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65)
회귀해서 건물주-265화(265/740)
265
“혹시 공무원이 꿈이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관심이 있는 거 같아서…….”
“아니요. 저는 조직 생활 같은 거 못하는 성격이라 공무원이나 회사 생활은 못 합니다.”
“그럼 꿈이 뭐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지은을 슬쩍 바라봤다. 캄캄한 밤에 남녀가 걸으면서 나누는 대화치고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묻는 말에 대답을 안 할 수는 없었다.
현성은 짧게 대답했다.
“건물주요.”
“뭐라고?”
“제 꿈은 건물주라고요.”
풉.
한지은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웃어요?”
“무슨 그런 꿈이 다 있어?”
“그게 어때서요? 제 생각엔 그보다 더 좋은 건 못 찾겠던데요.”
“호호, 하여간 엉뚱하긴…….”
한지은은 현성이 장난치는 줄 알았는지 웃고 말았다. 현성 또한 그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굳이 이해를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깐 걷고 있을 때 한지은이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어? 누나네 집이 이쪽이에요?”
“응, 그런데 왜?”
“여기서 5분 정도만 더 가면 우리 수학 선생님이 계신 곳이거든요.”
“그래? 나도 여기서 10분 정도 더 들어가면 내 방이야. 근데 여기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항상 그게 걱정이었는데 이번에 가로등 공사하고 나면 그런 염려는 없어질 거 같아.”
“맞아요. 우리 수학 선생님도 그것 때문에 밤에는 안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시대가 옛날이라고 하지만 이런 골목에 가로등 하나 없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될 정도였다.
10분쯤 지났을까.
한지은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여기가 내가 사는 곳이야.”
“아, 그렇군요. 오늘 수고했고 감사했어요.”
“수고는 무슨……, 그나저나 내가 학생들한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무슨 그런 말을 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누나는 지금 큰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볼 때 누나 강연이 끝나고 나면 적어도 네다섯 명은 공무원을 하겠다고 할 겁니다.”
“설마 그 정도까지 될까?”
한지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제 예감이 맞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행이고, 어쨌거나 막상 학생들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네.”
“물론,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너무 긴장하지는 말아요. 원고 완료되는 대로 바로 건네줄 테니까 그거 보고 몇 번 연습하면 괜찮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보고 읽으면 되니까.”
한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물론이죠. 그러니 이제 들어가서 편히 쉬어요.”
“그래, 알았어. 그럼 난 이만…….”
한지은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이 사는 집으로 들어갔다.
현성이 뒤돌아서 5분쯤 걸었을 때였다.
부스럭.
‘뭐지?’
현성은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워낙 어두운 밤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성은 숨을 죽이고 담벼락 밑으로 몸을 숨겼다. 그리곤 움직이지 않은 채 한 곳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수학 선생인 최미연이 사는 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누군가 침입하려 했다는 소리를 듣고 찝찝하던 터였다. 그래서인지 현성의 시선은 그곳에서 떠날 줄 몰랐다.
2분쯤 지났을까.
‘어?’
어둠 속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형체는 알아볼 수 없었지만 분명 사람의 모습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때였다.
스슥.
어둠 속의 물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성은 숨소리마저 죽인 채 그곳을 바라봤다.
그는 창가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그리곤 창틈 사이로 뭔가를 밀어 넣는 듯했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뾰족한 물체였다.
달그락.
문에서 소리가 나자 그는 얼른 몸을 숨겼다. 아마도 생각보다 소리가 크게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그는 다시 창문 쪽으로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스윽.
현성이 움직인 건 그때였다.
한 발.
번쩍.
방안에서 불빛이 번쩍이더니 방안에 불이 켜졌다. 아마도 밖에서 나는 소리에 반응하는 듯했다.
현성은 얼른 자세를 낮춰 바닥으로 엎드렸다.
불빛에 반응을 보인 건 현성뿐만이 아니었다. 창가에 있던 어두운 물체도 창가 아래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리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여전히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몇 분쯤 지났을까.
엎드려 있던 물체가 다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슥.
현성도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 이제 어둠 속 물체와의 거리는 20미터 정도 됐다. 현성은 여전히 숨을 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방안의 불빛에 상대의 형체가 드러났다. 마스크에 모자까지 쓴 채로 완전 무장을 한 듯 보였다.
그의 손에는 드라이버가 들려 있었다. 아마도 조금 전 창틈으로 밀어 넣었던 뾰족한 물체는 드라이버인 듯했다.
그가 움직인 건 바로 그때였다.
푹.
이번엔 작정을 한 듯 드라이버를 창틈 깊숙이 찔러 넣었다. 조금 전 조심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달그락.
움직임이 커진 만큼 소리도 커졌다.
“누구야?”
그때 방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목소리인지 현성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최미연의 목소리였다.
“…….”
방안에서 소리를 지르자 밖에 있던 어둠 속의 물체는 다시 바닥으로 납작 엎드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다시 바닥에서 일어난 그는 드라이버를 창문 틈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곤 힘을 주며 드라이버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깐.
덜컹.
창문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창문 틈새가 조금 벌어졌다.
휙.
