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70)
회귀해서 건물주-270화(270/740)
270
방에서 먼저 나온 현성은 카운터에서 계산을 끝내고 중국집을 나왔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김명식은 중국집에서 나오자마자 현성을 불렀다.
“김현성, 이게 무슨 짓이야?”
“죄송합니다. 다음에 더 비싼 걸로 사주십시오.”
“인마, 그러면 내가 뭐가 돼?”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어차피 선배님이 저를 중국집으로 데리고 들어갈 때부터 이미 감동을 했었습니다. 그걸로 저는 충분합니다.”
사실이다.
김명식이 자신을 데리고 중국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마음이 움직였었다. 제과점에서 음료수나 하나 주고 대충 얘기하다 보내도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명식은 그러지 않았다.
그뿐인가? 중국집에 도착해서도 현성은 짬뽕을 먹겠다고 했지만, 김명식은 짬뽕이 아닌 라조기와 고추잡채까지 시켜줬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현성으로선 그 자체가 감동이었다.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경제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명식은 현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현성은 지금 그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김명식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은 선배님이 양보했다고 생각하십시오.”
“너 진짜…….”
김명식은 말을 하다가 말았다. 어차피 계산은 이미 끝났다. 그런 상황에서 자꾸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오히려 자신이 더 초라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버리자. 지금 이 상황에서 알량한 자존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감당도 못 하고 어린 현성한테까지 도움을 받을 처지가 아닌가 말이다. 오죽하면 어린 현성이 계산을 대신했겠는가.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다.’
생각을 정리한 김명식은 현성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김현성!”
“네, 선배님.”
“같지도 않은 자존심 부려서 미안하다. 지금의 내 모습이 비록 초라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1년만 지켜봐 줘라.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거다. 그리고 염치없고 말도 안 되는 얘긴데, 너의 도움 기꺼이 받을 거다. 이 못난 선배 한 번만 도와줘라.”
김명식은 작정이라도 한 듯 자신의 생각을 현성에게 말했다.
그러자 현성은 김명식을 보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선배님. 저는 선배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응원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명식은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다, 현성아.”
“저도 고맙습니다. 쉽지 않은 얘긴데 솔직히 다 말씀해 주셔서. 그리고 월요일에 바로 통장으로 입금해드릴 테니까 가장 먼저 사채부터 해결하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것만 해결하면 나머지는 다 해결된다.”
“그럼 됐습니다. 자, 이젠 빨리 집으로 어머니 뵈러 가죠. 선배님이 앞장서세요.”
현성은 재촉하듯 말했다.
그러자 김명식은 현성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미안한데 우리 어머니는 왜 보겠다고 하는지……?”
“가 보시면 압니다. 빨리 앞장서세요. 어서요!”
현성의 단호한 목소리에 김명식은 더 이상 묻지도 못하고 현성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김명식의 집에 도착한 두 사람.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안방으로 들어온 현성은 김명식의 어머니인 오복자를 보며 말했다.
“어머니, 이쪽으로 편하게 누워 보세요.”
“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오복자는 황당할 뿐이었다. 아들 녀석의 후배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갑자기 무슨 의사가 된 듯이 진료를 하겠다고 하니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당한 건 오복자뿐만이 아니었다.
현성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김명식과 그의 아버지인 김대선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때 김명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그냥 지켜보세요. 지금부터 제가 집중해야 하니까 미안하지만 조용히 해주시고요.”
현성은 일부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얘기해봐야 이해할 차원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성 자신도 이해가 안 되는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싶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오복자의 손을 잡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현성은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위를 많이 잘라냈군요?”
“어, 어떻게…….”
오복자는 황당 그 자체였다.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자신의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것도 단순하게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 내부의 변화까지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때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폐와 간에 나쁜 녀석들이 퍼졌군요?”
“허…….”
오복자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병원에서 말했던 전이 부위와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명식이 입을 열었다.
“김현성, 어떻게 된 거야?”
“저도 잘 모릅니다. 가끔 이렇게 이런 능력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을 다 진료할 수 있는 것은 또 아닙니다. 그건 그때그때 다르더라고요. 오늘은 다행히도 운이 좋은 거 같습니다.”
김명식은 자신의 귀로 직접 들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어떤 기계적인 장치도 없이 단순하게 환자의 손을 잡는 것으로 그 환자의 상태를 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제부터 치료에 들어갈 겁니다.”
