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71)
회귀해서 건물주-271화(271/740)
271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김명식이 바로 말을 이었다.
“왜 안 묻는 거야?”
“뭘 말입니까?”“처음에 나를 찾아온 목적이 있었잖아. 이대로 그냥 갈 거야?”
“아, 그거요.”
현성은 그제야 김명식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김명식은 지금 현성이 강연 때문에 자신을 찾아왔던 이유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다.
현성은 김명식을 보며 말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때?”
“네, 제가 선배님을 찾아온 이유는 강연을 거절한 이유를 알고자 함이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후배들이 요청한 강연을 거절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선배님을 만나 뵙고 보니 역시 제 생각이 맞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불가항력.
사람은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가 있다. 지금 김명식의 상황이 그렇다.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담보로 사채를 쓸 수밖에 없었다.
김명식으로서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형적인 사채 이자율이 김명식의 목을 조여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감당이 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버틴 시간이 1년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어머니인 오복자의 병세 악화다. 바로 다른 장기로의 전이다.
그렇다 보니 김명식으로서는 심적, 물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교장 박상현은 전화를 했던 것이고.
김명식으로서는 거절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김명식이 말했다.
“그래서 일부러 말을 안 했던 거야?”
“네, 그렇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차마 강연 얘기는 꺼낼 수 없었습니다. 사람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는 거니까요.”
“솔직히 이제야 말이지만 교장 선생님 전화 받고 많이 불편했었어. 그렇다고 일일이 다 설명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고 말이야.”
“네, 충분히 이해합니다. 선배님이 저한테 하는 거 보고 모교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한지 알았으니까요.”
“그거야 당연한 거지. 모교에 대해서 그 정도 애착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
“글쎄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그건 그렇고 가게에 빨리 들어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명식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직 괜찮아. 그리고 그 강연 말인데…….”
“강연이요?”
“응, 지금으로선 뭐라 장담은 못 하겠고 내가…….”
김명식은 끝까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한 번에 결정하기는 힘든 듯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선배님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아니야, 네가 이렇게까지 도와주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야 없지. 강연 문제는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정해서 연락할게.”
“친구분 때문에 괜찮겠어요?”
“어차피 내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야. 그리고 그 친구도 그걸 바랄 거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건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어차피 사고는 사고일 뿐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김명식의 표정에서 처음 얘기할 때와는 다르게 굳은 의지가 보였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서명에서 선배님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래, 내가 내려가게 되면 현성이 가게부터 제일 먼저 찾아가도록 할게.”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김명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고맙다. 네 덕분에 내가 살았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리고 입금은 월요일 오후에 될 겁니다. 수업 마치는 대로 농협에 가서 바로 입금하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나는 지금도 꿈을 꾸는 거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을게.”
현성은 김명식이 내민 손을 잡았다.
현성은 이때가지도 알지 못했다. 나중에 마을 공동체를 만들 때 김명식이 누구보다도 앞장서 현성 자신을 도와준다는 것을 말이다.
김명식과 헤어진 현성은 가게가 아닌 집으로 향했다.
***
“휴우!”
민두식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민성이 물었다.
“라면이 몇 개나 나갔는데 그렇게 한숨을 짓는 거야?”
“말도 말아요. 근래 들어 최악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직원들 월급은 고사하고 월세도 못 낼 거 같으니 이 일을 어쩝니까?”
민두식의 표정이 근심으로 가득했다.
그러자 최민성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번에 민 사장이 얘기했던 그 양념장 말인데…….”
“그 꼬맹이 양념장 말이죠?”
“그래, 어차피 라면으로 승부를 하기 위해서는 그 양념장이 필요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대로 더 가다가는 정말…….”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최민성이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민두식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려야 할 거 같네요. 더 이상 시간을 끌어봐야 의미가 없을 거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최민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민두식이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오늘 밤에 바로 실행에 옮겨야겠습니다.”
“오늘 밤에 말인가?”
“네, 그 꼬맹이가 주말이면 집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오늘도 토요일이니까 틀림없이 집에 갔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장담하는가? 그랬다가 혹시 그 꼬맹이가 가게에 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피식.
민두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확인을 해보면 되죠.”
“확인? 어떻게 확인을 한단 말인가?”
“전화를 해보면 될 거 아닙니까? 만약 전화를 받으면 그냥 끊으면 될 것이고 그렇지 않고 전화를 안 받으면 그 꼬맹이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거 아닙니까?”
