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72)
회귀해서 건물주-272화(272/740)
272
“옵니다.”
“그게 정말이야?”
“네, 오기는 오는데 여자에 비교하면 드물다고 합니다. 대략 30% 정도 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요즘 가끔 드라마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있어서 말이야.”
아버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혹시 가끔 우울하거나 몸에서 열이 나는 경우가 있나요?”
“아니, 그런 건 없어.”
“그럼, 불안하거나 갑자기 화가 난다든지 그런 적은 없어요?”
“글쎄다, 어쩌다 화가 날 때는 있었지만 그게 심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
“밤에 잠은 잘 주무세요?”
“응, 아직 잠을 못 잔적은 없어. 그런데 친구 녀석들 중에서는 밤에 잠을 못 잔다는 녀석들이 있다고 하더라고.”
현성은 씩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갱년기 아닙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왜 드라마만 보면 눈물이 나는 거야?”
“그건 아버지가 감성이 풍부해서 그런 거니까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건강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술 담배 줄이시고 기름진 음식도 가급적이면 피하시고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알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배가 조금씩 나오는 거 같아서 신경 쓰고 있었다.”
“혹시 밤에 야참 드세요?”
“그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그만…….”
“설마 라면은 아니지요?”
“…….”
대답을 못 하는 아버지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그래, 알았다.”
“약속하는 겁니다.”“알았다니까.”
아버지는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어머니가 아버지를 놀리듯 말했다.
“내가 말할 땐 안 듣더니 아들 앞에서는 당신도 어쩔 수 없군요?”
“허허, 이 사람이…….”
아버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웃고 말았다.
그때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집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겁니까?”
“모레부터 공사 시작한다고 하더라.”
“그러면 추석 전에는 입주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 올 추석은 새집에서 보낼 수 있을 거 같다. 그 생각만 하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단다.”
아버지의 얼굴에 금방 웃음기가 가득했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전생에서 아버지의 평생소원이 번듯한 집 한 채를 갖는 것이었다. 어쩌면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의무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그 소원을 이루지 못했었다.
현성은 웃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리고 참, 당귀 재배는 어떻게 됐어요?”
현성이 작년에 아버지한테 말했던 부분이다. 시골에서 수입원을 찾기 위해 고민한 끝에 현성이 생각해낸 특용작물이다.
물론, 그것을 찾는 데는 군대 동기인 김동수의 아버지인 김진용 사장이 도움을 줬었다. 서울에서 약재상을 운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에 진부에 가서 씨앗을 받아왔다. 어떻게 심는지도 배웠고. 3월 하순경에 심으면 된다고 하더라.”
“그러셨군요. 근데 몇 평이나 심으실 건가요?”
“올해는 처음이니까 200평만 심어보려고 한다. 그리고 괜찮으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심을 작정이다. 그나저나 판매는 걱정 없는 거지?”
“그럼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약재상 김 사장님이 전량 구매한다고 했으니까요.”
그나마 김진용 사장이 경동시장에서 약재상을 크게 운영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성이 자신 있게 얘기하자 아버지가 다시 물었다.
“그 김 사장이라는 분 믿을 만한 거지?”
“그럼요, 먼저 당귀 재배를 제안한 것도 그분인데요.”
“나는 혹시라도 불안해서 말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아버지는 당귀만 신경 쓰시면 됩니다.”
아버지는 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왠지 여전히 불안한 듯 확신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 사장님이 나중엔 이 마을 전체에서 나오는 물량까지도 소화를 한다고 했으니 판매 걱정은 조금도 안 하셔도 될 겁니다.”
“그 정도란 말이지?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제야 안심한 듯 표정이 편안해 보이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바로 물었다.
“그 양반이 약재상을 크게 운영하는가 보구나?”
“네, 경동시장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하바네로 고추도 그분이 직접 수입해 주시는 거거든요.”
“음……, 알았다. 그럼 나는 앞으로 당귀에만 신경 쓰도록 하마.”
아버지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어머니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나중엔 마을 사람들도 당귀를 재배한다는 말이냐?”
“네, 물론입니다. 그 전에 재배 환경이 맞는지 검증이 필요한 거고요. 그 일을 지금 아버지가 하고 계시는 겁니다.”
“호호, 네 아버지가 책임이 크구나?”
어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했다.
“네, 그런 셈이죠. 아버지가 재배에 성공하면 마을 사람들한테도 적극적으로 재배를 권장할 겁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수익성이 기본적으로 좋아야 하고요.”
“수익성?”
“네, 아무리 재배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 사장님 말로는 감자 심는 것보다 최소 다섯 배는 더 나을 거라고 했거든요.”
“다섯 배씩이나?”
어머니는 놀랍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네, 그러니까 올해가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만약 그 사장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마을엔 커다란 축복일 겁니다.”
