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60)
회귀해서 건물주-260화(260/740)
260
그날 저녁.
영업을 마치고 김일수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현성.
김일수가 물었다.
“철승이 이 자식은 어떻게 된 거야?”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낮에 있었던 일을 김일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김일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그 모든 게 연출이었다는 거야?”
“그렇다니까. 내가 어이가 없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내 말이 그 말이다. 그냥 편하게 다가와도 될 텐데 꼭 그렇게까지 요란하게 난리를 쳐야 했는지 모르겠다.”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때 김일수가 다시 말했다.
“제 딴에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을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거 아냐.”
“그렇겠지. 한편으로는 딱하다는 생각도 들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칼은 이해가 안 가. 어떻게 친해지겠다는 놈이 칼을 휘두를 수가 있냐?”
“나도 그 얘기를 했는데, 지 말로는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야.”
“너를 위해서?”
김일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다고 하더라.”
“마지막 자존심?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게 조금 애매한데 철승이 말로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거야. 그렇게 해야 내가 명실공히 3학년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
“큭큭.”
김일수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왜 웃어?”
“철승이 하는 짓이 하도 귀여워서 그런다. 그러니까 걔 말로는 너를 3학년의 최고로 만들기 위해서 자기가 쇼를 했다는 거잖아?”
“그렇지. 칼도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글쎄, 일부러 떨어뜨린 거 같지는 않고, 하여간에 쇼를 했다고 하니 귀여운 건 사실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데 하여간 이상한 녀석임에는 틀림없는 거 같다.”
김일수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알고 있던 녀석이 아닌 것 분명한 거 같아.”
“그래도 다행이다. 제 딴에는 변해보겠다고 시도한 거니까. 그리고 중요한 건 앞으론 애들 괴롭히는 일은 없을 거 아냐.”
“그렇겠지. 하여간 어느 정도나 변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앞으로 심심하지는 않을 거 같다.”
“네가 또 한 사람을 구제하는구나.”
김일수는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도 빙긋 웃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김일수는 가게를 나와 집으로 향했고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채로 들어갔다.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다음 날.
일이 생겼다.
이철승이 학교에 안 나온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담임 최기영이 현성을 불렀다.
교무실에 도착한 현성.
“부르셨습니까? 선생님.”
“응, 어서 와. 철승이 아직도 안 왔지?”
“네, 혹시 전화 연락도 없었습니까?”
“응, 없었어. 그런데 듣자 하니 너희들 어제 둘이 싸웠다면서?”
최기영은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아마도 이철승이 학교에 안 나온 이유가 현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성이 말했다.
“물론 다투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에 학교에 안 나온 건 아닐 겁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해?”
“수업 끝나고 많은 얘기를 나누었거든요. 그리고 가게에 와서 라면까지 먹고 갔는데 저 때문에 학교에 안 나온 건 아닐 겁니다.”
“확실해?”
“네, 그건 장담합니다. 아무래도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기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글쎄다, 집에 전화가 없어서 연락도 못 해보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3학년 시작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결석을 하는지…….”
최기영은 갑갑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혹시 철승이네 가족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생활기록부에는 어머니 한 분만 계시는 걸로 나오더라.”
“아, 그렇군요.”
“아무래도 철승이네 집에 한번 가봐야 할 거 같은데, 혹시 부탁 좀 해도 되겠냐?”
“집에 다녀오라는 말씀이죠?”
“오늘이야 어쩔 수 없지만 내일 또 안 나올까 봐 그렇지. 그리고 무슨 일인지도 걱정이 되고 말이야. 미안하지만 수업 끝나고 다녀올 수 있겠니?”
최기영은 조심스럽게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제가 수업 끝나고 철승이네 집에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
“참, 넌 수업 끝나자마자 장사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물론 그렇긴 한데 친구가 먼저죠.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장사는 일수랑 민우한테 부탁하면 됩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겠어?”
“네,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철승이랑 나눈 얘기도 있고 제가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현성의 대답에 최기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리곤 바로 현성의 이름을 불렀다.
“김현성.”
“네, 말씀하십시오.”
“1년 동안 잘 부탁한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성은 최기영을 바라봤다.
그러자 최기영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얘기는 먼저 담임인 신민호 선생한테 많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너와 상의를 하라고 하더구나.”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오늘 보니 신 선생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구나. 역시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어.”
“선생님도 참…….”
현성은 겸연쩍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최기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철승이 부탁 좀 하자.”
“네, 알겠습니다. 수업 끝나는 대로 가보겠습니다. 별일은 없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교무실을 나왔다.
그때였다.
“김현성.”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돌아보니 수학 선생인 최미연이었다.
