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73)
회귀해서 건물주-273화(273/740)
273
다음 날 아침.
현성이 가게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현성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경찰 두 명이 가게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얼른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신고가 들어와서요.”
“신고요?”
현성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때 신명순이 현성 앞으로 급히 다가왔다.
“사장님 나오셨어요?”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도둑이 들었어요.”
“도둑이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들어도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다른 가게도 아니고 기껏해야 라면 가게다. 라면 가게에 도둑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때 경찰이 신명순을 보며 물었다.
“혹시 없어진 물건이 뭔지 파악하셨습니까?”
“금고에 있던 동전하고 라면 두 개요.”
“동전과 라면이요…….”
경찰의 입장에서도 어이가 없는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바로 입을 열었다.
“일단 출근해서 문이 망가져 있기에 신고는 했는데 저도 황당하네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들어왔었나 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일단 접수된 상황이라 절차대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나중에라도 다른 단서가 나오면 연락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하여튼 아침부터 수고들 많으셨네요.”
신명순은 괜히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경찰은 괜찮다며 몇 가지 주의사항과 야간 순찰에 신경을 더 쓰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게에서 사라졌다.
경찰이 떠나자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바로 물었다.
“없어진 게 그게 답니까?”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일단 확인된 거는 그게 답니다. 그리고 사실 라면 가게에서 없어질 게 또 뭐가 있겠어요?”
“그건 그렇습니다. 근데 동전이 없어졌다고요?”
“네, 글쎄 10원짜리까지 다 없어졌더라고요. 아무래도 어린 학생들이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들어온 거 같네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명순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00원짜리까지는 얼마든지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10원짜리는 다르다. 범인이 어린 학생들이 아니었다면 10원짜리까지는 가져가지 않았을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문은 어떻게 열고 들어온 겁니까?”
“아무래도 뾰족한 물건을 사용한 거 같아요.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자국이 남아있는 걸 보면.”
신명순은 출입문에 남은 자국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현성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출입문에 남은 자국으로 향했다. 움푹 파인 자국을 살피던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문을 여는 데 쓰인 도구가 뭔지 알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건 빠루 자국이 아닙니까?”
“빠루요? 아, 그러고 보니 그런 거 같네요. 그렇다면 이상하네요. 어린 학생들이 갑자기 빠루가 어디서 났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문을 여는 데 사용한 도구가 빠루가 확실하다면 그건 또 얘기가 달라진다. 10원짜리까지 가져갔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당연히 지나가던 학생들의 호기심에 의해 발생한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만약 빠루로 문을 강제로 연 게 확실하다면 이건 얘기가 다르다. 그렇게 되면 우발적인 게 아니라 고의로 문을 열었다는 얘기가 된다. 왜냐하면, 빠루는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성이 말했다.
“이렇게 되면 범인이 학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요.”
“학생이 아니라면…….”
“물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어른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학생이 미리 빠루를 준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10원짜리는 어떻게 된 걸까요? 어른이 범인이라면 굳이 10원짜리까지는 가져가지 않았을 거 같은데요.”
“그건 또 그래요. 어찌 됐건 범인이 학생이라고 단정 지을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양쪽의 경우를 다 염두에 두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하네요.”
현성의 말에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바로 물었다.
“뭔가요?”
“우발적인 행동은 아니라는 거죠. 학생이든 어른이든 미리 준비를 했다는 겁니다.”
“아, 그렇겠네요. 빠루가 길거리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요.”
“네, 맞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 도둑이 누군지 진짜 궁금해지는데요. 라면 가게에 일부러 들어와서 가져갈 게 뭐가 있다고…….”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빠루까지 미리 준비해서 라면 가게에 들어왔다는 게 쉽게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돈이 목적이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금은방이었다면 모를까 라면 가게에 돈을 보고 들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돈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일까?
현성은 잠시 생각을 해보았지만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저벅.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발걸음을 주방으로 옮겼다.
현성의 시선이 멈춘 곳은 선반이었다. 바로 라면이 있던 곳이다. 범인은 선반에 있던 라면까지 들고 갔다.
‘학생이 맞는 건가…….’
라면까지 들고 갈 정도면 어른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다시 머릿속에 떠올랐다. 어른이라면 굳이 라면까지 들고 가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때 신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이상한 게 하나 있어요.”
“이상한 거요? 그게 뭡니까?”
“창고에 있는 라면입니다.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창고에는 씬라면이 50박스가 넘게 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창고에 있는 라면은 멀쩡하다는 겁니다. 이상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선반에 있는 라면까지 가져갈 정도면 …….”
맞는 말이다.