“그렇겠지. 똑같은 땅에서 다섯 배의 수익을 올릴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거다. 하여간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마을도 살만하겠구나.”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아버지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겁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아버지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성공하도록 노력하마.”
“네, 아버지.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들이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데 아비가 돼서 그 정도야 못 하겠느냐?”
어느 때보다도 눈빛이 빛나는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현성은 빙긋 웃었다.
그 후로 몇 마디를 더 나누고 현성은 안방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현성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나무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누울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나무 침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
눈을 떠보니 어느새 밤 12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왜 이러지?”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시각.
골목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두 사람.
최민성이 민두식을 보며 물었다.
“괜찮을까?”
“어차피 이판사판입니다. 양념장의 비밀을 찾아내지 못하면 우리 라면 가게도 희망이 없습니다. 어떡하든 이번에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도 도둑질까지는…….”
“이제 와서 그런 약한 소리를 하면 어떡합니까? 형님은 여기서 누가 오나 망만 보십시오. 제가 들어가서 양념장을 가지고 나올 테니.”
민두식의 손에는 어느새 빠루가 들려 있었다.
후!
최민성은 짧게 숨을 몰아쉰 후 말했다.
“알았네, 난 여기서 망을 보고 있을 테니 어서 다녀오게. 그리고 누가 오면 내가 고양이 소리를 내겠네.”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저벅.
민두식을 그 말을 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성의 가게 앞에 도착한 민두식은 빠루를 문 틈새로 밀어 넣었다. 그리곤 있는 힘껏 젖혔다.
덜컹.
잠금장치가 풀리며 문이 열렸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민두식은 주방 쪽으로 바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손전등이 들려 있었다.
커다란 냉장고 앞에 선 민두식은 망설임 없이 바로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곤 준비한 작은 통에 양념장을 덜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많은 양을 가지고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선적으로 무엇이 없어졌는지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 만약 양념장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면 우선적으로 동종 업종인 자신을 의심할 것이 뻔할 것이다.
하지만 양념장이 없어졌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소량만 가지고 간다면 의심받을 일 자체가 없을 것이다.
민두식이 욕심을 버리고 최소한의 양념장만 가지고 가는 이유다.
스윽.
민두식은 원래 있던 대로 양념장을 마무리한 다음 냉장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향한 곳은 카운터였다.
다행히도 작은 금고는 잠겨있지 않았다.
민두식은 금고에서 100원짜리는 물론이고 10원짜리까지 모두 챙겼다.
그다음 민두식은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이번엔 선반에 있던 씬라면 두 개를 챙겼다. 그리곤 유유히 현성의 라면 가게를 나왔다.
민두식의 가게로 돌아온 두 사람.
민두식은 먼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최민성이 물었다.
“이 동전은 뭔가?”
“그 꼬맹이 가게에서 들고나온 겁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그러니까 이 동전을 왜 들고나왔느냐고 묻는 거네. 돈이 탐나서 들고나온 것은 아닌 거 같고…….”
피식.
민두식은 최민성의 질문에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최민성이 다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뭔가?”
“속임수라면 이해를 하시겠습니까?”
“속임수? 그러니까 지금 자네의 얘기는 그 동전을 들고나온 게 속임수라는 얘기지?”
“네, 그렇습니다.”
민두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자 최민성은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뭐가 속임수라는 건가?”
“생각을 해보십시오. 내일 아침이면 그 꼬맹이도 가게에 도둑이 들었다는 걸 알 거 아닙니까?”
“물론 그렇겠지.”
“그러면 그 꼬맹이가 제일 먼저 할 일이 뭐겠습니까?”
“그거야 뭐가 없어졌는지 그것부터 확인을 하겠지.”
최민성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러자 민두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그때 없어진 게 100원짜리는 물론이고 10원짜리 동전까지 없어진 걸 안다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글쎄……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도둑이 어른이 아니라 애들 짓이라고 생각…… 아, 그러니까 일부러 범인을 애들이라고 생각하도록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어른이라면 누가 10원짜리까지 들고나오겠습니까?”
“허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그래서 이 씬라면 두 개도 들고나온 거고?”
최민성은 테이블에 있는 씬라면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민두식이 바로 말했다.
“바로 그겁니다. 어느 어른이 도둑질을 하면서 라면까지 들고 나갔을 거라고 생각을 하겠습니까? 아마 경찰이 와도 틀림없이 애들 짓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듣고 보니 자네 말이 맞는 거 같네.”
그때 민두식은 주머니에서 작은 양념통을 꺼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양념장도 없어진 줄 모르게 아주 조금만 담았거든요.”
“허허, 하여간 자네 잔머리도 대단하군.”
“그 꼬맹이는 죽었다가 깨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를 겁니다.”
민두식은 이빨을 드러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민두식이 모르는 게 있었다. 양념장만큼은 현성이 직접 특별히 관리한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