현성은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교무실엔 왜?”
“담임 선생님이 불러서 잠깐 왔습니다. 우리 반에 한 녀석이 오늘 결석하는 바람에요.”
“그랬구나. 그건 그렇고 요즘 장사는 어때? 내가 알기론 삼거리에 라면 가게가 하나 더 생긴 걸로 아는데, 지장은 없어?”
최미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괜찮다는 듯 말했다.
“처음엔 지장이 있었는데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요즘은 다시 예전 매출로 돌아왔습니다.”
“그랬다면 다행이고, 난 혹시나 걱정했거든.”
“그러셨습니까?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요즘 동네에 이상한 놈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던데 선생님은 이상 없는 거지요?”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신경이 좀 쓰여.”
최미연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어둡게 변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요즘 12시만 되면 집 근처에 누군가 자꾸 어슬렁거리는 거 같아서 불안해. 며칠 전에는 문까지 두드리더라고.”
“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서 요즘은 문을 삼중으로 잠그고 있어. 그런데도 밤 12시만 되면 불안해서 자다가도 잠에서 깬다니까.”
“창문에 방범창은 설치하셨죠?”
“물론이지. 그런데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어. 어떤 놈인지 빨리 잡혀야 할 텐데.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주위에 사는 여자들이 다 그렇더라고.”
말하는 최미연의 표정에서 그동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알 수 있을 듯싶었다.
현성이 물었다.
“가로등은 있어요?”
“당연히 없지. 그래서 얼마 전에 반장님한테 얘기를 했는데도 소용이 없더라고.”
“왜요?”
“나라에서 지원되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
“결국은 각자 개인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네요?”
“그렇지.”
최미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갑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나라에서 지원이 없다고 하니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미연과 헤어진 현성은 교실로 향했다.
그 시각.
쾅.
민두식은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점심시간인데 손님이 이게 뭐야?”
“새삼스럽게 왜 그러는가? 처음부터 점심시간에는 손님들이 없었지 않았는가?”
옆에 있던 최민성이 말했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자랑입니까?”
“아니 왜 나한테 그러는가? 내가 뭘 어쨌다고…….”
“누구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고 내 자신한테 짜증 나서 그러는 겁니다. 사실 요즘 낮에만 손님이 없는 게 아니라 학생들 하교 시간에도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민두식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제 가게를 오픈한 지 열흘이 지났다. 처음엔 괜찮았었다. 금방이라도 대박이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3일이 지나면서 손님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이 지나면서부터는 하루에 100그릇 팔기도 빠듯한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채 3개월을 버티기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떡하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민두식은 최민성을 보며 물었다.
“형님,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3개월 버티기가 힘들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생각보다 손님이 빨리 빠져나갔어. 결국은 가격보다 맛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다른 방법도 없지 않습니까?”
“결국은 그 양념장의 맛을 알아내는 게 관건인데, 그것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갑갑할 뿐이네.”
최민성은 골치 아프다는 듯 양쪽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꾹꾹 눌렀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양념장 말인데요, 그걸 한 번 더 구할 수 있을까요?”
“양념장을 말인가?”
“네, 아무래도 라면 맛을 살리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안 보여서 말입니다.”
“근데 문제는 그 양념장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지난번처럼 그 맛의 비결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최민성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번에도 양념장을 구했었지만 그 양념장의 비밀을 찾는 데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민두식이 말했다.
“지난번 실패한 이유는 아무리 봐도 그 양념장이 가짜인 거 같습니다.”
“가짜라고?”
“네, 제가 볼 때는 그 여자가 장난친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열 번을 넘게 끓였는데도 라면 맛이 안 나올 리가 없지 않습니까?”
“나도 사실은 그게 찝찝하네. 그 정도 끓였으면 한 번이라도 제맛이 났을 텐데 열 번을 넘게 먹어 봤지만 그 꼬맹이가 끓인 라면 맛이 안 났었네.”
최민성은 의심스럽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민두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형님, 이번엔 우리가 직접 그 양념장을 구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직접 말인가?”
“네, 어차피 그 여자한테 부탁해봤자 또 장난치면 그만 아닙니까?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십만 원씩이나 들여서 말입니다.”
“물론 그렇기야 한데, 무슨 수로 우리가 직접 그 양념장을 구한단 말인가?”
최민성은 궁금하다는 듯 민두식을 바라봤다.
그러자 민두식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심하게 말리는 듯싶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제게 맡기십시오.”
“자네 혹시 도둑질이라도 하겠다는 얘긴가?”
“어차피 이판사판입니다.”
“허허, 자네…….”
최민성은 할 말이 없는 듯 헛웃음만 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