신명순의 말대로 창고에는 50박스가 넘는 라면이 있다.
그런데 범인은 창고에는 손도 안 댔다. 출입구를 빠루로 젖히고 들어올 정도라면 창고 문을 여는 건 마음만 먹었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혹시 창고가 있는 줄 몰랐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어차피 범인은 이곳이 라면 가게라는 걸 알고 들어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창고가 있을 거라는 건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도 창고를 건들지 않았다는 얘기는 라면이 목적이 아니라는 얘기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들어온 목적이 무엇이란 말인가?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말했다.
“범인이 이곳에 들어온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이곳에 돈을 보고 들어온 것도 아닐 테고 그렇다고 창고를 건들지 않은 걸 보면 라면도 아니라는 얘긴데…….”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민에 빠진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였다.
현성의 시선이 어느 한곳으로 쏠렸다.
그곳은 바로 바닥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냉장고 바로 밑이었다.
현성이 주방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청결이다. 그런데 현성의 눈에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바로 물었다.
“혹시 어제 퇴근할 때 주방 청소 안 했어요?”
현성은 어제 홍천에서 바로 집으로 퇴근을 했기 때문에 가게 상황을 신명순에게 물은 것이다.
현성의 질문에 신명순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물청소까지 하고 갔지요. 왜 무슨 문제 있어요?”
“그게 아니고, 여기 보시면…….”
현성은 손으로 냉장고 밑을 가리켰다.
그러자 신명순의 시선도 냉장고 밑으로 향했다.
“아니, 이건……?”
신명순은 깜짝 놀랐다.
바닥에는 양념장이 조금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분명히 영업을 마치고 물청소까지 깨끗이 끝내고 퇴근을 했었다. 당연히 바닥에는 아무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
신명순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제가 묻고 싶은 얘깁니다.”
“아닙니다. 어제 분명히 지숙이 동생이랑 영업 마치고 물청소까지 끝내고 퇴근을 했습니다. 하루 이틀 하는 일도 아니고 우리가 그걸 빼먹을 일은 없죠.”
“네, 그렇겠죠. 그렇다면…….”
현성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신명순이나 김지숙이 청소를 하지 않고 퇴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양념장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건 청소를 끝낸 후 누군가 양념장을 만졌다는 얘기가 된다.
누굴까?
신명순이나 김지숙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업이 끝난 상황에서 양념장에 손댈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우의 수는 이제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급히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리곤 양념통을 끄집어냈다.
“어머니, 이것 좀 확인해 주세요.”
“네? 뭐를 말입니까?”
신명순은 현성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못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성의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신명순은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은 청소를 마친 후 누군가 양념장에 손을 댔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그 범인은…….”
신명순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제 예상이 맞는다면 그 범인은 바로 도둑일 겁니다.”
“그렇겠네요.”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념통 뚜껑을 열었다. 그리곤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양념통을 유심히 살피던 신명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사장님 예상이 맞는 거 같습니다.”
“확실해요?”
“네, 그런데 누군지 모르겠지만 교묘하게 장난을 친 듯싶네요.”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흔적을 안 남기려고 아주 소량만 가져갔네요.”
신명순도 처음엔 유심히 살피지 않았다면 양념장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눈으로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없어진 양념장의 양이 소량이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없어진 걸 알았어요?”
“저도 처음엔 몰랐어요. 근데 자세히 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저는 양념장을 마지막에 손으로 꾹 눌러놓는 버릇이 있거든요.”
“아, 그렇군요. 어쨌건 누군가 손을 댄 건 사실이지요?”
“네, 틀림없어요. 근데 어떤 놈들이 양념장에 손을 댄 걸까요?”
신명순은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마도 삼거리에 민 사장일 겁니다.”
“민 사장이요?”
“요즘 들어 장사가 더 안된다고 하더니 이제 발악을 하는군요.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도둑질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요.”
“경찰에 다시 신고할까요?”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바로 말했다.
“아까 경찰이 추가 단서가 나오면…….”
“아니요, 의미 없습니다. 어차피 물증이 없으니까요.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신고해봤자 저쪽에서 무고죄로 걸고넘어지면 그게 더 피곤합니다.”
“그래도…….”
신명순은 아쉽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도 괘씸하잖아요. 아무리 그렇다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요?”
“그만큼 영업이 어렵다는 방증일 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현성은 말을 하다 말고 씩 웃었다.
그러자 신명순이 바로 물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뭐죠?”
“아마 지금쯤 민 사장은 똥 씹은 얼굴을 하고 있을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신명순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의 입가엔 비릿한 미소가 번지는 듯하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