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67)
회귀해서 건물주-267화(267/740)
267
“무슨 소식이요?”
현성은 최미연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최미연은 무슨 비밀이라도 말하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젯밤 그 괴한이 글쎄 전과 5범이래.”
“전과 5범이요?”
“응, 폭력에 강간 그리고 절도에 심지어는 살인미수까지 전과가 화려하더라고.”
“그걸 선생님은 어떻게 알았어요?”
“오늘 아침에 추가 피해가 없는지 경찰이 집에 왔다 갔거든. 그 경찰이 그러더라고. 그러면서 추가 피해가 없다고 하니까 그만하길 천만다행이라고 하더라고.”
최미연은 말을 하면서도 아직도 무서워하는 듯 목소리가 떨렸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현성이 만약 그 시간에 없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최미연으로선 무서워하는 게 당연할 것이다.
현성이 말했다.
“참, 창문을 보니까 방범창이 설치가 안 돼 있던데 어떻게 된 겁니까?”
“그렇지 않아도 오늘 그거 때문에 집주인하고 안 좋은 소리를 했어. 사실 내가 며칠 전에도 방범창 달아 달라고 얘기를 했었거든.”
“그런데요?”
“이 동네는 시골이라 굳이 방범창 안 달아도 된다는 거야.”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골목길 바로 옆이고 더군다나 여자 혼자 사는 방이다. 그런데도 시골이라는 이유로 방범창이 필요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도 안 달아준대요?”
“아니, 오늘 아침에 경찰이 오는 걸 보고는 이른 시일 내로 달아준다고 하더라고.”
“오늘이면 오늘이지, 이른 시일 내는 또 뭡니까? 어차피 설치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할 것이지.”
“내 말이 그 말이야. 며칠 있다 설치한다고 가격이 싸지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최미연은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오늘 당장 설치하세요.”
“집주인이 해준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언제나 해줄지 어떻게 알아요? 그러다 또 사고라도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그건 그렇긴 한데…….”
최미연은 결정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뭘 망설여요?”
“그게 아무래도 집주인이…….”
“이럴 땐 집주인 눈치 볼 필요 없습니다. 먼저 방범창부터 설치하고 집주인한테 영수증 첨부해서 비용 청구하세요.”
“그래도 될까?”
여전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최미연이었다.
그런 최미연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오늘 제가 수업 끝나고 집으로 갈까요?”
“아니, 그건 안 돼. 넌 어차피 수업 끝나면 장사해야 되잖아. 괜히 나 때문에 너의 귀한 시간을 빼앗을 순 없어.”
“그 정도 시간은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가 일하는 것도 아니고 설비업자가 하는 거니까요. 저는 그저 잠깐 얼굴 비치면 됩니다.”
“잠깐 얼굴만 비치면 된다고?”
“그럼요. 일은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설비업자가 하잖아요. 그리고 제가 잘 아는 업자니까 좀 더 신경 써서 잘해줄 겁니다.”
최미연은 잠깐 고민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깐.
최미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잠깐 부탁해도 돼?”
“그럼요, 넉넉잡고 1시간 정도만 할애하면 되니까 장사에도 큰 지장은 없습니다.”
“알았어, 그럼 미안한데 부탁 좀 할게.”
“알았어요. 그럼 수업 끝나고 바로 집으로 갈게요.”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지 편안한 표정을 짓는 최미연이었다.
그런 최미연을 보며 현성은 빙긋 웃었다.
전생에서의 귀한 인연이다. 그 많은 선생 중에서 현성이 아플 때 유일하게 안부 전화를 줬던 최미연이다.
그런 그녀를 위해서 이 정도의 호의는 얼마든지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현성이었다.
그날 오후.
수업을 마친 현성은 바로 최미연의 집으로 향했다.
최미연의 집에 도착하자 설비업자 유민철이 이미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현성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형님, 일찍 오셨어요?”
“아니야, 나도 조금 전에 막 왔어. 그나저나 라면 장사는 꾸준하지?”
“네,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다행이네. 난 삼거리에 라면 가게가 들어오는 바람에 혹시나 걱정을 했지 뭔가?”
유민철은 약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처음엔 아무래도 가격 때문에 영향이 좀 있었는데 며칠 지나니까 바로 복구됐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혼자 있을 때보다 약간의 긴장감도 있고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니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자네의 생각이지. 상대방의 속은 이미 썩어 문드러졌을 걸세.”
“그거야 그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그거까지 제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긴 뭐…… 누구를 원망하겠어. 그건 그렇고 방범창을 단다고?”
“네, 여기 이 창문이요.”
현성은 손가락으로 창문을 가리켰다.
그러자 유민철은 바로 줄자를 들고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안채에서 60대로 보이는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딱 봐도 집주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주인은 유민철을 보며 물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건가?”
“네? 보다시피 방범창을 설치하려고요.”
“내가 집주인인데 나는 그런 의뢰를 한 적이 없는데 누구 맘대로 방범창을 설치하겠다는 건가?”
“네? 그건…….”
유민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특별히 할 말이 없는 듯했다.
그때 최미연이 집에서 나왔다.
그러자 집주인이 최미연을 보며 따지듯 물었다.
“최 선생이 이 사람을 불렀어?”
“네, 아침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그런데 퇴근해서 보니 아직도 방범창 설치가 안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불렀어요.”
