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68)
회귀해서 건물주-268화(268/740)
268
다음 날.
토요일이라 오전 수업을 마친 현성은 터미널로 향했다.
홍천 시내에서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졸업한 선배를 만나기 위함이다. 교장 박상현이 전화를 했지만 바쁘다는 이유로 강연 요구를 거절한 선배다.
이름은 김명식.
졸업한 지는 15년이 지났으니 나이는 올해로 35살.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거절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예단(豫斷).
어떤 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미리 판단하는 것.
예단은 금물.
현성이 전생에서 중요시했던 덕목 중의 하나다.
터미널에 도착한 현성은 우선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20분이나 남았네.”
버스표를 끊은 현성은 대합실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5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대합실로 들어왔다. 그 모습을 확인한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대합실로 들어온 사람은 수학 선생인 최미연이었다.
최미연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어디 가는 거야?”
“홍천에 볼일이 있어서 나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응, 주말이라 서울에 계시는 엄마한테.”
“아, 네. 오늘 가셨다가 내일 오후에 다시 내려오시려면 힘드시겠네요?”
현성의 질문에 최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계시니까 그렇게라도 잠깐 뵙고 오는 게 오히려 마음이 편해. 그렇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해서 힘들어.”
“아, 그러시군요?”
“잠깐만…….”
최미연은 현성의 말이 끝나자 잠시 매점으로 향했다.
잠시 후.
“가면서 마셔.”
최미연은 현성 앞으로 캔커피를 내밀었다.
“고맙습니다. 잘 마실게요.”
“그리고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너 아니었으면 집주인이랑 방범창 문제로 또 큰소리 날뻔했어.”
“그나마 그렇게 해결이 돼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방범창은 마음에 들어요?”
“응, 좋아. 그 설비 아저씨가 아주 튼튼하게 시공을 했더라고. 그리고 참, 그 소식 들었어?”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무슨 소식이요?”
“어제 반장님한테 들었는데, 글쎄 다음 주부터 골목에 가로등 공사를 한다는 거야.”
“정말이요?”
현성은 모른 척 물었다.
그러자 최미연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반장님이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
“이상한 소리요?”
“응, 글쎄 누군가 가로등 사업에 쓰라고 거액을 기부했다는 거야.”
“기부요?”
현성은 여전히 모른 척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최미연이 이번에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응, 하여간 그분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복 받을 거야. 내가 그동안 가로등이 없는 바람에 밤만 되면 집에서 꼼짝을 할 수 없었다니까.”
“잘됐네요.”
“이제는 가로등에 방범창까지 완벽하게 달았으니 마음 놓고 밤에 잘 수 있을 거 같아. 사실 그동안은 밤만 되면 무서웠거든.”
현성은 말하는 최미연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때 현성의 눈에 터미널로 들어오는 버스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선생님 저는 먼저 가봐야겠네요. 선생님은 원주로 가실 거죠?”
“응, 그래야지. 어서 가봐. 그리고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합실을 빠져나왔다.
현성이 대합실을 빠져나와 버스를 탔음에도 여전히 손을 흔들고 있는 최미연이었다. 현성도 그런 최미연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손을 살짝 흔들었다.
전생에서 유일하게 선생으로 느껴졌던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최미연이 웃을 때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다. 조금 전에도 가로등이 달린다며 좋아하던 그 모습이 그저 좋았다.
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홍천을 향해 열심히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이 비포장도로도 2년 후엔 포장도로로 바뀐다.
그러고 나면 지금처럼 버스가 지날 때마다 이렇게 먼지가 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한 시간쯤 지나자 버스는 홍천 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현성은 터미널 건너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20분쯤 걸었을까.
현성의 눈앞에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 김명식 제과점
동네 빵집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는 가게였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상권도 사거리를 끼고 있기에 괜찮은 듯 보였다.
딸랑.
현성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던 여종업원이 반갑게 현성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네, 안녕하세요.”
현성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여종업원이 다시 바로 말을 이었다.
“혹시 찾으시는 과자나 빵 있으면 말씀하세요.”
“저기 죄송한데 사장님 좀 뵐 수 있을까요? 사실은 제가 여기 손님으로 온 게 아니라 사장님을 뵈러 왔거든요.”
현성은 일부러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먼저 밝혔다.
그러자 여종업원은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주방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사장님, 여기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나를?”
“네, 잠깐 나와 보세요.”
“잠깐만…….”
김명식은 안에서 무엇을 만드는지 바쁜 듯했다.
잠시 후.
주방에서 나온 김명식은 현성을 바라봤다.
“아니, 너는…….”
“네? 저를 아십니까?”
현성은 김명식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김명식의 행동으로만 봐서는 분명히 자신을 알고 있는 말투였기 때문이다.
현성이 놀라자 김명식이 피식 웃었다.
“너는 혹시 서명고등학교에 다니는 김현성, 현성이 맞지?”
