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62)
회귀해서 건물주-262화(262/740)
262
며칠 후.
현성은 면사무소로 향했다.
면사무소에 도착한 현성은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면장님 계십니까?”
“계시기는 하는데 왜 그러십니까?”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상의라는 말에 면사무소 직원은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그리곤 귀찮다는 듯 말했다.
“보아하니 학생 같은데 무슨 일로…….”
“그건 면장님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대충이라도 말씀을 해주셔야 제가 전달을 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무슨 일인지 말을 해줘야겠는데요.”
직원은 현성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가로등 문제 때문에 왔습니다.”
“가로등이요?”
“네, 그렇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직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면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직원이 현성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들어오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원래 표정이 그렇게 어둡습니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처음부터 표정이 너무 어두워서 여쭙는 겁니다. 얼굴은 예쁘신 분이 너무 안타까워서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인상 좀 폈으면 좋겠네요.”
현성의 말에 면사무소 직원은 당황한 듯 살짝 얼굴을 붉혔다. 그리곤 무안했던지 고개를 살짝 숙인 후 자리를 피했다.
현성은 그런 여직원을 슬쩍 바라본 후 면장실로 향했다.
“어? 자네는?”
면장 박윤식은 현성을 보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를 기억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기억하지. 자네는 지난번에 노인정에 봉사 왔던 라면 가게 사장인 김현성이란 그 학생이 아닌가?”
“이름까지 기억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 동네에서 자네를 모르면 간첩 아닌가? 그래, 요즘도 장사는 꾸준하고?”
박윤식 면장은 친근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난번엔 봤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현성의 표정도 편안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네, 덕분에 잘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지난번에는 자네 덕분에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네. 신문에 기사가 제대로 올라가는 바람에 군수님한테 칭찬도 받았다네.”
“그렇습니까? 잘됐네요.”
“늦었지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네. 그건 그렇고 가로등 때문에 왔다고 들었는데 그게 무슨 일인가?”
“네,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며칠 전에 최미연 수학 선생으로부터 들었던 얘기를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박윤식 면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를 표시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윤식 면장이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골목길에 가로등이 필요하다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밤길이 너무 어둡습니다. 그렇다 보니 밤에 골목을 다니기가 너무 무섭다는 겁니다. 특히 여성분들의 입장에서는 그 어려움이 더한 거 같습니다.”
“그 문제는 나도 예전부터 듣고 있었네. 그런데 문제는 예산일세. 예산이 없다 보니 나로서도 딱히 방법이 없네.”
박윤식 면장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예산이 어느 정도나 필요한 겁니까?”
“물론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1차로 가로등 사업을 추진하려면 천만 원은 있어야 하네. 그래야 어느 정도 공사를 마무리 할 수가 있네.”
“생각보다 많군요.”
“적은 금액은 아니지. 그렇다 보니 면에서도 지금으로선 어쩔 수가 없네. 그런데 이게 우리 지역뿐만이 아니고 군내 모든 면 소재지가 같은 입장이네. 그렇다 보니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지. 심지어 어떤 지역은 개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서 급한 데로 일부 우범지역에만 가로등을 설치하고 있는 곳도 있다네.”
말하는 박윤식 면장의 목소리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이 입을 열었다.
“개인의 기부금으로 가로등을 설치하는 곳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그런 곳이 딱 한 군데가 있었네.”
“그렇군요. 그 말씀은 우리 마을도 누군가 기부를 하기만 한다면 가능하다는 말씀인 거죠?”
“그렇지. 그런데 그러기엔 금액이 너무 많다 보니…….”
쩝.
박윤식 면장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잠시 생각하는 듯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현성이 박윤식 면장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기부금 말인데요, 제가 먼저 시작을 하면 안 되겠습니까?”
“시작을 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5백을 먼저 내겠습니다. 나머지 5백은 면장님이 마을 유지분들께 도움을 요청하면 될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네 지금 그 말이 사실인가?”
박윤식 면장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게 뭔가?”
“익명으로 처리해 주십시오. 그게 제 조건입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5백을 기부하는데 익명으로 처리해 달라니?”
박윤식 면장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단 10만 원을 기부해도 그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5백만 원씩이나 기부를 하면서도 익명으로 해달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박윤식 면장은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 이유가 뭔가?”
“마을을 위해서입니다. 면장님도 아시다시피 제가 고등학생입니다. 그런 제가 기부했다고 하면 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그거야 그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무슨 상관인가?”
“그건 아니죠. 사실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하지만, 그 천만 원을 제가 혼자 다 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마을을 위해서도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판단에 그 절반만 낸 겁니다. 마을의 단합을 위해서 말입니다.”
박윤식 면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깊은 뜻이 있었단 말인가?”
“제 생각은 그게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사람이 기부를 하는 것보단 여러 사람이 기부를 해서 마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를 바랐던 겁니다.”
“음, 그랬군.”
“그런 상황에서 학생인 제가 기부금을 냈다고 하면 단합보다는 오히려 위화감만 들 거라는 게 저의 판단입니다. 그래서 익명을 요구했던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박윤식 면장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는 거 같네. 한두 푼도 아니고 고등학생이 5백이란 돈을 기부했다고 하면 마을 사람들이 상대적인 박탈감도 느낄 수 있을 거 같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뒤로 숨는 게 낫다는 말씀입니다.”
