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78)
회귀해서 건물주-278화(278/740)
278
다음 날.
교장실을 찾은 현성.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일단 이쪽으로 앉게.”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냐하면, 말하는 교장 박상현의 모습이 왠지 평상시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성은 의자에 앉자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그게…… 휴우!”
교장 박상현은 대답 대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이런 모습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일일까?
교장이 이런 모습을 보인다는 건 분명히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일 것이다.
현성은 교장 박상현을 슬쩍 바라봤다. 굳어진 그의 모습에서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사태가 심각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묻고 싶었지만 침묵으로 질문을 대신했다. 이럴 땐 상대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소한의 배려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교장 박상현이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전화가 왔었네.”
“전화요? 어디서 말입니까?”
“오늘 아침에 교육청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네.”
현성은 교육청이란 말에 한 가지 짐작 가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내일 5교시에 있을 강연이다. 면사무소에 근무하는 한지은을 불러 고3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로 한 날짜가 내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교장 박상현의 표정으로 봐서는 그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내일 강연 때문입니까?”
“자네도 짐작을 하고 있었는가?”
“네, 솔직히 조금 불안하기는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교과과정은 아니다 보니 누군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처음 교장 박상현이 자신의 재량으로 일반 수업 시간인 5교시에 강연을 하게 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왠지 불안한 건 사실이었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교과과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장 박상현이 말했다.
“내 실수였네. 난 그저 한 명이라도 더 강연을 듣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던 건데…….”
“교장 선생님 마음이야 왜 모르겠습니까? 그런데 교육청에선 어떻게 알았을까요?”
“그거야 빤하지 않겠는가?”
“그 말씀은 누군가 교육청으로 전화라도 했다는 말인가요?”
“그거까지 말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거 같네. 사람이 여럿이다 보니 생각이 다 다른 거지. 그걸 원망할 생각은 없네. 그저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 모든 게 내가 부덕한 탓이지.”
“그런 말씀을 왜 하십니까? 교장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저희들을 위해서…….”
현성은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교장 박상현이 중간에서 말을 끊었기 때문이다.
“아닐세. 내 생각이 짧았네.”
“어떤 놈인지…….”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현성을 보며 말을 이었다.
“화낼 거 없네. 내가 너무 의욕이 앞선 탓에 실수한 거니까. 그건 그렇고 내일 당장 강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게 걱정이네.”
“이렇게 되면 내일 강연한다는 건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네, 한지은 씨한테 이 사실을 우선 알리고 다시 약속을 잡아야 할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한지은 씨한테 미안해서 어쩌지?”
교장 박상현의 표정에 난감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 문제는 제가 잘 말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제 날짜를 잡을 건지 그게 걱정입니다.”
“음…… 글쎄 언제가 좋을까?”
잠깐 생각하던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은 일요일이 어떨까 싶은데 교장 선생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일요일에 말인가?”
“네, 차라리 그렇게 되면 학생들의 의지도 확인할 겸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 본인들의 의지일 테니까요.”
“그러니까 자네 말은 일부러 일요일로 잡자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올 것이고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당연히 안 오겠지요.”
현성의 말에 교장 박상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글쎄…… 그러다가 몇 명 안 오면 강연을 부탁했던 사람한테 미안해서 어쩌려고 그러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숫자에 연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은…….”
“네, 단 한 사람이 오더라도 진짜 관심과 열정 그리고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성의 대답에 교장 박상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음…… 그 말도 일리는 있군. 어차피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닐 테니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만큼은 양보다는 질을 따지고 싶습니다.”
“허허, 양보다 질이라…….”
교장 박상현은 웃음을 지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강연을 하게 되면 한 사람이 추가될 겁니다.”
“한 사람이 추가된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지난번에 제게 주셨던 동문회 명부 중에 홍천 시내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선배가 있지 않았습니까?”
“있었지. 내가 통화까지 했었으니까. 그런데 혹시 그 사람이…….”
교장 박상현은 한껏 기대에 찬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 그 선배가 어제저녁에 다녀갔습니다.”
“다녀가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좀 자세히 설명을 좀 해보게.”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김명식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교장 박상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교장 박상현이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가 지난 토요일에 그 사람을 찾아갔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한테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거고?”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다시 물었다.
“그래서 나한테는 바쁘다는 핑계를 댔다는 말이지?”
“네, 그 선배 말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심적으로 많이 불편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음, 그런 일이 있었구먼.”
교장 박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그래, 그 피치 못할 사정이 도대체 뭐라고 하던가?”
“그건…….”
현성은 바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바로 물었다.
“왜? 말하기 어려운 얘긴가?”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사생활이라…….”
현성으로선 말하기 좀 불편한 얘기였다. 왜냐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김명식 본인의 프라이버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병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부채에 관해서까지 얘기한다는 건 김명식을 위해서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현성이 말을 제대로 못 하자 교장 박상현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알았네. 자네가 그렇게 꺼린다면 굳이 더는 묻고 싶지 않네. 어디까지나 그 친구의 사생활이니까 말일세.”