“아니, 어떻게 저를 아십니까?”
“작년에 TV에 나왔었지?”
“아, 네. 어쩌다 보니 잠깐 나왔습니다. 그럼 그때 보셨다는 말씀입니까?”
김명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TV에 잠깐 나온 건 사실이다. 물론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한두 번 보고도 그 사람을 알아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지금 김명식의 경우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알아보는 정도가 아니라 단박에 이름까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어떻게 이름까지 기억을 하십니까?”
“그건 차차 얘기하고 우선 이쪽으로 와서 앉아.”
김명식은 현성을 테이블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현성이 자리를 잡고 앉자 김명식이 바로 물었다.
“보아하니 일부러 나를 찾아온 거 같은데 무슨 일인가?”
“사실은…….”
현성은 자신이 김명식을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명식은 손깍지를 끼며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잠깐 나가지.”
“네?”
“일부러 학교 후배님이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그냥 보낼 수야 없지. 나가서 뭐라고 먹고 내 얘기를 해야 할 거 같네.”
“지금 영업시간이지 않습니까?”
“이 시간엔 괜찮네. 어차피 조금 전에 내일 빵 만들 반죽은 다 끝냈으니까 저녁 시간까지 여유는 남았네. 어서 나가세.”
현성은 김명식의 호의에 적잖게 놀랐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지금 김명식의 행동이 그렇지 않은가.
물론 현성이 학교 후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영업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데리고 나가서 대접할 정도로 의미 있는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 그저 처음 봤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한다는 얘기는 김명식이 평상시에 모교에 대한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것이다.
김명식이 현성을 데리고 간 곳은 가게에서 멀지 않은 한 중국집이었다.
김명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우리 후배님, 혹시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마치 큰형이 막냇동생을 챙기듯 다정하게 묻는 김명식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은 진심으로 현성을 위한다는 것을 말이다. 살아온 세월이 50년이 넘는다. 어찌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겠는가.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드리워졌다.
현성은 친근하게 김명식을 불렀다.
“선배님!”
“응? 왜?”
“선배님은 참 따뜻한 분이시군요?”
“별소릴 다하네. 그건 그렇고 뭘 먹을 거야? 어서 골라.”
그렇지 않아도 점심을 우유 하나로 때우고 나온 참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김명식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래서인지 뱃속에서는 아까부터 밥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짬뽕 곱빼기요.”
“곱빼기? 배가 많이 고팠구나?”
“사실은 선배님 빨리 뵈려고 수업 끝나자마자 우유 하나 먹도 나왔거든요. 그렇다 보니 배가 좀 고프네요.”
김명식은 현성을 보며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혹시 라조기 먹어봤어?”
“네? 라조기요?”
현성은 순간 되물었다. 짬뽕을 먹겠다는데 김명식은 라조기를 물었다. 그만큼 김명식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 못 먹어 봤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전생에서 가끔 아내와 외식할 때면 먹던 음식이 라조기였다. 특히 고량주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욱 좋다.
현성이 거짓말을 한 이유는 간단하다. 김명식을 위해서다.
김명식이 라조기를 말한 이유는 현성에게 특별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그만큼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현성은 그런 김명식의 마음을 최대한 존중하기 위함이었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김명식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 밝아졌다.
“그럼 짬뽕은 다음에 먹고 오늘은 라조기 한 번 먹어 봐. 이 라조기라는 게 말이야…….”
김명식은 라조기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은 그런 김명식을 보며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학교 후배라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성의를 다하는 그 모습이 고마울 뿐이었다.
김명식은 설명이 끝나자 종업원을 불러 라조기와 고추잡채까지 주문을 넣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역시 김명식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주문을 마친 김명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아까 어떻게 이름을 기억하느냐고 물었지?”
“네, TV에서 잠깐 본 거 가지고 이름을 기억한다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너는 특별했거든.”
“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김명식이 바로 말을 이었다.
“나도 네가 서명 고등학교 학생이 아니었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거야.”
“그 말씀은 제가 서명 고등학교 학생이기 때문에 기억을 했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이지. 너 혹시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라는 말 들어봤어?”
“그만큼 고향이 그립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김명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타지에 나오니까 그 마음을 이해하겠더라고.”
“홍천이면 같은 군내인데 왜 타지라고 생각을 하세요?”
“물론 거리상으론 그리 먼 거리는 아닌데, 어머니 아버지 다 이쪽으로 이사 나오고 나니까 왠지 멀어진 느낌이야. 자주 가게도 안 되고. 그리고…….”
김명식은 말을 중간에서 잘랐다.
그 순간 현성은 느낄 수 있었다. 김명식의 마음속에 고향에 대한 뭔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현성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게…….”
여전히 쉽게 말을 잇지 못하는 김명식이었다.
“…….”
말이 없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묻기에는 김명식의 표정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김명식이 천천히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사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