“이제야 자네가 왜 익명으로 처리를 해달라고했는지 알겠네. 역시 사업을 하는 친구라 그런지 머리가 비상하구먼.”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박윤식 면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윤식 면장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진짜로 그 돈을 기부할 셈인가?”
“제가 설마 면장님 앞에서 농담할 군번은 아닌 거 같은데요.”
“뭐, 군번? 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는가?”
박윤식 면장은 기분 좋은 듯 큰 소리로 웃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도 씩 웃었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박윤식 면장 앞으로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이게 뭔가?”
“제가 말씀드렸던 금액입니다.”
수표를 받아든 박윤식 면장은 잠시 당황한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박윤식 면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돈을 이런 식으로 받을 수는 없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리 돈이 좋지만 절차가 있는 법이네. 자네도 알다시피 자네는 어디까지나 아직 미성년자일세. 부모님의 동의가 없이는 그 돈을 받을 수가 없네.”
“물론이죠.”
현성은 그 말과 함께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박윤식 면장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박윤식 면장이 바로 물었다.
“이건 또 뭔가?”
“동의서입니다. 이미 여기 오기 전에 아버지로부터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도 마을을 위해서 기부하는 것에 대해 기꺼이 동의하셨습니다.”
현성이 내민 동의서를 받아든 박윤식 면장은 유심히 동의서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미리 준비를 다 했었구먼?”
“네,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이렇게 직접 면장님을 찾아왔겠습니까?”
“하여간 젊은 친구가 빈틈이 없구먼.”
박윤식 면장은 현성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박윤식 면장을 보며 현성이 물었다.
“그럼, 가로등 공사는 언제부터 들어가는 겁니까?”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는 게 좋겠지?”
“물론입니다. 제 마음 같아서는 내일 당장이라도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자네 말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럴 수는 없고 최대한 서두르겠네. 업체도 선정해야 되고 이것저것 절차를 거쳐야 할 걸세.”
“아, 절차요?”
“공무원의 특징 아니겠는가? 나도 가끔은 그 절차 때문에 갑갑하기는 한데 그래도 어쩔 수가 없네. 하지만 이번 일은 내가 최대한 서둘러서 늦어도 다음 주 내로는 공사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네.”
박윤식 면장은 다짐하듯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공사도 중요하지만 우범지역 같은 곳은 순찰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 거 같습니다.”
“맞는 말이네. 그렇지 않아도 그 부분은 지서장한테 얘기를 해놨는데 그쪽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쉽지 않다고 하더군.”
“혹시 우리 마을은 자율방범대는 운영 안 하죠?”
“물론 시내는 몇 군데 주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곳을 보기는 했지만, 여긴 아무래도 시골이다 보니까 그렇게 까지는 안 하고 있는 거 같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까지는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박윤식 면장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사실 아까부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물어도 되겠는가?”
“저한테 말입니까?”
“그렇다네.”
“뭔데 그러십니까?”
“그게…….”
박윤식 면장은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아니, 뭔데 그렇게 어려워하십니까?”
“그게 사실은 좀 실례되는 질문이라 묻기가 좀 조심스럽다네.”
“괜찮으니까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그럼 편하게 묻겠네.”
박윤식 면장은 헛기침을 두세 번 하고는 바로 물었다.
“그 돈 말일세. 어디서 났는가?”
“아, 그 돈이요…….”
현성은 박윤식 면장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그제야 알았다.
학생이라는 신분에 한두 푼도 아니고 5백만 원이란 돈을 기부하겠다고 했으니 궁금한 건 당연할 것이다.
박윤식 면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실례인 거는 알지만 안 물을 수가 없네. 도대체 그렇게 큰돈이 어디서 났는가?”
“저도 누군가로부터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까지는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허허, 누군가로부터 받았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부당하게 받은 건 아니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돈을 주신 분도 제가 마을을 위해서 기부했다고 하면 좋아하실 겁니다.”
신춘오 회장이 돈을 주면서도 마지막으로 한 말이 있다. 그건 바로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더불어 산다는 것이었다.
박윤식 면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얘기하니 할 말이 없군. 어쨌거나 이 돈은 내가 이 마을을 위해서 잘 쓰겠네. 그리고 나머지 5백은 조만간에 마을 유지분들을 모시고 잘 얘기해서 보충하도록 하겠네. 자네 덕분에 가로등 사업은 무난히 해결된 듯하네. 정말 고맙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면장님만 믿고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면장실을 나왔다.
현성이 면사무소를 나와 몇 발자국 걸었을 때였다.
“저기 잠깐만요.”
누군가 뒤에서 불렀다. 돌아보니 아까 그 여직원이었다.
“저한테 무슨 할 말 있으세요?”
“아까는 미안했어요. 제가 발령받은 지 며칠 안 되다 보니 제 기분에 그만 실수를 했네요.”
“지금은 괜찮으세요?”
여직원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살짝 숙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혹시 라면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