민두식의 말에 최민성은 반색을 하며 맞장구를 쳤다.
“옳거니 그러면 되겠구먼. 역시 그럴 땐 자네 머리가 잘 돌아간단 말이야.”
“형님도 참…….”
민두식은 어깨를 으쓱하며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자 최민성이 바로 말했다.
“지금이 9시니까 전화를 해볼까?”
“네, 그러세요. 혹시 모르니까 확인부터 하는 게 우선일 겁니다.”
민두식의 말이 떨어지자 최민성은 바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최민성이 말했다.
“안 받는데…….”
“그죠?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주말엔 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일단 가게에 없는 건 확인했고, 몇 시쯤에나 갈 텐가?”
“아무래도 자정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형님도 집에 갔다가 열두 시쯤에 다시 나오세요. 그리고 나오실 때 빠루 꼭 챙겨서 나오시고요.”
“알았네, 그럼 이따 보세.”
최민성은 그 말을 끝으로 가게에서 사라졌다.
혼자 남은 민두식.
“흐흐, 이 자식 어디 두고 보자.”
민두식은 이빨을 드러낸 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집에 도착한 현성.
아버지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늦었구나.”
“네, 홍천에 볼일이 있어 거기 다녀오다 보니 좀 늦었습니다. 그동안 집에 별일은 없었지요?”
“별일은 없는데 그게…….”
아버지의 대답이 시원치 않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엄마가 자꾸 요즘 힘들어한다. 이상하게 갑자기 몸에서 열이 나고 만사 귀찮다고 하더구나.”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 아버지 말씀이 사실이에요?”
“그래, 며칠 전부터 얼굴이 갑자기 화끈거리면서 열도 나고 나도 모르게 자꾸 짜증만 나는 게 몸이 이상해. 자꾸 우울하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네 아버지랑 자꾸 다투게 되고,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구나.”
“어머니, 혹시 갱년기 온 거 아닙니까?”
“갱년기? 그게 뭐야?”
그렇다. 요즘이야 갱년기라는 말 자체가 일반화돼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생소한 단어일 수박에 없었다.
특히 시골인 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우선이었기에 외상이 없는 갱년기 증상은 그냥 지나갈 수밖에 없었던 시대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갱년기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게 뭐냐 하면 …….”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처음 듣는다는 듯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어머니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나이를 먹는 과정이라는 얘기네?”
“네, 그렇죠. 보통 50대 전후로 오는데 아무래도 어머니가 지금 그때가 된 거 같습니다.”
“그런데 너는 어떻게 갱년기에 대해서 잘 알아?”
“네? 그건…….”
현성은 쉽게 말하지 못했다. 현성이 갱년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생에서 아내 윤지수 때문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별일도 아닌데 짜증을 내고 만사가 귀찮다며 일상에서 적응을 못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황당하기만 했었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변하니 왜 그렇지 않았겠는가.
나중에 병원에 가서 확인을 하고서야 그게 갱년기 증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현성은 어머니를 보며 말했다.
“책에서 봤어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현성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아버지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일단 내일이라도 어머니랑 같이 병원에 다녀오세요. 필요하면 의사 선생님이 호르몬제 처방을 내려 주실 겁니다. 그리고 약국에 가시면 갱년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 보조제가 있을 겁니다. 그중에 선택해서 드시면 조금은 완화에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버지입니다.”
“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버지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당분간은 많이 예민하실 겁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평상시보다 더 신경 쓰고 배려해 주셔야 합니다.”
“알았다. 일단은 내일 병원부터 다녀와야겠구나. 그리고 잘 될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신경을 쓰도록 하마.”
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이 증상이 얼마나 오래 가냐?”
“사람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짧게 끝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몇 년씩 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왜 이런 거까지…….”
어머니는 불만 섞인 표정으로 입을 실룩거렸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그래도 어머니는 미리 갱년기라는 걸 알았으니 다행입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갱년기인 줄도 모르고 짜증만 내고 싸우다가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설마…….”
“설마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러니 어머니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시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세요. 그러면 한결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어쩔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겠지. 어쨌거나 우리 똑똑한 아들 덕분에 이 어미가 별걸 다 알았구나.”
현성은 빙긋 웃었다.
전생에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고 넘어갔던 일이다.
그만큼 어머니는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힘든 건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의 갱년기 증상에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회귀한 덕분에 어머니가 갱년기임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어머니의 고통은 줄어들 것이다. 그럼 된 거다.
그때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혹시 남자도 갱년기가 오냐?”
현성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