“치료?”
“네, 확실히 된다고 확답은 못 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그러니 이제부턴 조용히…….”
“어? 어……, 그래 알았어.”
김명식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오복자의 손을 잡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곤 자신의 기를 손을 통해 오복자의 몸속으로 흘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현성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성은 기의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후우!”
호흡을 조절하며 현성의 치료는 계속됐다.
30분쯤 더 지나자 현성의 온몸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분이 더 지났을 때였다.
“후우!”
현성은 길게 숨을 내쉬며 감았던 눈을 떴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
오복자는 할 말이 없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처음엔 이게 뭐 하는 건가 싶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몸속에서 이상한 변화를 느꼈다.
어느 순간 따뜻한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몸속으로 들어온 따뜻한 기운은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마치 온몸의 구석구석을 소독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기운은 두 군데로 나뉘어서 모이기 시작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마도 간과 폐 부위라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서 전이됐다고 한 바로 그 부위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두 군데로 나뉜 따뜻한 기운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암세포를 불태우기라도 하듯 그 열기가 참기 힘들 정도였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뜨겁던 열기가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싹 사라진 것이다. 그러자 몸속의 고통은 사라지고 마치 엄마의 품속처럼 편안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현성이 누워있는 오복자를 보며 말했다.
“어머니, 어떠세요?”
“응? 그, 그게 너무 편해. 조금 전까지도 고통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짓말처럼 아픈 곳이 없어졌어.”
오복자는 자신의 입으로 말하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명식이 물었다.
“어머니, 진짜 괜찮아요?”
“그렇다니까. 조금 전까지도 여기가 아팠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김명식이 이번엔 현성을 보며 물었다.
“김현성,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뭐라고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어느 날 알게 된 능력이니까요. 제가 생각해도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아니, 어떻게…….”
김명식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김명식의 아버지 김대선이 현성 앞으로 다가와 현성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학생, 정말 고맙네. 자네가 우리 할멈을 살렸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
“아직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아봐야 알 거 같습니다.”
“아닐세, 조금 전까지도 아프다고 하던 사람이 지금 저렇게 편하게 누워있지 않은가 말일세. 그러면 된 거 아닌가?”
“어쨌든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더 올 겁니다. 언제쯤 치료가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농씸의 신춘오 회장 같은 경우엔 초기라 치료를 조기에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오복자의 경우는 다르다.
이미 주변 장기까지 전이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때 김명식이 말했다.
“지금 그 말은 우리 어머니의 병이 완치가 가능하다는 거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혹시 이런 경험이 전에도 있었어?”
“그분은 초기였던 터라 빨리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김명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현성의 말대로라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말은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완치가 됐다는 얘기네?”
“네.”
“…….”
김명식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때 김대선이 현성 앞으로 뭔가를 내밀었다.
“학생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이거라도 받게.”
“이게 뭡니까?”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전부일세.”
김대선이 내민 건 다름 아닌 돈이었다. 만 원짜리 세 장이 현성 앞에 놓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말했다.
“이건 받을 수 없습니다. 대신 아버님의 그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
“아닐세, 그러지 말고 받아 주게. 부탁이네. 그래야 내 마음이 좀 편할 거 같네.”
“아버님 저 이거 받으면 다음엔 못 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아니, 그건…….”
김대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버님, 대신 시원한 물 한 잔만 주십시오. 땀을 흘렸더니…….”
현성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김대선은 냉장고를 향해 달려가다시피 빠른 속도로 걸어갔다.
잠시 후.
현성은 오복자를 보며 말했다.
“저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학생, 정말 고맙네. 덕분에 내가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됐어.”
“네, 힘내시고 식사도 잘하고 계세요. 저는 다음 주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려, 고맙네. 정말 고마워.”
오복자는 현성의 손을 잡고 몇 번씩이나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집을 나온 두 사람.
김명식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냐?”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것도 다 인연 아니겠습니까?”
“인연?”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쩐지 이상하게 선배님을 찾아오고 싶었거든요.”
현성의 말에 김명식은 빙긋 웃었다.
“나는 귀인을 만나서 좋은데 너한테는 괜히 부담만 주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무슨 그런…….”
그때였다.
김명식이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급하게 입을 열었다.
“참, 나한테 뭐 잊은 거 없어?”
“네?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