“……네.”
“그래서 그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걸 다 해결한 건가?”
“네, 그렇습니다.”
“역시 그 문제를 해결한 건 자네일 테고.”
“그게 어쩌다 보니…….”
“허허, 참…… 하여간 자네가 해결사로군.”
교장 박상현은 현성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잠시 후.
교장 박상현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번 주 일요일에 강연을 하는 걸로 하면 되겠는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강연할 두 사람한테는 수고스럽지만 자네가 따로 연락을 하게.”
“네, 그래야죠.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에 교장 박상현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교장 박상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럼 그렇게 알고 저는 이만…….”
“아무튼 자네가 수고가 많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정말 고맙네.”
“네, 저도 고맙습니다. 아무쪼록 좋은 성과가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현성은 인사를 한 후 교장실을 나왔다.
그날 오후.
수업을 마친 현성은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로 가는 이유는 이번에 있을 강연을 위해 각 반의 반장들에게 부탁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들어가자 각 반의 반장들이 이미 현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원은 1반부터 4반까지 4명이었다.
현성이 먼저 말했다.
“미안, 내가 조금 늦었지?”
“아니야, 우리도 지금 막 왔어. 그건 그렇고 우리한테 할 말이 있다고?”
“응, 그러니까…….”
현성은 상담실에 모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4명의 반장들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1반 반장이 바로 물었다.
“그럼 내일 강연은 못 하는 거야?”
“응, 그렇게 됐어. 아무래도 누군가 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거 같아.”
“아니, 어떤 새끼가 그런 짓을 한 거야?”
1반 반장의 입에서 바로 욕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현성이 1반 반장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나도 그 얘기 듣고 바로 욕 나오더라. 하여간 어떤 놈인지…….”
“그게 말이 되냐고. 다른 것도 아니고 친구들 졸업하고 어떡하든 취업을 위해서 노력하는 건데 그걸 교육청에 찌르냐? 그런데 더 웃긴 건 그게 무슨 큰 잘못이라고 교육청에선 그걸 또 못 하게 하냐?”
“못 하게 하는 게 아니고 정규 수업 시간에 안 된다는 거지.”
“어쨌거나 난 이해가 안 돼. 오히려 학교 차원에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뭐야?”
1반 반장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화를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1반 반장이 말했다.
“지금 웃음이 나오냐?”
“고마워서 그런다, 인마.”
“고맙긴 뭐가?”
“이렇게 같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너희들이 있어서 고맙다는 거야.”
“인마, 그거야 당연한 거지. 솔직히 네가 아쉬울 게 뭐 있냐?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장사가 안되는 것도 아니잖아. 너는 그저 친구들을 위해서 그러는 건데 우리가 그걸 모르면 사람이 아니지.”
1반 반장의 말이 끝나자 이번엔 4반 반장이 말했다.
“그건 얘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가 고마운 건 모든 일을 너 혼자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미리 의논을 한다는 거야. 그렇지 않았으면 우리도 솔직히 무조건 네 의견에 따르지는 않았을 거야.”
현성이 처음부터 신경 썼던 게 이 부분이다.
무슨 일이든 결정하기 전에 각 반의 반장들한테 먼저 얘기하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괜히 혼자 설쳐봐야 될 일도 안 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반 반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떡할 건데?”
“이번 주 일요일에 했으면 하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때?”
“일요일에 한다고?”
“응, 평일엔 시간이 안 되고 그럴 바에야 차라리 여유 있게 일요일에 하려고.”
“…….”
아무 말이 없는 1반 반장이었다. 말이 없기는 다른 반 반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렇게 잠깐 침묵이 흐르자 이번엔 조용히 있던 3반 반장이 입을 열었다.
“참석하는 애들이 얼마나 될까?”
3반 반장도 교장 박상현과 같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단순한 숫자보다는 진짜 관심이 있는 친구들의 참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양보다는 질이라 이거지?”
“응, 맞아. 다른 거라면 모르겠지만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라 이번만큼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진짜 관심과 열정이 있는 그런 친구들이 왔으면 해서 말이야.”
“음…… 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너희들 생각은 어때?”
3반 반장이 묻자 1반 반장이 바로 말을 받았다.
“응, 듣고 보니까 현성이 말이 맞는 거 같은데.”
“맞아, 어차피 관심 있는 친구들은 일요일이라고 해도 올 거니까.”
“괜히 사람 많은 것보다는 소수 정예로 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네.”
1반 반장에 이어 2반과 3반 반장도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좋아! 그러면 그렇게 하는 걸로 결정하고 반에 돌아가서 친구들한테 그렇게 전해. 그리고 중요한 건 이제 시작이라는 거야. 우리가 성공하면 앞으로 우리 후배들한테도 좋은 거니까 우리 다 같이 이번에 최선을 다해보자.”
현성의 말이 끝나자 4명의 반장들은 서로를 보며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요일에 과연 몇 명이나 올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