꾸 그래?”
“뭐가요? 맛있으니까 빨리 먹자는 건데……, 현성아 너무 맛있다.”
“허… 참, 많이 드소.”
그러면서 아버지도 웃긴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도 마찬가지로 웃기 시작했다.
히, 히히…….
현성도 결국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