“내가 조금만 참으면 이번 주 안에 설치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사람을 부르면 어떻게 하는가?”
“저는 당장 불안하니까 그렇지요. 아저씨도 알잖아요. 어젯밤에 당장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미연은 갑갑하다는 듯 집주인을 바라봤다.
그러자 집주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
“중요한 건 결과 아닌가?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아저씨,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저는 어젯밤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무서워 죽겠는데.”
“어차피 그 범인은 잡히지 않았는가?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집주인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럴수록 최미연은 갑갑하다는 듯 집주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집주인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현성은 우선 집주인을 보며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집주인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어? 자네는 혹시 저기 골목 안쪽에서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김 사장 아닌가?”
“네, 맞습니다. 그런데 저를 아십니까?”
“알고말고, 자네 지난달에도 노인정에 봉사를 왔지 않았는가?”
“아, 노인정에서 뵀군요? 어쩐지 낯이 익다 싶었습니다.”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런데 표정이 변한 건 현성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전 인상을 쓰던 집주인의 얼굴에도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가 여긴 웬일인가?”
“사실은…….”
현성은 자신이 여기 오게 된 이유를 집주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집주인의 표정은 점점 더 편안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집주인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여기 최 선생이 자네의 수학 선생이라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것도 그냥 단순한 수학 선생님이 아니라 제가 제일 존경하는 선생님입니다.”
“음, 그렇군. 그리고 어젯밤에 괴한을 잡은 것도 자네고?”
“네, 맞습니다. 어젯밤에 제가 그 시간에 여기를 안 지나갔으면 우리 선생님 정말 큰일 날뻔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직접 방범창을 설치하려고 여기에 온 겁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현성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 집주인에게 물었다.
그러자 집주인은 곤란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은 …….”
집주인은 무슨 일인지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요? 말씀을 하셔야 저희도 무슨 일인지 알 거 아닙니까?”
“사실은 아는 사람이 방범창을 달아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거든.”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 사람은 언제 작업이 가능하다는 겁니까?”
“그게 좀…….”
제대로 말을 못 하는 집주인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확답을 안 주셨군요?”
“그렇다네. 자기 말로는 바빠서 그렇다는데 …….”
“바빠서요? 그게 말이 됩니까? 그건 그렇고 그 사람한테 왜 일을 맡기려고 하는 겁니까?”
“사실은 싸게 달아준다고…….”
현성은 그제야 집주인이 왜 그 사람한테 이 일을 맡기려고 했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얼마에 해준 답니까?”
“만원을 얘기하더라고.”
“만원이요?”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옆에 있는 설비업자 유민철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들으셨죠?”
“응, 그래.”
“형님은 이거 얼마에 가능하죠?”
“아까도 말했지만, 방범창은 튼튼한 게 생명이라 아무리 못 받아도 만 이천 원은 받아야지. 그만큼 두꺼운 재료를 써야 하니까.”
현성은 이번엔 집주인을 보며 말했다.
“그분이 얼마나 시공을 잘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단순하게 가격만 비교할 때 2천 원 차이가 나네요. 그죠?”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답은 나왔네요. 2천 원 차이만 없애면 바로 시공 가능한 거죠?”
“그거야 그렇기는 한데…….”
집주인은 뭔가 찝찝한지 여운을 남겼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뭐 또 다른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2천 원밖에 차이가 안 나는 건가? 나는 최소한 5천 원 이상은 차이가 나는 줄 알았는데……”
집주인은 못내 서운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 지인이라는 분 잘 아는 분입니까?”
“30년 지기야.”
“30년이요? 아니, 그런 분이 어떻게…….”
현성은 뒷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집주인을 위해서라도 참았다.
자고로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했다.
최미연의 말에 의하면 며칠 전부터 부탁을 했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계속 차일피일 미루며 시공을 미뤘다고 했다.
그 얘기는 결국 남의 일을 해주고 잠깐 남는 자투리 시간에 와서 일을 해주겠다는 심보가 아닌가 말이다.
현성은 집주인을 보며 말했다.
“어떡하실 겁니까?”
“글쎄…….”
“아직도 그 지인이란 분을 기다리실 겁니까? 언제 해줄지도 모르는데.”
“약속을 한 거라…….”
여전히 결정을 못 하고 있는 집주인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 약속이 누구를 위한 약속입니까?”
“그게 아무래도 좀 그렇지?”
“솔직히 이런 말씀 드리기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분이 진짜 아저씨의 30년 지기라면 그렇게 시간을 끌면 안 되는 거죠.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집주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직도 더 망설일 이유가 있습니까?”
현성의 말에 잠깐 고민을 하던 집주인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알았네. 그냥 시공 시작하게. 내가 아무래도 그동안 바보짓을 했는가 보네. 고작 2천 원 때문에 최 선생을 더 힘들게 하면 안 되겠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현성은 돌아서서 유민철을 바라보며 바로 말을 이었다.
“형님, 들으셨죠? 바로 작업 시작해주세요. 대신 튼튼하게 잘 만들어 주셔야 합니다.”
“어? 어, 그래.”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최미연도 현성을 보며 한쪽 눈을 찡긋하고는 웃기 시작했다.
이제 며칠 후엔 이곳에 가로등이 설치될 것이고 그 가로등 아래에는 튼튼한 방범창이 최미연을 보호해줄 것이다.
그럼 된 거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