이번엔 벌어진 창문 틈새로 드라이버를 쑤셔 넣었다.
흔들흔들.
그의 움직임은 더욱더 대범해졌다.
“꺄악!”
방안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때였다.
현성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어둠을 뚫고 창문 쪽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자 어둠 속의 물체는 깜짝 놀라 현성을 바라봤다.
“누구야?”
“그러는 너는 누구야?”
“다치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라.”
번쩍.
밖에 불이 켜진 건 그때였다. 밖에 불이 켜지자 상대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현성이 말했다.
“이 미친 새끼야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넌 뭐야?”
상대는 이미 드라이버를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현성은 일단 일정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바로 말을 이었다.
“여기 우리 선생님 집인데 여기서 뭐 하는 거야?”
“…….”
상대는 아무 말이 없었다. 하긴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하겠는가.
휙휙.
상대는 현성이 행여나 다가오기라도 할까 봐 연신 드라이버를 휘두르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현성은 그 모습을 지켜볼 뿐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꺼져라.”
“미친 새끼.”
상대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생각인 듯 현성을 노려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현성이 혼자라는 걸 확인한 상대는 천천히 현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마도 손에 쥔 드라이버의 힘을 믿는 듯했다.
상대가 움직이자 현성도 긴장을 끌어 올렸다.
“후회하지 마라, 난 분명히 기회를 줬다.”
“미친 새끼, 헛소리는…….”
상대는 여전히 현성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상대와의 거리는 불과 3미터 남짓. 한 번의 도약으로 얼마든지 공격을 할 수 있는 거리였다.
현성의 시선은 어느새 상대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어깨가 움직이는 순간 상대의 공격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꿈틀.
상대의 어깨가 움직였다.
탁.
땅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나오는 사내의 모습이 현성의 눈에 들어왔다. 물론 오른손에 든 드라이버를 직선으로 뻗은 채였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드라이버의 끝은 현성의 얼굴을 향해 날카롭게 날아오고 있었다.
스윽.
현성은 가볍게 고개를 틀며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너무 힘을 줬던 탓일까. 현성이 피하자 상대는 허우적거리며 바닥에 넘어졌다.
철퍼덕.
하지만 넘어짐도 잠시, 바로 벌떡 일어났다.
위치가 바뀐 두 사람이었다. 현성이 최미연의 집을 등지고 섰고 상대가 현성과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자 상대의 눈빛이 변한 듯했다.
딱 봐도 퇴로를 찾는 눈빛이었다.
두리번.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샤샥.
현성은 잽싸게 발걸음을 움직여 그의 퇴로를 차단했다. 여기서 놓치게 되면 또다시 나쁜 짓을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현성이 앞을 가로막자 상대가 입을 열었다.
“미친 새끼,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어딜 도망가려고, 넌 오늘 나한테 죽었어.”
“미친…….”
상대는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현성을 향해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휙.
“어딜.”
현성은 이번에도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약이 오른 상대의 눈빛은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이런 쥐새끼 같은 게…….”
“넌 오늘 나한테 죽는다니까.”
현성은 일부러 점점 더 도발했다. 그러자 상대의 움직임이 점점 더 커지는 걸 알 수 있었다. 움직임이 커진다는 얘기는 그만큼 허점이 많이 드러난다는 얘기였다.
휙휙.
역시 상대의 움직임이 커지자 빈 공간이 많이 생겨났다.
그때였다.
꿈틀.
어느 순간 상대의 어깨가 심하게 움직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공격이 바로 시작됐다.
휙.
현성은 직감적으로 이번 공격의 목표 지점이 얼굴이 아닌 가슴 쪽으로 파고든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동작이 큰 만큼 그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왼발을 틀어 중심을 바꾸면서 가볍게 몸을 틀었다. 그러자 상대의 손이 깊게 안쪽으로 들어왔다. 현성은 그 순간 오른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상대의 얼굴을 향해 후려갈겼다.
퍽.
“억.”
상대는 짧은 단말마와 함께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상대가 넘어지자 현성은 그의 옆구리를 한 번 더 발로 세게 찼다.
“으윽.”
넘어진 그는 양손으로 옆구리를 잡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김현성!”
언제 나왔는지 수학 선생인 최미연이 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놀라긴 했는데, 이 시간에 네가 왜 여기 있어?”
“잠깐 이 동네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이놈을 만났지 뭡니까?”
“그렇지 않아도 좀 전에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금방이라도 창문을 뜯고 들어올 거 같았거든.”
최미연은 금방이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이었다.
그때 바닥에 누워있던 범인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상대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퍽.
“억.”
범인은 다시 조용해졌다.
그러자 최미연이 말했다.
“경찰 불렀으니까 조금 있으면 올 거야.”
“이놈이 저번부터 나타났던 그놈입니까?”
“얼굴을 안 봐서 모르겠는데 아마도 그럴 거야. 며칠 전부터 밤12시만 되면 나타나는데 미치겠더라고. 경찰에 신고하면 귀신같이 알고 도망가고, 하여간 내가 이놈 때문에…….”
최미연의 하소연은 끝이 없었다.
앵앵.
시간이 좀 지나자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